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2014-2 Bocconi University 교환학생 수기
2010120084 고동우
안녕하세요. 2014년 가을 학기에 Bocconi University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10학번 고동우라고 합니다. 교환학생을 꿈꾸었고, 준비하고, 선발되고, 거기서 머물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까지 모든 시간은 너무나도 설레고, 즐거웠고, 행복했고, 그립습니다. 저의 소중한 기억들을 수기를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또한 먼저 보코니 대학에 다녀 온 학우님들의 수기를 통해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저도 이 수기가 교환학생을 준비하시는 학우님들께 작지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환학생의 꿈은 어릴 때부터, 새내기 시절에도 막연히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복무 시절, 부대에만 머물러 있는 동안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여러 선후배님들께서 써주신 수기를 하나하나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읽어봤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많은 협정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료한 일상 속에서 엿보는 여러 학우들의 교환학생 생활은 저에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많은 수기들을 읽고, 좀더 궁금한 수기들의 대상이 되는 나라들과 지역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는 어디로 갈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희망하는 협정교를 고르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우선 한 학기, 대략 6개월의 시간은 영어실력의 향상에 있어 저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영어실력 향상이라는 요소에 대해서는 빠르게 포기했습니다. (물론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제 생각은 명백한 오판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은 뒷부분에서 좀더 자세히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영어에 대한 기대를 배제하니 선택지는 영미권의 틀에 한정되지 않고 더 넓어졌습니다. 거기에 따뜻한 날씨, 맛있는 음식, 대도시의 매력, 놀라운 축구, 역사적인 장소, 여행 같은 저 개인의 취향을 가미하니 딱 나라가 결정되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로 가고 싶어졌습니다. 이후 제대를 하고, 준비를 하여 이탈리아 밀라노의 Bocconi University로 교환학생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밀라노에 대해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이탈리아의 중심도시 중 하나이며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도시입니다. 세계적으로 패션 산업이 발달하여 있으며, 이탈리아의 상업 중심도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면적은 서울에 비해서는 작습니다. 지중해성 기후에 해당하여 여름에는 햇빛이 강하며 상당히 기온이 높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땀이 거의 나지 않고 그늘에 들어가면 오히려 시원한 편입니다. 또한 해가 길어 한국에 비해 낮이 깁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흐린 날이 많고 비도 종종 내리는 편이며, 밤이 깁니다. 그렇지만 기온 자체는 서울에 비해 따뜻합니다. 밀라노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합니다. 이탈리아어로 더듬거리며 물어봐도 외국인에게는 영어로 대답을 해주려고 노력할 정도로 호의적입니다. 또한 세계적인 축구명문구단을 두 개나 소유하고 있으며 (AC Milan, Intermilan), 거리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화행사와,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 박물관과 미술관 등 예술적으로도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은 도시입니다.
Bocconi University에 대해
보코니 대학은 우리 학교와 같은 종합 대학이 아닌 상과 대학이며, 경영학과와 경제학과, 법학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캠퍼스의 크기는 고려대학교에 비해서는 작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학교의 위상은 상당합니다. 이탈리아의 총리를 비롯한 수많은 정,재계 명사들을 배출한 학교이며, 학업 수준 또한 무척 높아 이탈리아에서는 최고로 인정 받고 있으며, 유럽 전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 대학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이탈리아 최남단의 시칠리아에 갔을 때도, 학생할인을 받기 위해 학생증을 보여드렸는데, 현지인이 정말 좋은 학교라고 치켜세워주셨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학교의 위치는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10여분의 거리로 도심과 상당히 가까운 편이라 밀라노의 도시생활을 누리는 데 있어서도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출국 전>
1. 비자
