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경험보고서
European Business School, Germany
2012-2학기 파견
한성경
1. 사전준비
(1) 보험, 비자
재정증명서에 관해서는 저보다 다른 파견 학생의 보고서를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저의 경우, 운 좋게 교환학생 대상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장학금 수혜 증명서로 재정증명서를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장학금 증명서가 없는 경우 재정증명을 하는 방법이 꽤 복잡하니, 다른 분의 수기를 꼭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보험은 EBS에서 추천해주는 회사들이 있는데, 저와 대부분의 학생들은 Caremed에서 보험을 들었습니다. 수학 학기에 따라, 그리고 몇몇 조건들에 따라서 월별 납부금액이 조금씩 다릅니다. 저의 경우에는 월별로 보험금을 내지 않고 한꺼번에 납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U지역에서 무비자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출국 전까지는 비자에 대해 달리 신경쓰실 것이 없습니다. 90일이 넘어가기 전에 학교에서 비자 신청하는 것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도와줍니다. 학교에서 제시하는 서류만 잘 작성하여 제출하면 비자가 발급됩니다(정확히 말하면 비자라는 이름이 아닌 '거주확인증'을 발급해 주는데, 거의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프랑스 일부 국립박물관에서 여권에 찍힌 이 거주확인증이 비자가 아니란 이유로 할인을 거부당했던 적도 있습니다). 또 비자 발급 기간을 설정하실 때, 학기 종료 후 여행 일정도 감안하셔서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거주허가증은 통상적으로 학기가 끝나는 달에 딱 맞춰 기한이 제한되기 때문에, 여행을 위해 그 이상 연장을 원하실 경우, 대사관 등에 연락하여 방법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에는 기한이 초과되기 전에 귀국하였습니다.
(2) 기타 준비사항
거주하시게 될 숙소에서 어떤 가구들을 제공하는지를 미리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의 경우, 기본적 식기나 그릇 등을 가지고 갔는데, 제 플랫에서 이미 다양한 식기도구와 웬만한 가구들을 다 제공하고 있어서 전혀 필요가 없었습니다. 꼭 가지고 가야 하는 물건으로는 전기장판, 여행 때 사용할 멀티어댑터(독일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220V이지만 여행시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짧은 여행 때 사용할 큰 백팩이나 작은 캐리어 등입니다.
2. 학교 소개
European Business School(EBS)은 독일의 얼마 안 되는 사립대학교 중 하나로서 197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독일의 국립대학들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거의 전부 정부에서 지원해주지만, 사립대학들은 한국의 대학교들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등록금을 받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지 학생의 말에 따르면 한 학기 등록금이 1000만 원 조금 안 되는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립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으며, 이는 EBS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를 다니시다 보면 이 학교 학생들의 생활 습관 등으로부터 그것을 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BS라는 이름의 사립대학교가 사실 런던에도 하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이트 검색하거나 기타 자료 검색 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본 캠퍼스는 Frankfurt 근처의 Oestrich-Winkel(오스트리히 빙켈) 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현지학생들은 주로 본인 자가용을 타고 등교하며, 교환학생들은 근처 Wiesbaden(비스바덴)이라는 중소도시에 거주하면서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통학하거나, 아예 Oestrich-Winkel에서 자취하며 생활합니다.
