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지원 동기
3학년으로의 진급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갈팡질팡 하고 있던 차에 문득 떠오른 것이 ‘교환학생’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힘으로써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될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 지원자들이 미국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로의 파견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한 번뿐인 이번 기회를 통해 좀더 낯선 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싶어 유럽에 위치한 교류 대학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작년 여름에 가족과 함께 떠났던 짧은 유럽 여행에서의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다는 기대감도 약간은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많은 유럽 국가 중에서 그나마 독일이 영어가 통하는 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홈페이지를 방문해 본 바 유럽 내에서 인지도도 꽤 높은 것 같아, 독일의Baden-Württemberg 주에 위치한 University of Mannheim을 선택하게 되었다. 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독일에 다녀온 사람들도 한결같이 살기 좋은 곳이었다고 추천해 주었기에, 한 학기 동안의 생활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출국 전 준비
파견 학생으로 선정되고 나면, 학교 측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발송하는 우편물을 받게 된다. 입학 허가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대한 안내 및 오리엔테이션 일정 등이 나와 있는 책자, 방학 중 독일어 강좌 및 기숙사 배정 신청서 등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봉된 책자에 중요한 내용이 많이 실려 있으므로 잃어버리지 말고 꼼꼼히 읽어 보기를 바란다. 독일어 강좌는 방학 중에도 있고 학기 중에도 있으며, 전공 수업과 동일하게 학점(3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방학 중 개설되는 독일어 강좌를 듣고자 한다면 신청서를 작성해서 다른 서류들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일부 과목들을 제외하고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수강 신청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학교 홈페이지에서 수강 가능한 과목 목록을 살펴 보고 사전에 수강 신청을 해야 하는지 할 필요가 없는지 체크해 두기 바란다. 변동될 여지가 있긴 하지만, 미리 대강의 시간표를 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표가 교수의 일정에 따라 맞추어져 있어서 과목마다 시간표 모양이 제각각 이다. 별도로 시간표 짜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둘 이상의 과목이 겹치는 시간대가 있는지 잘 확인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출석 체크를 하지 않는 과목들이 많으므로(거의 대부분), 불가피한 경우라면 약간 겹치게 하더라도 융통성 있게 시간표를 짤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출국 전에 해야 할 일들로는, 보험 가입(학교 안내 책자 안에 인정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독일에 가서도 월별로 돈을 납부하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나, 미리 한국에서 돈을 한 번에 납부하는 식의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들었다.), 항공권 구입, 환전(계좌 개설 전까지 사용할 약간의 금액), 기숙사 보증금 송금, 짐 싸기 등이 있다. 비자는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 갈 필요가 없다. 전혀.
독일 도착 후 해야 할 일들
학교 생활과는 별개로 신속히 처리해야 할 일들로 Enrollment, 학생 카드 발급, 포탈 아이디 발급 및 학생회비 납부, Semester Ticket 발급, 은행 계좌 개설, 외국인 거주자 등록 및 Residence Permit 신청, 인터넷 신청 등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제공되는 책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학생 카드 발급은 학교 내 ECum Center에서 이루어진다. 카드를 발급받은 뒤 학교 내에 여러 대 설치되어 있는 기기를 이용하여 Semester Ticket(한 학기 동안 만하임 시내와 근교의 버스, 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Semester Ticket을 구입했다는 증명 스탬프가 학생 카드에 찍히게 되므로, 교통 수단 이용 시 학생 카드를 항상 소지해야 한다. 티켓 검사가 자주 이루어지는 편은 아니지만, 불시에 시행되며 큰 액수의 벌금을 부과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무비자 상태의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독일 내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90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머무르는 교환학생의 경우 Residence Permit 신청을 반드시 해야 한다. 특히 Residence Permit 발급을 위한 심사 시 통장에 600유로 이상의 돈을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은행 계좌를 만들어 한국으로부터 적당한 액수의 돈을 받아 두는 것이 좋다.
인터넷 신청은 독일 도착 당시 내가 애를 먹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기숙사마다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한데, 내가 머물렀던 Ulmenweg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일 주일에 두 번 이 곳을 들렀다 가는 Tutor 학생을 찾아가 설치를 부탁해야 했다. 하지만 책자나 인터넷 등 어디에서도 이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어 도착 직후 약 2주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옆 방 사람의 도움을 얻어 Tutor가 오는 날짜와 시간을 알아낼 수 있었다.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Vodafone이나 O2, T-Mobil 등의 매장에서 Prepaid phone을 구입하여 사용할 만큼 돈을 충전하여 사용하면 된다. 충전은 휴대폰 매장에서 할 수도 있고, 마트나 dm 등지에서 충전권을 구입해 직접 충전할 수도 있다. 기숙사 내에서 전화를 걸 때나 한국에 연락할 때에는 Skype를 많이 이용한다.
