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학기에 싱가포르에 있는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NUS)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정민영입니다. 경영대 교환학생 협정교들 중에서 가장 많은 TO를 보유한 학교답게 앞으로도 가장 다수의 학생들이 NUS로 교환학생을 떠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덕에 준비과정, 생활, 수업 등에 대한 정보를 다른 학생들보다 수월하게 얻을 것이고 이는 초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경영대를 비롯한 정말 많은 수의 고려대 선배님들이 싱가포르에 계시면서 교우회를 운영하시고 후배들과의 멋진 자리를 주선해주셔서 생각보다 훨씬 알찬 생활을 하고 오실 여지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업뿐만 아니라 진로를 비롯한 다양한 조언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까지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에 제출해야 할 서류들과 입금해야 할 내역들이 다소 많습니다. 학생비자를 발급받는 일이라던가 기숙사를 신청하고 기숙사비를 내는 등,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으로 인정받고 생활하기 위한 여러 절차들이 있는데 고려대 국제실에서 신경써서 챙겨주시기도 하지만 스스로 알아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감일자에 닥쳐서 본인도 우왕좌왕하게 되고 다른 관계자 분들을 번거롭게 하는 것보다 같이 교환학생을 떠나는 학생들과 카톡방을 사전에 만들어서 함께 도우며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같이 떠나는 학우들이 많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로 소통을 많이 하면서 미리 준비하면 준비과정이 그다지 어렵진 않을 것입니다. 특히 기숙사는 선착순 접수로 알고 있는데 U-Town 내의 기숙사로 신청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출국 전에 어떤 것을 챙겨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는 굉장히 습하고 덥기 때문에 얇고 짧은 옷들 위주로 챙겨가되, 두껍고 긴 상의와 팀플 발표시 입을 깔끔한 옷들도 꼭 챙기셔야 합니다. 실외는 굉장히 덥지만 캠퍼스 내의 열람실이나 강의실은 반대로 엄청 춥습니다. 전기세가 감당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에어컨을 아주 빵빵하게 틀어주니 이에 대한 대비는 꼭 하시기 바랍니다. 발표 시에는 보통 깔끔하게 입는 것을 학생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흰색 셔츠와 검은 바지 정도를 기본적으로 챙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생필품들은 굳이 챙겨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삼삼오오 모여서 인근 대형 마트에 가는 것이 보통이기에 그 곳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는 물품 위주로 챙기긴 했습니다. 첨언하자면 기숙사에는 베개와 이불, 침대보가 없습니다. 모든 교환학생들이 마트에 가서 꼭 사는 물품 중에 하나입니다.
무조건 챙겨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물품은 공유기입니다. 기숙사 내에서 공유기 사용이 허용이 되지 않는 걸로 규정을 알고 있는데 거의 모든 학생이 사용하고 실질적인 규제가 없습니다. 와이파이가 기숙사 내에 터지긴 하지만 사용을 못 할 정도로 미약하기에 꼭 사서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권사진을 최근에 찍은 걸로 준비해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Student pass라고 싱가포르의 학생 비자와 관련된 신분증에 들어가는 사진을 구비하셔야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최근에 찍은 사진이어야 했습니다. 없으면 거기서 7SGD를 내고 찍어야 되는데 대충 플래시 터뜨리고 뽑아 내는 사진에 그 돈을 내야 하는 강매를 당하니 아주 짜증이 났습니다. 출국 전에 이쁘게 찍어서 갖고 가세요.
수업 정보
제가 들었던 수업에 대해 말씀 드리기 전에 저는 이중전공이 사학과입니다. 교환학생 가기 전에 경영대 학점을 거의 이수했던 터라 국제실에 연락을 미리 드려 양해를 구하고 나서 사학과 수업을 주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경영대 수업에 대한 정보는 많이 드릴 수 없으나 혹여 사학과 이중전공인 학우분께는 나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수기에서는 경영대 수업의 정보가 많으니 거기서 참조하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1. Strategic Management
우리 학교 ‘경영전략’으로 학점 인정 받을 수 있는 과목입니다. 팀플 2번에 개인 과제 2개가 주 평가 기준이었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참 좋아하시던 교수님이 맡은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들은 5개의 수업 중 가장 영어를 알아 듣기 힘든 수업이었습니다.