EBS는 본래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경영 전문 College이지만, 최근에(몇 년도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Law School도 Wiesbaden에 설립하여 운영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영대 건물들에 비해 로스쿨은 신설되어 그런지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 편입니다. 다만 로스쿨의 교수진이나 수업의 질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EBS는 한국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한 학교일 것입니다. 독일 내에서도 일반인들에게 학교 이름을 대면, 모르는 사람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대학생들, 또는 경영전공자들에게 EBS는 꽤 높은 메리트를 가진 학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독일 내 경영대학 평가 중 3위 안에 드는 학교가 Manheim 대학교의 경영학과, WHU, 그리고 EBS라고 합니다. 이 세 학교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영학과 중 하나라고 현지 학생이 제게 설명해주었습니다. 학교의 자부심 때문에 어느 정도 부풀려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국제기관의 평가에서 꽤 높이 평가되고 있고, 경영학 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높은 희망순위 안에 든다고 합니다. 다만 말씀 드렸듯이 모두 독일 내에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외국에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EBS는 재무와 항공분야 수업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항공분야 수업이 유명한 이유는, 독일을 여행해 본 분들이라면 다 아실 법한 독일 항공사 Luft Hansa와 산학 협력을 맺어, Luft Hansa 장학생들을 따로 받고 있는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습니다. 항공과 전공수업은 매우 전문적이여서 교환학생이나 신입생이 듣기엔 꽤 난이도가 높게 느껴질 것이며, 최근에는 아예 수강 자격을 항공과 학생으로만 제한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재무 수업은 제가 두 개를 들어보았는데, 한국의 재무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집니다. 다만 아무래도 독일의 학교이다보니, 교수님께서 독일 내 기업들의 사례를 많이 들어주시는데, 한국과는 다른 유럽의 기업문화와 각종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EBS는 수업방식이 굉장히 실무중심적입니다. 실무로 나간 EBS 선배들이 매주 와서 특강을 해줍니다. 맥킨지, 베인 등 독일 내 컨설팅 회사, 제이피모건, 골드먼삭스 등의 투자은행, 도이치뱅크, 루프트 한자 등 각종 산업분야의 유수한 기업에서 선배들이 초빙되어 특강이 열립니다. 특강 후에는 간단한 다과 시간과 함께 실무진들과 직접 얘기하고 연락처를 주고받는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지만, 이건 교환학생들에겐 조금 먼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국제적인 기업이라도 독일지부에서는 독일어 가능자를 당연히 선호할 테니까요. 저는 특강에 세 번 정도 참여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선배들이 각자 몸 담그고 있는 기업의 실제 분위기, 문화, 그리고 갖춰야 하는 인성적 자질, 학생들이 놓치고 있는 직업적 특성 등 보다 '선배'다운 조언을 해주는 강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취업설명회였습니다. 독일에서도 마치 한국의 취업설명회같은 강연을 보는 것이 상당히 생소했습니다. 학생들은 기업의 전형 요구조건과 본교학생특채(?)에 대해 질문하는 등 취업 자체에 굉장히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만약 학구적이고 지식에 대한 순수한 열망이 가득한 유럽의 대학문화를 느끼고자 한다면 EBS는 그리 적절한 선택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독일의 다른 국립대학을 알아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중인 분과 연이 닿게 되어 투어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곳의 분위기는 굉장히 EBS와 다릅니다. 물론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철학, 물리학, 신학 등 순수학문 분야가 특별히 발전되어 있는 대학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독일의 일반적인 국립대학의 학생들은 말 그대로 '학문'으로서 그들의 전공을 대하고, 순수한 '학구열'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현지 유학하는 분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를 EBS에 대한 비교적 폄하가 아닌, 순수한 차이점으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EBS의 분위기는 보다 실무적일 뿐이며, 국립대학의 분위기는 다소 순수학문적일 뿐(물론 이도 학과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니 성급히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입니다. 이를 유념해주시고 수학하실 학교를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실무 중심의 수업이 낳은 또 한가지의 특징은, 교수님들 중에서 실무에서 근무하시다가 잠깐 초빙되어 오신 분들이 꽤 된다는 점입니다. 연구를 하며 학교에 오랜 기간 재직해오신 교수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교수님들과 연을 맺고 학문적 도움을 받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실무 교수님들은 강의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강의력 측면에서나, 세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부분에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수업은 보다 현실을 더 잘 반영하고, 직접 근무하면서 겪은 사례를 풍부하게 들어주시기 때문에 수업이 좀 더 경영의 시대적 흐름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학교 선택 시 유념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EBS는 모든 학생들의 교환학생 파견이 의무입니다. 따라서 전교생이 2학년 즈음해서 전국 각지로 교환학생 파견을 갑니다. 현재 제가 알고 있는 EBS와의 교환학교 협정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KAIST로 알고 있으나, 학기마다 그 TO가 변경되어 매번 볼 수 있는 한국학생들이 달라집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Business School은 Oestrich-Winkel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캠퍼스는 크게 Schloss(슐로스)캠퍼스와 Burg(버그)캠퍼스로 나누어집니다. 둘 다 '성'이라는 비슷한 뜻의 독일어인데, 캠퍼스는 전혀 성이 아닙니다. 슐로스 캠퍼스는 좀 더 큰 캠퍼스로, 거의 모든 경영전공 강의가 여기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학생식당, 학사관리부 및 행정부 건물 등이 여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버그 캠퍼스는 언어 수업을 위한 캠퍼스로, 아기자기한 건물입니다. 교환학생들은 의무로 독일어 기초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언어수업이 버그캠퍼스에서 이루어집니다. 둘 다 작은 마을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20-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3. 생활
