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안녕하세요, 2018-1학기에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에 교환 학생으로 파견되었던 경영학과 16학번 이지윤입니다.
제 체험수기를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 크게 세 분류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교환학생 지원 여부를 망설이며 기웃기웃 여러 글들을 살피시는 분들, 교환학생을 가긴 갈건데 파견 국가를 고민하시는 분들, 그리고 덴마크 (혹은 북유럽 국가)로 마음을 정하고 관련 정보를 얻고자 하시는 분들 정도로 예상합니다.
교환학생을 통해서 스스로가 너무 많은 것들을 얻었기에, 이를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최대한 모든 독자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체험수기를 쓰고 싶습니다.
아마도 세 번째에 해당되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리라 사료되지만, 첫 번째에 해당되는 분들에게도 저의 글이 부디 의미 있는 전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먼저 덴마크 파견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정보들을 원하시는 독자 분들께,
[덴마크 비자 - Residence Permit]
덴마크 파견이 결정되신 분들은 이전 선배님들의 체험수기들과 최신 정보들을 담고 있는 블로그 포스트 등을 취합하여 비자 준비를 하게 되실 겁니다. 저 역시 준비를 하면서 모든 정보들을 한눈에 보기쉽게 정리한 단 하나의 완성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비자라는 것이 매년 조금씩 바뀌고, 또 스스로 충분히 관련 지식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기 때문에 최대한 스스로 여기저기 정보 탐방을 위해 애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자 발급을 위해 대사관에 제출할 것들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2018년 기준)
(1) ST1서류, (2) Enrollment letter, (3) Case order id 결제영수증, (4) 여권 복사본-컬러, (5) 여권, (6) 영문 잔고 증명서, (7) 여권사진 2장, (8) 현금 498,000원
순수 비자 발급 비용은 487,000원으로 카드 결제가 안됩니다. 또 제출한 여권을 등기를 통해서 다시 받아야 하기때문에 등기비 11,000원을 포함한 비용인 498,000원을 총 지불하시게 됩니다. 등기로 안받고 직접 여권 수령을 위해 다시 가려면 시간 지정이 복잡해집니다.
그 외에, 제가 실제로 헷갈렸던 부분들을 짚어 드리겠습니다.
1. 덴마크는 '비자'가 곧 '거주 허가( residence permit)' 입니다. 두개가 다른건지 헷갈렸는데 교환학생 목적으로 단기 체류할 저희 학생들은 그냥 두 개를 동일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덴마크는 애초에 우리나라와의 협정을 통해서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국가인데 90일 이상 체류하게 되는 경우에 한해 거주허가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교환학생인 저희들이 발급받게 되는 비자의 category 가 denmark-study residence permit 인 것입니다.
2. 여권 사본을 준비할 때 흑백이 아닌 컬러로 해야 하는 이유는 여권 페이지마다 인쇄된 페이지 번호를 선명하게 보이게 하기 위함입니다. 제 여권은 40매자리였는데 그 많은 양을 컬러로 인쇄하면 너무 비용이 커질 것 같아서 흑백으로 처음에 했었는데 헛 짓이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해보았는데 흑백은 전혀 페이지 번호가 인쇄되지 않으므로 무조건 컬러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40매 여권을 커버부터 전부 컬러 복사하게 되면 5천원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여권 사본 2부 준비하라는 말 저도 많이 보았는데 1부만 필요합니다.
3. 제가 비자를 발급발을 당시에는 덴마크 비자 관련 업무를 노르웨이 비자발급센터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소월로 단암빌딩 5층 / 노르웨이 대사관과 비자발급센터는 다릅니다.) 매년 비자를 담당하는 장소가 바뀐다고 하니 이것은 꼭 미리 전화로 확인을 하시고 방문하셔야 합니다. 추가로 저는 금요일 오전 10시에 면접을 보고, 서류를 내고, 비자 신청과 결제를 완료하였습니다. 면접은 덴마크 가는 이유를 간단하게 영어로 물어보는 정도로 언급된 모든 과정을 다 하는데 20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학교 - Aarhus University BSS]
1학기의 개강은 1월 29일이었고, 마지막 시험일을 종강으로 보았을 때 저는 6월 15일에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덴마크는 확실히 봄학기가 정말 깁니다. 저희 파견교였던 오르후스 대학교는 정말 자유롭습니다. 출석 확인도 일체 없고 모든 학업적 역량은 학생들 개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업 시수도 많지 않고 휴강도 잦습니다. 과제, 중간고사도 일체 없고 오직 기말고사 시험 하나로만 성적이 결정됩니다.
