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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Experience

[Denmark] Copenhagen Business School 박혜린 2009-2

2010.03.26 Views 1101 경영대학

                        사진은 첨부된 원본 파일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덴마크는 작지만 강한 나라로 국민 소득 수준이 높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없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사회, 우리와 전혀 다른 사회에 대한 궁금증으로 대한민국을 떠나 첫발을 내딛는 곳으로 덴마크를 결정했다. 


    덴마크 생활은 매일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가장 부러운 것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다. 경영대에 해당하는 CBS, 공과 대학에 해당하는 DTU, 주로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KU로 실용학문과 순수학문을 분리시켜 놓았다. 몇몇 유럽국가와 같이 대학 등록금은 없다. 오히려 국가에서 대학생들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데 물가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액수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은 한 달에 DKK 2677(2010년 2월 기준, 약 56만원), 독립한 학생은 DKK 5384(약 112만원)을 받는다. 2005년 OECD 자료에 따르면 교육에 대한 정부 지출이 GDP대비 약 8%로 세계 1위에 랭크 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두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고 공부를 계속할 학생만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이 아니어도 자신의 적성에 따라 원하는 직업 훈련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다른 국가들처럼 기술자의 임금이 높아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경쟁력이 떨어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여유롭고 풍족하게 삶을 즐길 수 있다. IT, 첨단산업을 비롯하여 디자인, 건축, 조명 등이 발달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것이 덴마크의 경쟁력이다.


    CBS는 유럽에서 명성 있는 경영대학으로 단과대학임에도 규모가 크고 국제화 비율이 높다. 지난 가을 학기에는 700여명이라는 대규모의 교환학생이 왔는데, 전세계에서 온 우수한 학생들과 교류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교환학생 비율이 높은 수업은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다든지 하는 단점도 있다. 영미권 학생들이 상당히 많고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실력 있는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자아 성찰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덴마크 내에서 학점교류가 가능해 CBS에서 Innovation Management in a Knowledge Society, International Management, Global Economic Governance를, KU에서 guest student로 Behavioral and Experimental Economics를 수강했다. 경영대 수업의 경우 듣던 얘기와 달리 상당히 이론에 치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의는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어왔다는 전제 하에 진행된다. 교과서, 컴펜디움, 추가 논문, 케이스 자료 등 공부할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도서관은 학생들로 꾸준히 가득 차 있는데 보통 4시쯤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덴마크 학생들은 분량을 다 따라가면서도 여유롭다. 아시아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밤 늦게 까지 남아있는 것을 유럽아이들은 오히려 신기하게 생각했다. KU 수업의 경우 ‘행동경제학’ 이라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수업을 선택해서 그런지 색다른 경험이었다. 교수님의 강의와, 몇 번의 관련 실험, 실험 분석 등을 통해 정통 경제학이 아닌 새로운 경제학 분야를 맛 볼 수 있었다. 덴마크는 학부 3년, 석사 2년이 한 세트처럼 되어 있어 대부분은 5년의 과정을 마친다. KU 경제학과 같은 경우 3년 간은 미시, 거시, 경제 수학, 계량 경제 등의 필수 과목만 수강하며 기초를 충실히 닦고 석사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선택 과목에 해당하는 수업을 듣는다. 그래서 한국과 똑같은 과목이라도 수학적 백그라운드가 충실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힘들다. 수업 강도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이중전공이 경제학인 학생에게는 KU 수업을 추천한다. 정치학 수업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할 것 같은 교환학생 생활도 어떻게 채워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지금, 이 곳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자.'라는 원칙 하에 좀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데에 중심을 뒀다. 생활 정보, 수업 정보 등은 이전의 경험보고서에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으므로 주로 교외활동을 중심으로 한 학기의 소감을 공유하고 싶다.