(1) Housing
EBS에는 기숙사가 없습니다. 따라서 파견이 확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숙소 구하기에 신경을 써주셔야 합니다. 학생이 직접, 집주인과 계약을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영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EBS가 개입하여 계약에 도움을 줍니다. EBS Dorm이라고 EBS관리 하에 있는 학생 전용 기숙건물이 있습니다만, 기숙사 정도의 규모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냥 랜드로드가 일반 독일인이 아닌 EBS인 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주지역은 크게 Oestrich(오스트리히), Winkel(빙켈), Wiesbaden(비스바덴), 그 외 지역으로 나뉩니다. 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은 Oestrich입니다. 버그캠퍼스와 가장 가까우며, 슐로스와도 멀지 않습니다. 학기 중 중고 자전거를 구매하시는 경우 더 빠르게 통학할 수도 있습니다. 빙켈은 조금 더 먼 지역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통학한다면 괜찮은 조건입니다. 오스트리히와 빙켈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이 두 지역에서 집 구하기를 실패하신다면 비스바덴을 찾아보셔야 하는데, 비스바덴에서 거주하실 경우 기차를 이용해서 통학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실 것입니다. 기차로 20분 정도밖에 안 걸리지만, 이 지역에 기차는 한 시간에 딱 한 대(!)오기 때문에, 사실상 통학에 굉장히 불편합니다. 그래도 프랑크푸르트나 하텐하임 등의 지역에 비하면 비스바덴이 훨씬 낫다고 생각되니, 포기하지 마시고 비스바덴에서 열심히 집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BS의 Housing 담당인 Julia가 메일로 컨택하여 숙소를 구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데, 메일로 계약이 가능한 집들의 리스트가 있는 웹사이트가 한밤중에 갑자기 열립니다. Julia가 미리 웹사이트가 열리는 독일 현지 시간을 메일로 통보해 주는데 그 시간보다 웹사이트가 일찍 열리는 바람에, 집 구하기에 애를 먹은 학생이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 리스트를 미리 보고 마음을 정한 다음에 사이트가 열리면 바로 신청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이트가 열리면 그 때부터 집을 살펴봐야 합니다. 때문에 일단 리스트가 뜨면 오스트리히 빙켈 지역의 집들부터 살펴보시고, 인터넷 사용가능 여부, 월세 등을 살펴보고 빠르게 신청메일을 보내셔야 합니다. 수강신청을 방불케 하는 집구하기 이벤트는 조금만 늦어도 원하는 집을 구하지 못할 확률이 꽤 높습니다. 월세는 주로 300~500유로 정도 되는데, 친구와 같이 살 경우 원당 단가가 내려가니, 가격이 중요한 요소인 경우 이 옵션도 고려하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라고 생각됩니다. 잘못하면 인터넷 쓰기 위해 한 학기 내내 학교 캠퍼스까지 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집 옵션에 와이파이 제공 여부가 포함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수업이 잦지 않고, 여행이 아니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EBS에서의 생활에서 인터넷은 여러모로 매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리스트에 있는 집이 모두 마감되어 집 구하기에 실패하신다면(생각보다 치열한 이벤트라서 빨리 마감됩니다)줄리아와 개인적으로 컨택하면서, 직접 집을 찾아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독일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계약 조건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고생을 치를 수도 있으니, 최대한 줄리아 리스트에서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2)마트
오스트리히 빙켈 주변에는 크게 REWE, NETTO, ALDI 세 마트가 있습니다. 세 마트 모두 슐로스와 버그 사이에 있어서 이 부근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접근성이 좋습니다. 빙켈쪽에 REWE가 하나 더 있고, 에리카라는 새로 생긴 마트도 있습니다. REWE는 상품군이 가장 다양하지만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고, ALDI는 상품군은 다양하진 않지만 가장 가격 조건이 좋습니다. ,Netto는 그 중간입니다. rewe는 aldi에 비한 가격적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ja'라는 PB라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ja의 상품군은 aldi와 가격이 똑같습니다. rewe가 이런 식으로 가격적 약점을 커버하기 때문에, REWE를 가장 선호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직접 생활해보면서 품목별로 선호하는 마트를 결정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독일의 물가를 말씀 드리자면, 원재료는 굉장히 싸고, 인건비가 추가되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집니다. 때문에 과일, 채소, 유제품 등은 질이 상당히 좋으면서도 우리나라에 비해 굉장히 싸기 때문에, 저도 여기서 과일과 유제품류를 즐겨 먹었습니다. 하지만 외식비, 교통비 등은 굉장히 비싼 편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주로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합니다. 직접 요리를 하면 플랫메이트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고, 홈파티를 열어 더 많은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으므로 이점이 많습니다.