2. Cold War in East Asia
한국인 교수님이셔서 수업을 넣었는데 공교롭게도 고려대 사학과 출신의 선배님이셨습니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서양 열강들간의 냉전에 대해 다루는 동시에 동아시아 내부에서 이념 대립에 의한 갈등의 역사를 다룬 수업이었습니다.
3. The U.S.: From Settlement to Superpower
수업명에서 알 수 있다시피 미국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수업이었습니다. 시대별로 대표적인 역사적 이슈에 대해 굉장히 깊게 배웠는데 워낙 유명한 사건들이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있진 않았습니다.
4. Introduction to Business History
Business History이긴 하지만 시대별로 딱딱 끊어서 수업이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특정 상품이 어떻게 그 시대를 대표하게 되었는지 사회, 경제, 정치적 배경들을 풀어주시고 전달하는 식의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5. Asia and the Modern World
아시아 지역에 대한 역사를 국가별/시대별로 비교하면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교수님의 의중은 인접 국가들간의 상호 관계와 역사적 연결고리에 집중하면서 현재까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학생들이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꽤나 많은 국가들과 역사적 인물의 등장, 정치적 사건들로 공부하는 것이 굉장히 벅찼던 수업이었습니다.
총 5개의 수업을 들었고 그 중 네 개의 수업이 사학과 수업이라 경영대 학우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많은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경영대 수업으로 채우진 않고 중국어나 기존에 관심 있는 분야의 수업을 1, 2개씩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굉장히 예외였던 케이스인 동시에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던 것 같습니다. 사학과 수업은 홀수 주 또는 짝수 주마다 튜토리얼이라는 토론형 수업이 있는데, 그 때마다 약 30페이지 가량의 자료를 읽고 가서 제 생각을 전달해야 합니다. 물론 소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그것을 지적하는 이는 드물지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시험과 과제의 서술 분량이 길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엄청난 양의 작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에게 열리는 경영대 수업이 생각보다 한정적이나, 심화전공자일 시 대부분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되, 제2외국어 수업 또는 다른 학과의 수업을 1, 2개정도 같이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처럼 문과대학의 수업이 주를 이루는 것만 피하신다면요.
여행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의 몇 되지 않는 장점 중 하나는 인근 동남아 지역으로의 여행이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을 가더라도 여행은 할 수 있지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괜찮은 여행지들을 둘러볼 수 있는 점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학과 수업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발리밖에 다녀오지 못했지만, 경영대 수업이 주를 이루는 시간표를 가진 학생들은 돈만 있다면 발리를 비롯해 태국,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등 온갖 곳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고로 돈을 어느 정도 모아서 가신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동남아시아 정복을 하고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생활
개인적으로는 싱가포르 내에서 놀러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날씨는 덥고 물가는 비싸고 음식은 입에 맞지 않고 경치는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사실 싱가포르 자체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리안 특유의 싱글리쉬는 정말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오죽하면 NUS 교수님들도 “싱글리쉬를 알아듣는 다면 세계 어디서든 영어로 대화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 수 없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그래도 싱가포르 친구들은 우리나라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순수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NUS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입학의 문이 좁고 험난해서 공부밖에 하지 않는 친구들이고 학업이 빡빡한 탓인지 음주가무를 즐기는 경우도 드뭅니다. 대신 K-Culture에 대한 관심은 정말 높아서 이를 주제로 대화를 풀어나가면서 그들과 어울리면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겁니다. 특히 KCIG라는 한국문화동아리는 NUS 내에서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고 한국인 교환학생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아리가 학우 분들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학기 초반에 참여해서 그들과 어울려보고 소통하는 시간은 생활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대체로 캠퍼스 내에 있었습니다. U-Town 내의 스타벅스 또는 열람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던가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식으로 시간을 주로 보냈습니다. 경영대를 포함한 전체 고대 학생들이 26명이나 됐기에 다같이 어울리진 못했고 따라서 싱가포르에 적응하고 생활해 나가는 방식들도 다들 달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떠날 분들 모두가 어떤 분이든 잘 적응하리라 생각합니다.