저 같은 경우도 2주간 부활절 여행을 다녀오니 이미 종강이 되어있는 수업도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배움이 있는 수업, 남는 것이 많은 꽉 찬 수업들을 추구하며 정말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내내 고려대학교를 다녔는데 오르후스 대학의 이런 자유로운 시스템에 정말 좋은 의미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어떤 학업적 성향을 갖고 계시든, 오르후스 대학의 이 자유로운 체계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섯 가지 수업을 들었는데 International marketing은 전공선택, strategy는 전공필수 과목으로 인정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두 과목은 비교적 한국식 수업과 비슷했다고 여겨집니다. 그 외에 수강한 과목들에 대해 아주 간략히 설명을 덧붙히겠습니다.
International labor markets - 경제학 수업인데 내용 자체가 매우 의미 있습니다. 시험이 자유주제로 팀을 이뤄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인 친구 한명과 함께 한일 양국의 모성 휴가 및 여성 노동 시장 비교에 대해 레포트를 작성했는데 같이 공부하면서 정말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외국인 학우와 매우 긴밀하게 협업하며 하나의 긴 글을 완성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정말 흥미롭고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유독 일본인 친구들을 교환학생 하면서 많이 사귀었는데 (덴마크와 일본의 국제관계가 그렇게 좋다는 것도 이 때 알았습니다. ) 실제로 교환학기 끝나고 일본에 가서 일본인 친구들을 모두 만나서 술 먹고 놀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팀플'이라는 말만 나와도 까무러치고 하물며 외국인이랑 같이하는 '팀플'이라면 혐오하시는 학우분들, 외국에 가서 그런 미운 마음들을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 본인을 해방시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Behavioral economics - 행동경제학 수업으로 수업 내용이 정말 하나하나 흥미로웠습니다. 이 수업의 시험 역시 학기말 레포트 작성이었는데 저는 nudge에 대해서 공공부문,사적부문으로 나누어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고려대학교의 대부분의 강의에서는 많은 양의 내용을 암기하고 중간과 기말고사 시험을 통해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보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과목 속에서 주제를 정해서 스스로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 보다 나은 평가의 방식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이라는 명목하에 작성하기 시작한 레포트였는데 이를 통해서 저 스스로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Aspects of denmark - 교환학생이라면 전부 듣는 교양 수업같은 것인데 저도 처음 두번 가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수업 역시 마지막에 작성한 시험 대체 레포트에서 저는 또 한번 제 스스로 작성을 하면서 배움을 얻었습니다. 흔히 학생들끼리 이야기하는 ‘꿀강’의 정의에 매우 부합하는 강의입니다.
[덴마크 생활]
1. 날씨: 덴마크의 겨울은 춥지만, 한국의 비정상적인 추위만큼 춥지는 않습니다. 다만, 바람이 무척 많이 불고 겨울에도 우박같은 비가 내려서 그 부분에서 조금 더 매섭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국보다 봄이 훨씬 늦게 찾아와서, 한국의 친구들이 샤랄라 봄 옷을 입을 때에도 저는 덴마크에서 털이 풍성한 점퍼를 입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당부드릴 점은 목도리와 장갑을 꼭꼭 준비해오시기 바랍니다. 겨울 시즌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많고 추워서 털모자가 정말 유용합니다. 5월부터는 날씨가 정말 최고로 좋아서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적당히 쾌적한 날씨가 계속됩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도 제가 원하면 긴 소매의 옷을 입어도 전혀 문제 없을 정도의 날씨였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해가 밤 10시나 되어야 집니다. 낮이 정말 길어져서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2. 교통: 저는 숙소가 학교에서 도보 30분 거리로 비교적 가까워서 걸어 다니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버스비가 무척 비싼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버스비를 내지 않고 탑니다. 저 역시 부끄럽지만 무임승차를 여러 번 했었는데 가끔 무서운 아저씨들이 검사를 하므로 괜히 불안한 못된 짓은 저처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버스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10회권 또는 한달권을 구매해서 승차할 때마다 1회씩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한 승차권당 2시간의 유효 시간이 있어서 환승은 무료라고 보면 됩니다. 자전거는 페이스북 중고 페이지를 통해서 10만원 정도에 구매를 했었는데 저는 나중에 잠금 장치를 안 걸어 두었다가 도둑 맞았습니다. 잠금 장치는 안전한 덴마크에서도 꼭 하셔야 합니다.
