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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Germany] University of Mannheim 23-1 이종현

2023.09.11 Views 1414 이종현

안녕하세요. 2023학년도 봄학기, 독일 University of Mannheim에서 해외파견 교환학생으로 지낸 20학번 이종현입니다. 여행자 혹은 단순 이방인이 아닌 ‘학생’이었기에, 낯선 곳에 몸 담았던 지난 6개월은 좀 더 특별했습니다. 교환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주변 국가나 도시를 마음껏 돌아다니는 ‘여행 속 여행’과 더불어, 낯선 곳에서 주체적으로 채워간 일상들이 기억에 진하게 남습니다.
외국 교수님의 강의에 귀 기울여 보고, 외국 학생들과 토론하며 과제를 해결하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면 도서관에 박혀 공부도 하는 일상적인 일들을 새로운 환경을 배경 삼아 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한 점이었습니다. 특정 사회의 모습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경영학 고유의 특성 덕에, 강의 속 주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독일의 관점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막힘 없이 제시하는 학생들과 강의 도중에도 열의를 다해 그들과 소통하는 교수님의 모습 등 새로운 수업 환경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영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강과목 후기>
1. MAN 401 Organizations & Human Resource Management
조직관리 분야를 얕지만 넓게 배울 수 있는 과목입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을 포함한 다수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이기도 하고요. 기본 개념에 대한 녹화 강의, 외부 기업 연사 강의, 그리고 응용 중심의 Exercise 세션까지 총 세 가지 파트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개인 혹은 조별 과제는 따로 없었고 다루는 주제 또한 그리 무겁거나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기에 학기 초에 Syllabus 등을 통해 수업 방식을 잘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하다 느꼈습니다.
2. FIN 301 Investments and Asset Pricing
고려대학교에서 수강할 수 있는 두 과목, 재무관리와 투자론의 내용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강의였습니다.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데에서 오는 어려움은 적습니다. 다만 재무 과목 자체가 본래 갖는 난이도를 고려한다면, 시험 기간 벼락치기보단 꾸준히 수업에 출석하며 감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
3. Security Valuation & Financial Statement Analysis
사흘 간 진행되는 intensive seminar 강의로, 한 기업을 골라 기업 가치에 대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작성해보는 활동이 주를 이룹니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세미나 강의였기에, 대형 강의에 비해 현저히 높았던 수업 집중도, 교수님과의 소통 빈도 등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업이 갖는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주가 관련 지표를 계산해보는 과정 한국 대학과는 색다른 환경에서의 공부 경험을 원하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4. Social Media Marketing
이 역시 intensive seminar course로, 학기 도중 5일 동안만 진행되는 형태의 소규모 강의입니다. 전형적인 마케팅 강의로, 오늘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여러 도구를 통해 분석해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를 꾸려 특정 사례를 발표하고, 간단한 전략까지 제시하여 보는 발표 과제가 주어집니다. 여러 흥미로운 사례들을 접했고, 낯선 곳에서 해보는 조별 과제 또한 꽤나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되기에, 마케팅에 큰 관심이 없는 분이더라도 은근슬~쩍 권해보고 싶습니다!
5. IS 301 Foundations of Information System
개인적으로 본교 ‘경영정보시스템’ 과목의 심화 버전처럼 다가왔던 강의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같이 기업 경영 전반에 사용되는 정보 기술들에 대해 익히는 ‘강의 파트’와, 엑셀과 SQL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익히는 ‘녹화 파트’, 그리고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례를 분석해보는 ‘Exercise 파트’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익숙치 않은 내용이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흥미로웠고, 해당 분야에선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독일 기업들의 기술 활용 사례를 수업과 기업 연사 특강을 통해 접해보는 경험은 분명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수강했던 과목들 중에선 워크로드가 비교적 하드한 편에 속했지만 응당의, 혹은 그 이상의 보람을 주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6. Marketing Management Decisions
무엇보다 교수님의 쫀득한 수업 내용 전달력이 강하게 기억에 남는 강의입니다. 한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까지 무엇을 고려하며 어떠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지를 짜임새 있게 정리해 주셨습니다.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마케팅 관련 지식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알찼던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은 기말고사만 치러지며, 지엽적인 내용보단 전체 흐름을 잡아간다는 생각 갖고 공부하시면 좋습니다!

<기숙사 관련 후기>
먼저 기숙사 신청입니다. 봄학기 파견 교환학생 기준으로 전년도 11~12월 정도에 만하임 대학교 측에서 안내 이메일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안내된 신청 시간(독일 현지와의 시차를 잘 고려할 것!)에 맞춰 메일에 첨부된 링크로 들어가 신청 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때 입주 날짜, 기숙사별 지망 순위, 방 종류, 인적 사항 등을 기입하시게 됩니다.
