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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Portugal] Catolica-Lisbon School of Business and Economics (CLSBE) 2018-1 이진원

2018.11.14 Views 2253 경영대학

안녕하세요. CLSBE에서 한 학기동안 교환학생으로 수학한 이진원입니다. 비자, 장학금, 짐 싸기 등의 준비사항들은 다른 체험수기에서 매우 상세하고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집은 출국 전에 빨리 구할수록 이득이라는 점입니다. 체험수기에 따라 가서 직접 보고 구하는 것이 낫다, 가기 전에 구하는 것이 낫다 등의 의견으로 갈리긴 하지만, 제 경험상으로는 어차피 집은 다 거기서 거기이고 웬만해선 그냥 살 수 있으므로 가기 전에 Uniplaces 등의 인터넷 중개사이트에서 먼저 구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출국 전에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가서 보고 구하지 뭐, 라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갔다가 집을 못 구해서 한동안 숙박업소를 전전하며 안타까운 생활을 면치 못 하였습니다. 싸고 좋은 방들은 교환학생들이 입국하는 시기인 1월에 거의 다 나가므로, 방 구하는 것을 미루다가 저처럼 성냥으로 가스렌지 불 붙이는 낡은 아파트에 비싼 값으로 들어가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방에 창문이 없었습니다.
사실 체험수기 4페이지를 의무적으로 써야지만 학점을 인정해준다고 하기 때문에 준비사항을 생략하니 쓸 말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수강신청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CLSBE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수업들은 출석체크를 합니다. 옆 학교 Nova School of Business에서는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고 하니 워라밸이 중요하신 분들은 Nova로 지원하실 것을 제안 드립니다. 수강신청은 CLSBE 자체 포탈에서 선착순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신속한 클릭을 요구합니다. 수강신청 전 주에 자세한 방법이 적힌 메일을 발신하므로 사전에 꼭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결코 안 그러시겠지만 저는 사실 그 메일을 제대로 안 읽어서 심지어 수강신청에 실패하였습니다. 학점 변환 비율은 3/5입니다. 5학점짜리를 들으시면 본교에서 3학점으로 인정됩니다. 저는 본교 기준 15학점을 계획하였으나 수강신청 실패로 12학점을 수강하였고, 한 과목은 F를 받는 바람에 9학점을 따고 돌아왔습니다. 추가로 돈을 내고 들을 수 있는 포르투갈어 수업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니 듣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1. Product and Customer Management: 전공선택 3학점짜리 마케팅 강의입니다. 제품과 고객이라는 강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마케팅의 모든 것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교수님이 투머치토커이시긴 하지만 열정적이고 똑똑하십니다. 다만 자주 수업시간을 넘겨서 늦게 끝내는 점은 고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시험은 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여 답안을 쓰셔야 합니다. 사실 저는 F 받을 줄 알았는데 교수님께서 자비로우시게도 P/F 기준선인 10점을 주셨습니다.
  2. Topics in Marketing: 광고론과 소비자행동론이 조합된 3학점 전공선택 강의입니다.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수업의 장점입니다. 수업도 그냥 ppt를 읽어 주시는 평범한 한국식 강의입니다. 다만 여러 번의 팀 과제와 발표가 있기 때문에 교환학기 워라밸 하락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 팀은 BBQ치킨을 포르투갈에 도입해보자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으나 큰 호응을 얻지는 못 하였습니다.
  3. Portfolio Management: 3학점짜리 전공선택 수업입니다. 투자론이라고 보시면 되며, Eikon이라는 재무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팀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업 내용이 너무 지루하고 다수의 팀 과제와 발표가 있기 때문에 재무에 특별한 관심이 있으신 것이 아니시라면 이 수업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시험을 너무 못 봐서 F 받을 줄 알았는데 역시 F 받았습니다.