환전에 대해서는, 저 같은 경우에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DBS 은행 계좌를 만들어서 송금을 받는 식으로 생활을 했습니다. 환율을 매번 따져서 조금씩 여러 번 인출하는 것은 유의미한 이득을 안겨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수료가 더 들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별로 본인에게 유리한 부분을 알아보셔서 각자에게 맞는 환전 방법을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핸드폰은 유심칩만 바꿔서 삽입하면 됩니다. 대표적인 통신사 두 개가 있습니다. 스타허브와 싱텔이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아무거나 쓰셔도 무관합니다. 그리고 교통카드는 이지링크 카드가 있는데 교내에서 인쇄하실 때 이 카드로 인쇄하니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켄트리지 MRT역에서 평소에 좀 넉넉하게 넣어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들 익히 들으셨고 기대하시는 바가 모두 있을텐데, 아무래도 학점에 대한 부담이 한국에서의 그것보다는 덜할 것이기에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상당히 편한 생활을 하고 오실 수 있습니다. 마음 맞는 외국인 친구 또는 한국인 친구를 만드시고 수업에는 최소한의 성실성만 보이신다면 큰 문제 없이 좋은 생활 하고 오실겁니다.
NUS
NUS는 싱가포르를 넘어서 아시아에서 최상위의 평가를 받는 유명한 대학입니다. 이를 NUS소속원들은 스스로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는 동시에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서 처음에는 되려 반감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수업 때 보고, 들었던 그들의 역량이 사실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느끼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아 내가 그래도 이런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네.’라고 긍정적인 최면을 걸면서 넘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고려대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부분들이 결코 헛되거나 어디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학교 크기는 정말 큽니다. 정확한 면적은 모르지만 고려대 캠퍼스는 귀엽게 보일 정도로 크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또 그에 걸맞는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이 점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고려대도 화정체육관과 녹지운동장, 아이스링크장이 있어서 괜찮지만 지리적으로나 그 시설의 숫자에 있어 NUS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았고,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학교를 위해 중앙광장 스포츠센터 건립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우회
앞서 살짝 언급했다시피 싱가포르의 교우회는 오랜 기간 많은 선배님들의 노력으로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싱가포르에 있는 많은 모교 후배들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수많은 교환학생들이 그 분들을 거쳐갔고 싱가포르 생활에 대한 이해가 높으신 분들이기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가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생활하다 보면 한국 음식이 그립기도 하고 위안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 때 선배님들이 기꺼이 큰 힘이 되어주시고 격려를 해주십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챙겨주시니 꼭 먼저 연락드려서 찾아뵙고 좋은 시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교환학생, 특히 싱가포르 가서 아프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프고, 아프지 않는 것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 관리에 유의하면서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갈 때 감기 및 몸살약, 지사제, 소염제, 진통제 등 기본적인 의약품을 꼭 챙기셔서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하시길 추천합니다.
기대한 것과 달라 실망할 수도, 기대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실 수 있을텐데 즐거운 일들이 더 많기를 바라면서 수기를 마치겠습니다.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에 제출해야 할 서류들과 입금해야 할 내역들이 다소 많습니다. 학생비자를 발급받는 일이라던가 기숙사를 신청하고 기숙사비를 내는 등,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으로 인정받고 생활하기 위한 여러 절차들이 있는데 고려대 국제실에서 신경써서 챙겨주시기도 하지만 스스로 알아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감일자에 닥쳐서 본인도 우왕좌왕하게 되고 다른 관계자 분들을 번거롭게 하는 것보다 같이 교환학생을 떠나는 학생들과 카톡방을 사전에 만들어서 함께 도우며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같이 떠나는 학우들이 많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로 소통을 많이 하면서 미리 준비하면 준비과정이 그다지 어렵진 않을 것입니다. 특히 기숙사는 선착순 접수로 알고 있는데 U-Town 내의 기숙사로 신청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출국 전에 어떤 것을 챙겨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는 굉장히 습하고 덥기 때문에 얇고 짧은 옷들 위주로 챙겨가되, 두껍고 긴 상의와 팀플 발표시 입을 깔끔한 옷들도 꼭 챙기셔야 합니다. 실외는 굉장히 덥지만 캠퍼스 내의 열람실이나 강의실은 반대로 엄청 춥습니다. 전기세가 감당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에어컨을 아주 빵빵하게 틀어주니 이에 대한 대비는 꼭 하시기 바랍니다. 발표 시에는 보통 깔끔하게 입는 것을 학생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흰색 셔츠와 검은 바지 정도를 기본적으로 챙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생필품들은 굳이 챙겨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삼삼오오 모여서 인근 대형 마트에 가는 것이 보통이기에 그 곳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는 물품 위주로 챙기긴 했습니다. 첨언하자면 기숙사에는 베개와 이불, 침대보가 없습니다. 모든 교환학생들이 마트에 가서 꼭 사는 물품 중에 하나입니다.
