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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Italy] Turin University 2015-2 김인년

2016.06.23 Views 3907 경영대학

2015-2 교환학생 체험수기
Turin University, Torino, Italy
2011120250 김인년
안녕하세요 2015년 2학기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김인년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차고 멋진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교환학생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라는 국가의 사람들과 문화가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며, 특히 이탈리아라는 국가 자체가 가지는 특징으로 인해 초기에는 적응이 힘겹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다음에 토리노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는 분들이 적응하고 생활하는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제 경험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날짜에 관련된 내용은 ‘2학기 파견’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출국 전 준비
 출국 전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학생비자를 받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들의 경우 대사관에서 온라인 비자 발급 서비스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탈리아는 필요한 서류를 들고 직접 한남동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비자 발급과 주한 이탈리아대사관과의 전투가 출국 전 준비과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힘듭니다. 비자는 최소한 출국일 한달 전 이상의 여유를 두고 신청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그 이유는
  1.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짧은 시간 동안만 비자 신청을 받는데,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의 인력부족으로 창구가 하나만 있습니다. 학기 중의 시간에 방문하면 대기자가 적은 편이라 금방 비자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많이 출국하는 7,8월이 가까워질수록 비자를 신청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아침에 매우 일찍 가지 않는 이상 3~4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건 기본이고 아예 업무시간이 끝나버려 비자 신청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2. 비자 신청 구비서류를 엄청나게 까다롭게 봅니다. (사실 오프 더 레코드로 이야기하면, 담당자 기분에 따라 바뀝니다) 까다롭게 보는 날의 경우 서류가 원본이냐 사본이냐 같은 사소한 것 가지고도 트집을 잡아 비자 신청 접수를 거부하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첫 시도 만에 비자를 신청할 수 있겠지만 구비서류 문제로 여러 번 대사관을 방문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출국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골치가 아파지는 거죠
저 같은 경우 출국 3주전 급하게 비자를 발급받느라 매우 스릴 넘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비자를 성공적으로 발급받으셨다면, 가장 큰 산을 넘은 셈입니다. 출국날짜를 기다리며 천천히 짐 싸시면 됩니다.
간혹 대사관에서 한국에서 가입한 국제보험으로 비자 발급은 가능하지만, 이탈리아에서 거주허가증을 받기 위해선 이탈리아 국가보험에 따로 가입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냥 한국에서 들어간 보험으로 거주허가증 신청했습니다. 토리노 대학교 국제실에 이 문제를 물어봤는데 ‘그게 무슨 소리요’하는 반응인걸로 보아 대사관 측이 과잉반응 하는 것 같습니다.
2. 토리노 도착 후 행정처리
토리노에 도착하고 난 뒤에는 Infopoint라는 곳을 방문해 도착 신고를 해야 합니다. Infopoint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거주허가증 발급을 비롯한 제반 업무를 도와주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토리노 대학 경영&경제학부의 국제실을 방문해서 토리노에 도착했음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한가지 주의하실 점은, 처음 토리노에 도착하여 토리노대학을 찾아가기 위해 구글지도에 Turin University를 검색하면 Via Po 거리에 있는 Turin University가 검색되는데, 이 건물은 고려대로 치면 고려대학교 ‘본관’으로 경영대가 아닙니다. 대학이 캠퍼스 부지를 소유하고 그 안에 모든 학과건물이 있는 한국과는 달리 토리노 대학은 본관을 비롯한 각 단과대가 토리노 사방에 흩어져있습니다. 때문에 반드시 본인의 소속대학을 밝히고 Infopoint에서 정확한 위치정보를 얻어 가셔야 합니다.
 이제 국제실과 Infopoint의 도움을 받아 거주허가증 신청 및 수강신청 등의 행정업무를 처리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탈리아라는 국가의 특성상 관공서나 사무실의 일 처리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리고, 오후 1시까지 일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11시 반에 더 이상 대기자를 받지 않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매우 많이 일어납니다. 항상 일찍 일어나셔서 관공서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일을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돌아다니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한 번 갈 것 두 번 가고 금요일에 끝낼 수 있는 걸 월요일까지 기다리게 됩니다.