보코니 대학에 배정이 되면, ISD(보코니 대학 국제처)에서 비자 발급에 관한 메일을 받게 됩니다. EU 국가 이외의 학생이기 때문에 비자를 발급을 받아야 하며, 주대한민국이탈리아대사관에 신청을 하여 발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 신청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필요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 절차는 다소 복잡한 편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해당 서류에 대한 정보가 있지만, 이것을 직접 활용하기보다는 대사관에 메일로 먼저 직접 문의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문의를 드리면 대사관 측에서 업데이트 된 제출 서류 목록을 알려주시는데, 이 목록이 인터넷 상의 정보와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의하실 점은 시간에 관한 문제입니다. 비자 발급 업무에 있어서 대사관의 발급 순서 기준은 신청일이 아닌 출국일입니다. 즉, 비자 신청을 일찍 하더라도 출국일자가 촉박한 다른 신청인이 있으면, 그 분들의 비자 발급이 먼저 처리가 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다른 업무와 관련하여 빠른 비자 발급이 필요하신 분은, 그 부분을 대사관 직원 분에게 별도로 말씀을 해주시면 비자를 좀 더 일찍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 유효기간은 학기 전후로 좀 더 체류를 하거나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해 주시는 편입니다. 또한 비자 신청을 위하여 대사관을 방문할 때, 업무 시간은 짧은 데 비해 신청인이 많으므로 가능하면 업무 시작 시간 전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좋으며, 대기 시간이 무척 길기 때문에 책이나 시간을 보낼 만한 다른 무언가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2. 숙소
밀라노에서 머무는 동안 선택 가능한 숙소의 수단은 크게 두 개가 있습니다. 첫째는 기숙사이며, 둘째는 별도로 방을 구하는 것입니다. 기숙사의 경우, 기숙사 입주에 관련한 메일을 ISD로부터 받게 되는데, 메일에 공지된 절차대로 신청을 하면 기숙사를 배정 받을 수 있습니다. 보코니 대학에는 5개의 기숙사가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Arcobaleno라는 기숙사에 배정을 받으며, 일부는 Dubini, Isonzo 등 다른 기숙사로 배정을 받기도 합니다. 비용은 대략 월 600유로로(당시 환율로는 약 85만원 정도), 집값이 비싼 밀라노의 특성 상 비싼 편입니다. 그렇지만 별도로 방을 구하는 데 있어 필요한 부수적인 절차들로부터 자유롭고, 여러 교환학생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 인기가 상당합니다. 실제로 저는 처음에 신청을 하였지만, 배정을 받지 못해 wating list에 이름만 올리고, 학교 근처의 방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도중 기숙사에 빈 자리가 생겨 메일을 받고, 신청을 하여 기숙사에 살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입주 신청과 관련하여, 기숙사 배정은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신청이 보코니 대학의 교환학생 admission 신청을 할 때 같이 이루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기숙사 신청에 앞서 이탈리아어 수업을 위한 온라인 레벨테스트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레벨테스트를 다 풀었는데, 그러다보니 시간이 늦어져 기숙사 신청이 늦어져서 처음에 기숙사 입주를 탈락했었습니다.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이는데, 기숙사를 신청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을 참고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우여곡절을 거쳐서 저는 Arcobaleno 기숙사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다른 기숙사와는 달리 이 기숙사는 밀라노 외곽에 위치하여 학교로부터 트람으로 20분정도 떨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월 600유로로 비싼 편인데, 비슷한 비용으로 구할 수 있는 다른 방에 비해 좁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본래 건물이 호텔로 쓰였던 건물이라 시설은 좋은 편입니다. 또한 클리닝 레이디 분께서 매주 청소와 침구류 교체를 해주셔서 상당히 쾌적한 편입니다. Esselunga라는 대형 마트가 코 앞에 있어 생활하는 데에 편리하며, 무엇보다도 여러 교환학생들과 친해지는 데에 최적화 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공용주방에서, 개인 방에서 같이 밥을 해먹고, 파티를 하면서 다른 교환 학생들과 재밌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숙사 이외의 대안으로는 학교 주변에 방을 계약하는 것입니다. 직접 전단지를 보고 구하거나 학교 근처 부동산을 통해 방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측에서 중개해주는 방을 선택할 수도 있고, 보코니 교환학생 페이스북 그룹의 매물들 혹은 에어비앤비에서 장기숙박형식으로 방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은 위치나 시설에 따라 월 350유로에서 600유로 사이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기숙사에 비해 원하는 위치에 방을 구할 수 있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3. 수강신청
수강신청에 관해서 ISD에서 메일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공지된 절차에 따라서 과목을 고르고 시간을 맞추어 수강신청을 하면 됩니다. 우리 학교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쉽게 원하는 과목을 수강 하실 수 있습니다. 특이 사항으로는 시간이 겹치는 과목들도 동시에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Attending과 Non-Attending이라는 옵션이 있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수업 부분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4. 수업