기숙사 신청 시에는 흔히 웰컴 키트라고 불리는 ‘starter package’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냄비, 프라이팬, 접시, 도마를 포함한 기본적인 식기구들로 구성된 정착용 키트로 110유로의 추가 요금이 부담됩니다. 매우 저렴한 가격은 아닐 수 있지만 초기에 발품 팔아가며 해당 물품들을 구비하기란 꽤 부담이 되는 일이므로 개인적으로 신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만하임 대학교의 학생 기숙사는 울멘벡(Ulmenweg), 하펜(Hafen), B7, 그리고 G7까지 총 4곳 정도입니다. 그 중 제가 배정되어 생활한 울멘벡의 장단점을 중심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울멘벡도 여타 기숙사처럼, 신청 시 플랫메이트들과 부엌,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는 방과 홀로 지내는 방, 이렇게 둘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23-봄학기 기준 한국인 교환학생의 90% 이상이 울멘벡에서 생활했습니다.)
울멘벡의 가장 큰 장점은 대형 식료품점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그것도 네 곳이나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비싼 외식 물가 탓에, 보통 기숙사에서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내로 나가지 않고 도보 5분 거리 내에서 싸고 좋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타지 생활 내내 큰 메리트로 다가옵니다.
또한, 교환학생들 간의 교류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단 한국인 교환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 교환학생들의 숫자도 가장 많고 기숙사 단지 내 행사나 파티에 대한 접근성도 가장 높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울멘벡은 만하임 다운타운(학교 건물)에서 걸어서 1시간, 트램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등교 시간에는 다른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에 비해 서둘러야 한다는 단점이 되지만, 시내 중심부보단 교외가 주는 장점이 전체적으로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보험 및 비자>
- 보험(TK Insurance)
독일 교환학생에게 보험 가입은 필수적입니다. 학생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TK, AOK 등으로 대표되는 독일 공보험, 그리고 마비스타 등의 사보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행정 처리 면에서도 손이 덜 가는 것은 공보험 쪽이지만 그만큼 사보험에 비해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게 됩니다. 자신의 재정 상황이나 선호하는 업무 처리 방식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엑스파트리오와 같은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만하임 대학교 포털이나 안내 메일에 적시되어 있는 각 보험사별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공보험 TK에 가입하였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내 담당자와 직접 컨택하는 방식이다 보니, 문의 사항이나 위급 상황에 대해 연락을 드렸을 때 Expatrio를 통해 가입한 분들보다 신속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보험사에 관계 없이 파견교 도착 이후에도 실질적인 보험 서비스 시작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몇 가지 더 존재합니다. 계좌 개설 및 연동, 주소 등록, 보험 카드 수령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급적이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가능한 빨리 마무리하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급작스럽게 병원 진료를 봐야 하는 경우나, 비용 없이 가다실 접종(총 3차 접종)을 귀국 전까지 최대한 많이 완료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더욱, 미루지 않고 신속히 절차를 완료하시길 바랍니다.
- 안멜둥(Anmeldung)부터, 레지던스 퍼밋(Residence Permit)까지!
길고 긴 행정 처리의 첫 단추는 안멜둥입니다! 전입신고에 해당하는 이 과정은 만하임의 주민센터에 해당하는 K7(주소)에서 입독 이후 14일 이내에 완료하셔야 합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권, 안멜둥 신청서, 집주인 거주 확약증. 상기 서류들을 모두 준비하셨다면, 방문 전에는 Termin이라 불리는 사전 예약이 필수적입니다. K7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그와 동시에 당일 방문 시 본인의 대기번호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무사히 안멜둥을 마치셨다면, 가장 까다로운 단계인 Residence Permit으로 넘어갑니다. 거주 허가는 별도의 테어민을 잡고 방문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서류들을 봉투에 담아 K7 우편함에 넣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Residence Permit 서류 목록: 여권 사본, 거주허가 신청서, 만하임 대학 등록증명서, 계좌 잔고 증명서, 보험 증명서, 여권 사진, 기숙사(숙소) 계약서, 안멜둥 확인증.) 위의 서류들은 거주허가 발급 이후 돌려받지 못하므로 꼭 원본이 아닌 사본을 제출할 것을 권고 드립니다.