 추가로, 7,8월은 여름휴가 시즌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도시 전체가 거의 유령도시가 되어버립니다. 관공서와 학교 국제실은 물론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버스 운행이 중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8월 말에 도착했었는데, 그저 조용한 도시인줄 알았던 토리노가 9월이 되는 순간 시끌벅적한 대도시로 변모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구글지도가 타고 가라고 안내해 주는 버스가 휴가로 노선이 없어지거나 대체노선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토리노에 도착한 첫날 임시숙소로 타고 가야 할 버스가 휴가로 운행하지 않는데 그걸 모르고 2시간 동안 기다리다 이를 이상히 여긴 이탈리아인에게 구제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3. 생활
 개인적으로 느낀 토리노의 치안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사람들도 대체로 친절한 편이며, 토리노 자체에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에선 항상 소매치기를 경계하는 것이 좋고, 재래시장 거리인 Porta palazzo나 집시거주지역의 경우 현지인들도 밤에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종합하면, 현지인들도 잘 안가는 위험구역 몇몇을 제외하면 크게 위험하진 않습니다. 전 술 먹고 새벽 1시 되어서도 잘 돌아다녔습니다.
 주거문제의 경우, 토리노 대학은 교환학생에게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자취방을 구하듯 방을 구해야 하며 출국 전에 방이 구해진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지에서 발로 뛰며 방을 알아봐야 할 경우 토리노 대학의 안내를 통해 그 때까지 거주할 임시숙소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날아오는 이메일을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토리노 도착 후 방을 구할 경우 교환학생 등록을 완료한 후 대학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서비스인 Spotello di casa를 이용할 수 있으니 해당 사무실을 방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방값은 한국에 비해 싼 편입니다.
 물가는 굉장합니다. 스위스에서 바게뜨빵 하나 사먹을 돈으로 여기선 소고기 스테이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요리해 먹을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인간의 서비스가 들어갈 경우에는(밥을 사먹거나 머리를 자르거나 하는) 한국보다 매우 비싸며, 그렇지 않고 직접 요리해 먹을 경우 한국보다 값싼 식재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한국의 질소과자에 불만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봉지 가득 들어있는 감자칩이 얼마나 양이 많은지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기타 다른 재화들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국음식점은 Toriko라는 곳이 한군데 있으며, 그 외에 한국식재료를 파는 가게는 없습니다. 다만 Porta Palazzo쪽 차이나 타운에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아시아 음식점이 있는데 거기서 물엿 등의 동양 식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어의 측면에서, 이탈리아인들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합니다. 대학생들이나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매우 잘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서민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며, 숫자 정도만 영어로 셀 수 있는 정도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간단한 이탈리아어 기초회화 정도는 배우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4. 학교 생활
 토리노 대학은 고려대학교의 KUBA나 KUBS Buddy 같은 교환학생을 지원하는 버디제도가 전혀 없습니다. 대학생들이 사적으로 만든 단체가 있는 듯 한데,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교환학생들이 직접 찾아가야 하는 느낌입니다. 때문에 학교 내부 시설이라던가 도서관 이용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주어지지 않고, 쓰고 싶다면 스스로 어떻게 쓰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도서관의 경우 고려대의 학생증처럼 ID카드가 필요한 듯 했지만 사서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아무런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교수님들은 다들 영어를 잘 하는 편이지만 이탈리아 억양이 섞여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업 듣는 데 살짝 곤란할 수가 있습니다.
토리노라는 도시 자체가 한국인이 별로 없는 도시이며, 대부분 직장인들이거나 Polytechnico라는 토리노 대학과는 별개의 공과대학 학생들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토리노 경영대학에 한국인은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때문에 만약 경영대 프로그램으로 혼자 파견을 가셨다면, 본인이 적극적인 성격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지 않는 이상 조금 심심할 수 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토리노 한인 커뮤니티 그룹이 있으니 그곳에서 토리노의 한인 분들께 도움을 구하거나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저는 운 좋게 중국인, 일본인 그룹(이상하게 다들 한국인을 좋아했더랬습니다(…))을 만나 같이 다니며 이탈리아 친구들을 사귀고, 토리노에 사는 한인 분들께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15년 2학기 토리노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얻었던 경험들입니다. 토리노는 제게 정말 행복한 기억들이었고,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사실 써놓고 보니 단점 위주로 써놓은 것 같지만, 저 다음으로 토리노로 가게 될 분들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비하여 더 즐거운 교환학생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에 문제점 위주로 쓴 것임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