보코니 대학의 수업은 경영학, 경제학, 법학 수업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즉 모든 수업이 전공수업이며, 교양수업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업들은 언어 진행에 따라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과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수업으로 나누어집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교환학생들과 현지 학생이 섞여있는 반면,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수강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또한 보코니 대학 수업의 독특한 시스템이 있는데 앞서 말씀 드린 Attending과 Non-Attending 옵션입니다. 학기 초에 각 수업에서 한 가지를 선택을 하면 되는데, Attending 옵션의 경우에는, 우리 학교의 수업처럼 출석, 팀플, 시험 등으로 수업이 구성이 됩니다. Non-Attending 옵션은 이와 달리 출석 체크와 팀플, 과제 등을 하지 않으며, 수업에 해당되는 교재로 스스로 공부를 하여 이를 기말고사 한 번으로 평가 받는 방식입니다. 이 때 시험은 Attending 학생이 치루는 시험보다는 보다 범위가 많고, 어려운 것이 일반적입니다. 겹치는 수업이 있거나, 학기 중에 여행을 많이 다니실 계획이라면 Non-Attending 옵션이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학기 동안 네 과목을 Attending 옵션으로 수강했습니다.
(1) Corporate Valuation
제목 그대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처음에는 기업가치평가의 기초적인 이론을 배우며 이후 여러 모델을 활용하여 직접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내용을 배우게 됩니다. 직접 재무제표를 분석하여 가치를 평가했던 모델과 여러 배수들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했던 내용들이 기억에 납니다. 주어진 케이스를 바탕으로 현실의 기업의 가치를 구하고,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변을 도출해 내는 팀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두 분의 교수님의 수업은 무난했고, 보코니 대학 현지 학생들의 비율이 높았는데, 전반적인 학구열이 높았습니다. 배운것이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2) Management of Financial Institution
은행과 보험의 시스템과 운영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네 분의 교수님이 파트를 나누어서 수업을 하셨습니다. 은행업의 기본적인 메커니즘과 자기자본의 역할, 부채의 역할 그리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 바젤 협약 등에 대하여 배웠습니다. 또한 보험업의 원리와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영을 위한 여러가지 장치와 제도들에 대한 공부도 했습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으며, 네 분의 교수님 모두 쉽고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또한 이 수업에도 현지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학구열이 높았고, 저 또한 열심히 공부했던 수업이었습니다.
(3) Management of Fashion Companies
패션의 도시인 밀라노에서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수업입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패션 산업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어떠한 Value Chain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지, 각 나라의 패션산업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인지, 패션산업의 성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업의 수준은 전반적인 개론이나 교양정도이기에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 잘 몰랐던 영역에 대해 배우게 되어 흥미롭고 남는 게 많은 수업입니다. 교수님의 이탈리아식 억양이 무척 강하시기 때문에 초반에는 알아듣는 데 애를 먹었지만, 열심히 듣다보면 어느 순간 귀가 뚫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Gucci나 Lux optica등의 명품브랜드의 게스트스피커의 특강도 종종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제시하신 패션기업과 지정해주신 당면과제를 다루는 팀프로젝트가 있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4) Financial market and institution
제목 그대로 자본 시장과 금융기관들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재무의 핵심적인 중요한 개념들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자본 시장이 왜 형성되는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떠한 일들을 겪었는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또한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신용평가사 등의 여러 금융기관의 메커니즘과 그 특성에 대하여 배웁니다. 교수님의 영어와 수업은 상당히 매끄러웠고, 강의안 역시 쉽게 잘 만들어져 있어 공부하기에 용이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편의를 상당히 고려해주셔서 좋았습니다. 4번의 쪽지시험이 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는데, 기본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수준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교환학생의 비율이 높아 분위기가 다소 산만했습니다.
