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Student Experience
USC 2009년 1학기 경험보고서
2003120349 정승환
들어가는 말
본 보고서를 읽고 있는 여러분을 크게 두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교환학생 선발을 앞두고 USC에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고, 둘째는 USC로의 파견이 확정된 분들이다. 첫 번째 그룹에 속하는 분들이 학교를 결정하는 도움을 드리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USC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정리해보았다. 두 번째 그룹에 속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현지 생활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한다.
USC는 이래서 좋다
1. 햇빛 쨍쨍하고 늘 쾌적한 날씨
우리와 마찬가지로 USC 현지 학생들은 내가 교환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우리학교 어때?" 아니면 "LA어떤 것 같니?"라고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는 "날씨 때문에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 되어서 현지 친구들에게 "LA의 날씨를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구나"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내가 LA의 날씨에 매료되었던 이유는 늘 햇빛이 쨍쨍하고, 기온의 일교차/연교차가 심하지 않으며,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A는 야외활동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은 야외운동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창한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생활 했던 것 같다. LA 사람들은 이런 날씨 때문인지 서울 사람들보다 더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듯하다. 서핑, 수영, 자전거타기, 산책 등 야외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USC에서 더욱더 행복한 생활을 할 것이다.
2. 수업
날씨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수업이다. 나는 일부러 우리와 학교에서는 접하기 힘든 과목 내지는 수업방식을 찾아 수강신청 했다. 그 결과 다른 교환학생들이 많이 듣지 않는 4학년 전공선택 과목을 듣게 되었다. 따라서 본인이 경험했던 USC의 수업은 다른 이들과 약간 다를 수도 있다. 2009년 1학기 동안 수강했던 과목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수와 학생 간의 토론이 매우 활발하다. 미국의 수업이 interactive 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고대 경영대에서도 미국식 수업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가보니 우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자유롭게 토론이 오고 간다. 토론식 수업은 물론이고 강의 식 수업마저도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토론식 수업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업 내내 교수가 수업을 주도하고 가끔 학생들이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식의 수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질문 하나를 하더라도 굉장히 심사숙고 해서 하는 것이 몸에 베어있다. 하지만 USC학생들은 가끔은 정말 뻔한 이야기거나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더라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한다. 참여점수가 대부분의 수업에서 전체 점수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관계로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수업시간에 한마디 던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는 확실하지 않는 이야기라도 일단 지르고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읽을거리가 많이 주어진다. 내가 들었던 과목이 모두 전공선택이기 때문에 한가지 교재보다는 다양한 Article (논문 및 기사)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고대 경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학교에 비해 USC에서 교수들이 읽을거리를 더 많이 던져주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영어로 된 글을 빨리 읽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 영어 원문 읽기가 자신 없는 분들은 빨리 읽기 연습을 하거나 읽을거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회계나 재무수업을 권장한다.
셋째, 교수들의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 단적인 예를 들어 USC 교수에게 Email을 보내면 거의 대부분 12시간 안으로 답장이 온다. 그리고 24시간을 넘기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또한 연구실에 찾아가면 질문이 수업과 관련이 있든 없든 적극적으로 대답을 해준다. 개강하기도 전에 수강신청 한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인사하는 교수도 있었다. 너희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니 간단하게 수강하게 된 이유를 담은 짧은 글과 함께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서비스 정신이 내가 놀랄 정도로 투철한 이유는 5000만원에 육박하는 1년 등록금, 그리고 나이와 지위에 연연하지 않는 수평적인 문화 때문인 것 같다.
3. 다양한 주변의 볼거리
학교가 세계적인 대도시 LA에 위치하고 있으니 당연히 볼거리도 많다. 가장 가까이에는 LA시내와 코리아타운이 있다. 이 두 군데는 크게 볼 것은 없지만 관광 차원에서 한번쯤 들를만하고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러 가기에 좋다. 조금 멀리 나가면 헐리웃, 산타모니카 해변, 베니스 해변, 파사디나, 오렌지카운티 등이 가볼 만하다. LA 밖으로는 센디에고, 라스베이거스, 등이 있다.
미술관 및 박물관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USC만큼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LA County Museum of Art, Getty museum 등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 및 스포츠 행사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학교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Staples Center은 LA Lakers의 홈구장이며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도 자주 열리는 곳이다. 올해 WBC가 열렸던 다저스 구장도 가까이에 있어서 결승전에 갔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Walt Disney Concert Hall에서 수준 높은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
USC 이래서 불편해
1. 대중교통 미비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다고 말했지만 사실 본인은 그리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다. LA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기 전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고 충고를 해주었지만 그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앞으로 LA에 가는 모든 분들은 확실하게 알아두길 바란다. LA의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도 너무 넓고 노선도 적어서 매우 불편하다. 실례로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부터 코리아타운에서 미용실까지 가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자가용을 이용했으면 10분 걸렸을 거리다.
2. 치안문제
USC는 치안이 불안한 중남부(South Central) LA에 위치해 있다. 학교를 둘러싼 동네에는 대체로 저소득층이 거주하고 있고 갱(gang)단의 활동도 비교적 활발하다. 따라서 범죄율도 높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고 실제로 지난 한 학기 동안 캠퍼스 주변에서 크고 작은 범죄가 벌어졌다. 가장 큰 사건은 지난 3월,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뺑소니 사고로 여학생이 사망한 사건이다 (관련기사: http://cbs2.com/local/Adrianna.Bachan.Marcus.2.970698.html). 그리고 학교 인근에서 경찰이 범죄자에게 총격을 가해 체포한 경우 (관련기사:http://latimesblogs.latimes.com/lanow/2009/03/suspect-shot-by.html), 갱 단원끼리 총격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본인이 거주하던 기숙사 근처 Fraternity/Sorority 하우스 밀집지역인 28가 (일명 The Row)에서 성폭력 사건도 발생했었다.
