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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Denmark] Copenhagen Business School 유민지 2010-1

2010.10.20 Views 1076 경영대학

[Denmark] Copenhagen Business School(2010-1)                     유민지

-파견을 준비하며-

저는 교환학생을 가자고 마음을 먹었을 때 미국 + 유럽 어딘가로 1년을 다녀오자고 계획을 했고, 우선 University of Kentucky에서 학기를 보내던 중 계획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기 파견자는 면접 등이 면제되기 때문에 (그리고 어차피 2순위라서) 학기 중에 한국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고요. 서류절차만 잘 진행하면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Denmark의 CBS로 결정이 되었고,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제일 유명한 경영대학이라기에 ^^;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덥석 물었습니다. 비자 관련해서는 직접 뉴욕의 총영사관과 컨택을 해서 서류를 준비 잘 해서 보내면 큰 문제 없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구요, 제 기억으로는 5주?정도 소요되었기 때문에 저와 같은 경우의 분들께서는 좀 서둘러서 비자발급절차를 진행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숙사 때문에 조금 문제가 있었는데요. 신청절차가 컴맹인 저에게는 좀 어려워서 신청을 다 하고 출력해서 뭘 봐야 하는데, 노트북인데다 프린터가 없던 저는 나중에 출력하면 되겠지 하고 신청절차는 끝난줄 알고 두었다가, 배정을 받지 못해서 출국 한달전에 부랴부랴 난리를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Kathrine Kollegiet(?, 이하 KK)에 배정을 받아 한학기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이미 한번 해보았던 거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구요.