현지 학생이 아닌 교환 학생이기에 평가방식은 P/F 이며, 30점 만점에 18점 이상을 기록하면 패스를 하게 됩니다. 시험을 치루는 데 있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본인이 스스로 해당시험을 온라인으로 직접 등록하여 신청을 해야 시험에 응시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시험 제도가 있는데, 그 시기가 보통 다음학기 중에 있으며, 난이도 또한 더욱 상승된다고하니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정규수업과는 달리 보코니 대학에는 이탈리아어 수업이 있습니다. 정규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수업료를 내고 수강하는 수업인데 Crash Course라는 학기 전 수업이 있고, Advanced Course라는 학기 중 추가 수업과정이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과정을 모두 수강을 했고, 보코니 대학에 파견되는 학우님들에게도 개인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추천을 드립니다. 첫번째로는 기본적으로 어떤 나라에 지내면서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라고 느꼈습니다. 피부로 와닿는 생활과 여행 등 여러 상황에서 수업 시간에 배운 이탈리아어를 활용하면서 크게 편리함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으로서 현지 언어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보여졌을 때 현지인들도 보다 친근하고 호의적으로 반겨주고 대해줘서 뿌듯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어를 조금이라도 배움으로써 이탈리아 생활을 보다 풍성히 누릴 수 있었으며, 해당 국가에서 체류를 하면서 언어를 공부하기 때문에 실력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향상하는 것 같은 이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도 잘 짜여진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Prada 교수님께서 쉽고 친절하게, 찬찬히 가르쳐주셔서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로는 수업 자체에 있는데, 클래스가 교환학생들로 이루어져 있고 교환학생 생활 내내 함께 공부하다보니 마치 중고등학교의 반처럼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이탈리아어 연습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같이 밥도 먹고 여행도 다니면서 학기 내내 즐겁게 지냈으며,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소중한 친구들을 바로 이 수업을 통해 만나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5. 생활
(1) 짐싸기
짐을 꾸릴 때, 옷은 패딩이라 점퍼 같은 고가의 옷은 직접 들고 가는 것이 좋은 반면, 티나 바지 같은 기본적인 옷들은 필요한 만큼만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패션의 도시답게 밀라노에서 직접 옷을 살 수도 있으며, 특히 ZARA, H&M, Sisley, Pull&Bear 같은 브랜드의 옷은 한국에 비해 엄청 저렴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짐이 너무 많아서 내야하는 오버차지 금액보다도 계산하보면 더욱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과는 스타일이 다른 부분들이 있는데, 그 차이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음식의 경우도 딱히 한국 음식을 많이 챙겨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 밀라노에는 몇몇 한인마트가 있으며, 웬만한 한국 음식은 그곳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택배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보내는 택배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여 짐을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 한국에서 입었던 옷이나 사용했던 물품을 보내는 경우에는 박스에 USATO(사용품)이라고 적어주시면, 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통관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10일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반대로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택배를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분실이 잦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에는 밀라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에게 비용을 내고, 수화물로 맡기는 형식으로 짐을 보냈었습니다. 한인 유학생들 중에서 방학이나 기타 상황으로 한국에 잠시 다녀가는 분들의 경우, 비행기 탑승 시 별도로 부치는 짐이 없어 소정의 운반비를 받고 짐을 옮겨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밀라노 유학생 까페(http://cafe.daum.net/MILANO) 게시판에 올려주시는 글을 보고 연락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소죠르노 (체류허가증)
이탈리아에서 90일 이상 머물기 위해서는 소죠르노라는 체류 허가증을 발급 받아야 합니다. 이 때 그 발급시기가 입국 후 8일 이내라고 명시 되어있지만, 정작 제가 이탈리아에 도착 했을 때는 발급 관청을 비롯한 온 나라가 여름 휴가 기간이었습니다. 대신 보코니 대학 측에서 소죠르노 발급을 위한 세션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꼭 참석하시어 절차를 진행하시는 게 좋습니다. 소죠르노 신청절차가 까다로워 수많은 유학생들이 애를 먹는데, 세션에 참석을 하여 ISD 선생님께서 시키시는 대로만 하면 무난하게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우체국에 작성한 서류를 제출하고, 경찰서에서 인터뷰를 하면 신청 절차가 완료가 됩니다. 그리고 이후 소죠르노가 발급이 되면 수령을 하면 되는데, 행정업무처리속도가 느린 이탈리아답게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쇼죠르노를 발급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비자를 이미 발급 받았기 때문에 이탈리아 내 체류할 때나 쉥겐조약에 가입 된 EU국가를 여행할 때는 불편함이 없었으며, 다만 영국과 같은 비쉥겐국가에 출입하는 경우 쇼죠르노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경찰서에서 쇼죠르노 인터뷰를 했었던 영수증을 보여주면 무난하게 통과를 할 수 있었습니다.
