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2012년 2학기 교환학생 경험보고서
ESC Rennes, France
이승연
교환학생을 다녀온 지 한 학기가 지나 후기를 쓰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날 만큼 프랑스에서의 4개월은 후회 없는 한 학기였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교환학생에 가게 된 저는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대학교 3학기 다닌 내가 뭘 알기나 할까,’ ‘같이 가는 분들이나 다른 나라에서 오는 친구들도 다 나이가 많겠지,’ 라는 걱정들과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교환학생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 행복하고 유익한 한 학기를 보내고 왔습니다. 오히려 이른 나이에 새롭고 다른 것을 접하고 경험한 것이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이나 크게 본다면 삶에 큰 이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을 신청하기 전에도 그랬지만, 학교가 실제로 정해지고 나서 선배들의 체험후기들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체험후기도 부족하지만 ESC Rennes 으로 떠나실 학우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국 전
프랑스는 비자를 받기 까다로운 나라로 소문이 났습니다. 하지만 미리미리 준비하고 신청한다면 reject없이 잘 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실 까다롭기보다는 느리다는 표현이 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1~2주면 나오는 미국비자에 비해 인터뷰/지문등록 시점부터 길게는 한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니 출국날짜 전에 차질 없이 받을 수 있도록 빨리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인터뷰 당일 버스를 잘못 타서 한 시간이나 늦는 끔찍한 경험을 했는데요, 운이 좋아서 또 다른 한 분과 따로 둘이서 면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라면 그룹으로 여러 명이 들어가서 인터뷰를 본다고 합니다. 소수정예 면담이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더 많이 하고 질문도 마음껏 하고 면접하시는 분께서 도움이 되는 책도 주셔서 오히려 더 좋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니 여러분은 늦지 마세요)
학교에서 오는 메일은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들은 주로 수강신청 메일, 숙소관련 메일 등이 있습니다. 수강신청은 인터넷으로 프랑스 시간에 맞춰서 하는데 한국처럼 전쟁터가 아니니 여유를 가지시고 등록하시면 됩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수강신청 기간이 지나면 한번 등록한 강의는 뺄 수는 있지만 바꾸거나 더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현지에 도착해서도 거의 정정이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목과 강의계획서만 보고는 모르는 강의들이 많겠지만, 다 거기서 거기니 수강신청으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ESC Rennes은 기숙사가 없기 때문에 숙소를 구해야 합니다. 혼자의 힘으로 구할 수도 있지만, 학교에 도움을 신청하면 괜찮은 가격대에 괜찮은 숙소를 구해줍니다. 선착순인 것 같으니, 빨리 답장하세요. 종류는 낮은 가격부터 높은 가격대로 프랑스 정부 기숙사, shared flat, residence, home stay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저는 Gare근처 shared flat에 머물렀는데, 월 275유로(수도세, 전기세 등 기타 비용 모두 포함)의 좋은 가격으로 괜찮은 곳에서 머물렀습니다. Shared flat은 각 방이 있고, 부엌과 화장실, 욕실을 세~네 명이 공용하는 형태입니다. 가격 외에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본인의 경제상황과 선호도를 잘 고려해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통학시간은 30~40분 정도였고 시내에서 크게 멀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을 원하신다면 Kennedy쪽의 집을 구하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도착 후 생활 정보-프랑스 렌
렌은 학생도시로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아 도시 분위기가 밝습니다. 교환학생의 비율도 높고 도시 규모도 작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학우들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8월부터 12월까지의 날씨는 꽤 추웠습니다. 비가 자주 오지만 심하게 퍼붓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 우산 없이 모자를 뒤집어 쓰고 다니다 보면 곧 그치고, 비를 맞는 것도 익숙해집니다. 많은 학생들이 렌의 단점으로 우울한 날씨를 꼽는데, 더운 날씨라면 질색이었던 저에겐 오히려 만족스러운 날씨였습니다. 아침~오후엔 쨍쨍한 햇빛도 있고, 바람도 선선하게 붑니다. 일교차는 크기 때문에 밤엔 추워집니다. 전기장판 꼭 가져가세요. 여름 반바지, 민소매 티는 거의 소용 없으므로 한 벌씩이면 충분합니다.