 

1. 북유럽,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스칸디나비안 국가로 불리며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SAS라는 공동 소유의 항공 회사가 있고, 웬만한 공산품에 3국어가 써 있을 정도로 산업적으로 밀접할 뿐만 아니라, 조금 다르지만 각자 자국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혼혈 가정이나 나라를 건너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에서 거대한 공동 생활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북유럽 조합주의라 불리며 비슷한 시스템을 가졌는데 우리에게도 이미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스웨덴, 국경의 붕괴
      코펜하겐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처음 향한 곳은 이웃 나라 스웨덴이었다. 스웨덴 제 3의 도시라는 말뫼가 코펜하겐에서 가깝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서 빨리 '국경'을 넘어보겠다는 심리가 발동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35분 만에 이웃나라에 도착했는데, 이 자체가 대단한 충격이었다. 서울에서 통학하던 시간보다도 짧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후 스웨덴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보며, 기차에서 깜빡 잠이 들어 스웨덴까지 가서 벌금을 물었다는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에게는 내가 가졌던 '국경'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덴마크, 작지만 풍요로운 나라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와는 달리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제외하면 남한의 절반이 채 못 되는 작은 나라다. 자동차를 렌트하여 2박 3일에 걸쳐 덴마크 여행을 하며 본 것은 끝없는 평원이었다. 가장 높은 산이 약 해발 100m 라고 하니, 좁고 평평한 대지 위에 자전거가 주요 교통 수단으로 발달한 것도 당연하지 싶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레고로 만들어진 레고 랜드를 지나, 바다와 바다가 만나 절경을 이루는 최북단 스카겐을 찍고, 안데르센의 도시 오덴세를 거쳐 오며, '무엇이 이 작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이 맴돌았다. 우리 나라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 곳에서, 너무나도 다른 삶의 방식을 보며, '국부의 원천'이라든지, '이상적인 시스템'이라든지 하는 원론적인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에서 만난 중국
      학기가 한창이던 10월, 행동경제학 팀원들과 함께 만족스런 성과물을 핑계로 노르웨이 여행을 계획했다. 노르웨이의 자연 경관에 대한 기대와 팀워크를 떠나 여행을 간다는 설렘으로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됐다. 노르웨이 여행에서 본 것은 숨막히는 절경이었지만 나눈 것은 독일, 중국, 한국에 대한 이해였다. 여행이 자연 경관을 보기 위한 투어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 할 시간이 많았고, 딱딱했던 팀워크를 떠나 평소에는 깊이 얘기하지 못했던 서로에 대해 얘기하며 알아갈 수 있었다. 독일 아이의 렌즈로부터 '아시아=중국'이라 여기는 경향을 볼 수 있었는데 아시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치가 협소함을 다시금 느꼈다. 한편 중국의 정치, 정책 등에서부터 지난해 일어난 쓰촨성 대지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며 막연히 경제 공룡 정도로 생각했던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됐다.
 
 
2. 베를린 SIFE World Cup, 잊고 있던 반쪽
    SIFE는 대학생들이 기업, 기관과의 협력 하에 지역 사회에 직면한 문제들을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풀어나가는 단체로 전세계 40여 개국 1500여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SIFE World Cup은 매년 National Competition을 거쳐 선발된 각국 대표들이 모여 각자 1년간의 활동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자리이다. 경쟁의 장소라기 보다는 프로젝트 활동을 공유하고, 조언을 받고, 우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에 가깝다. 이번 년에는 서울대가 대표로 나갔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도 observer 자격으로 참관할 수 있었다. 40개국의 학생들이 준비한 cultural fair에 참가하여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온 학생들을 보며 그 동안 잊고 있던 반쪽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마주했던 700여 명의 '전세계'에서 온 교환학생들을 유럽과 영미권, 아시아 몇 개국에서 온 학생들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각국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저들도 동시대에 나와 비슷한 활동을 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젊은이들의 열정, 조직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편 베를린에 도착한 10월 3일은 한국은 민족 대명절 추석이었지만 독일은 통일 기념일이었고 특히 통일 20주년을 맞아 분단 독일의 상징인 브라덴브루크 문 뒤로 대규모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 나와 거리는 그야말로 축제와 기쁨의 열기로 넘쳐났다. 진심으로 함께 축하하며 여전히 분단국인 우리의 현실, 잊고 있던 또 다른 반쪽에 대해 생각했다. 


