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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Finland] Aalto University 2018-1 박예지

2018.07.13 Views 3257 경영대학

안녕하세요, 핀란드 알토대학교로 2018-1학기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15학번 박예지입니다. 많은 나라 중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간다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엔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경영대에서도 혼자 파견을 다녀왔기 때문에 헤쳐 나가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삶의 경로를 새롭게 정립하게 될 만큼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 출국 전 준비에 대한 부분은 매우 세밀하게 잘 써주셨고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이 글은 핀란드로, 알토대학교로의 교환학생을 적극 추천하고 홍보하는 글이 될 예정입니다. 물론 확정되신 분들께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핀란드와 알토대학교
핀란드에 교환학생을 간다는 사실 자체가 많이 생소하고 낯설게 들릴 것 같습니다. 제게도 핀란드는 살기 좋은 복지 천국, 깨끗한 자연, 자일리톨, 오로라 정도로 인식되는 나라였습니다. 그럼에도 핀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과연 핀란드는 얼마나 살기가 좋은 나라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알토대학교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1. 핀란드에서 6개월을 생활해본 결과, 핀란드는 정말로 살기 최적의 나라입니다. 제가 파견을 갔을 당시 한국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했었는데 핀란드는 WHO 조사 결과 전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나라이며, 실제로 사람도, 차도 많지 않고 곳곳에 숲과 공원이 있어 도심에서도 삼림욕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1.1.2 핀란드 사람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영어프로그램과 영어책 등으로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을 갖추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영어를 굉장히 잘합니다. 따라서 핀란드어를 전혀 못하더라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학교 내외에도 영어로 진행되는 다양한 강의, 강연, 워크샵, 동아리 등이 있기 때문에 (꼭 교환학생 대상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1.1.3 핀란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말 순박하고 친절합니다.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 대부분 인종차별로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인종차별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결에서 도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보행자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많은데 건너기 전에 차들이 이미 보행자가 보이면 먼저 서주기 때문에 안전하게 건널 수 있습니다.
1.1.4 학생에 대한 배려와 서비스가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교통비 할인은 기본이고, 각종 문화예술시설들, 일부 식당과 바들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할인을 해줍니다.
1.2 알토대학교는 춥고 먼 나라 핀란드에 숨겨진 혁신의 동력입니다. 알토대학교는 텍스타일과 패션디자인으로 특별히 유명하지만 핀란드 정부 주도 하에 2010년 헬싱키 기술대학교, 헬싱키 경제대학교, 헬싱키 미술디자인 대학교를 합병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학교의 지향과 분위기 자체가 혁신적으로 창의적입니다. 과학기술과 디자인, 경영의 새롭고 창의적인 융합분야를 탐구해보고 싶으시다면 정말 꼭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2.1. 알토대학은 매우 학생친화적인, 학생주도적인 학교입니다. 강의실, 도서관, 자율학습공간, 다목적공간, 스터디룸 등이 구색만 갖춘 것이 아니라 정말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적절하게 사용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후에 첨부하는 사진을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학교가 핀란드의 대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말 유명하고 비싼 알토의 디자인 작품들이 가구로 사용되고 있고, 이게 학교인가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수려합니다. 공부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1.2.2. 알토대학은 특히 스타트업 육성, 지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거대한 학교 부지 내에 Startup 관련 건물만 3개 이상입니다. 제가 가본 곳은 Design Factory, Urban Mill, Startup Sauna인데 각각 회의실, 사무실, 공용주방,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 휴식 공간 등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모든 시설과 장비, 서비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SLUSH 행사가 준비되고 운영됩니다. 교환학생도 얼마든지 학기 초에 각종 학생운영 스타트업 동아리/단체의 설명회에 참가해서 활동도 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의 행사가 2학기에 진행되기 때문에 2학기 교환학생 가시는 분들이 활동하기에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알토대학이 아니더라도 핀란드 자체가 스타트업 진흥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로부터 지원도 많고 다양한 행사가 정부, 헬싱키 시 주도로 곳곳에서 자주 열립니다.