(4) 통장
이탈리아에 처음 도착해서 현지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은행의 경우 통장 개설 절차가 복잡하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보관료에 해당하는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합니다. 그래서 현지 체류하는 다른 한국인들의 조언을 듣고, 한국에서 발급받았던 체크카드를 사용하였습니다. 한국 은행의 체크카드 상품 중 해외여행객이나 유학생에게 적합한 해외 결제 수수료와 현금 인출 수수료가 저렴한 것을 발급 받아 사용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교통
밀라노에는 버스와 트람(전차), 지하철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적합한 교통 수단을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담배가게나 지하철의 승차권 발매기를 이용하여 승차권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고, 정기권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기권의 경우, 한 달에 대략 22유로 정도를 지불하면 밀라노의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밀라노는 모든 대중교통수단이 ATM이라는 하나의 회사 소속이기에 가능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발급은 ATM 센터에서 여권과 증명사진을 가지고 가서 신청을 하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LORETO역 ATM센터에서 신청을 하고, 바로 발급을 받았었는데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 신청한 친구들은 발급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탈리아에 입국하시는대로 빨리 신청을 하시는 게 편리할 듯 합니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승차요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무임승차가 무척이나 빈번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막기 위한 ATM 측의 단속방법도 갈수록 기가 막히게 진화하고 있으니 무임 승차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기숙사의 친구들 중에서 무임승차를 하다 적발된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때 벌금이 50유로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6) 음식
이탈리아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이탈리아의 음식은 맛있고, 식문화도 즐겁습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종류의 피자, 파스타, 세콘도, 파니니, 치즈, 와인, 젤라또 등을 즐길 수 있는데, 본토답게 맛있고 가격 역시 한국에 비해 크게 저렴합니다. 한편 이탈리아는 노동에 대한 임금이 높은편이라 노동력이 들어간 외식이나 식당은 우리나라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그러나 식품자원이 풍부하여 기본적인 식품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해드신다면 크게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기 힘든 식재료들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요리에 재미를 붙이신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음식이 먹고 싶거나 여러 교환 학생들과 함께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먹는 경우, 밀라노에 있는 한인슈퍼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3,4개의 한인슈퍼가 존재하는데, 저의 경우에는 LORETO역 인근에 있는 상록수라는 슈퍼가 가격도 적당하고, 종류도 다양해 종종 이용했었습니다. 식사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이 한국과는 다른데, 이탈리아의 일반적인 저녁식사 시간은 8시 이후입니다. 그래서 그 이전에 식당에 가면, 문을 열지 않았거나 저녁 식사 준비 중이라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아페리티보(Aperitivo)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7~10유로를 내면 와인, 칵테일, 맥주, 주스, 탄산음료 등 원하는 음료를 한 잔을 마시면서 간단한 뷔페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학교 근처의 나빌리 운하에 많은 아페리티보 식당들이 존재하며, 저렴한 가격에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기에 좋아 종종 그 곳을 찾아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MAYA라는 식당이 음식 가짓수도 많고 맛도 좋아서 자주 갔었습니다. 또한 나빌리 운하의 입구인 Ticinese에서 북쪽으로 5분쯤 걸어가다보면 San Lorenzo Maggiore 광장 혹은 꼴로네라고 불리는 광장이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현지 사람들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도 친구들과 그 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냈었고, 종종 친화력 좋은 이탈리아 사람들과도 어울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7) 통신
이탈리아에는 TIM, Wind, Vodafone, 3 같은 통신사가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먼저 요금을 충전하여 해당 기간 동안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시내 중심가인 두오모 근처에 있는 매장에 여권을 지참하여 방문을 하면, 그곳의 직원들이 영어에도 능통하시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휴대전화를 개통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TIM에서는 보코니 대학 학생들을 위한 특별 할인 프로모션이 있는데, 학교 근처에 있는 매장에 가시면 그 혜택을 이용 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기숙사에서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Wind와 Tim을 거쳐 Vodafone을 이용했는데, 기숙사에서 전파가 잘 잡혔고, 아무래도 Vodafone의 경우는 유럽 전역에 퍼져있는 통신사이다보니 여행을 다닐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8) 여행