  4. Business Strategy: 전공필수인 경영전략으로 대체되는 과목입니다. 본교의 경영전략 수업은 어렵기로 악명 높기 때문에 꼭 듣고 오시기 바랍니다. 분위기도 편안하고 조별 토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수업입니다. 출석을 매일 부르긴 하지만 제가 패스한 것으로 보아 출결이 성적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끔 불시에 에세이 테스트를 보기 때문에 결석한 날 이 시험이 있었다면 영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리스본에서의 교환학기를 준비하는 여러분께 어떤 의미 있는 정보를 드려야 할까 고민해보니 역시 학업 외 경험들에 관해 말씀드리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에 지원할 당시 제출한 학업 계획서에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다양한 학풍에서 공부해보고 싶어서 지원하였다고 서술하였지만, 사실 교환학기는 공부가 아닌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가는 것이 맞습니다. 저 또한 강의실 안 보다 밖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포르투갈에서의 교환학기란 전역 후, 졸업 전 제 인생에서의 마지막 재충전 기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전역 후 복학하여 학교에 다니면서 방향성의 부재와 극심한 번아웃으로 의욕을 잃어갈 때쯤 교환학기를 결정하였고, 이 때 주변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포르투갈이라는 국가를 선택하였습니다. P/F 평가 체계상 학업의 부담이 덜하다는 점은 부수적인 요인이었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 끝 작은 나라라는 신비감과 동경심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도시와 자연경관, 대서양의 햇살과 바다, 저렴한 물가와 정열적인 사람들 등의 조건은 저로 하여금 망설임 없이 이 나라를 선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포르투갈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으며 리스본에서의 한 학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나날들 중 하나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건물들과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리스본 대부분의 건물들은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 외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범한 동네 거리를 거닐어도 하늘색, 민트색, 아이보리색, 하얀색, 오렌지색 등 형형 색색의 건물들로 눈이 즐거워집니다. 아름다운 골목들이 리스본 특유의 언덕 지형 및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평범한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어 줍니다.
두 번째로 날씨입니다. 포르투갈에 오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 하였던 사실인데, 삶의 만족도의 50%는 날씨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쨍한 햇살 속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시간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학점을 꽉꽉 채워서 듣지 않으실 것이며, 성적부담 또한 없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많아지실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나날들이 될 수 있습니다. 일과후 마땅히 할 일이 없으실 때는 무작정 시내로 나가 하염없이 거닐거나, 도심 곳곳에 숨겨져 있는 뷰포인트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고, 강변에 누워서 햇살을 받으며 몇 시간이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로 맛있는 음식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들이 포르투갈에 있습니다. 에그타르트의 원조인 Pastel de Nata와 지중해 문어 요리인 Polvo a Lagareiro 라는 음식을 꼭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로 저렴한 물가입니다. 저는 목마를 땐 물 대신 맥주를 마셨습니다. 고기와 해산물, 채소와 과일, 유제품, 계란 등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비싼 품목들도 포르투갈에서는 거의 1/3 값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로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라틴 사람들 답게 정열적이고 게으르지만 매사에 긍정적이고 친근한 사람들입니다. 어디에서 누구와 대화하든 헌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본인 또한 가득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일곱 번째로 치안입니다. 포르투갈은 자타공인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치안을 자랑합니다. 소매치기나 강도의 위험이 가장 적고, 밤 늦게까지 대중교통이 있으며, 밤에 혼자 거리를 거닐어도 안전한 나라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이라는 지리적 특성입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비행기 또는 기차와 버스로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특히 모로코의 사막은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될 수 있으므로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고, 막상 이 수기를 제출하고 나면 다른 수많은 장점들이 떠올라 왜 빼먹었을까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리스본에서의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여행이었습니다. 학교 가는 길도 여행이었고, 장보러 마트에 가는 길도 여행이었고, 교환학기 동안 맺은 인연들과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 또한 여행이었습니다. 수기를 쓰다 보니 감상에 젖어 실질적인 정보나 조언은 드리지 못 한 것 같지만, 여러분들이 저와 마찬가지로 기적 같은 날들을 보내고 돌아오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메일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