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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Austria] Vienna University 김희선 2009-2

2010.05.04 Views 966 경영대학

1. 오스트리아 빈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빈 대학교를 1지망으로 지원했다. 여름방학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오스트리아의 빈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음악의 도시로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가득하며, 넘쳐나는 예술 작품들에 파묻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또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동유럽과 서유럽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조금은 무모하게 빈에서 한 학기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 기후정보
  빈에 도착한 첫날엔 날씨가 참 좋았다. 추운 도시라서 9월 초라도 쌀쌀할 것 같았는데 여름처럼 햇빛이 강렬한 맑은 날이었다. 10월 말까지는 날씨가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급격하게 추워지고 눈도 많이 왔다. 한겨울 심하게 추운 날에는 집밖으로 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 겨울에는 그나마 따뜻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녔었다. 빈의 날씨는 대체로 서울과 날씨가 비슷하지만 바다가 없는 대륙 내부에 위치해서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에는 더 덥다고 한다.

 교통정보
  빈은 작은 도시이다. 빈 내에서라면 어디든 1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또 대중교통이 발달하여 지하철, 트램, 버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이용하기 편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쓸 수 있는 Semester Pass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었는데, 나는 여행 날짜를 빼고 계산해 보니 그냥 매주 Weekly Ticket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해서 Semester Pass는 구입하지 않았다.

 생활정보
  빈의 물가는 서울 물가에 비하면 식료품, 교통비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쇼핑을 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이 다 비싼 편이었다. 또 쇼핑할 곳이 거의 없었고 상품의 질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쌌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 입으려고 옷을 별로 가져가지 않았던 나도, 억지로 사느니 차라리 배송비를 부담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한국에서 택배로 집에 두고 온 옷들을 배송받았다.
  그리고, 관광이 발달한 시내 중심부에서는 그나마 영어가 통하는 편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독일어만 쓴다. 특히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불편했는데, 마트의 점원들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독일어 회화만 공부해 가도 생활하기 좀더 편할 것 같다.
  치안은 좋은 편이라 위험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밤에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길도 어둡고 사람도 별로 없다. 또 밤에는 서역 주변, 그리고 마약 중독자들이 많다는 Karlsplatz는 현지인 친구도 지나가기를 꺼릴 정도로 항상 조심해야 하는 지역이다.

 문화생활
  예술의 도시답게 수많은 박물관, 미술관이 있다. 나도 계획을 세워 한 군데도 빠짐없이 보고 오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전시 내용도 다채롭게 자주 바뀌는 편이며, 방대한 양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또 빈에서 유명한 오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쉽게 관람할 수 있다. 입석 같은 경우 가격도 10유로를 넘지 않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데,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아 두는 것이 좋다.

 

2. 빈 대학(상과대학)
- 교환학생을 위한 빈 대학의 프로그램

 Pre-Course: 빈 대학은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개강 전 2주 동안 pre-course를 개설한다. Pre-course에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독일어를 배우는 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빈에 대해 소개해 주는 투어 프로그램(OK Cultural program)이다. 두 가지 다 별도로 수업료를 지불하며,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참가한다. 특히 투어 프로그램은 다른 교환학생들과의 친목을 주목적으로 하여, 한 학기 동안 함께하게 될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투어 프로그램은 빈의 주요 관광지들과 주변 도시를 방문하는데, 혼자서라면 가기 힘들었을 관광지들도 가볼 수 있어 굉장히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독일어 코스는 테스트를 통해 수준별로 진행하는데 회화 위주의 수업이었다. 두 가지 Pre-course프로그램은 시간대가 다르게 짜여 있어 중복해서 참여할 수 있었다.

   Buddy Network: 빈 대학에는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 학기 중에는 Buddy Network주최로 거의 매주 이벤트가 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가까운 부다페스트, 프라하, 뮌헨 등으로 여행을 가며 학기말에는 인스부르크로 스키 Trip도 있다. 또 WU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클럽에 갈 수 있는 클럽데이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있었다. 모든 이벤트에 다 참여하면 공부는 언제 하나 싶을 정도로 놀거리가 많았다.
 

   Tandem: 빈 대학에는 Tandem이라고 해서 언어교환 프로그램이 있었다. 배우고 싶은 언어와 가르쳐 줄 수 있는 언어를 적어 내면 짝이 맞는 학생과 연결시켜 준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꽤 있었다. 주로 빈 대학에서 한국으로 교환학생으로 파견되는 학생들이었다.