3. 데이터: 유심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처음에 주는 Lebara를 이용했는데 매달 top-up을 하시면 됩니다. 한 달에 30GB의 데이터를 주는데 17500원정도로 무척 쌉니다.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가시는 경우에는 로밍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로밍을 신청하는 것도 처음에만 몇 천원 정도 내시고 신청하면 끝입니다. 매 달 4GB의 데이터를 해외에서 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밍을 신청하게 되면 매달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등록된 카드로 자동 납부가 되는 auto-top-up이 자동으로 신청이 되는데, 이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 lebara측에서 중복으로 돈을 빼가는 경우도 있고 탑업이 이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는 마음을 침착하게 먹고 채팅을 통해서 고객센터와 연락을 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저런 문제들로 한 두번 도 아니고 거의 매달 Lebara 직원과 채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화가 아니라 채팅을 통해서 상담을 할 수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다음으로, 파견 국가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제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읊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덴마크를 선택한 저의 결정에 단 일의 후회도 남지 않습니다. 덴마크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고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영어를 그냥 완벽한 수준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전혀 언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한국과는 전혀 다른, 그 여유롭고 한적하면서도 소소하게 행복한 정서가 지배하는 덴마크에서의 생활에 저는 무척 만족하였습니다. 집 근처의 gym에 등록하여 매일매일 운동을 다녔고, 매일 하루에 하나 정도의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고, 시간만 나면 친한 친구 집에 놀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저는 늘 소비의 향락에 빠진 채 바쁘게 과외를 하며 돈을 벌던,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늪에 빠진 소녀였는데 덴마크의 휘게 라이프를 맛보고 그동안의 제 삶이 정말 행복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물가가 비싸서 전혀 외식을 하지 않는 삶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덴마크인의 일상입니다. 또 겨울이 길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또한 덴마크인의 삶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케아를 자주 들러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락하게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꾸미게 되는 일이 자연스러워집니다. 북유럽 인테리어와 북유럽의 주방 용품들이 발달한 이유를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활하는 공간의 주방에는 실제로 정말 거의 모든 재료와 용품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저는 베이킹이라는 새로운 취미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부지런히 요리를 해서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요리를 해본 시간들이었고 덕분에 요리도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에게 잡채를 몇 번이고 만들어줘서 잡채만큼은 눈감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의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한국인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이’라는 것에 맞추어서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순화해서 말하면 성숙해져야 하는 의무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살던 플랫의 덴마크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도 하고, 각자의 방을 투어하는 형식의 Tour de chamber 등을 했는데 92년생이든, 94년생이든 아무 스스럼 없이 코스튬을 입고 장난을 치며 같이 놀았습니다. 실제로 저의 친언니를 떠올려봤을 때, 파티에서 순수한 동심을 내뿜던 그 덴마크 친구들의 모습은 한국에서라면 절대 27살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습들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마음이 나이를 더 먹어간다고 해서 얼마나 늙을까요? 단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의 모습에 맞추어서 대충 어른인척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우리 모두 다 너무 순수한데, 그저 해맑게 웃고 떠들고 놀면 행복해지는 사람들인데 그 어른으로서 간직하고 있는 순수함을, 한국 사회에서는 자유롭게 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슬펐습니다. 