1.2.3. 강의가 정말 좋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혁신적 교육에 대한 지향을 가지고 만들어진 학교이기 때문에 여러 전공을 융합하는 강의나 창의적 강의들이 많습니다. 자세한 것은 제가 들었던 수업을 설명하며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2. 학교 강의
알토대학교는 학기가 다소 일찍 시작합니다. 저의 경우 1월에 바로 학기가 시작되어 11일에 출국해 12OT에 참가하고 13일부터 바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담이 덜한 것은 한 학기를 3term으로 나누어 일반적으로 한 텀에 1-2개 강의를 듣기 때문에 수강신청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저의 경우도 일주일에 학교에 2, 많아야 3번 가고 여유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2.1. Design and Creativity in Business(6ECTS)
이 수업이 알토대학교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 전공 교수님과 디자인 전공 교수님께서 함께 수업을 진행하시며, 디자인적 사고로 더욱 창의적인 경영을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매주 주어지는 텍스트를 읽고 조별로 토론하고 실습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활용해서 Double-sided market에서 시장성 있는 스타트업을 만들어보는 것이 조별과제였는데 교수님들께서 수업시간에 조별과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조언을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2.2. Capstone: Product and Brand Management(6ECTS)
Capstone 수업은 주로 4학년이 듣는 개념적용 위주의 수업입니다. 교수님께서 강의하시는 부분은 거의 없고 필요한 개념에 대한 인터넷강의를 올려주십니다. 흥미로웠던건 실제 핀란드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4개의 기업 관계자분들이 수업에 찾아와 기업 브리핑과 함께 직접 학생들이 해야 할 과제를 소개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Finnair, SAAB, Tallink Silja, Pierre Fabre가 케이스스터디 기업이었고, 실제로 기업들이 현재 마주하는 어려움을 제시하고 조별로 이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수업의 전부였습니다. 일반적인 케이스스터디가 아니어서 그만큼 자료조사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마지막 발표 때에도 기업관계자분들이 오셔서 현실성 있고 전문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3.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6ECTS)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은 소비자경험과 서비스디자인 분야를 선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모바일 앱의 UX정도에만 머무르고 있는 반면, 핀란드는 존재하는 모든 서비스를 고객에 맞게 디자인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 수업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을 잘 분석하고, 그에 맞게 효율적인 디자인을 하는 방법을 제시해주어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교수님께서 실용성을 중요시했기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공부하고 알토대학교의 학생 홈페이지 mycourses (고려대학교의 blackboard 같은)를 학생 입장에서 적절하게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발표 피드백을 실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분께서 해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2.4.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Management(6ECTS)
이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습니다. 가장 처음 인터넷강의 형태의 잘 구성된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기본 개념들을 익히고, 이후 중간고사, 기말고사, 과제까지 총 3개의 케이스스터디를 진행하는 구성입니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됨에도 굉장히 풍부한 학습을 할 수 있었고 얻은 것이 많았습니다. 모든 케이스는 CEO의 입장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갈등상황을 제시해주었고 배운 내용을 활용해서 결정과 함께 그 근거들을 제시하는 형태였습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케이스를 정말 세밀하게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을지 판단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3. 생활