도착해서 생활하다 보면 경험으로든 들어서든 알게 되겠지만, 유용한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가게들은 거의 일요일에 문을 닫고, 점심시간을 철저히 지키므로 12시~2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은행은 월요일에도 문을 닫습니다. 두 번째로 핸드폰은 Free mobile을 추천, 또 추천 합니다. 무제한 통화, 문자, 인터넷(3G)까지 한 달 19.99유로로 저렴하게 이용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이고 해지 시에도 직접 우편을 부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짧은 시간 이용할 교환학생들을 위한 핸드폰 플랜으로는 제격입니다. 세 번째로 아시안 마켓은 있지만 한국 마켓은 파리에나 가야 있으므로 정말 그리울 것 같은 먹거리가 있다면 가져가세요. 개인적으로 미숫가루와 볶음밥을 해먹을 수 있는 밥이X, 고추장 등의 먹거리가 유용했습니다. 젓가락도 가져가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껌은 터무니없이 비싸니 챙겨서 나쁠 것 없습니다. (흡연자라면 담배도 많이 가져가시길..) 마지막으로, 학교 밖에서는 불어가 90% 쓰이기 때문에, 간단한 회화수준이라도 불어 공부 열심히 하세요. 이곳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짜고짜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보단 더듬더듬 불어로 물어보는 외국인들에게 훨씬 더 친절하답니다. 은행, 우체국, 기차역, 슈퍼마켓, 레스토랑…모두 불어입니다.
ESC Rennes Business School-학교생활
학교는 경영대학 단과대로 건물은 campus1, campus2 총 두 개가 전부입니다. 한국의 대학들처럼 캠퍼스의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나름의 조그만 귀여움이 있습니다. 학교 안의 student hall에는 웰컴팀 오피스와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업은 교환학생들끼리 듣는 수업이 대부분이고, 몇몇 수업만 프랑스 현지 학생들과 함께 듣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프랑스학생들과 듣는 수업이 하나도 없어서 처음에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같은 교환학생들과 자주 보고 수업을 듣는 것이 친구 사귀기에도 더 좋고, 영어를 쓰는 데에도 전혀 부담감이 없어서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에 대해 말해보자면, 오히려 영어권 친구들이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오기 때문에 영어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은 주로 일주일에 한 번인 대신 한번에 3~4시간입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중간고사가 없는 대신 큰 프로젝트들이 꼭 있고, 기말은 모두 서술형입니다. 한 학기 수업을 들으며 느꼈지만, 우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의 수업들은 참 훌륭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프랑스 학생들이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기를 원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좋은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한국도 한국이지만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학교는 학생이든 교수진이든 외국인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도 두 분 계시는데, 비록 수업을 듣지는 않았지만 교수님 연구실을 방문하여 좋은 이야기도 듣고 저녁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KUBA와 같은 Well’come team이 주최하는 여러 이벤트들이 있는데,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몽생미쉘에 간 것이 기억이 남습니다. 웰컴팀 버디프로그램이 있다고는 하는데 저는 한 학기 내내 누가 버디인지 모른 채 지냈습니다. 하지만 웰컴팀 친구들은 다들 친절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면 됩니다. 주로 놀러 다니는 곳은 republique나 saint-anne 근처이고, 예쁜 공원도 있고 소소한 카페, 맛있는 레스토랑도 많습니다. 또, 학교의 각종 association(동아리)이 주최하는 open bar가 있는데, 파티를 좋아한다면 꼭 가보세요. 시끄럽고 정신 없는 파티가 싫다면 house party도 재미있습니다. 학기 중간에 International Day도 있는데, 학사일정과 딱 겹치는 바람에 완전히 한국을 나타내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신다면 BDS라는 곳에서 주최하는 여러 스포츠 동아리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한 학기 동안 프랑스 친구와 함께 테니스를 배우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중했던 한 학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개월의 교환학생은 정말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교환학생을 ‘돈 낭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각자가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한 학기를 같이 보낸 4명의 한국인들과 같이 보낸 추석,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올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잔뜩 차려주었던 저녁식사,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보낸 미국 Thanksgiving day, 미국인 룸메이트가 초대했던 American style breakfast 등 즐거웠던 일들은 물론, 7명의 다른 국적의 학생들과 서로 다투었던 골치 아픈 팀 프로젝트, house party에서 도난 맞아 경찰서를 갔던 일 등 힘들었던 일까지 그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교환학생의 큰 특혜 중 하나인 여행의 기회도 잘 살리면 유럽이나 프랑스 곳곳 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프랑스만 여행했는데, 혹시 프랑스를 구석구석 자주 돌아보실 분들은 ‘프랑스 레일 패스’를 한국에서 구입해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에서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비록 한 나라이지만 도시마다 분위기가 달라 재미있었고, 주말에는 렌에서 가까운 곳들로 기차를 타고 놀러 가기도 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인내심과 삶의 여유였습니다. 한국, 특히 서울의
바쁜 속도에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 느리다 못해 정말 속이 터지는 속도의 프랑스 문화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게으르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의 실수는 웃어 넘기는 팍팍하지 않은 프랑스인들의 마음씨가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는 스펙이나 학점에만 매몰되어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에 바빠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저에게, 조금은 느릴 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며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국제실에 감사 드리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한 한 학기 되세요^^.
※ 사진은 첨부파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