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1 신임교원 인터뷰] “경영학의 저변을 보라” 송희찬 교수, 욕망과 성찰로 묻는 경영학의 본질
[2026-1 신임교원 인터뷰]
“경영학의 저변을 보라” 송희찬 교수, 욕망과 성찰로 묻는 경영학의 본질
2026년 1학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 새롭게 부임한 송희찬 교수는 조금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업과 시장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의미’에 주목하는 그의 연구는 불교와 경영학을 연결하며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아시아 여러 사찰에서의 장기 현장연구를 통해 삶과 조직을 함께 탐구해 온 그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지식보다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영학의 저변을 다시 묻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교수님께서는 불교와 경영학을 접목한 독특한 연구를 하고 계신데요. 처음에 이 주제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와, 연구를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불교 조직 자체를 연구하면서 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연구를 시작한 뒤, 여러 스님들께서 “불교 공부도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 주셨고, 그 계기로 박사과정 시절 일본 교토에 머물며 불교를 더 깊이 접하게 됐습니다. 이후 일본 스님들의 소개로 태국 불교를 접했는데, 그곳에서 수행과 제도, 조직이 매우 발전해 있는 모습을 보며 연구 관심이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에는 태국에서 교수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동시에 승려 생활을 경험하면서 불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연구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실제 삶의 방식으로서 불교를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이후에는 학교의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 중국 윈난성, 베트남, 라오스, 최근에는 부탄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현장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불교와 경영학을 연결하는 연구도 점차 구체화되었습니다.
경영학은 결국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이 일을 왜 하는가’, ‘의미는 무엇인가’, ‘책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이미 철학에서 오랫동안 탐구해 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 가치 역시 본질적으로는 철학적 개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적 토대는 경영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불교는 인간과 조직을 바라보는 매우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제게 특별한 지적 흥미를 주었습니다.
Q. 교수님은 아시아 여러 국가의 사찰에서 장기 현장연구(ethnography)를 진행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예상 밖의 발견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장연구는 연구 대상이 있는 공간에 직접 들어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 일부가 되어보는 방법입니다. 불교와 사찰을 연구하는 저에게는 실제로 승려의 삶을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몰입도 높은 연구 방식이었습니다. 경영학에서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인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방법론으로 자리 잡아온 접근이기도 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한국에서 수행하는 한 스님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입니다. 여러 차례 요청 끝에 어렵게 20분의 시간을 얻었고, 연구자로서는 중요한 기회를 잡았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주 앉고 보니 스님은 끝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저 역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차를 마시며 침묵 속에서 20분을 함께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불편해서 땀이 날 정도였고, 결국 아무 자료도 얻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바로 그 침묵 자체가 중요한 데이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다면 애초에 저를 만나지 않았을 텐데, 시간을 내어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던 셈입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의미, 그리고 불교가 언어 너머의 방식으로도 무엇인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태국에서 한 스님과 나눈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화입니다. 저는 경영학에서 지속가능성을 당연히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는데, 그 스님은 오히려 “왜 인간의 지속을 당연하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든 것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지속 자체에 대한 집착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관점이었습니다. 다소 급진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대화를 통해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온 개념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결국 이런 경험들은 불교가 침묵, 욕망, 집착 같은 문제를 통해 경영학이 놓치기 쉬운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게 현장연구는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아니라, 익숙한 개념을 낯설게 다시 보게 만드는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Q. 일반적으로 경영학은 기업과 시장을 다루는 학문으로 인식되는데, 교수님 연구처럼 종교·문화·철학이 경영학에 어떤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면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전제로 하고, 그것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욕망 자체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중립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에 있습니다. 불교는 그 근원에 있는 인간의 욕망 자체를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불교 역시 욕망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돌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관조하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명상과 같은 실천은 자신의 욕망을 더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줍니다. 결국 우리는 왜 일하고, 왜 성과를 추구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놓치기 쉬운데, 이러한 철학적 접근은 그 ‘빠져 있는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저는 불교를 하나의 종교라기보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다루는 하나의 ‘practice’로 봅니다. 이런 관점은 앞으로 경영학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보완적 통찰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은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어떤 분위기와 배움을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또 학생들이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특히 얻어가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자기 성찰(self-reflection)’을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통찰을 잘하지만, 또 경험이 없어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이를 촉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수업에서는 토론이나 에세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요즘은 ChatGPT 같은 기술 덕분에 지식이나 정보 자체는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경영학에서 다루는 여러 콘텐츠 역시 시대와 환경에 따라 계속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이 그때그때의 정보나 기술만 따라가기보다, 그 저변에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떤 방향으로 삶과 커리어를 꾸려갈 것인가’를 스스로 질문해보는 일입니다. 교수의 역할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학생들이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자기 삶의 방향타를 세울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새로운 정보 몇 가지를 얻어가는 것보다,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힘을 얻어가기를 바랍니다. 수업이 그런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많은 학생들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교수님의 연구 주제와 연결하여, “잘 산다” 혹은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한마디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어떤 방향이 옳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잘 산다’거나 ‘좋은 리더가 된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기준이 정말 자기 자신의 깊은 성찰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부모나 사회, 시장의 기대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멈춤과 공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단순한 힐링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잠시 멈춰 서서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 ‘왜 이 길을 가려고 하는가’를 진지하게 묻는 일입니다. 불교가 주는 통찰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바깥의 기준을 좇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욕망의 방향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충분한 숙고를 거친 사람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할 때 눈빛이 다르고, 그 선택에 자기만의 이유와 밀도가 담겨 있습니다. 반대로 성찰 없이 주어진 성공의 기준을 좇는 삶은,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잘 산다는 것,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정해진 답을 따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본 뒤 그 위에서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 시절은 그런 질문을 가장 진지하게 던져볼 수 있는 드문 시기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너무 빨리 답을 정하려 하기보다,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자기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2026.03.24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