수강 과목 관련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University of Mannheim의 시간표 체계는 우리 나라 대학들의 그것과 매우 차이가 나므로 수강 과목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개설 과목을 보면 Bachelor와 Master로 나뉘어져 있는데, Master 과정 내에 있는 수업을 들어도 무방하다.
수강 신청 및 시험 시스템도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대부분의 과목들은 중간 고사가 없고 기말 고사만 있으며, 학기 중 신청 기간에 자신이 학점을 취득하고자 하는 과목별로 기말 고사 신청을 하면 된다. 학교 포탈 사이트를 통해 신청해야 하는 과목도 있고, 수업 시간 중 돌리는 신청서 리스트에 이름을 기재하는 식으로 신청해야 하는 과목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각 교수들이 자세히 설명해 준다. 교환학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기말 고사를 보고서로 대체하는 과목들도 있으니 잘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학점이 우리 나라와는 다르게 ECTS로 표시된다는 점도 알아 두어야 하는데, 우리 식으로는 ECTS의 절반에 해당하는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즉, 6ECTS의 과목을 수강하면 3학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한 학기 동안 Strategic Management, Management in a Globalized World, Logistics Management,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German Language Course (총 30ECTS, 즉 15학점)를 수강하였다. 각 과목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 및 수강 소감을 아래에 써 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별도로 교과서나 참고 서적을 구입해야 하는 과목은 없었으며 모든 과목의 PPT 강의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었다.
① Strategic Management
2월 중순에 개강하였고 3월 말에 종강하였다. Cologne과 Mannheim 두 곳을 번갈아 가며 왕래해야 하는 교수님의 일정 때문인지 2월 말에 수업이 집중되어 있었고 3월 한 달 동안에는 일 주일에 한 번씩만 수업이 있었다. 교수님께서 직접 만드신 PPT 자료를 보여 주시며 그에 대한 보충 설명을 예시를 들어 가며 설명해 주셨다.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가까이 앉은 학생들에게 종종 간단한 질문을 던지시기도 했다. 토론보다는 교수님의 설명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으며, 교환학생들에게는 기말 고사 대신 보고서(유럽 항공 산업의 Competitive Dynamics 조사)를 제출하도록 배려해 주셨다. 처음 써 보는 장문의 영문 보고서인데다, 조사 대상이 ‘유럽 회사’로 한정되어 있어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량을 채우는 것이 좀 부담되기도 했었다.
② Management in a Globalized World
3월에 한 번, 5월에 3번 이렇게 총 네 번의 강의로 구성된 수업이었다. 수업 방식이나 분위기 등은 Strategic Management와 비슷하였고, 역시 교환학생들에게는 기말 보고서 제출의 특혜를 주었다. Strategic Management와 보고서 제출 시기가 동일했다. 즉, 종강되기도 전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는 것이다.
③ Logistics Management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매주 한 번씩 수업이 이루어졌으며 6월 중순에 기말고사를 쳤다. 한국에서 작년에 수강했던 Operations Management와 아주 약간 중첩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계산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라 이 강의 역시 대부분 교수님의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수강생이 20명 내외로 적은 편에 속했다. 기말 고사는, PPT 강의 자료에 실린 예시 문제를 잘 이해하고 풀 수 있을 정도라면 무난하게 풀 수 있을 정도로 출제되었다. 대부분의 예시 문제에서 수치만 바뀌거나 약간 응용이 가미된 정도였다.
④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최근의 사회, 환경, 경제 이슈들을 짚어 보고, 이와 관련된 기업의 역할과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하여 배웠다. 5월 중순에 총 네 번의 강의가 있었다. 강의 횟수가 적은 대신 각 일자 별 수업 시간이 긴 편이었다 (아침 8시 30분에 시작, 점심시간 휴식 후 오후 3~4시 사이에 마침). 교수님은 현재 영국 Cambridge 대학교에 재직 중인 분으로, 만하임 측으로부터 초빙되어 이 강의를 개설하셨다고 한다. 내가 들었던 강의들 중 수강생이 가장 많았고(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100명 정도였던 것 같다.), 학생들이 질문도 많이 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교수님께서도 학생들에게 질문을 중간중간에 많이 던지셨으며, 팀을 짜서 휴식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에 대한 토론을 한 뒤 발표를 하게끔 몇 차례 시키기도 하셨다. 5월 말에 기말 고사가 있었으며, 배운 내용에 해당하는 사례를 서술하는 문제들 위주로 나왔다. PPT 내용을 암기하기만 해서는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시험 출제 스타일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 여러 차례 언급을 하셨으며, 기출 문제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분명 어떻게 답을 써야 할 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생각들을 영어로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 끙끙 앓다가 답안지를 제출해야 했다.