4. 수강신청 및 수업시간
EBS의 수업은 한국처럼 매주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매주 그 스케줄이 바뀝니다. 따라서 늘 포털에 접속하여 그 주의 시간표와 수업 장소를 확인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업 현장에서 근무와 겸하여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이 많기 때문에, 시간표가 교수님의 편의에 맞추어 특정한 시간에 다 몰아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할 경우에는 한 학기 내내 수업이 없다가 시험직전 한 주에 7~8시간씩 강의를 몰아서 하는 교수님도 계십니다. 수강신청 전에 꼭 이런 사항들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수강신청은 편하게 이루어집니다. 미리 교환학생들에게 수강가능수업목록들을 메일로 보내주기 때문에, 거기서 찬찬히 살펴보고 선택하시면 됩니다. 한국에서처럼 클릭전쟁이 아니고 배정인원도 넉넉하기 때문에, 며칠 시간을 두고 과목을 선택하고 지우는 것을 반복하며 신중히 결정해도, 원하는 과목을 못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EBS는 기본적으로 ECTS 학점제를 사용하며, Module이라는 특별한 제도가 있습니다. 모듈은 과목 2개 정도를 같이 묶어 한꺼번에 수강하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과목이 특정 모듈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모듈에 속하는 모든 강의를 전부 들어야만 학점이 인정됩니다. 보통 같은 주제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예를 들면, 한 과목은 이론 공부, 한 과목은 그를 활용한 케이스 연습 등). 보통 과목당 3credit이기 때문에, 한 모듈을 수강하면 총 6credit을 듣는 셈입니다. 제가 한 학기 동안 수강한 모듈 및 과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안은 실제 수업을 진행 하신 교수님들입니다)
(1) Finance III (Prof. Dr. Ferdinand Mager; Prof. Jan Mutl , PhD; Prof. Dr. Nico Rottke FRICS)
이 모듈은 수업이 'Corporate Finance' 한 개로만 구성되어 있어, 3credit 입니다. 팀플이나 발표 없이 이론수업만 진행하다가 기말시험 100%로 성적을 평가합니다. 강의의 절반은 기업재무에 대해 배우고, 나머지 절반은 Real estate에 대해서 배웁니다. 나머지 2~3번의 수업은 Guest Session 형식으로, 각 분야 실무자들이 초빙되어 특강을 진행합니다. 난이도는 한국의 기업재무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2) Elective Banking and Capital Markets (Dr. Puriya Abbassi)
본 모듈은 두 개의 수업 'Elective Banking and Capital Markets'과 'Money, Banking and Financial Market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영전공 중 정확하게 대응하는 수업을 잘 모르겠는데, 같은 교재를 쓰는 것으로 보아 아마 경제학과 전공수업 '화폐금융론'과 가장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융기관의 역할, 원리와 자본시장 및 각종 리스크에 대해 폭넓게 배우며, 경제학적 이론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경영학보다는 좀 더 경제학에 닿아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수업은 조를 구성하여 두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점수에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이틀 동안 세미나 형식으로 열 조 정도의 프레젠테이션을 연속으로 듣습니다. 시험은 기말고사 100%로 평가되며, 수업시간에 충실하시고 복습을 잘 하신다면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
(3) Elective Innovation Management (Dr. Maximilian Bode; Dr. Christoph Ernst Wolfgang Georgi; Dr. Matthias Handrich)
본 모듈은 두 개의 수업 'Lecture Innovation Management'과 'Case Study Innovation Management'로 구성되어 총 6credit 입니다. 첫 번째 수업은 innovation에 관한 다양한 이론 등을 학습하고, 두 번째 수업에서는 배운 이론을 토대로 각자 주제를 배정받아 조별로 프레젠테이션을 2회씩 하는 수업입니다. EBS에서는 이렇게 하나의 수업에서 이론을 배우고, 다른 수업에서 발표나 실제 케이스 공부를 하는 식의 모듈이 많이 있습니다. 발표 50%, 기말고사50%로 반영되며, 시험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암기과목입니다.
