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Bocconi University 2012-2 박주현 경영학과
체험수기에 어떤 내용을 적어볼까 고민하다가 제가 처음 학교를 선택할 때, 그리고 학교에 배정받았을 때 가장 궁금하고 필요했던 내용들을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적어보고자 합니다.
1) 비자
떠나기 전 가장 애를 먹었던 문제 중 하나입니다. 시간 정말 넉넉히 잡으시고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이 정도 기간이면 충분하겠지?” 하고 미루시지 마시고 그냥 틈날 때 필요한 서류 준비해서 대사관 가세요. 필요한 서류들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찾으실 수 있으나 막상 대사관에 가면 다른 서류들까지 요구합니다. 전화를 해도 잘 받지도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사이트에서 본대로 준비해갔더니 인터넷에 업데이트가 안됐다며 죄송하다고 하면서 돌려보냈습니다. 행정 문제로 일 처리가 매우 느립니다. 대사관에 가시면 창구에 사람이 하나밖에 없는데 비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스무 명, 서른 명을 넘습니다. (기본 두 세시간 기다리셔야 하니 지루하지 않게 책이나 휴대폰 배터리 꼭 챙겨가세요) 그러다가 시간 내에 못 보는 사람들 또한 다시 오시라며 집에 돌려 보냅니다. 컴플레인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냥 시간을 넉넉히 챙기시기 바랍니다.
2) 수강신청
수강신청 쉽습니다. 고려대학교처럼 마감되는 과목들 몇 없으며, 수강신청이 끝날 때까지 고민하다가 바꾸셔도 됩니다. 참고로 수업들은 Attending/ non-attending이 있으며 수업방식은 교수님들마다 천차만별입니다.
3) 기숙사 신청 및 room share
저는 멍 때리다 신청 마지막 날에야 기숙사를 신청했습니다. 떨어졌습니다. 정신 차리시고 기숙사 신청 잘 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residenza arcobaleno에 배정됩니다. 참고로 학교에서 트램을 타고 20여 분을 가야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 근처에는 큰 마트가 있어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지만 시내와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에 문화생활 누리시는 데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각방을 쓰며, 메이트 1명과 함께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합니다. 방들은 정말 깔끔하고 넓습니다. 또한, 기숙사 내에서 교환학생들끼리 요리나 식사를 함께하고 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을 사귀시고 싶으시면 기숙사가 낫습니다. (남학생들이 샤워하고 수건 한 장만 걸친 채 복도를 다닌다고 합니다. 그 광경을 놓치다니 참 아쉽습니다) 다만 앞에 말씀 드렸다시피 학교와 멀고, 웬만한 플랫보다 비쌉니다.
저 같은 경우, 밀라노 시내에 있는 민박에 10여일 동안 지내면서 친구들과 함께 방을 구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만난 교환학생 친구 2명과 함께 총 3명이 쉐어할 플랫을 구했는데, 5개월 동안만 렌트해주는 아파트를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살 방을 구하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다만 모르는 사람들과 아파트를 공유해야 합니다) 학교 게시판이나 건물에 붙여져 있는 전화번호,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해서 방을 찾을 수 있습니다. 꼭 직접 방을 찾아가보시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의 경우 학교에서 5분 거리였으며 1인당 방세는 기숙사와 비슷했고, 보증금으로 월세 2달치를 지불했습니다(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 대문에는 Doorkeeper라는 경비원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계시며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 2, 부엌,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깨끗했지만 학교 주변에 있는 건물들은 대체로 노후했기 때문에 청결한 걸 좋아하신다면 기숙사가 낫습니다. 또한, 저희 집은 학기 중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다행히 훔쳐갈 물건이 없는 가난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한동안 찝찝한 기분으로 생활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강도가 들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달리 이탈리아의 많은 집 문들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부시기 쉽습니다. 안전하게 생활하고 싶으시다면 이 또한 기숙사가 낫습니다.
마지막에는 보증금 문제까지 일어났습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고, 강도 문제로 문이 박살 났으며,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집 주인이 보증금 중 15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건 돌려받을 길이 없습니다. 요새 이탈리아 경기가 좋지 않아 이런저런 핑계로 학생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이 많다고 합니다. 주의해서 방 구하시길 바랍니다.
4) 전반적인 생활
일단 가시면 심 카드와 인터넷 키부터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심 카드는 개인적으로 WIND나 TIM을 추천해드립니다. WIND는 한 달에 9유로로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지만 실내에서 잘 터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TIM을 사용했는데 한달 11유로? 정도로 인터넷 1GB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잘 터집니다. WIND 쓰는 친구들은 절 부러워했습니다. 웬만하면 조금 더 내시고 TIM 사용하세요.
그리고 인터넷이 공급되지 않는 방을 계약하신 분이라면 직접 인터넷을 공급해야 합니다. 저도 남의 방에 있는 WI-FI 몰래 훔쳐 쓰던 학생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인터넷 설치하는 건 꽤나 비싸서 포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신 인터넷 키(usb형식으로 꽂아 쓰는 것)을 구입하시면 한 달에 10GB 정도를 50유로 정도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 키는 심 카드와 마찬가지로 WIND, TIM, VODAPHONE 등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집 근처에서 까르푸 마트가 굉장히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식용품은 매번 까르푸에서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보통 ESSELUNGA라는 마트가 더 쌉니다. 거기가 가까우면 거기로 가세요. 교환학생이 되어서 좋은 점은 외식이 겁나게 비싸기 때문에 스스로 요리해볼 기회가 많아진다는 겁니다. 물이나 술, 쌀, 파스타, 고기 같은 경우 우리나라보다 비슷하거나 싼 가격에 팝니다. 매일매일 다양한 요리를 도전해보시고 요리왕이 되어서 오시길 바랍니다.