⑤ German Language Course
학기 중에 개설된 독일어 강좌(초급)를 들었는데, 선생님도 매우 친절한 분이셨고 수업 시간 분위기도 상당히 자유스러웠다. (실용영어 스타일의 수업이 좀 더 소규모로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정원이 10명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일어를 아예 하나도 모른다면 생활하는 데 약간의 불편함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므로,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전공 수업 시간표 체계가 많이 다르기에 시간 여유가 많아질 것이므로 학점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 가고자 한다면 독일어 강좌를 수강하는 것을 권장한다. 상대 평가가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선생님께서 모든 학생들에게 후한 평점을 주셨다.
수업 이외의 학교 생활
학기 시작 전 두세 번 정도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으며, 학기 중에는 VISUM이라는 단체(우리 학교의 KUBA와 같은 곳)에서 여러 행사를 주최하였다. 3~4월에는 거의 매주 클럽에서 International Party가 열렸고, Pub Crawl이라 하여 시내 술집 곳곳을 함께 돌아다니는 행사도 있었다. 그 외에도 단체 핸드볼 경기 관람, 연극 관람, 2박 3일 정도로 이루어지는 여행(함부르크, 프라하) 등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클럽에 가 본 적이 없었고 파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던 나는, VISUM 주최 파티에 단 한 번밖에 가 보지 못했다(전반적으로 아시아 사람들이 파티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듯 했다.). 핸드볼 경기와 연극은 보러 갔었는데, 큰 경기장을 꽉 채울 정도로 엄청난 핸드볼의 인기에 놀랐고, 연극(VISUM 측에서는 뮤지컬이라고 소개했지만…)은 영어 자막이나 해설 없이 100% 독일어만으로 진행되어 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들 중 하나로 International Dinner가 있었다. 같은 나라에서 온 학생들끼리 해당 국가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가져가는 행사였다. 나와 선배들은 김밥을 만들어 갔다. 아침부터 재료를 사 와서 수업도 빠져 가며 열심히 만들었다. 좋은 호응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꾸 Sushi라고 불러서 섭섭했다. Sushi와 김밥은 다르다고 열변을 토해도 사람들이 귀담아 듣지 않아서, 나중에는 그냥 설명을 포기하고 말았다.
의식주 및 여가 생활 관련
-기숙사
내가 한 학기 동안 살았던 곳은 Ulmenweg이라는 기숙사의 싱글 룸이었다. 기숙사라고 해서 University of Mannheim이 직접 세워 운영하는 곳은 아니었다. 시내 도처에 있는 여러 Residence Hall 중 몇 군데를 지정하여, 교환학생들이 방을 쉽게 구할 수 있게 학교가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Ulmenweg은 학교와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는 날에 걸어서 학교까지 가면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코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으며 버스가 매우 규칙적으로 오기 때문에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1시 19분/39분/59분 이런 방식으로, 요일과 시간 별로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 거의 오차 없이 버스가 도착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내와 다소 떨어진 곳이라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6명이 부엌과 화장실(남녀 따로 있음), 샤워실(남녀 공용)을 함께 사용하였는데, 모두 생활 패턴이 달라서인지 좀처럼 마주칠 기회는 없었다. 침대, 책상, 옷장 등의 가구들은 모두 깨끗했으며, 방 크기는 혼자 지내기에 약간 넓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닥에 앉을 수 없게 되어 있기에 그리 큰 메리트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방 안에 세면대가 있다는 것도 우리 나라의 방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생필품 구매 및 생활비 관련
급식이 없기 때문에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당에서 사 먹거나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데, 기숙사 바로 앞에 큰 할인 마트가 있어서 편리했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은 비쌌지만 할인 마트를 이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일부 식료품들은 우리 나라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들도 꽤 많았다. 거의 주식이나 마찬가지였던 빵은 가장 싼 종류가 개당 18~20센트 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Lidl, Netto, Aldi, Penny Markt 등 할인 마트의 종류도 다양하다. 단, 대부분의 할인 마트가 8시에 문을 닫으며, 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공휴일인지 모르고 마트까지 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온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 나라에 없는 공휴일(특히 종교와 관련된)이 많으므로 공휴일이 언제인지도 체크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할인 마트가 문을 열지 않는 늦은 시간이나 휴무일에는 주유소에 있는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으나, 가격이 할인 마트의 두 배 이상 비싸다. Asian Market도 몇 군데 있으며, 반가운 한국 제품들도 볼 수 있다. 물론 가격은 한국에서보다 비싸다.