(4) Elective Strategic Planning (Prof. Dr. Diane Isabelle Robers)
본 수업은 'Strategic Analysis and Concepts'과 'Consulting Workshop'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시 6credit 입니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전략에 관해 기본적인 이론을 학습하고, 두 번째 수업은 이틀 동안 집중적인 가상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첫째 날에는 부여된 주제의 대상 기업에서 실무 임원진이 초빙되어, 각 기업의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주고 과제를 부여하며, 둘째 날에는 조별로 부여된 과제에 대해 전략을 구상하고 피티를 제작하여 임원진 앞에서 발표함으로써 실제 컨설팅을 연습합니다. 접해본 적 없는 수업방식이 새롭게 느껴졌고, 특히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하는 팀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학생들을 상대로 가상 연습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 평가가 전혀 박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본인의 팀이 구상한 전략에 대해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평가는 이 프레젠테이션과 기말시험이 절반씩 반영되며,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4) Business German
정규 학기 시작 전 일주일간 교환학생들은 의무로 Business German0, 즉 German Intensive Course를 수강하여야 합니다. 학기가 시작되면 이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선택적으로 Business German1을 들을 수 있는데, 독일어 수업에서 교환학생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 대부분이 Business German1도 선택하여 수강하곤 합니다. 수업 분위기는 한국의 어린이 대상 어학학원 정도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활동과 게임을 통해 기초 독일어를 가르쳐주며, 이 과정에서 교환학생들끼리 사이가 돈독해지곤 합니다. 학기 전 진행되는 Intensive course는 Listening comprehension과 Writing Exam이 각각 반영되고, Business German1은 프레젠테이션과 Writing Exam으로 평가됩니다. 발표도 어렵지 않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만 시험에 나오므로, 수업에 충실하셨다면 좋은 결과를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5. 여행
앞서 언급한 것처럼, EBS의 시간표는 매주 일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수업 자체가 잦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한 주가 아무 일정 없이 비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학생들은 주로 이런 때를 이용해서 학기 중에 여행을 다녀오곤 합니다. 딱히 수업을 무리하게 빼지 않더라도 시간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학기 중에 여행을 즐겼습니다. 한 주 동안 수업이 빈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는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파리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3-5일 동안 Swiss Pass가 50%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것을 이용하여 3일 동안 짧게 스위스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학기가 끝나고는 런던, 오슬로 등 주변 국가를 다녀왔고, 학기 중 틈틈이 당일치기로 독일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였습니다. 여행은 교환학생에서 반드시 빠지면 안 될 소중한 경험입니다. 공부 적당히 하시고, 여행 부지런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저가 항공과 각종 프로모션을 노리고, 각 나라에 파견되어 있는 인맥도 동원하여 숙소 문제도 해결하는 등 최대한 알뜰하게 다녀오신다면, 가장 싸면서도 가장 가치 있는 여행을 하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나고, 겪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보다 넓은 세상을 마음껏 돌아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6. 교환학생
아무것도 안하고 돌아와도, 시험을 망치고 돌아와도, 친구를 생각보다 많이 못 사귀더라도, 어떠한 경우더라도 '안가는 것' 보다는 나은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나중에 곱씹어 볼 수 있는 경험일 것입니다. 하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시기 바랍니다. 독일어 하나도 모른 채 버스를 잘못 타서 외딴 시골마을에 떨궈진 적도 있었고, 여행하다 소매치기 당할 뻔도 했고, 카풀하다가 봉변당할 뻔 했던 것 등 험하고 궂은 기억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취하는 집의 오븐으로 매일 친구와 함께 베이킹을 하며 밤새 수다를 떨고, 독일에서 제일 크다는 놀이공원도 가보고, 각종 축제도 가보았으며, 여행을 다니면서 더 놀랍고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고작 6개월 동안 동안 이토록 다양하고 값진 경험들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에게 타 국가에서의 수학이라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를 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과 장학재단, 그리고 많은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가서 많이 보고, 듣고, 놀라고, 웃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 사진은 첨부파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