교환학생으로서 가장 즐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습니다. 밀라노의 경우,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어디든지 쉽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기차와 렌트카, 비행기를 이용했었는데, 거리가 제법 있는 곳으로 다녀오기에는 라이언에어나, 이지젯, 부엘링 등의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시간도 적게 걸릴 뿐만 아니라, 일찍 예약을 한다면 기차나 버스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영국, 아일랜드, 포르투갈, 독일, 몰타, 그리스를 다녀왔고, 이탈리아 국내 여행으로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 베로나, 나폴리, 카프리, 포지타노, 아말피, 페루쟈, 풀리아, 시칠리아를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여행을 무척 추천드리는데, 이탈리아는 통일국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각 지방 마다 고유한 특색이 있어 여행을 하는 재미가 있고, 음식 역시 다양해 여러 지방의 맛을 느끼는 것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또한 수업 시간에 배운 이탈리아어를 써먹는 재미도 있었고 그러면서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9) 축구
이탈리아 사람들은 축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전국민이 열광적인 축구팬이며, 죽은 성인들을 모시는 로마의 판테온의 남은 자리는 국민축구선수 프란체스코 토티의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에 푹 빠져 있습니다. 밀라노에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AC Milan과 Intermilan이라는 세계적인 축구구단이 2개나 있으며, 티켓가격도 EPL에 비해서 무척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경기를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티비로만, 축구게임으로만 접하던 세계적인 선수들이 눈앞에서 경기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큰 희열이었고, 열정이 넘치는 이탈리아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응원을 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10) 기타
보코니 대학에는 ESN이라는 교환학생 버디 동아리가 있습니다. ESN의 보코니 현지 학생 스태프들이 무척 열정적이고, 친근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역시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맛집 투어, 명소 투어 등을 하면서 여러 학생들과 재미있게 어울려 놀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말에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나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를 ESN을 통해 재미있게 다녀왔었습니다.
또한 행정절차나 서비스 등이 느긋하고 느린 편인데, 특히 저의 경우는 카메라가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는데 3개월이 흘러서야 겨우 수리된 물건을 돌려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외에도 전반적인 처리절차가 느릿느릿한 편인데, 마음을 편하게 먹으신다면 어느 새 그들의 여유와 느긋함에 적응을 하시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영어실력의 향상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막상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보니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이었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반적인 영어실력이 조금이나마 향상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이탈리아라는 국가가 영미권 대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인기가 있어 많은 영미권학생들도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도 소통하다보니 마치 영미권국가에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 수기를 언제 다 쓰나, 간단하고 짧게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쓰다보니 그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면서 흐뭇해하면서 즐겁게 작성을 했네요.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시간들이 참 즐거웠고, 저에게는 정말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의미 있는 나날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보코니 대학에 파견을 가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 혹은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rhehddn4125@gmail.com 혹은 카카오톡 rhehddn4125 로 연락해주시면 부족하나마 답변 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멋진 기회를 선사해주신 고려대 경영대학과 황선영 선생님을 비롯한 국제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