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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USA] University of Kentucky 유민지 2009-2

2010.10.20 Views 1026 경영대학

[USA] University of Kentucky (2009-2)                 유민지

-파견을 준비하며-

교환학생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국가와 학교를 선택하는 데는 사람마다 가지각색의 priority list가 있습니다. 제가 미국을, 그리고 UK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우선 저는 해외경험이 전무하고 영어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서 다양한 경험보다는 영어사용이 교환학생프로그램의 최우선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국 또는 영국을 생각하였고, 영국은 주로 1년 단위의 파견만 가능했기 때문에, 선택지는 미국으로 좁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사람이 너무 많이 살고 있거나, 학교에서 너무 많은 학생을 파견하는 학교는 선택지에서 제하게 되었는데 한국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사람들끼리 뭉쳐 다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척 봐도 한국사람들이 전혀 살고 있지 않을 것 같은 Kentucky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University of Kentucky 학교 자체는 인근 주를 포함해서 제일 큰 주립대학이며 세계 대학랭킹 88위로 나쁘지 않고, 오히려 와튼 같은 너무 좋은 학교에서는 영어도 안 되는 와중에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UK는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교환학생파견을 준비하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인데, 첫 번째 단계는 파견교가 결정될 때까지의 영어시험을 보고, 희망파견 교 순위를 정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이며, 두 번째 단계는 파견 교 결정 후에 해당학교와 컨택하며 수강신청을 하고 기숙사를 신청하는 과정입니다. 사실 due date만 명심하고 있으면 별로 어려울 게 없는 과정이지만,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파견을 준비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저도 토플 성적표 때문에 못 가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는데, 9월에 친 시험 성적표가 몇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재발급 신청도 두 번이나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 당연히 보내주는 성적표도 안 오고 성적 정정 후에 발급해주는 성적표도 안 와서 굉장히 난감했었는데, (이것이 미국입니다 여러분) 한국 같으면 절대 이해가 되지 않을 상황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우편물이 이유 없이 늦어지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하니까 또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네요. ToEFL시험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취직, 입학 등 중요한 곳에 쓰이고 어느 application이나 dead line이 있기 마련인데데 중요한 application을 실패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보상해주는지….차라리 돈을 더 받더라도 EMS같은걸로 확실하게 배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종이쪽 두 장이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 어쨌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영어시험은 최대한 빨리 보시고 성적표가 안 온다 싶으면 바로 바로 미국의 본사에 전화나 메일로 확인을 하시라는 겁니다.
파견교 결정 후에는 파견 교와 컨택할 때 필요한 서류는 제대로 구비하여 제때 보내주고, 기숙사 신청은 보통 first come, first serve 방식이니 최대한 빨리 하시는 게 좋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오리엔테이션 때 듣게되실거에요.
-떠나기 전에-
UK로부터 환영메일을 받고 delta airline에서 round ticket을 끊고 기숙사도 smith hall로 정해지고 나니 시간이 다 지나고 떠날 날이 가까워졌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저는 해외생활은 처음이라 걱정이 되어서 이것저것 다 챙겨갔는데요, 결론만 말씀 드리면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wal-mart같은 대형할인매장이 있어서 거기서 사서 쓰시면 됩니다. 샴푸부터 시작해서 손톱깎이까지 다 챙겨갔던 저 같은 미련한 행동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여성용품도 쓸만하고 샴푸 팬틴 같은 브랜드는 거기가 종류가 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생활용품 챙길 공간에 라면이라도 하나 더 넣으시면 나중에 좀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가을학기에 파견되시는 분들은 여름옷에 가벼운 겉옷 정도만 챙기시고 먹을 것을 최대한 많이 챙기시기 바랍니다. 겨울 옷은 나중에 11월쯤에 집에서 부쳐달라고 하시면 되고, 먹을 것을 부치는 것보다 겨울 옷 부치는 게 중량이 낮아서 돈이 덜 들어갑니다. 옷은 최대한 덜 챙기시고요. 