-도착해서-

저는 봄학기에 파견이 되어 1월 하순에 덴마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춥습니다. 마침 전세계가 이상 기후로 캘리포니아에도 눈이 오는데다, 덴마크도 10년만의 한파라고 매스컴에서 떠들었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춥습니다. 떠나기 전에 날씨는 체크 했었지만 서울과 비슷한 기온으로 -5~10내외라 그냥 비슷하겠거니 방심했던 것이 실수였습니다. 덴마크는 섬나라라 바람이 엄청나고 겨울에 강수량이 집중되어 있어서 항상 눈이 오는데다가 위도가 높아서 겨울에는 해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기온이라고 하더라도 체감온도는 -20이상입니다. 아무리 껴입어도 바깥에 나가려면 정말 큰맘을 먹어야 했습니다……. 저는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체질상 견디기가 힘들어서 더욱 고생이었는데, 추운 것 싫어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마디만 더 보태자면, 5월 초 까지는 코트를 입습니다……..
덴마크도 5월부터는 날씨가 좋아져서 해도 길어지고 (밤 9시 10시에도 해가 떠있습니다. 대신 1,2월에는 해님 얼굴도 구경 못하구요.) 무지 예쁜 소리로 우는 새들도 많고, 꽃도 피기 시작합니다. 겨울에는 코펜하겐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는데, 어디서 나온 사람들인지 다 잔디밭에 누워서 행복해합니다. 저도 코펜하겐에 오기 전까진 몰랐는데, 햇빛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햇볕 잘 드는 벤치에 앉아 멍하게 있는 게 생활이 됩니다. ㅎㅎ
7월 8월의 코펜하겐은 그야말로 lovely라는데.. 저는 6월 초에 아쉽게도 귀국하고 말았습니다. 가을학기에 파견가시는 분들은 좀 일찍 들어가 보시는 게 어떨까 생각이 되네요.
너무 추운 것만 강조해서 얘기한 감이 있는데, 제가 추위를 너무 싫어해서 저 같은 분은 좀더 남쪽나라로 내려가시라고 말씀 드린 거구요, 사실 덴마크는 안데르센 같은 동화작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나라입니다. 첨부한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듯, 어디를 무슨 카메라로 찍어도 엽서사진이 나옵니다. 요즘 대학생들 유럽여행 많이 하지만 북유럽까지는 일정상, 또 금전상 잘 안 가시는데, 북유럽국가는 북유럽만의 멋이랄까 운치가 있습니다. 쭉쭉 뻗은 키에, 금발에 푸른 눈인 덴마크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 사람들은 아름다운 도시에 걸맞게 옷도 잘입고 또 워낙 옷걸이가 좋다 보니 대체로 왕자님 같고 요정 같아 눈이 즐겁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애들이 학교 다닐 땐 워낙 외모에 신경을 안 써서 그냥 편하게 다녔는데, 여기 애들은 학교에도 패션잡지모델처럼 하고 오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쓰고 다니면 왠지 부끄럽습니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가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옷 값도 비싸서 미국에서처럼 가서 사입으세요라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여기서는 편안한 옷은 집에서밖에 입을 일이 없으니 미국과는 반대로 편한 옷은 적게, 좀 차려 입을 옷을 많이 가져가시면 되겠습니다. 
또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인구가 100만이라면 개가 50만은 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덴마크 같은 선진국이 웬일인지 의외로 애견의 뒤처리를 하는 에티켓은 없어서, 그 아름다운 길 여기저기에 개똥이 앉아있습니다. 한 2개월 정도 지나면 안보고도 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만, 그야말로 지뢰밭이라 처음에는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덴마크의 물가에 대해서 잠시 언급 드렸습니다만, 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 유제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쌉니다. 우리나라에서 3,4만원인 컨버스가 10만원을 훌쩍 넘더라고요. 잠시 밀수판매로 차익을 남겨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ㅎㅎ 그렇지만 아껴 쓰면 아예 못살 동네는 아닙니다. Super Brugsen, Ilma등은 비싼 수퍼마켙이고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구비되어있습니다. Fakta와 LIDL이라는 수퍼마켙이 비교적 싸고 괜찮은 곳입니다. 제가 살았던 KK의 바로 앞에는 LIDL이 있어서 자주 이용하였습니다. 가격차이가 꽤 나니까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쇼핑을 아예 안하고 지출을 식료품비와 교통비에만 한정하면 한 달에 50만원 안으로도 살수는 있습니다. 교통비가 꽤 비싸니까 학교에서 가까운 기숙사를 배정받아서 걸어 다니거나 중고자전거를 사서 다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하철+버스 한달 패스가 7만원 정도이고 중고자전거는 14만원정도면 괜찮은 것을 살 수 있습니다. 또 오실 때는 비슷한 가격에 팔면 되니까요 ^^ 저는 학교가 걸어서 20분 안쪽이라 4월부턴 주로 걸어 다녔습니다. (생각해보니 겨울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듯 합니다. 눈이 미친 듯이 오는데, 덴마크 사람들은 안경도 안 쓰고 잘 타고 다니지만, 그건 걸음마 시작하자마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거지 우리는 못합니다) 자전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코펜하겐 인구가 100만 남짓이라면 자전거가 200만대 있다고 하더군요 ㅎㅎ 자전거 도로가 워낙 잘되어 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탑니다. 저는 자전거 타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 무서워서 중고자전거 살 생각을 안 했는데, 한번 친구 것을 빌려 탈 기회가 있어서 타보니 꽤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자전거 도로가 차 다니는 도로 바로 갓길이고, 딱히 분리대가 없어서 좀 무서웠습니다. 얘네가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자전거 바퀴도 커서 속도감이 장난 없더군요 ㅎㅎ 밤이었는데 약간 정신 놓을 뻔 했습니다.    
 유럽 교환학생을 얘기하면서 파티문화를 또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거의 항상 (시험기간에도) 파티가 있습니다. 금토일은 말할 것도 없고, CBS는 목요일에 학교 안에 임시로 건물 일부를 막고 클럽을 만들어 주는데 근처의 학교에서도 놀러 올 만큼 성황입니다. 이 아이들은 체력이 남다른지 새벽 5시까지 스탠딩으로 술 마시고 놀다가도 아침 9시 수업을 갑니다. 이런 애들을 멋모르고 따라다니다간 2주정도면 녹다운 될 수 있으니, 스스로 페이스 조절을 잘 하셔야 합니다. 무지막지 논다고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명성에 걸맞게 도서관에 가보면 자리가 없을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니까요. 미국에 비해 유럽 학점이 짠 편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수업을 열심히 들어도 기말고사를 못 보면 과감하게 Fail을 주신답니다.  
유럽 국가 중에 덴마크를 선택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게 언어였는데요. 덴마크는 물론 Danish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언어를 씁니다. 약간 French같으면서도 흥분하면 Chinese같기도 하고 German같기도 한 이상한 말이라 4개월이 지나도 발음을 명확하게 인지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렇지만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곳 사람들은 꼬맹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 우리보다 영어를 잘합니다. 심지어 버스기사도, 핫도그가게 청년도 영어를 잘합니다. 슈퍼에서도 애먹을 일이 전혀 없습니다. 왜 그런가 물어보았더니, 덴마크는 주 무역국이 영국이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웬만한 할리우드영화는 자막 없이 볼 정도입니다. 수업도 대부분 영어로 개설이 되어 있구요. 코펜하겐에서 4개월 남짓 지내면서 언어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보았습니다. 오히려 이탈리아나 프랑스 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영어를 아예 못하기 때문에 교환학생끼리만 다니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좀 춥긴 하지만 (?) 그런 면에서는 덴마크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Nordic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의 장점은 탁월한 사회복지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선진국의 선진국인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은 국민 모두가 잘살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데요. 잠깐 들렸다 가는 저 같은 외국인 교환학생에게도 입국하자마자 바로 CPR-number(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해주며 관리합니다. CPR-number를 받을 때 여자의사가 좋냐 남자의사가 좋냐는 질문을 받아서 당황했었는데, 모든 사람에게 주치의를 배정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병원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모든 것이 공짜이지만 의사선생님도 간호사도 너무나 친절하고, 감정 상태부터 일일이 상담하여 주어서 일부러 아프고 싶을 만큼 감동받았습니다. 또 모든 것이 비싼 덴마크이지만 약값은 이상하게 싸더군요. 덴마크사람들은 대학까지 학비가 무료이고, 기숙사비도 내주고, 집 없는 사람은 집도 줍니다. 거의 모든 가게는 7시~9시면 문을 닫고, 사람들은 일찍 퇴근하여 가족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시간에는 근처의 공원에서 조깅도 하고 개 산책도 시키며 느긋한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아니 이렇게 일을 안 해도 먹고 살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밥 먹듯 야근하고 경쟁으로 녹초가 되어있는 한국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해도 별로 스트레스가 없으니 고객을 대할 때도 자연스럽게 친절하게 대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잘 들어 줄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돌아와서-

