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University of Pennsylvania, The Wharton School
2011 가을학기 교환학생
박희원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한국으로 귀국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 데, 아직도 와튼이라는 단어는 보기만 해도 그 곳에서 느낀 감동과 만난 인연들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학기 동안 제가 배우고 느낀 점을 통해 앞으로 교환학생을 떠나시는 다른 학우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1. 학교 – The Wharton School, 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 스쿨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펜실베니아 대학교(유펜)의 경영전문대학으로 Financial Times 등 세계 우수 언론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즈니스 스쿨로 여러 차례 선정된 곳입니다. 와튼 학부생들은 재무를 전공으로 가장 많이 택하지만 이 밖에도 회계, 경영관리 분야가 특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펜-와튼스쿨의 관계는 쉽게 고려대-고대경영과 같은 관계처럼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고대 경영대학처럼 와튼스쿨도 캠퍼스 우측에 따로 건물을 지어 사용하며 유펜 대학 측에서도 와튼 학생들에게 주는 혜택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와튼 학생들은 자체 행사와 파티들이 많으며, 경영대학 건물 내 그룹 스터디룸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와튼 산하 건물을 24시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필라델피아 야구 경기 티켓부터 학교 건물 내 인쇄 비용 지원까지 와튼 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혜택이 많으니, 가게 되신다면 이런 기회를 꼭 놓치지 마세요 (여담으로.. 함께 교환학생을 간 한국인 7명 중 유펜이 아닌 와튼으로 선발된 학생은 고대 경영대생 밖에 없었기 때문에 와튼의 여러 혜택을 누릴 때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도시 속 캠퍼스의 매력 – Philadelphia
와튼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 도시에 위치한 학교입니다. 미국은 많은 대학들이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뉴욕과 2시간 거리에 있는 미국 5대 도시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 안에 캠퍼스가 있다는 점은 유펜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 내 대중교통 시스템도 잘 되어있어서 버스를 타고 휴일마다 캠퍼스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Center City에 나가서 맛집 탐방도 하고 미국 역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필라델피아만의 유적들을 쉽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캠퍼스 안에 Urban Outfitters, Gap, American Apparel 등 패션 스토어들은 물론, 레스토랑과 대형 마트까지 모두 있기 때문에 더욱 재밌는 캠퍼스 생활을 누리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인턴,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와튼 학생들에게 뉴욕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은 와튼 스쿨의 큰 매력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와튼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유펜 재학생들이 주말이면 뉴욕을 찾습니다. 따라서 매주 30번가 버스 정류장에서 신나는 주말을 위해 뉴욕 행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줄곧 볼 수 있었는데요, 저 또한 체류 기간 동안 필라델피아와 뉴욕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왔기 때문에 한적한 산골보다 도시 생활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유펜과 와튼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3. 수업 – 와튼은 넓고, 수업은 많다
와튼 스쿨은 Finance, 재무로 가장 잘 알려진 학교입니다. 저 역시 재무 수업을 많이 듣겠다라는 생각으로 캠퍼스에 도착했고, 처음 수강신청을 할 때 재무 수업을 3개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여 수강 신청 기간동안 수업들을 들어보니 예상외로 너무 흥미로운 수업들이 많아 고민이었습니다. 결국에는 어차피 고대에 돌아가면 전공 수업은 지겹토록 들을 테니 유펜과 와튼만의 재밌고 유익한 수업을 듣자라는 생각에 와튼에서 경영 전공 2개, 유펜 대학에서 교양 수업 2개, 이렇게 총 4개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경영 전공 수업은 모두 Management, 즉 경영관리 수업을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Negotiations(협상론) 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앞서 고대에서 와튼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신 선배도 수강하신 과목인데, 경험보고서에 성적이 너무 안 나온 과목이었다는 말을 보고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고민이 된 수업이었습니다. 협상론은 매 수업 한 명은 판매자, 다른 한 명은 구매자 입장에서 1:1으로 매칭된 학생과 협상을 하여 얻어낸 협상 가격이 상대평가되어 성적으로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미국인들과의 말싸움에서 동양인이 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절로 나왔던 과목입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녹화되어 전세계 MBA 프로그램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을 만큼 와튼의 가장 유명한 강의 중 하나라는 사실에 겁 없이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수업을 들어보니 ‘역시 명강의 다르구나’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처음에는 욕심 없이 시작한 저였지만 협상론의 묘미를 맛 본 이후 수업 자체가 너무 흥미로워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열심히 케이스를 준비한 점을 교수님께서도 알아주셨는지 결국 우려와 다르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수업의 매력을 제가 너무나 열정적으로 설교(?)해서 그런지 이번 2012년 봄학기에 와튼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 학우 분께서도 이 수업을 신청하셨다고 합니다.
