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 파리의 ESCP Europe에서 교환을 다녀온 13학번 안유라입니다. 교환을 떠나 한국에 귀국한지 벌써 한달이 지나 이렇게 체험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교환 국가로 꽤 유명한 편이고, 이미 많은 학우분들이 생활 전반과 출국 준비 사항들을 자세히 알려주셨기 때문에 저는 교환을 통해 느낀점, 파리 생활과 ESCP에 대해 알아두셨으면 하는 사항들을 위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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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정 이유
ESCP를 교환교로 정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었습니다. ESCP는 프랑스 안에서 굉장히 유명한 경영전문대학원(경영 그랑제꼴)로 알려져 있고, 대학원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때문에 4학년이상만 지원 가능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또 저는 불어불문학을 이중전공하고 있고, 불어를 유창할 정도로 늘리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파리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기에 ESCP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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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P의 장점과 단점
장점으로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위치가 굉장히 좋습니다. 경영대 교환 프로그램으로 파리에 있는 학교를 다니려면 ESSEC과 ESCP 두 선택지밖에 없는데 사실 ESSEC은 파리 시내에 있지 않습니다. 저는 교환을 가기 전부터 파리가 무척 궁금했고, 파리가 좋아서 무조건 시내에 있는 ESCP를 선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학기 내내 정말 행복한 파리지엔느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10구에 위치한 학교는 걸어서 30분 이내로 퐁피두, 마레지구를 갈 수 있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금방 센느강변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지만 이 학교는 엄밀히 말하면 ‘대학원’이기 때문에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들이 (미국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았습니다. 대학원을 갈 생각이 있는 저에게는 이 점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친구들은 저보다 공부한 기간이 길고, 앞으로 나아갈 필드가 정해져 있는 편이었고, 이미 직업이 확정된 친구들도 많아서 어울리며 진로에 대해 많은 조언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 있는 다른 점은, 제가 파견 되었을 때에 교환학생 그룹에 한국인이 저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학교와 파리에 적응할 시기에는 조금 외로운 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덕분에 제 comfort zone에서 나와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특히 완전히 다른 문화권인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야가 넓어졌고, 특히 진로나 제 삶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라 한다면, 학교가 시내에 있는 탓에 놀러다니기에는 좋지만 집세가 무척 비쌌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학교로 파견을 가시는 분들은 집때문에 많이 고민을 하실 텐데,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계속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다만 파리는 대체적으로 집세가 무척 높고 (혼자 사는 스튜디오는 최소700유로이상, 플랫쉐어는 최소400유로 이상이라고 생각하세요) 교환학생처럼 단기간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매물이 많지 않다는 걸 유념하셔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마음 편하게 미리 교환을 가기 2달전부터 비자 준비를 하며 집을 계속 찾아봤습니다.
프랑스존에 올라오는 집과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ESCP renting group을 잘 찾아보시고, 그 외에 인터넷 사이트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하시기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집 구하기가 힘든 만큼 집을 찾아보려는 노력없이 그냥 누가 방을 찾아주겠지, 좋은 방이 있으면 소개해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나중에 정말 힘들 수 있습니다. 제 교환 친구들은 대부분 아는 사람들을 통해 집을 소개받거나, 에어비앤비, 혹은 학교에서 연결해주는 사설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을 찾는 과정이 번거롭고 너무 스트레스 받으신다면 학교에서 이어주는 사설 기숙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월세는 900유로로 굉장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방을 찾기가 쉽고, 같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과 같은 건물에 살아서 더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기숙사에 살고있는 친구 집에 자주 놀러가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넓직하고 화장실과 작은 부엌, 넓은 유리창이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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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P 강의 후기
저는 경영 학점을 거의 채우고 갔기때문에 강의를 많이 들을 필요가 없어서 최소만 듣고 왔습니다. 특히 수업을 반학기짜리 수업을 많이 들어서 학교를 월,화,수요일만 가도록 짰습니다.