미국 애들 학교에서 ‘전혀’ 안 꾸미고 생활하기 때문에 잘때입는 옷이랑 학교에 수업 들으러 올 때 입는 옷이랑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얘네들 일어나서 눈곱만 떼고 학교에 옵니다) 오히려 잘입고 다니시면 안 그래도 아시안 드물어서 튀는데 아주 주목 받으실 수 있습니다. 파티 같이 dress up할 일이 있을 때 입을 옷 두어 벌에 구두 하나만 챙기고 나머지는 그냥 편하게 입을 옷들로만 챙겨가세요. 예쁜 옷들 아쉬워서 챙기다 보면 부피 꽤 나가고 그만큼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한식 한 학기 동안 안 먹고 살수 있으신 분들은 괜찮지만, 저 같은 경우는 한식을 워낙 좋아해서 meal plan(기숙사비에 포함)으로 일주일에 다섯 끼니를 cafeteria에서 먹고 아침엔 시리얼을 저녁은 라면이나 햇반에 김+ 고추장이나 고추참치나 온갖 종류의 3분OO으로 해결하였습니다. 주말에는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되더군요.. 식량 많이 안 챙겨가신 분들은 나중에 학교에 가서 meal plan을 일주일 10개짜리로 업그레이드 하시면 괜찮을 듯 합니다.
-켄터키 주에서-
켄터키는 전세계에서 가장 ‘말’이 많은 주로 말과 관련된 각종 세계 대회가 자주 개최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승마를 배우려면 일회에 수십만 원을 지불해야 하고, 멀리까지 나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꼭 켄터키에 있을 때 승마를 배워두길 추천합니다. 비용도 훨씬 싸고, 말 농장을 갖고 있는 현지 친구를 사귀면 공짜로도 탈 수 있습니다. 근처가 다 드넓은 평지라 웬만큼 사는 집들은 다 농장을 갖고 있더군요. 말 이외에 켄터키에서 유명한 것으로는 Blue grass를 들 수 있는데, 어디를 봐도 푸른 잔디 (그렇다고 파랗진 않습니다)가 펼쳐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날씨가 잔디생육에 유리하지 않은가 싶은데, 항상 화창하지만 시시 때때로 비가 마치 스프링클러처럼 흩뿌리듯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가와도 우산을 쓰는 사람 보기가 드뭅니다. 저는 7월말부터 12월초 중순까지 있었는데, 여름은 덥지만 습하지 않아서 쾌적하고, 가을엔 날씨가 좋고, 겨울은 서울에 비하면 그다지 춥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렉싱턴시에서-
사실 서울만큼 놀기에 좋은 도시가 없습니다.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면 주로 가는 곳이 볼링장, 영화관, 몰이고 그것도 ride를 얻어서 가야 합니다. 미국은 땅이커서그런지 뭐든지 띄엄띄엄 크게 지어놔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캠퍼스도 끝에서 끝까지 걸으면 30분 정도 걸립니다. 그나마 가까이 있는 Wal-Mart도 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데, 중국 애들은 역시 스케일이 커서 그런가 걸어다니더라구요 ㅎㅎㅎ 그리고 이 동네 사람들은 굉장히 순수하고 친절해서 눈만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뉴욕 같은 큰 도시로 갈수록 이런 성향이 줄어들구요. 처음엔 쑥스럽다고 생각되시겠지만 이것도 버릇되니 한국 와서 사람들이 인사안하면 섭섭해지더라구요.
-UK에서-
걱정에 오들오들 떨면서 도착한 미국, 사실 처음에 도착하기 까지는 애틀랜타에서 비행기가 연착되다가 결국 캔슬되어서 발이 묶이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만, 예정보다 하루 늦게 렉싱턴 공항에 도착하여 보니 정말 이를 데 없이 평화로운 곳이더군요. 지난 1년간 학회다 학교다 시달리며 몸과 마음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저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어줄 것 같았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 좋고 공기 좋은데 요양 왔어’라고 하곤 했는데 정말로 고려대 3배 정도의 너른 캠퍼스에 토끼와 다람쥐가 살고 새들이 노래하는 기대 이상으로 평화롭고 맑은 곳이었습니다.
수강과목
Real estate
소규모로 단란한 수업이었고 저와 같이 들은 이두현오빠빼고 나머지는 전부 백인 남성 (교수님 포함해서)이었습니다. The only girl이라고 꽤 예쁨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적이랑은 상관 없는 것 같았지만 ^^; 학기 중에 한번은 교수님 댁에도 초대를 받아서 집에서 수업도 하고 나름 재미있고 신선한 수업이었습니다, 이 교수님은 실제로 Realtor로 활동하고 계신 분으로 교수직은 부업인 것 같더군요. Realtor의 명성에 걸맞게 교수님 댁은 진짜 태어나서 들어가본 집중에 제일 크고 좋은 집이었습니다. 말과 개와 고양이가 뛰어 노는 목장도 딸려있고 근처 땅을 다 사셨는지 작은 숲 속에 위치해 있어 프라이버시가 매우 존중될 거 같은 그런 저택이었습니다. 왠지 집 얘기만 하게 되었는데, 2008년에 전세계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부동산시장에 대해서 자세히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이론적인 부분도 많이 배우고 (재무계산기 필요함) 교수님이 켄터키 악센트로 빠르게 말씀하시기 때문에 좀 부담스러운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Corporation finance
대략 250명 정도가 샹들리에가 달려있는 대강당에서 듣게 되는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마이크를 사용하시긴 하지만 워낙 과목 특성상 교수님의 멘트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필름영사기를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고대에서 들었던 재무관리보다 대략 1/2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출석체크는 전혀 하지 않았고 퀴즈 보는 날에만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시험만 잘 보면 무난하게 성적을 챙길 수 있는 과목이었습니다.