와튼 스쿨은 finance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강의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고, 열심히 한다면 성적은 잘 나오니 걱정 마시고 꼭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4. 학교 외 활동 – 동아리/학회
보통 교환학생이라면 6개월, 길게는 1년 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대학 동아리에서도 가입을 한다고 했을 때 쉽게 받아주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아리 가입이 어렵다는 핑계로 교외활동을 쉽게 포기하실 분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미국 대학에는 미국만이 갖고 있는 대학 문화로 Greek Letter Organization 이라는 것이 있는 데요, 쉽게 말해 사교클럽+학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남자들만의 모임은 Fraternity, 여자들은 Sorority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과 친구들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라고 부르는 데 이와 다르게 남녀 혼성의 경영전문 사교모임을 Business Professional Fraternity 라고 합니다. 이 단체들은 형제애와 자매애의 강조에서 이어지는 결속력과 인맥, 그리고 비밀을 매우 강조하여 소수정원의 멤버들을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의 정치인, 기업가들은 대부분 이러한 사교클럽 출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미국에서의 Fraternity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그만큼 이곳의 정식 멤버가 되기 위해선 면접과 다양한 기준을 통해 우선 선발되어야 하고, 선발된 인원들끼리 Pledge 라는 이름 하에 약 8-10주 간의 혹독한 가입 과정을 치뤄야 합니다.
저는 와튼 스쿨의 최초, 최대 규모의Professional Business Fraternity 인 AKPsi 에서 Pledge 과정을 거쳐 정식 멤버가 되었습니다. Pledge과정은 정장을 입고 총만 쏘지 않을 뿐 군대 훈련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보통 미국 대학생들도 쉽게 엄두를 못 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8명의 인원이 선발되어 Pledge 과정을 시작했지만, 이 중 3명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도중에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그 날의 월가 상황을 멤버들에게 보고하고, 매주 기업평가 프레젠테이션 및 하고, 사교 클럽을 대표하여 대기업 후원의 파티를 여는 등 경영인으로서 갖춰야 할 전문 소양과 지식을 기르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함께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간 언니들이 저를 볼 때마다 안타까워할 정도로 정말 힘들었지만, 교환학생 가서 가장 잘 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AKPsi에 가입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제겐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학교 생활과 병행하여 모든 Pledge 과제를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부지런해지고, 주식과 현 경제 시장에는 문외한이었던 제가 세계 최고 경영대학 와튼 학생들 과 망설임 없이 2011년 유럽 경제위기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저 스스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환학생 최초로 미국의 Fraternity 에 가입함으로써 불가능은 없다라는 교훈을 얻고 나니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KPsi의 친구들은 한국에 온 이후에도 매일 연락할 만큼 제겐 너무나도 소중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제가 많은 것을 배우고 올 수 있게끔 도와주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국제실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와튼에 다녀오신 선배들이 자세히 설명하신 내용은 제외하고 제 개인적인 경험담을 적어보았는데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메일 holajuana@naver.com 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유펜/와튼 대학 교환학생 비자, 면역 기록, DS-2019 서류 등에 관한 자료는 블로그 (http://holajuana.blog.me/70111908949) 에 올려두었으니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
* 첨부파일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