무조건 챙겨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물품은 공유기입니다. 기숙사 내에서 공유기 사용이 허용이 되지 않는 걸로 규정을 알고 있는데 거의 모든 학생이 사용하고 실질적인 규제가 없습니다. 와이파이가 기숙사 내에 터지긴 하지만 사용을 못 할 정도로 미약하기에 꼭 사서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권사진을 최근에 찍은 걸로 준비해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Student pass라고 싱가포르의 학생 비자와 관련된 신분증에 들어가는 사진을 구비하셔야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최근에 찍은 사진이어야 했습니다. 없으면 거기서 7SGD를 내고 찍어야 되는데 대충 플래시 터뜨리고 뽑아 내는 사진에 그 돈을 내야 하는 강매를 당하니 아주 짜증이 났습니다. 출국 전에 이쁘게 찍어서 갖고 가세요.
수업 정보
제가 들었던 수업에 대해 말씀 드리기 전에 저는 이중전공이 사학과입니다. 교환학생 가기 전에 경영대 학점을 거의 이수했던 터라 국제실에 연락을 미리 드려 양해를 구하고 나서 사학과 수업을 주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경영대 수업에 대한 정보는 많이 드릴 수 없으나 혹여 사학과 이중전공인 학우분께는 나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수기에서는 경영대 수업의 정보가 많으니 거기서 참조하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1. Strategic Management
우리 학교 ‘경영전략’으로 학점 인정 받을 수 있는 과목입니다. 팀플 2번에 개인 과제 2개가 주 평가 기준이었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참 좋아하시던 교수님이 맡은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들은 5개의 수업 중 가장 영어를 알아 듣기 힘든 수업이었습니다.
2. Cold War in East Asia
한국인 교수님이셔서 수업을 넣었는데 공교롭게도 고려대 사학과 출신의 선배님이셨습니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서양 열강들간의 냉전에 대해 다루는 동시에 동아시아 내부에서 이념 대립에 의한 갈등의 역사를 다룬 수업이었습니다.
3. The U.S.: From Settlement to Superpower
수업명에서 알 수 있다시피 미국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수업이었습니다. 시대별로 대표적인 역사적 이슈에 대해 굉장히 깊게 배웠는데 워낙 유명한 사건들이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있진 않았습니다.
4. Introduction to Business History
Business History이긴 하지만 시대별로 딱딱 끊어서 수업이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특정 상품이 어떻게 그 시대를 대표하게 되었는지 사회, 경제, 정치적 배경들을 풀어주시고 전달하는 식의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5. Asia and the Modern World
아시아 지역에 대한 역사를 국가별/시대별로 비교하면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교수님의 의중은 인접 국가들간의 상호 관계와 역사적 연결고리에 집중하면서 현재까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학생들이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꽤나 많은 국가들과 역사적 인물의 등장, 정치적 사건들로 공부하는 것이 굉장히 벅찼던 수업이었습니다.
총 5개의 수업을 들었고 그 중 네 개의 수업이 사학과 수업이라 경영대 학우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많은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경영대 수업으로 채우진 않고 중국어나 기존에 관심 있는 분야의 수업을 1, 2개씩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굉장히 예외였던 케이스인 동시에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던 것 같습니다. 사학과 수업은 홀수 주 또는 짝수 주마다 튜토리얼이라는 토론형 수업이 있는데, 그 때마다 약 30페이지 가량의 자료를 읽고 가서 제 생각을 전달해야 합니다. 물론 소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그것을 지적하는 이는 드물지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시험과 과제의 서술 분량이 길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엄청난 양의 작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에게 열리는 경영대 수업이 생각보다 한정적이나, 심화전공자일 시 대부분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되, 제2외국어 수업 또는 다른 학과의 수업을 1, 2개정도 같이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처럼 문과대학의 수업이 주를 이루는 것만 피하신다면요.