서류 제출 시점부터 여권 위에 거주허가증을 발급받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개개인 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짧게는 몇 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경우까지 있을 수 있으니 이 역시 부지런하게 서류를 준비하여 제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하임, 그리고 주변 도시 여행>
유럽 교환학생의 특권은 역시 여행에 있어 다양한 주변 국가 및 도시로의 높은 접근성일 것입니다. 이미 맘에 담아두셨을 법한 굵직한 여행지들 외에, 인상 깊었던 여행지들을 몇 군데 적어보았습니다.
- 마인츠(독일): 만하임에서 s반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샤갈의 유작인 푸른 스테인드글라스가 놓인 성 슈테판 성당, 이재성 선수가 출전하는 축구 경기, 독일 마을 특유의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구시가지를 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인츠 시립 극장에서 현지 어르신분들에 섞여 오페라 공연을 관람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 뉘른베르크, 밤베르크(독일): 뮌헨과 함께 바이에른의 대표 지역으로 꼽히는 두 곳입니다. 지역 특색을 담은 맥주와 소시지, 고기 요리로 유명한 만큼 식도락 여행에 최적화된 곳이기도 합니다. 낮에는 산 위의 고성과 강가를 낀 구시가지를 거니시다가 해가 질 때 즈음 인기 있는 양조장에 들어가셔서 맥주 한 잔, 생각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 베르히테스가덴(독일) or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 악명 높은 물가의 스위스에 가지 않고도, 훨씬 저렴한 경비로 알프스 산맥을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여행지 두 곳입니다. 깊은 산골짜기와 더불어, 조용하고 아름다운 호수 마을과 유람선을 선호하는 분께는 베르히테스가덴을, 만년설로 데려다 주는 케이블카가 궁금한 분께는 인스부르크를 추천드립니다. (사람의 흔적이 많은 유적 및 도시 관광보다, 색다른 자연 풍경 접하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알맞습니다!)

<가져가면 좋겠는(x)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되는(o) 준비물>
필수적인 일부 물건들을 제외하면, 결국 짐 가방 구성을 결정하는 건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때문에, 현지에서 사용하며 ‘가져오길 잘 했다’보다는 ‘안 가져왔으면 큰일 났겠다’라고 생각케 했던 준비물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 1~2인용 전기 밥솥
차지하는 부피 때문에 출국 직전까지 고민했던 물건입니다. 다만 돌이켜 보았을 때, 소분하여 가져간 일주일 치 한국 쌀과 이 밥솥은 타지 적응의 일등 공신 중 하나였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익숙한 밥이 주는 든든함과 심리적 안정감은 꽤나 중요했습니다. 현지서 밥솥 구매를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높은 가격대, 밥의 질감 차이 등을 이유로 되도록이면 작은 크기의 한국 밥솥을 챙겨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전기 담요 혹은 전기 장판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에 비해 기온과 습도가 높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비교적 덜합니다. 하지만 그곳의 난방 시스템이 한국 보일러만큼의 만족도를 제공해줄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 두셔야 합니다. 특히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체감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기 때문에, 침대 위에 하나쯤 장만해 두셔야 오들오들 떨며 잠에 들 일이 없으실 겁니다. 몸이 추우면 괜시리 더 외롭고 힘들 수 있으니, 꼭 전기 담요가 아니더라도 온열 제품은 꼭 하나 넣어두시기 바랍니다!
- 소량의 현금(유로화)
현지 계좌를 개설하시기 전까지 소요되는 약 2주 간의 기간을 위해, 체크 카드 혹은 신용 카드와 더불어 적정량의 현금을 환전하여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계좌 개설 이후에도, 여행지나 일상 속에서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식당이나 상점을 방문할 일이 심심치 않게 생기곤 합니다. ‘약간의 비상금을 챙겨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챙겨 가시면 요긴하게 쓰일 구석이 반드시 생기니 꼭 챙겨 두세요!
비단 여행 뿐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변수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계획들은 틀어지기 일쑤였고, 예상대로 흘러간 날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습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마주할 때면 스스로의 서투른 모습이 아쉽기도 했지만, 각각의 과정들은 여러 배움과 경험치를 안겨주었습니다. 캠퍼스를 거니는 잠깐 사이 갖가지 언어가 들려올 때면,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섞여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음을 거듭 실감했습니다. 교환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은 전세계에서 온 학생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툭하면 해외 학생들과 식탁에 모여 앉아 각 나라의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도란도란 서로의 문화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들은 기억에 특히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대화와 경험을 통해 직접 겪었던 ‘다양성’의 모습은 글이나 생각으로만 접했던 그것보다 훨씬 뚜렷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자극들 속에서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과 자신이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해 건강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은 교환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