가끔 외식을 하게 되면 언제나 HAPPY HOUR 도중에 갔습니다. 아페르티보라고 보통 6~10유로 사이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뷔페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뷔페의 질과 양은 식당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좋은 장소를 탐색해보시길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나빌리 근처에 MAYA 라는 레스토랑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구글 맵에 찍어서 찾아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교통은 13.5유로에 구입할 수 있는 10회 권을 이용했습니다. 17유로에 한달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이 있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또, 학교 근처에 살면 그렇게 자주 이용할 일이 없습니다) 트램은 교통권을 특별히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많습니다. 저 또한 무임승차를 자주 했습니다. 다만 검사원들이 자주 다니기 때문에 이렇게 무임승차하다 걸리시면 한 번에 26유로를 지불하셔야 합니다. 저는 5개월 살면서 총 2번 걸렸습니다. 계산해보니 차라리 교통권을 사는 것이 훨씬 이득이더군요. 괜히 마음 졸이지 마시고 교통권을 꼭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밀라노의 좋은 점은 구경할 가게가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근처로 한발자국씩 멀리 나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골목골목마다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샵들이 많습니다.
5) 언어
신청하시면 학교에서 가르쳐 줍니다. 이 이탈리아 코스를 통해 친구를 최대한 많이 사귀시길 바랍니다. 보통 같은 문화권 학생들은 한 반에 몰아넣습니다. 학기 시작하면 친구 사귈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보코니 학교에는 교환학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그렇게 관심 가져 주지 않습니다. 저도 현지인을 많이 사귀고 싶었지만 엄청난 친화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어렵습니다. 대다수 교환학생들끼리 친해집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기본적인 이탈리아어는 잘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예상과 달리 유럽인들 영어 잘 못합니다. 정말 못합니다. 진짜 못해요. 바디 랭귀지 아니면 이탈리아어입니다. 유념하세요.
6) 수업
저는 유럽의 수업은 굉장히 다를 줄 알았습니다. 늘 인터넷과 뉴스에서 얘기하는 선진 교육과 선진 수업을 기대했습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유럽의 수업을 들은 후 느낀 것은 고려대학교 수업의 질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수업 전체적인 커리큘럼이나 방식은 우리학교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교수님들이 대다수 이탈리아 액센트가 너무 강해 알아듣기 힘듭니다.
다만 좋은 점은 보코니에는 우리학교에 없는 특수한 수업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희소하고, 또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좋은 수업들 많이 듣고 오시길 바랍니다.
7) 보코니 버디 프로그램
저 같은 경우 버디가 메일 한 통 온 것이 끝이었습니다. 다만 친구 버디의 경우 자주 저녁을 함께하고 파티를 하는 등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복불복이므로 자신의 버디가 무성의 할 경우 친구의 버디와 친하게 지내세요.
또한 교환학생들을 위해 개최되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함께 인근 여행지를 여행하기도 하고, 칵테일 파티나 클럽 파티를 개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여행이 질적인 측면에서 좀 떨어집니다. 단체로 싼 가격에 이동하는 것이 패키지와 유사합니다. 우루루~가서 우루루~보고 후딱 오는 여행 일정이라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8) 여행
유럽에 있었던 150일 중 두 달 정도는 밀라노가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Easyjet과 ryanair등 저가 항공을 이용하시면 왕복 20~30유로 내에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일찍 예약하실수록 싼 값에 구하실 수 있으니 미리미리 여행 계획을 짜시고 최대한 빨리 비행을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9) 필수품
선글라스 – 가서 사셔도 됩니다. 유럽의 태양은 우리나라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작열하다’라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겨울에도 눈이 부신 날이 많기 때문에 선글라스는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없으신 분은 가서 하나 저렴하게 구입하세요.
선크림 – 말이 필요 없음
저는 출발할 때 옷을 많이 챙겨갔습니다. 여름 옷부터 겨울 옷까지. 그런데 막상 가면 여행하는 날이 많기 때문에 가장 편한 옷들만 찾게 됩니다. (가지고 갔던 옷의 70%를 한번도 입지 못하고 다시 가져 온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옷은 정말 간소하게 챙겨가시길 추천 드립니다. 칵테일 파티나 클럽에 입고 갈 옷 하나, 수업에 편하게 입고 갈 옷들 몇 벌이면 충분합니다. 액세서리도 주렁주렁 챙겨갔으나 사용할 날이 많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들만 챙겨가세요. 짐만 됩니다.
10) 마지막으로
밀라노에는 의외로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인터넷에 한인회를 찾아 연락을 해보세요.
또한 쑥스러우시더라도 외국인에게 먼저 다가가고 손을 내밀 줄 아셔야 합니다. 저는 그런 친화력이 제게 없었던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학생일 경우 한국의 문화(드라마, 가수 등)에 대해 생각보다 관심이 많습니다. 이를 이용해 대화를 먼저 시작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한 학기 동안, 짧은 기간이지만 최적의 경험을 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도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