Chinese 101
미국친구들을 좀 만나보려고 신청한 과목이었는데, 덕분에 미국계중국인들이나 현지 애들과 친해져서 볼링도 치러가고 영화도 보고 라이드도 얻어 탈수 있었습니다. 사실 교환학생을 가더라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외국인 친구들을 의외로 만나기가 어려운데, 우리학교의 CCC같은 동아리가 UK에도 큰 규모로 있으니 여기서 개최하는 파티나 모임에 참석한다던지, 제가 한 것처럼 아시아에 관심 많은 미국 애들이 들을 것 같은 수업을 찾아 듣는다던 지 전략적으로 행동하시면 좋은 인연을 만드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수업 자체는 아무것도 모르는 중국어 초보도 무난히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한번 시도했다가 좌절한 중국어 공부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한국인 교수님(아마도 이민오신듯)이 가르치시는 수업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학교의 영강같은 느낌으로 lecture위주의 철저한 한국식 수업이어서 현지 애들은 매우 지루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저로써는 편안하게 학점을 얻을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내용은 거시경제 + 국제경제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돌아보며-
저는 이후에 Copenhagen Business School로 한 학기 교환학생을 더 다녀왔는데, 모든 계획된 일정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이 1년여의 시간이 그저 꿈처럼 느껴집니다. 21년간 한국에서만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우리 동네에서만 주로 시간을 보내다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미국에, 덴마크에 ‘살았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고려대학교와 국제처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비록 사람이 마음으로 저의 일을 계획하였으나 제 걸음을 인도하여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왠지 수상소감 같네요 ㅎㅎ)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 처음 UK에 도착한지 1주일이 안되었을 당시 아직 친구도 없이 오리엔테이션 하는 것을 따라다녔는데, 그냥 우연히 도서관 앞에서 말을 건넨 프랑스 여자아이와 BF가 되어 다른 많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고, 함께 뉴욕여행도 가고, 학기가 끝나고 덴마크에서의 일정도 끝난 후에는 파리로 놀러 가서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친구들과 몽마르트의 아파트에서 머무는 등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들로 즐거웠습니다. 만약 제가 그 때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면, 그 아이와는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이 모든 즐거움도 누리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사실 앞에서 이 것은 가져가라 이 것은 가져가지 마라 잔소리가 많았지만 사실 맨 몸으로 가셔도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가져가셔야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 것이 바로 ‘용기’ 입니다. 사람이 익숙한 곳을 떠나 한번도 가본적 없는 나라에서 홀로 몇 개월이나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움츠려 들기 마련입니다. 내 영어가 어색하지는 않나, 아시안이라고 차별하지는 않나.. 주변에 보면 그 곳에서 오래 살아온 한국 유학생들도 있는데, 이 분들은 오랜 유학생활에 치여 좀 폐쇄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배타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그 중에 정말 좋고 착한 사람도 많지만, 이왕 큰 돈 들여 외국까지 교환학생을 나간 이유가 한국인 친구를 더 만들고 싶어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학생모임에 가면 말도 통하고 맛있는 것도 많고(?) 좋지만, 이런 익숙함에 기대기 시작하면 사람은 점점 더 약해지게 됩니다. 한 학기란 80남짓 긴 인생을 두고 보면 정말 찰나의 순간입니다. 체면, 자존심 같은 것들은 고이 접어두고 나사 한, 두 개 정도 풀어주고 용기를 내어서 낯섦에 자신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멋진 인연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첨부파일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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