Europe does matter (6ECTS) – 상당히 난잡한 느낌이 강한 수업이었습니다. 저희끼리는 ‘세미나’라고 불렀는데 월요일마다 다른 강의자분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지만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못한 흐름과 때때로 수업 직전까지 강의실을 공지하지 않아 수업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휴강 공지가 뜨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의무적으로 들어야하는 수업이어서 그런지 성적은 대체적으로 좋게 나왔습니다. 파견을 가시는 분들은 아마 의무적으로 이 수업을 듣게 될텐데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셔도 다른 교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참석하세요.
Negotiation bootcamp (4ECTS) – 이전에 교환을 다녀오신 선배들이 좋다고 해서 신청한 수업입니다. 기대한것보다는 조금 별로였지만 교수님들이 친절하시고 내공이 많아 보이셨습니다. 개인 과제나 시험이 부담스러우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The family business:management,governance and succession (4ECTS) – 가업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굉장히 좋은 강의였습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ESCP의 총장직을 겸하셨던 교수님이 지도 해주시는데 가업에 대해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이 많아 보이셨습니다. 학기말에 학생들이 조사한 내용을 기반으로 발표하는게 흥미로웠습니다. 성적은 노력한만큼 주십니다.
Innovation, Technology, patents and design (2ECTS) – 반학기 수업이라 굉장히 빨리 지나갔지만 의미 있는 강의였습니다. 교수님이 독특하신데 그래서 더더욱 재미있었습니다. 경영혁신, IT 산업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워크로드는 적지 않은 편입니다.
Ethical and legal issues (2ECTS) – 실제로 변호사로 활동하시는 분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는데 정말 지루한 수업이었습니다. 추천하지 않습니다.
Ethique et responsabilité du manager (2ECTS) – 제가 들은 유일한 불어 원어 강의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강의였습니다. 내용은 지루했지만 교수님이 젠틀하시고 나중에 하는 팀플 발표가 꽤 흥미로웠습니다. 시험은 없지만 팀플이 있습니다. 하지만 윤리, 도덕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만큼 수업 분위기가 굉장히 정적입니다. 불어를 아주 잘하시지 않으시다면 따라가기가 힘드실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수업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으며, 팀플의 비중이 높습니다. 시험을 보지 않는 과목도 많으며, 교수님들의 성격과 특성이 모두 달라 오히려 수업이 다채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이곳에 파견을 가시는 후배님들은 되도록이면 고대에서 접하지 못하는 수업들을 적극적으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수강신청 실패로 스포츠 경영, 디자인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 기회가 있다면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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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사람들은 교환학생이 대학생활의 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솔직히 교환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더 많았어서 처음에 걱정이 많았지만 기우였던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른 경험을 하고, 느낀 바도 다르니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너무 휘둘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또 혹시나 교환 생활 중에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인생에서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문제들 중 하나구나라고 생각하시고 긍정적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면 나중에 오히려 배우는게 많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해외로 나가기 전에 ‘타지에서 생활하는 만큼 불편하고 어려운 점들도 많고, 특히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나라라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라고 마음을 다잡고 가시면 당황스러운 일이 생겨도 차분하게 해결하실 수 있을겁니다.
저는 파리 교환 생활이 제가 살아온 22년 중에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제가 느끼기에도, 제 주변 사람들이 느끼기에도 훨씬 더 건강하고 밝은 사람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파리에서 좋아하는 미술관을 매일 다니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어울린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파리는 천국과도 같습니다. 저는 파리에 있는 미술관들을 대부분 다 돌아다닐 정도로 미술작품 감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유럽연합 거주민으로 인정받아 무료로 들어가거나 할인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교환을 떠나시는 걸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일단 걱정은 나중에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지 못하는 깨달음이나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혹여나 기대만큼 좋지 못한 경험이라 하더라도 몇 년 뒤에 당시에는 깨닫지 못한 것들을 느끼게 되실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교환 학기가 끝나고 나서 파리가 너무 좋아 체류증을 연장하고 총 9개월을 보내다 왔는데 하루하루가 흘러가는게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교환을 파리로 가시든, 프랑스 다른 도시로 가시든, 다른 나라로 가시든, 교환을 통해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꼭 잡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나 파리 생활이나 교환 준비에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aussiebest@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성심껏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