시내(학교 근처, Markt Platz나 Parade Platz 부근)로 나가면 백화점, 은행, 여러 옷 가게와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서울 시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나름 구색은 갖추고 있으니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이 작은 도시에 H&M 매장이 세 군데나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다. dm이나 Rossmann은 우리 나라의 Olive Young이나 Watsons와 비슷한 개념의 공간으로, 화장품이나 세안 용품, 영양제, 생활용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dm 자체 브랜드 샴푸 한 통의 가격이 5~60센트 정도였다. 품질도 좋았다.
생활 소품이나 가구 등을 필요로 한다면 버스를 타고 만하임 근교에 있는 IKEA에 가면 될 것이다.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규모도 크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4월, 6월 여행으로 월별 생활비 격차가 큰 편이었기에, 한 달에 얼마 정도를 썼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평균을 내자면 대략 4~500유로 정도 썼던 것 같다. 아껴 쓰고자 노력했지만, 무심결에 쓸데없는 곳에 돈을 많이 쓴 것 같다.
-여행
유럽으로 파견되는 교환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나라들은 물론이거니와, 동유럽이나 북유럽 등지에 위치한 아직은 생소한 나라들도 방문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유럽에서는 현재 여러 저가 항공사들이 불꽃 튀는 경쟁 중이라, 일찍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택스 포함 10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2~3시간 정도 걸리는 구간을 단돈 2유로에 운행하는 버스 회사도 있다.
개강 전 1월 말에는 약 1주일 동안 혼자 런던에 다녀왔고, 4월에는 약 2주 동안의 Easter Holiday가 있어서, 그 기간에는 선배들과 함께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거쳐,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등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이곳 저곳 방문하였다. 여행 전에는 이런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는데, 각 나라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어떤 나라인지 등등, 준비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서유럽 관광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북적이며 때가 덜 탄 듯한 느낌이었고, 차창 너머로 내다 보았던 자연 경관도 일품이었다. 야간 열차에서의 살벌한 여권 검사와, 일교차 때문에 덜덜 떨다 잠결에 마주한, 은은하게 비치던 달빛도 잊을 수가 없다.
6월 중순에 기말고사를 모두 치고 나서는, 꼭 가 보고 싶었던 도시들을 혼자서 2주 동안 여행하였다. 가족과 함께 했던 여행에서 반나절밖에 보고 오지 못해서 못내 아쉬웠던 파리에 며칠 동안 진득이 머물며, 전에 가지 못했던 박물관과 미술관들도 모조리 찾아 다니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작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기도 했다. 얼굴을 때리며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맞아 가며 보았던 아일랜드의 모헤어 절벽도 아직 눈 앞에 선하고, Holyrood Park의 정상에서 내려다 본 에딘버러의 전경도, Scottish 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에서Damien Hirst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도 아직 가시질 않는다.
주말이나 주중에 시간이 잠깐 남을 때, Swetzingen, Speyer 등 주변 소도시들을 당일치기로 다녀 온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Semester Ticket을 이용하면 같은 주 내에 위치한 도시들은 무료로 다녀올 수 있다. 유명한 대학 도시인 하이델베르크도 트램으로 한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다.
교환학생 생활을 되돌아 보며
나 같은 사람에게 과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여러 모로 좋은 기회였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 성격과, 파티에 거의 나가지 않았던 탓에, 다른 교환학생들만큼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는 못했다. 독일로 떠나기 전, 한 학기만 눈 딱 감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자고 다짐을 그렇게 했는데… 지난 교환학생 생활을 돌아보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부분이었다. 시간은 넘쳐 흐르는데 이를 보람 있는 활동으로 보내지 못하고 다소 나태하게 보낸 적도 있어서 이 점도 후회가 된다. 하지만 이런 후회들 정도는 무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많은 것들을 배웠고, 느꼈고, 어느 정도의 가치관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라 이 글에서 설명하기도 힘들 것 같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이것 저것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글이 참 길어졌다. 길고 지루하기 짝이 없을 이 글을 읽어 주신 학우 분들께 감사 드리며, 어느 한 분께라도 나의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교환학생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지원하신 분이 있다면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며, 선발되어 출국을 앞두신 분이 있다면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이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것들을 이루고 싶은지, 배우고자 하는지 명확한 목표를 미리 세워 두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한 마음가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