저는 제 플랫 친구의 집인 코펜하겐에서 하루 묵게 된 날이 있었는데 그 때 만났던 친구의 어머니와도 그저 한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나보다 나이가 무척 많은 어른을 만나 뵈면 덜컥 긴장이 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을텐데, 덴마크에서는 그저 모두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환학생 자체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체험수기에서 정말 자주 등장하는 흔한 말이지만, 그래서 더 멋진 말을 생각해내고 싶지만, 그래도 가장 솔직하고 명확한 표현은 이 말뿐인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으로서 보낸 반년의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름’이 주는 신선함과 새로움의 매력도 있었겠지만 그 속에서 제가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 그 속에서 제가 스스로 느끼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저의 자산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기 때문에 정말 끊임없이 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고 저 자신에 대해 정말 더 잘 알게 된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때에 가장 행복을 느끼고, 앞으로 어떤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들에 대해 강한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행운이었겠지만 저는 교환학생 시기 동안 제 인생에서 아마 가장 특별한 관계일 친구 두 명을 만났고, 그 우정을 통해서 정말 말도 안되는 큰 행복을 얻었습니다. 셋이서 부활절의 긴 방학 동안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이어지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여행했는데 그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제 인생 최고의 여행 중 하나일거라고 확신합니다. 덴마크에서 생활하는 내내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었고 실제로 교환학생 시기가 모두 끝나고도 그 친구들의 본국인 스페인과 일본에 각각 모두 놀러가서 셋이서 또 긴 여행을 함께했습니다. 이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친했던 한국의 제 친구들과도 못해본 수십일간의 여행을 이 친구들과 함께했기에, 알고 지낸 시간은 턱없이 짧을지언정 서로 공유한 그 여행의 행복과 감정들은 그 어떠한 수식어로도 대변할 수 없습니다. 너무너무 소중해서 정말 너무 이 관계가 저에게 소중해서, 저는 덴마크에 갈 수 있었던 그 모든 환경적 요소들과 조건들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의 국가에서 성장한 사람들과 진짜 친구가 되는 일, 그것은 정말 너무 특별하고, 무척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이라서 저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저와 같은 그 엄청난 행복을 같이 느끼게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고려대학교에 입학해서 보통 여덟 학기를 다니는데 그 중 한 학기 정도는 다르게 다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운이 따르지 않아서 교환학생 생활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도 삶의 좋은 경험으로 남지 않을까요?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백 번 낫지 않을까요? 결국 모두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저는 다음학기에 한 번 더 교환을 갈만큼 너무너무 교환학생에 만족을 했고 모든 여러분들께 꼭 한번 해보시라고 독려하고 싶습니다. 세상은 정말 넓고 넓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으니까, 살짝 귀찮을 수 있는 지원 과정만 이겨내시고 가장 특별하고 새로운 인생의 경험을 꼭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체험수기를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 크게 세 분류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교환학생 지원 여부를 망설이며 기웃기웃 여러 글들을 살피시는 분들, 교환학생을 가긴 갈건데 파견 국가를 고민하시는 분들, 그리고 덴마크 (혹은 북유럽 국가)로 마음을 정하고 관련 정보를 얻고자 하시는 분들 정도로 예상합니다.
교환학생을 통해서 스스로가 너무 많은 것들을 얻었기에, 이를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최대한 모든 독자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체험수기를 쓰고 싶습니다.
아마도 세 번째에 해당되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리라 사료되지만, 첫 번째에 해당되는 분들에게도 저의 글이 부디 의미 있는 전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먼저 덴마크 파견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정보들을 원하시는 독자 분들께,
[덴마크 비자 - Residence Permit]
덴마크 파견이 결정되신 분들은 이전 선배님들의 체험수기들과 최신 정보들을 담고 있는 블로그 포스트 등을 취합하여 비자 준비를 하게 되실 겁니다. 저 역시 준비를 하면서 모든 정보들을 한눈에 보기쉽게 정리한 단 하나의 완성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비자라는 것이 매년 조금씩 바뀌고, 또 스스로 충분히 관련 지식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기 때문에 최대한 스스로 여기저기 정보 탐방을 위해 애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자 발급을 위해 대사관에 제출할 것들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2018년 기준)
(1) ST1서류, (2) Enrollment letter, (3) Case order id 결제영수증, (4) 여권 복사본-컬러, (5) 여권, (6) 영문 잔고 증명서, (7) 여권사진 2장, (8) 현금 498,000원
순수 비자 발급 비용은 487,000원으로 카드 결제가 안됩니다. 또 제출한 여권을 등기를 통해서 다시 받아야 하기때문에 등기비 11,000원을 포함한 비용인 498,000원을 총 지불하시게 됩니다. 등기로 안받고 직접 여권 수령을 위해 다시 가려면 시간 지정이 복잡해집니다.
그 외에, 제가 실제로 헷갈렸던 부분들을 짚어 드리겠습니다.