그 외 강도 및 도난 사건은 빈번하다고 할 수 있다. 학교 근처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이메일로 통보가 오는데 이걸 2주에 한번 꼴로 받았다. 예를 들어 4월 30일에는 내가 살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36th Place/Catalina St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학생이 범죄자로부터 가격을 당한 후 금품을 빼앗긴 사건이 보고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대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DPS(Department of Public Safety)라는 교내 안전요원들이 24시간 순찰을 돌고 있고 캠퍼스 안과 주변에 범죄신고 전화기도 놓여있다. 또한 밤 8시 이후에는 Campus Cruiser 이라는 교내 무료 콜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밤늦게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갈 때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안전하게 귀가하고 있다.
3. 별로 학구적이지 않은 분위기
미국인들 기준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고대와 비교하면 USC가 결코 학구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캠퍼스 주변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공부가 주요 목적이 아니라 크게 상관없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가 주요 목적인 학생이라면 조용히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USC에서 운영하는 캠퍼스 밖 기숙사 (Off-campus Housing)의 경우 주변에서 주말마다 파티가 벌어지고 밤새 사이런 소리 및 고성이 들려오기 때문에 소음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진 않다. 조용한 거처를 구하지 못한다면 24시간 운영되는 학교 도서관에 공부하길 권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저녁 늦게 도서관을 이용할 경우 안전을 고려해서 교내 택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USC 생활을 100배 즐기기 위한 팁!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선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USC Marshall에서의 프로그램은 1학기 짜리인 관계로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기엔 너무 아깝다. 따라서 파견 가기 전에 이미 갔다 온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의 시행착오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미리 갔다 온 친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이제 내가 여러분에게 한 학기 동안 터득한 것을 전수해줄 차례다. 기존 경험보고서는 이야기하지 않은 내용을 위주로 USC로 파견 가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팁을 제시하겠다. 일부 내용은 다른 미국학교로 파견 가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1. 요리를 하라
본인은 4개월 동안 제대로 된 요리를 하지 않고 오로지 냉동가공식품 및 라면으로 버텼는데 여러분들은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다운 식사를 즐기기 위해선 도착하는 첫 주에 반드시 조리도구를 구해서 직접 요리를 해먹도록 하자. 요리를 전혀 못한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배워나가면 될 것이다.
2. 차를 구하든 차가 있는 친구를 구하라
LA에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 위해선 차가 있거나 차를 태워줄 친구가 있어야 한다. 물론 고대의 교환학생 버디와 같은 제도가 있긴 하지만 (거기선 버디를 호스트라고 부른다) 매일같이 남에게 의존하며 살순 없는 노릇이다. 교환학생 중에 집에 돈이 많아서 차를 구입하거나 자주 렌트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친구가 드물다. 대부분의 교환학생은 라스베거스처럼 먼 곳에 놀러 갈 때나 큰 맘먹고 차를 대여할 수 있고, 평소에는 차 없는 뚜벅이 신세 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Zip Car이라는 공용자동차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통해 렌터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캠퍼스 주변에서 차를 단기간 대여할 수 있다. 승용차에 5명 꽉 채워 타고 대여료를 나눠서 낸다면 금전적 부담이 그리 크진 않다. 또 다른 방법은 차가 있는 친구를 여러 명 사귀어 자주 얻어 타는 것이다.
3. 적극적으로 동아리 및 이벤트에 참여하라
USC Marshall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교환학생 이벤트는 오리엔테이션, 디즈니랜드 관광, 다저스 경기 관람이 전부였다. 따라서 스스로 나서서 일을 만들지 않으면 주말마다 기숙사 방에 앉아 인터넷이나 해야 하는 슬픈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아리 및 학교 이벤트에 참여해야 한다. 교환학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챙겨주는 것도 없는 대신 교환학생이라고 해서 모임에 참여하는데 제약을 받는 경우도 없다. 파견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인가는 순전히 여러분의 적극성에 달려있다.
4. 영사관 ID를 만들라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술을 파는 곳에서의 신분증검사가 철저한 편이다. 슈퍼에서 술을 구입하거나 술집에 갈 때는 무조건 신분증을 보여주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여권은 휴대성도 떨어지고 분실 시 재발급이 까다롭기 때문에 들고 다니기가 부담스럽다. 따라서 LA에서 신분증으로 통용되는 영사관 ID를 만들 것을 권장한다. 다행히 영사관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코리아 타운에 위치하고 있다.
5. 남가주 교우회를 활용하라
개강 둘째 주에 Management of Small Businesses 교수님이 상당히 난감한 숙제를 내주셨다. 지역사회에서 창업에 성공한 사람을 찾아서 인터뷰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존 인맥을 통해 인터뷰를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LA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교환학생에겐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미국 남가주 교우회가 활성화 되어 있다는 고대 Today 기사가 생각났다. 교우회 홈페이지에서 연락처를 찾아 남가주 교우회장님께 연락 드렸더니 매우 반가워하시며 인터뷰를 구해주실 것을 약속하셨다. 나는 3월 28일 남가주 교우회 골프대회 뒤풀이 자리에 초대되어 EWC라는 회사 CEO이신 임정숙 선배님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 후 여러 대선배들과 어울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역시 고대의 끈끈함은 세계 어디서나 살아있다 것을 느낀 밤이었다. 문지현 남가주 교우회장님,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