   
3. 영국 Camphill, 사람답게 살 권리
    Camphill은 영국에서 시작된 장애인 공동체로 지적장애인(residence)들과, 젊은 학생들(co-worker)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co-worker들은 세계 각지에서 봉사, 어학, 문화 체험 등의 이유로 온 젊은 학생들로 6개월에서 2년 동안 거주하며 house-coordinator의 총괄 하에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residence를 도와 '함께 일'한다. gardening, tooling, cooking 등의 활동을 하는데 이를 통해 수익을 낸다기 보다는 자급자족을 도모하며 장애인에게 삶의 의미,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마침 친구가 co-worker로 영국에 있었기 때문에 visitor로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근방의 런던, 캠브리지를 둘러 보고 하루는 친구의 스케줄을 따라 일일 co-worker 체험을 해 볼 수 있었다. tooling은 낡아진 공구를 수거하여 사포질, 약간의 손질을 통해 새 것 같이 만드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다. 이렇게 손질된 공구는 'Tools for Self Reliance'라는 이름 하에 아프리카로 보내진다. 사소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혼자 생활하기도 불편한 장애인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다른 이를 도우며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나를 한 쪽으로 데려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지난 실적, 공구를 보내는 국가가 표시된 지도, 감사 편지 등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것을 보며, 그들이 이 활동을 통해 삶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살아감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gardening, arts and crafts, entertainment 등의 활동을 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residence와 co-worker가 다 같이 클럽에 가는 날까지 있을 정도다. 한편 정도에 따라 능력 대로 자기 직업을 따로 가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든든한 재정적 지원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 경제뿐만 아니라 복지, 삶의 질에도 global standard가 있다면 지금 우리는 어느 곳에 서 있을까? 
     
4. 전세계가 주목했던 코펜하겐 UN Climate Conference
    12월 초, 전 세계가 주목하던 Climate Conference의 막이 올랐다.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여유는 없는지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방관자적인 편이다. 그래도 회의 기간에 별개로 진행됐던 시민들을 위한 크고 작은 행사,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대는 시내, 환경 단체를 필두로 한 범 시민적인 데모 등을 보며 코펜하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의의 중대성과 전세계의 이목을 느낄 수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이탈리아 친구들이 시험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열린 데모에 참석했다며 “It was so much fun. We all were enjoying to parade.”라는데 다시금 문화 차이를 실감했다.
    회의 막바지에 합류하여 Hopenhagen Live 봉사활동, 한국에서 온 청와대 및 기자단 지원 업무를 할 수 있었다. Hopenhagen Live는 회의 기간 내내 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된 시민들을 위한 행사로 인포데스크에서 시민들 질문에 안내하는 단순한 역할을 맡았다. 환경 이슈와 관련하여 여러 부스를 마련하고 공연 등도 진행하며 코펜하겐 총회가 단순히 정상들만의 회담이 아닌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자리임을 상기시켰다. 
한편, 기자단 지원 업무는 갑작스런 대통령 순방 결정으로 모자란 일손에 교환학생들이 총동원 되어 프레스 센터 설치, 기자단 업무 지원, 차량 지원, 대변인 동행, 총회 현장 파견 등의 업무를 분담하여 2박 3일간 정신 없이 진행되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문화관광부 공무원, 청와대 홍보실, 기자들의 업무를 엿보며 막연히 상상하는 것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교환학생 4개월 통해 다른 세상, 다른 삶, 다양한 가치들을 볼 수 있었다. 바쁜 일상에 매몰되면 자칫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을 잃기 쉽다. 교환 학기는 잠시 반복되는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관찰자의 시점에서 나 자신에 대해, 한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한편, 우리는 이제 왜 글로벌 인재가 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국경’은 무너진 지 오래라는 것을 말이다. 국경 없는 시대에, 세계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 그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라는 것 또한 실감했다.
    쓰고 보니 여행수기가 되어버렸지만 학교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기에 ‘체험 수기’나 ‘경험 보고서’ 어느 단어를 고려해도 이 같은 글이 나올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CBS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학생은 다른 수기들을 꼭 참고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CBS 파견이 확정된 학생들에게 첫 달은 monthly pass를 끊어 지리를 익히고 둘째 달부터는 자전거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새 자전거는 값이 비싸고 중고 자전거도 구하기가 매우 까다로우니 파견이 확정된 시점에서 전 학기 파견자에게 연락하여 물려받으면 좋다. 코펜하겐 시내 웬만한 곳은 다 다닐 수 있으며 익숙해지면 대중교통 보다 빠르다. 어디서도 다시 하기 힘든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며 덴마크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제실 가는 길 악기점에서 악기들을 대여해 주기도 하므로 평소 배우고 싶던 것이 있다면 다소 여유 있는 교환학생 기간 동안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앞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될 후배들이 고려대 경영대생으로서 누리는 기회에 감사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추억, 경험, 배움을 많이 쌓고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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