1. 덴마크는 '비자'가 곧 '거주 허가( residence permit)' 입니다. 두개가 다른건지 헷갈렸는데 교환학생 목적으로 단기 체류할 저희 학생들은 그냥 두 개를 동일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덴마크는 애초에 우리나라와의 협정을 통해서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국가인데 90일 이상 체류하게 되는 경우에 한해 거주허가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교환학생인 저희들이 발급받게 되는 비자의 category 가 denmark-study residence permit 인 것입니다.
2. 여권 사본을 준비할 때 흑백이 아닌 컬러로 해야 하는 이유는 여권 페이지마다 인쇄된 페이지 번호를 선명하게 보이게 하기 위함입니다. 제 여권은 40매자리였는데 그 많은 양을 컬러로 인쇄하면 너무 비용이 커질 것 같아서 흑백으로 처음에 했었는데 헛 짓이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해보았는데 흑백은 전혀 페이지 번호가 인쇄되지 않으므로 무조건 컬러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40매 여권을 커버부터 전부 컬러 복사하게 되면 5천원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여권 사본 2부 준비하라는 말 저도 많이 보았는데 1부만 필요합니다.
3. 제가 비자를 발급발을 당시에는 덴마크 비자 관련 업무를 노르웨이 비자발급센터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소월로 단암빌딩 5층 / 노르웨이 대사관과 비자발급센터는 다릅니다.) 매년 비자를 담당하는 장소가 바뀐다고 하니 이것은 꼭 미리 전화로 확인을 하시고 방문하셔야 합니다. 추가로 저는 금요일 오전 10시에 면접을 보고, 서류를 내고, 비자 신청과 결제를 완료하였습니다. 면접은 덴마크 가는 이유를 간단하게 영어로 물어보는 정도로 언급된 모든 과정을 다 하는데 20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학교 - Aarhus University BSS]
1학기의 개강은 1월 29일이었고, 마지막 시험일을 종강으로 보았을 때 저는 6월 15일에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덴마크는 확실히 봄학기가 정말 깁니다. 저희 파견교였던 오르후스 대학교는 정말 자유롭습니다. 출석 확인도 일체 없고 모든 학업적 역량은 학생들 개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업 시수도 많지 않고 휴강도 잦습니다. 과제, 중간고사도 일체 없고 오직 기말고사 시험 하나로만 성적이 결정됩니다.
저 같은 경우도 2주간 부활절 여행을 다녀오니 이미 종강이 되어있는 수업도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배움이 있는 수업, 남는 것이 많은 꽉 찬 수업들을 추구하며 정말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내내 고려대학교를 다녔는데 오르후스 대학의 이런 자유로운 시스템에 정말 좋은 의미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어떤 학업적 성향을 갖고 계시든, 오르후스 대학의 이 자유로운 체계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섯 가지 수업을 들었는데 International marketing은 전공선택, strategy는 전공필수 과목으로 인정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두 과목은 비교적 한국식 수업과 비슷했다고 여겨집니다. 그 외에 수강한 과목들에 대해 아주 간략히 설명을 덧붙히겠습니다.
International labor markets - 경제학 수업인데 내용 자체가 매우 의미 있습니다. 시험이 자유주제로 팀을 이뤄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인 친구 한명과 함께 한일 양국의 모성 휴가 및 여성 노동 시장 비교에 대해 레포트를 작성했는데 같이 공부하면서 정말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외국인 학우와 매우 긴밀하게 협업하며 하나의 긴 글을 완성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정말 흥미롭고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유독 일본인 친구들을 교환학생 하면서 많이 사귀었는데 (덴마크와 일본의 국제관계가 그렇게 좋다는 것도 이 때 알았습니다. ) 실제로 교환학기 끝나고 일본에 가서 일본인 친구들을 모두 만나서 술 먹고 놀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팀플'이라는 말만 나와도 까무러치고 하물며 외국인이랑 같이하는 '팀플'이라면 혐오하시는 학우분들, 외국에 가서 그런 미운 마음들을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 본인을 해방시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Behavioral economics - 행동경제학 수업으로 수업 내용이 정말 하나하나 흥미로웠습니다. 이 수업의 시험 역시 학기말 레포트 작성이었는데 저는 nudge에 대해서 공공부문,사적부문으로 나누어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고려대학교의 대부분의 강의에서는 많은 양의 내용을 암기하고 중간과 기말고사 시험을 통해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보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과목 속에서 주제를 정해서 스스로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 보다 나은 평가의 방식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이라는 명목하에 작성하기 시작한 레포트였는데 이를 통해서 저 스스로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Aspects of denmark - 교환학생이라면 전부 듣는 교양 수업같은 것인데 저도 처음 두번 가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수업 역시 마지막에 작성한 시험 대체 레포트에서 저는 또 한번 제 스스로 작성을 하면서 배움을 얻었습니다. 흔히 학생들끼리 이야기하는 ‘꿀강’의 정의에 매우 부합하는 강의입니다.