사람 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교환학생의 제 1 목표는 영어와 깊은 관계 맺기였고 제 2 목표가 견문 넓히기였습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결과적으로 덴마크의 CBS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모범답안이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선봉에 서 있는 미국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곧이어 Nordic‘복지주의’모델의 덴마크에서 한 학기를 보낸 것은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수 십 년간 주류로 군림했던 신 자유주의적 경제성장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도 들었구요. 4개월 동안 덴마크에 살면서, 지금껏 22년간 받아왔던 교육과는 많이 대치되는 장면에 충격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경쟁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를 높여 더 나은 생산성을 갖게 하는 것이고,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항상 이득이라고 그 동안 직/간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아왔으나, 이로써는 덴마크에는 왜 거지가 한 사람도 없는지, 왜 적게 일하고 많이 받을 수 있는지, 왜 사람들이 남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지, 왜 그럼에도 모두 만족하고 행복해 보이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어나서부터 경쟁이 당연시 되어있고 올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글 같은 곳인데, 지구 반대편의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동화책처럼 알콩달콩 느긋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학기가 끝난 후에 잠시 로마와 파리를 여행한 후 한국에 들어왔는데, 지금도 1년간의 교환학생 생활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1년은 저의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1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는 교환학생을 가기 전의 저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완전히 다른 인생을 설계하려고 합니다. 학기 중에 개인적으로 큰 일을 겪기도 해서인지 왠지 지난 1년이 4~5년처럼 느껴지고, 예전에 믿고 있던 것들과 지금 받아들이려는 것들이 뒤엉켜 마치 사춘기가 다시 온 듯 방향을 잡는데 약간 고생하고 있습니다. 좀 개인적인 얘기가 되었지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교환학생이라는 특별한 경험은 누구의 인생이든 큰 전환점이 되어 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디로 가든지 당당한 자세로 용기를 갖고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학기가 될 것입니다.     

*사진은 첨부파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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