3.1. 기숙사는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은 없지만 헬싱키 시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HOAS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파견확정이 되시면 학교에서 오는 메일 중에 관련 안내가 있습니다. 90% 이상의 학생들은 여기에서 Shared room in a flat 또는 친구랑 살 경우 Studio를 신청해서 살게 됩니다. HOAS가 아닐 경우 알토대학교 총학생회인 AYY에 신청을 하거나 개인이 알아서 구해야 합니다. 저도 HOAS에서 신청을 해서 Pasila지역에 있는(기차로 헬싱키 시내 5분 소요) Junailijankuja 5B에서 6명이 한 flat 썼는데 각자 방이 있고 공용 주방과 샤워실 하나, 화장실 2개가 있습니다. 개인 방은 꽤 넓은 편이고 깔끔합니다. 빨래(세탁/건조)HOAS 앱으로 시간과 세탁기 번호를 선택해 미리 예약하고 무료로 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학교와의 거리는 직통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는데 크게 무리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HOAS는 선착순으로 방을 배정해주기 때문에 파견확정이 되시면 최대한 빨리 신청해야 학교와 가까운 방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3.2. 핀란드는 아무래도 북유럽이다보니 물가가 굉장히 비쌉니다. 따라서 외식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핀란드에 먹을만한 음식 자체가 없어서 해먹는 게 훨씬 낫긴 합니다.. (핀란드 음식 레스토랑 기본 한 메뉴 20유로 이상, 파스타/피자류 10유로 대, 버거킹 와퍼세트 약 7.5유로) 대신 마트에서 장보는 건 한국과 비교해도 저렴해서 숙소 근처나 시내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장 봐서 요리해먹으면 경제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대형마트는 K-market, LIDL, Alepa가 있습니다. 학식이 굉장히 싼 편(2.6유로)인데 학생신분을 증명하기만 하면 꼭 알토대학교가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에서 학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학식은 샐러드와 빵이 기본으로 주어지고 비건/논비건 메뉴를 선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주 먹진 않았는데 잘 활용하시면 경제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3.3. 유심/데이터
핀란드에는 크게 DNAElisa라는 통신사가 있는데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첫 OT때 나눠준 DNA 유심을 사용했는데 데이터 아주 빠르고 좋았습니다. (핀란드는 데이터, 와이파이 어디서나 되고 한국 못지않게 빠릅니다) 유심 끼우고 충전해서 매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사용했는데 한 달에 약 20유로 정도였습니다. 기숙사에서는 벽에 랜선 끼우고 공유기 연결해서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공유기랑 랜선은 챙겨 가시는게 좋습니다.
3.4. 교통
핀란드 교통비는 매우 높은 편인데 학교 OT에서 교환학생들 다 같이 학생용 교통카드를 만들러 갑니다. 핀란드는 버스를 제외하면 교통카드를 따로 찍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정액권을 결제해서 다니는 편입니다. 저의 경우 아예 초반에 6개월 동안 탈 수 있는 정액권을 결제해서 교통비 걱정 없이 편하게 다녔습니다. 교통카드는 헬싱키 안에서만 이용하는 것과 헬싱키 외 지역까지 이용하는 것으로 나뉘는데 물론 전자가 더 싸지만 학교가 헬싱키 밖의 Espoo라는 지역에 있기 때문에 후자를 추천드립니다.
3.5. 여행
아무래도 북유럽이다 보니 여행으로 다시 북유럽은 잘 오지 못할 것 같아서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지역을 학기 중 다녔습니다. 유럽 내 항공권은 정말 저렴해서 꼭 유럽여행 많이 다니시길 권합니다. 에스토니아 탈린은 유람선을 타고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다들 12일이나 당일치기로 많이 다녀옵니다. 학교에서 다 같이 핀란드 북부지역 라플란드로 스키와 개썰매 타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는데 꼭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3.6 운동
알토대학교는 Unisport라는 단체에 속해있는데 운동을 저렴하게 하시려면 여기에 회원등록을 해서 운동하시면 됩니다. 학생요금은 3개월이나 4개월 끊으면 정말 싸고 학교 안과 헬싱키 시내에도 곳곳에 헬스장이 있어서 원하는 곳에서 운동할 수 있습니다. 무료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요가, 피트니스 수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내에 있는 Kluuvi 센터를 추천드립니다. 위치가 좋고 깔끔합니다.
3.7. 생활비
기본 생활비는 기숙사비(한 달 약 56만원) 제외하고 한 달에 약 7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외식은 잘 안했는데 학교에서 다니는 여행이나 학기 중 유럽여행을 여기저기 다녀 좀 많이 든 편입니다.
 
저는 핀란드에서 정말 힐링 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트렌디한 디자인이 가득하고,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건강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동시에 서비스디자인과 도시디자인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더욱 흥미가 생겨서 한국에서도 더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원을 다시 핀란드로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교환학생은 갇혀있던 시야를 틔워주는 인생경험인 것 같습니다. 꼭 원하시는 국가, 학교에 가게 되시면 좋겠고 이왕이면 핀란드를 선택해보시는 것도 적극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