[덴마크 생활]
1. 날씨: 덴마크의 겨울은 춥지만, 한국의 비정상적인 추위만큼 춥지는 않습니다. 다만, 바람이 무척 많이 불고 겨울에도 우박같은 비가 내려서 그 부분에서 조금 더 매섭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국보다 봄이 훨씬 늦게 찾아와서, 한국의 친구들이 샤랄라 봄 옷을 입을 때에도 저는 덴마크에서 털이 풍성한 점퍼를 입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당부드릴 점은 목도리와 장갑을 꼭꼭 준비해오시기 바랍니다. 겨울 시즌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많고 추워서 털모자가 정말 유용합니다. 5월부터는 날씨가 정말 최고로 좋아서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적당히 쾌적한 날씨가 계속됩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도 제가 원하면 긴 소매의 옷을 입어도 전혀 문제 없을 정도의 날씨였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해가 밤 10시나 되어야 집니다. 낮이 정말 길어져서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2. 교통: 저는 숙소가 학교에서 도보 30분 거리로 비교적 가까워서 걸어 다니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버스비가 무척 비싼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버스비를 내지 않고 탑니다. 저 역시 부끄럽지만 무임승차를 여러 번 했었는데 가끔 무서운 아저씨들이 검사를 하므로 괜히 불안한 못된 짓은 저처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버스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10회권 또는 한달권을 구매해서 승차할 때마다 1회씩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한 승차권당 2시간의 유효 시간이 있어서 환승은 무료라고 보면 됩니다. 자전거는 페이스북 중고 페이지를 통해서 10만원 정도에 구매를 했었는데 저는 나중에 잠금 장치를 안 걸어 두었다가 도둑 맞았습니다. 잠금 장치는 안전한 덴마크에서도 꼭 하셔야 합니다.
3. 데이터: 유심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처음에 주는 Lebara를 이용했는데 매달 top-up을 하시면 됩니다. 한 달에 30GB의 데이터를 주는데 17500원정도로 무척 쌉니다.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가시는 경우에는 로밍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로밍을 신청하는 것도 처음에만 몇 천원 정도 내시고 신청하면 끝입니다. 매 달 4GB의 데이터를 해외에서 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밍을 신청하게 되면 매달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등록된 카드로 자동 납부가 되는 auto-top-up이 자동으로 신청이 되는데, 이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 lebara측에서 중복으로 돈을 빼가는 경우도 있고 탑업이 이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는 마음을 침착하게 먹고 채팅을 통해서 고객센터와 연락을 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저런 문제들로 한 두번 도 아니고 거의 매달 Lebara 직원과 채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화가 아니라 채팅을 통해서 상담을 할 수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다음으로, 파견 국가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제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읊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덴마크를 선택한 저의 결정에 단 일의 후회도 남지 않습니다. 덴마크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고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영어를 그냥 완벽한 수준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전혀 언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한국과는 전혀 다른, 그 여유롭고 한적하면서도 소소하게 행복한 정서가 지배하는 덴마크에서의 생활에 저는 무척 만족하였습니다. 집 근처의 gym에 등록하여 매일매일 운동을 다녔고, 매일 하루에 하나 정도의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고, 시간만 나면 친한 친구 집에 놀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저는 늘 소비의 향락에 빠진 채 바쁘게 과외를 하며 돈을 벌던,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늪에 빠진 소녀였는데 덴마크의 휘게 라이프를 맛보고 그동안의 제 삶이 정말 행복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물가가 비싸서 전혀 외식을 하지 않는 삶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덴마크인의 일상입니다. 또 겨울이 길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또한 덴마크인의 삶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케아를 자주 들러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락하게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꾸미게 되는 일이 자연스러워집니다. 