 

 - 빈 대학의 시설과 수업
  빈에 있는 대학교는 캠퍼스가 학과별로 나뉘어져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 내가 파견된 빈 상과대학(Vienna University of Economics & Business)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빈 대학 본교와 달리 Spittlau역에 위치해 있었다. 첫 오리엔테이션을 하기도 전에 관광차 방문했던 아름다운 캠퍼스의 빈 대학 본교에서 수업을 듣는 줄 알았던 나는 학교에 간 첫날 실망했다. 빈 상과대학 캠퍼스는 딱딱한 이미지의 현대식 건물들이었는데, 깔끔하기는 했지만 예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건물들 자체가 이용하기 편리했고, 학생식당도 맛있고 저렴해서 좋았다.
   교환학생을 위한 영어수업은 100가지도 넘게 개설되어 있었고, 대학원 수업도 들을 수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었다. 수업마다 개강일이 각기 다르고 수업시간도 일정하지 않아 시간표를 짜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겹치게 시간표를 짜도 상관은 없었다. 또 수업들 중 블록 코스인 수업은 3~4일동안 한 과목을 끝내는데, 하루에 5~8시간 정도씩 수업한다. 힘들기는 하지만 블록 코스를 3개정도 넣었더니 학기 중 연휴가 많이 생겨서 여행 다니기에는 좋았다. 대신 블록 코스는 과제가 많은 편이다.
나는 6개의 수업을 들었다.

1) International Marketing A (Professor Miska)
   체계적이고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강의를 맡은 젊은 교수님이 수업을 하셨는데, 강의 내용도 충실하고 다양한 Case와 activity가 있는 수업이었다. 매 시간 예습을 전제로 강의하는데 책을 읽어가면 수업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과제가 매주 있었지만 어렵지 않았다.

2) International Capital Flows and Transition Economies
   유럽의 화폐금융에 관한 대학원 수업이었는데 좀 지루하고 어려웠다.

3) International Human Resources Management and Organizational Behavior
   조직행동론 수업이다. Case위주로 진행했고 재미있었다.

4) Strategic Management
   경영전략 수업이다. 좀더 다양한 Case를 보고 싶었는데 그렇지는 못했다. 교수님은 친절하시고 열심히 강의하셨는데 특이하게도 내용을 암기해서 그룹면접 스타일로 Oral Test를 봤다.

5) Global Strategic Management
   글로벌 기업에 관련된 경영전략 수업이다. 강의가 체계적이었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Case를 다루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 이루어지게 팀을 짜서 매 시간 팀별로 1명씩 자기 나라 기업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가지고 와서 토론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6) Strategic Analysis of the Marketing Environment in Central & Eastern Europe
   동유럽에 관련된 마케팅 Case위주의 수업이었다. 생소한 나라인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같은 국가들의 시장상황이나 기업들의 경영방식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

 

3. 기숙사
   파견(9월) 전 5월 중순쯤 한국에서 OEAD office 사이트를 통해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교환학생들이 주로 배정되는 Haus Erasmus에 배정되었다. 기숙사 내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많아서 영어를 공용어로 썼다. 위치는 6호선 Burggasse Stadthalle 역 앞에 있고 6호선과 3호선이 지나는 Westbahnhof도 트램을 타면 한 정거장이고, 걸어서도 갈 수 있었다. 또 빈에서 유명한 번화가인 Mariahilfer strasse도 걸어서 5~10분이면 갈 수 있어 좋았다.
   방은 더블룸으로 안에 화장실도 있고 냉장고도 있는데 취사시설(부엌)은 층마다 있는 공용부엌을 이용했다. 공용부엌은 매일 청소해 넓고 깨끗하고, 친구들과 요리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방은 일주일에 한번씩 청소 아주머니가 오셔서 청소해 주셨다. 기타 시설로는 9층에 충전카드로 이용하는 세탁실과 헬스클럽, 스터디룸, 사우나 등이 있었다.

 

4. Overall Comments
   교환학생은 나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다양한 국가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이야기하며 세계를 보는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처음엔 참 많이 다르다고 느꼈지만, 또 비슷하다고 느낀 것도 많았다.
   여행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나는 애초에 빈으로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결심할 때부터 유럽을 구석구석 여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 나중에는 여행에 질려서 조금은 의무감에 여행을 다니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내 인생에 언제 그렇게 또 여행을 많이 다녀볼 기회가 생길까 싶다.
   그리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낯선 땅에 혼자 살아보는 경험도 한번쯤은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오스트리아 빈이었지만, 다른 어떤 곳이라도 교환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방문해서 머무르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좀더 자라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 처음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세탁기를 돌린다거나 간단한 서류 처리 같은 작은 일 하나를 하는 데에도 불안하고 겁이 났지만, 하나하나를 내 힘으로 해낼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과 배우는 즐거움은 한국에 있을 때에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경험보고서를 쓰다 보니 빈에서의 생활이 너무너무 그립고 더 많은 것을 얻어 올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학과 공부에 대한 언급이 너무 없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학과 공부에 집중하려면 고려대학교에서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해외 교환학생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경영학 지식보다는 세계 각국의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과 본인을 좀더 독립적이고 여유로운 인간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환학생 기회를 통해 앞으로 파견될 학생들이 각자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어떤 것을 꼭 얻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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