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정주영
파견교: University of Pennsylvania
제가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였던 시절, 우리 경영대의 가장 큰 매력으로 보였던 것은 강력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눈에 띄는 학교는 Wharton School이었습니다. Wharton은 아이비리그 대학교 중 하나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경영대학으로,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워렌 버핏,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우리 학교의 장하성 교수님 등의 훌륭한 인물들을 배출한 경영인재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Wharton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Wharton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배들의 멋진 경험담을 접한 후 Wharton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겠다는 것은 제 대학생활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Wharton이 속한 UPenn은 미국 동부 Pennsylvania주의 가장 큰 도시인 Philadelphia에 소재하고 있으며, Philadelphia는 미국의 초대 수도로서, 미국에서 몇 안 되는 역사 도시 중 하나입니다. UPenn 또한 1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학교이고, 모든 단과대들이 우수한 학교입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뛰어난 Wharton은 전 세계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드는 학교이며, 특히 재무 분야가 뛰어나기로 이름나 있습니다. 따라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금융/재무 관련 커리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관련 과목들은 인기가 매우 높아 수강신청 때면 항상 치열한 경쟁이 생기곤 합니다. 실제로 저는 잘 모르고 가장 인기있는 재무 과목을 신청했다가 모두 실패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수강했던 전공 과목은 Risk Management와 Tax and Business Strategy입니다. 먼저 Risk Management는 Penn Law School, Wharton MBA, Wharton Undergrad의 학생들이 같이 수강하는 과목입니다. Wharton의 교수님 두 분과 Law School의 교수님 한 분이 강단에 서셨고, 리스크에 대한 기초적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내는가에 대한 내용, 기업과 개인의 입장에서 리스크란 무엇이며 어떻게 분산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 그리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접근하는 리스크의 내용을 다룹니다. 각 파트별로 해당 분야의 교수님의 강의를 해주시기 때문에 기초적인 내용이라도 상당한 깊이가 있으며,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전공 과목은 Tax and Business Strategy입니다. 이 과목은 단순한 세무회계 과목이 아닙니다. 기업의 지출 중 중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세금을 관리하는 구체적인 방법론부터, 기업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금의 역할까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들을 다룹니다. 수업 시간 중에 다루는 실제 사례들을 보면,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던 세금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과목은 한국에서는 듣기 힘든 과목이었기 떄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으며, MBA 학생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강의 자체의 수준 또한 높았습니다. 담당 교수님이셨던 Jennifer Blouin 교수님은 현업에서 활동했던 CPA이시기 때문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현실 세계와 잘 연결하여 효율적인 수업을 이끌어주실 수 있었습니다.
Wharton에 교환학생을 가더라도 UPenn의 타단과대 수업 또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제가 들었던 Experimental Psychology라는 과목은 상당히 큰 대형 강의였음에도 불구하고, TA들과 함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자세히 복습하는 recitation시간을 통해 대형 강의의 단점을 완벽히 극복했습니다. 또한 대형 강의임에도 Clicker라는 리모콘 장치를 이용, 수업 중 학생들의 의견과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강의 내용과 연계하는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의 수가 많은 대형 강의였기 때문에 학생의 피드백은 거의 항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었고, 강의에서 다룬 내용과 잘 일치했기 때문에 강의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더불어, UPenn의 심리학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실험에 피실험자가 되어 직접 참여하는 research credit 제도는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수준 높은 활동이었습니다. 이외에도 UPenn에서는 매우 우수한 어학 강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학교에서 듣기 힘든 과목들도 다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과목들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교환학생 생활의 또다른 큰 부분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입니다. 제 경우에는 홍콩의 HKUST과 호주의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온 친구들과 굉장히 친해졌습니다. Philadelphia 시내에서 관광이나 맛집 탐방을 같이 다니기도 하고, 근교로 같이 여행을 다니기도 하며, 캠퍼스에서도 같이 수업을 듣고 식사도 하고 공부도 하는 등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저는 기숙사가 아니라 근처의 집에서 세들어 생활했는데, 모두가 헤어지기 전날 제 집에서 열었던 파티는 아직도 모두가 기억하는 교환학생 시절 가장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렇듯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제 자신이 생각해도 매우 잘 했던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 친구들과는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부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영어에 대한 울렁증이 많이 해소됩니다. 국내에서만 영어를 배웠기에 말하기에 있어서 부족함이 많았는데, 수업 시간에 영어로 말하는 것은 물론, 장을 보는 것이나 우편물을 부치는 것까지 모두 영어로 해결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생활 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가야 한다는 점도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미국에서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911에 전화해서 앰뷸런스를 부르고, 응급실에 다녀오고, 보험처리를 하고, 학교에 신고를 하는 등의 흔치 않은 경험을 통해 상황 대처력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 경우에는 직접 방을 빌려서 생활했기 때문에, 집주인과 계약을 하고 방세를 지불하고 하는 등의 일처리를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렇듯 교환학생은 학업적으로도 큰 공부가 되고, 즐거움도 많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으며,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저에게 이런 커다란 혜택을 주신 학교에, 귀한 시간을 쪼개어 상담에 응해주신 여러 교수님들께, 여러 문제들을 친절하게 도와주신 국제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학생들로서 누릴 수 있는 이 소중한 특권을 부디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