북유럽 인테리어와 북유럽의 주방 용품들이 발달한 이유를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활하는 공간의 주방에는 실제로 정말 거의 모든 재료와 용품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저는 베이킹이라는 새로운 취미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부지런히 요리를 해서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요리를 해본 시간들이었고 덕분에 요리도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에게 잡채를 몇 번이고 만들어줘서 잡채만큼은 눈감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의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한국인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이’라는 것에 맞추어서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순화해서 말하면 성숙해져야 하는 의무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살던 플랫의 덴마크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도 하고, 각자의 방을 투어하는 형식의 Tour de chamber 등을 했는데 92년생이든, 94년생이든 아무 스스럼 없이 코스튬을 입고 장난을 치며 같이 놀았습니다. 실제로 저의 친언니를 떠올려봤을 때, 파티에서 순수한 동심을 내뿜던 그 덴마크 친구들의 모습은 한국에서라면 절대 27살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습들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마음이 나이를 더 먹어간다고 해서 얼마나 늙을까요? 단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의 모습에 맞추어서 대충 어른인척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우리 모두 다 너무 순수한데, 그저 해맑게 웃고 떠들고 놀면 행복해지는 사람들인데 그 어른으로서 간직하고 있는 순수함을, 한국 사회에서는 자유롭게 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슬펐습니다. 저는 제 플랫 친구의 집인 코펜하겐에서 하루 묵게 된 날이 있었는데 그 때 만났던 친구의 어머니와도 그저 한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나보다 나이가 무척 많은 어른을 만나 뵈면 덜컥 긴장이 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을텐데, 덴마크에서는 그저 모두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환학생 자체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체험수기에서 정말 자주 등장하는 흔한 말이지만, 그래서 더 멋진 말을 생각해내고 싶지만, 그래도 가장 솔직하고 명확한 표현은 이 말뿐인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으로서 보낸 반년의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름’이 주는 신선함과 새로움의 매력도 있었겠지만 그 속에서 제가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 그 속에서 제가 스스로 느끼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저의 자산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기 때문에 정말 끊임없이 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고 저 자신에 대해 정말 더 잘 알게 된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때에 가장 행복을 느끼고, 앞으로 어떤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들에 대해 강한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행운이었겠지만 저는 교환학생 시기 동안 제 인생에서 아마 가장 특별한 관계일 친구 두 명을 만났고, 그 우정을 통해서 정말 말도 안되는 큰 행복을 얻었습니다. 셋이서 부활절의 긴 방학 동안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이어지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여행했는데 그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제 인생 최고의 여행 중 하나일거라고 확신합니다. 덴마크에서 생활하는 내내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었고 실제로 교환학생 시기가 모두 끝나고도 그 친구들의 본국인 스페인과 일본에 각각 모두 놀러가서 셋이서 또 긴 여행을 함께했습니다. 이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친했던 한국의 제 친구들과도 못해본 수십일간의 여행을 이 친구들과 함께했기에, 알고 지낸 시간은 턱없이 짧을지언정 서로 공유한 그 여행의 행복과 감정들은 그 어떠한 수식어로도 대변할 수 없습니다. 너무너무 소중해서 정말 너무 이 관계가 저에게 소중해서, 저는 덴마크에 갈 수 있었던 그 모든 환경적 요소들과 조건들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의 국가에서 성장한 사람들과 진짜 친구가 되는 일, 그것은 정말 너무 특별하고, 무척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이라서 저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저와 같은 그 엄청난 행복을 같이 느끼게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고려대학교에 입학해서 보통 여덟 학기를 다니는데 그 중 한 학기 정도는 다르게 다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운이 따르지 않아서 교환학생 생활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도 삶의 좋은 경험으로 남지 않을까요?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백 번 낫지 않을까요? 결국 모두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저는 다음학기에 한 번 더 교환을 갈만큼 너무너무 교환학생에 만족을 했고 모든 여러분들께 꼭 한번 해보시라고 독려하고 싶습니다. 세상은 정말 넓고 넓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으니까, 살짝 귀찮을 수 있는 지원 과정만 이겨내시고 가장 특별하고 새로운 인생의 경험을 꼭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