여행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의 몇 되지 않는 장점 중 하나는 인근 동남아 지역으로의 여행이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을 가더라도 여행은 할 수 있지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괜찮은 여행지들을 둘러볼 수 있는 점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학과 수업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발리밖에 다녀오지 못했지만, 경영대 수업이 주를 이루는 시간표를 가진 학생들은 돈만 있다면 발리를 비롯해 태국,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등 온갖 곳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고로 돈을 어느 정도 모아서 가신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동남아시아 정복을 하고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생활
개인적으로는 싱가포르 내에서 놀러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날씨는 덥고 물가는 비싸고 음식은 입에 맞지 않고 경치는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사실 싱가포르 자체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리안 특유의 싱글리쉬는 정말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오죽하면 NUS 교수님들도 “싱글리쉬를 알아듣는 다면 세계 어디서든 영어로 대화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 수 없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그래도 싱가포르 친구들은 우리나라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순수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NUS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입학의 문이 좁고 험난해서 공부밖에 하지 않는 친구들이고 학업이 빡빡한 탓인지 음주가무를 즐기는 경우도 드뭅니다. 대신 K-Culture에 대한 관심은 정말 높아서 이를 주제로 대화를 풀어나가면서 그들과 어울리면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겁니다. 특히 KCIG라는 한국문화동아리는 NUS 내에서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고 한국인 교환학생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아리가 학우 분들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학기 초반에 참여해서 그들과 어울려보고 소통하는 시간은 생활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대체로 캠퍼스 내에 있었습니다. U-Town 내의 스타벅스 또는 열람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던가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식으로 시간을 주로 보냈습니다. 경영대를 포함한 전체 고대 학생들이 26명이나 됐기에 다같이 어울리진 못했고 따라서 싱가포르에 적응하고 생활해 나가는 방식들도 다들 달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떠날 분들 모두가 어떤 분이든 잘 적응하리라 생각합니다.
환전에 대해서는, 저 같은 경우에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DBS 은행 계좌를 만들어서 송금을 받는 식으로 생활을 했습니다. 환율을 매번 따져서 조금씩 여러 번 인출하는 것은 유의미한 이득을 안겨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수료가 더 들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별로 본인에게 유리한 부분을 알아보셔서 각자에게 맞는 환전 방법을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핸드폰은 유심칩만 바꿔서 삽입하면 됩니다. 대표적인 통신사 두 개가 있습니다. 스타허브와 싱텔이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아무거나 쓰셔도 무관합니다. 그리고 교통카드는 이지링크 카드가 있는데 교내에서 인쇄하실 때 이 카드로 인쇄하니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켄트리지 MRT역에서 평소에 좀 넉넉하게 넣어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들 익히 들으셨고 기대하시는 바가 모두 있을텐데, 아무래도 학점에 대한 부담이 한국에서의 그것보다는 덜할 것이기에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상당히 편한 생활을 하고 오실 수 있습니다. 마음 맞는 외국인 친구 또는 한국인 친구를 만드시고 수업에는 최소한의 성실성만 보이신다면 큰 문제 없이 좋은 생활 하고 오실겁니다.
NUS
NUS는 싱가포르를 넘어서 아시아에서 최상위의 평가를 받는 유명한 대학입니다. 이를 NUS소속원들은 스스로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는 동시에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서 처음에는 되려 반감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수업 때 보고, 들었던 그들의 역량이 사실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느끼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아 내가 그래도 이런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네.’라고 긍정적인 최면을 걸면서 넘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고려대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부분들이 결코 헛되거나 어디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학교 크기는 정말 큽니다. 정확한 면적은 모르지만 고려대 캠퍼스는 귀엽게 보일 정도로 크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또 그에 걸맞는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이 점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고려대도 화정체육관과 녹지운동장, 아이스링크장이 있어서 괜찮지만 지리적으로나 그 시설의 숫자에 있어 NUS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았고,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학교를 위해 중앙광장 스포츠센터 건립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우회
앞서 살짝 언급했다시피 싱가포르의 교우회는 오랜 기간 많은 선배님들의 노력으로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싱가포르에 있는 많은 모교 후배들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수많은 교환학생들이 그 분들을 거쳐갔고 싱가포르 생활에 대한 이해가 높으신 분들이기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가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생활하다 보면 한국 음식이 그립기도 하고 위안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 때 선배님들이 기꺼이 큰 힘이 되어주시고 격려를 해주십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챙겨주시니 꼭 먼저 연락드려서 찾아뵙고 좋은 시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교환학생, 특히 싱가포르 가서 아프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프고, 아프지 않는 것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 관리에 유의하면서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갈 때 감기 및 몸살약, 지사제, 소염제, 진통제 등 기본적인 의약품을 꼭 챙기셔서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하시길 추천합니다.
기대한 것과 달라 실망할 수도, 기대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실 수 있을텐데 즐거운 일들이 더 많기를 바라면서 수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