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스틸 일본] 2012 국제인턴십 체험수기
경영학과 09학번 김예진
2012 년 6 월 30 일.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 행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배웅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한 달 간 내가 머물 일본으로 데려다 줄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 두 시간 반쯤 흘렀을까, 아침으로 주는 기내식을 먹은 지 얼마 채 되지도 않아 일본 나리타(成田) 공항에 착륙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차도 없고, 기후도 비슷한 도쿄인 데다가 모든 안내 표시에 한국어가 같이 되어 있어 공항에서는 해외에 나왔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같이 인턴을 할 후배 남영이를 만나서 도쿄 시내로 이동하면서 창 밖 풍경을 보고서야 비로소 ‘아, 내가 정말 일본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참고로, 영스틸이 위치한 新橋는 나리타 공항보다는 하네다 공항이 약 1 시간 정도 더 가깝고 교통비도 ¥1,000 정도 덜 든다.) 2012 년 7 월 2 일. 드디어 첫 출근이었다. 도착하고 이틀간은 관광 위주로 돌아다니느라 잠시 내가 일본에 온 본 목적을 잊고 있었다. 어디든지 간에 ‘처음’은 떨리고 긴장되게 마련이다. 9 시까지 출근이지만, 지각하지 않기 위해 걸어서 15 분인 거리에 회사가 위치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25 분쯤에 호텔을 나섰다. 첫 날이라 역시나 길을 좀 헤매서 50 분이 조금 넘어서야 회사에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오늘부터 한 달간 인턴 생활을 할 고려대학교 학생들입니다.”하고 조심스레 인사를 하며 들어갔더니 직원 분들은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셨다. 인턴십을 주최해 주시는 허성무 상무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직원 한 분 한 분 명함을 받으며 소개를 받았다. 사장님과 부장님, 두 대 선배님들께서도 오후에 출근을 하셔서 인사를 드리고 잠시 이야기도 나눴다. 해마다(일본에 대지진이 났던 작년을 제외하고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인턴 자리를 제공해 주시는 영스틸의 최상영 사장님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9 학번의 선배님으로, 한일 교류에 큰 획을 긋고 우리나라 체육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셨으며 특히나 고려대학교 후배 사랑이 지극하신 분이셨다. 인턴을 하거나 회사를 다니면 늘 그렇듯 일반적인 하루하루의 일상은 비슷했다. 오전 7 시 반쯤이면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하고, 1 층으로 내려가 호텔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먹으며 free Wi-Fi 를 이용하여 한국에서 온 메시지들을 체크한다. 8 시 반이 되면 호텔을 나서서 회사로 향한다. 7 시 45 분, 회사에 도착하여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정리와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새 8 시. 철강 산업에 관련한 신문 두 부에서 중요한 내용을 스크랩, 스캔 하여 직원들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상무님이나 고문님, 사장님이 출근하실 경우나 손님들이 오실 경우에는 아이스 커피나 아이스 녹차를 내어 놓는다. 그 후에는 주로 대리님이나 차장님이 부탁한 일들을 처리했는데, 일본어와 한국어 번역 또는 세계의 자동차/철강 산업 현황 리서치 등의 업무가 대다수였다.
맡아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딱히 까다롭거나 어려운 것은 별로 없었지만, 일본어로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턴 수행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직원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생활 일본어 회화 정도는 기본으로 할 줄 아는 상태에서 인턴을 가야 일상적인 소통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12 시 점심시간이 되면 때로는 직원 분들과 함께, 때로는 같이 간 후배와 따로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한국에서 점심시간에 함께 몰려 나가 같이 점심을 먹는 것과 달리 일본은 각자 따로 점심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 식당에 가도 혼자 나온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1 시에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근무가 시작된다. 오전 근무에 이은 오후 근무를 하다가 5 시쯤이 되면 슬슬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기 시작한다. 5 시 반 퇴근. 한국의 일반적인 퇴근 시간인 6 시보다 이른 시간이다. 인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도쿄 관광에 나서거나 주변에서 저녁을 먹고 쉬다 보면 내일 출근을 위해 잠들 시간이다. 비슷비슷한 하루가 반복된다고는 하지만 사실 지루하지는 않았다. 회사에서의 번역 업무나 스크랩 업무는 일본어 공부를 하는 느낌으로 할 수 있었고, 점심 시간에는 수없이 많은 식당 중 어디를 가야 하나 늘 행복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일하는 도중에 짬짬이 직원 분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회사가 일본(본사), 한국, 중국에 있어서인지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이 모두 있었고 공통적으로 일본어는 완벽하게 구사하셨다. 주변에 돌아볼 곳이나 맛있는 곳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 이런 저런 걱정도 해주시고 다들 친절하셔서 인턴 생활을 더욱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어, 중국어, 일어의 3 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이 분들께서 전화 업무를 보실 때는 가히 감탄만 나왔다.
3 개 국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라니…… ‘인턴’이라고는 하지만 사장님과 상무님의 배려로 관광과 견학, 학습, 체험 등 다방면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한 달을 보낼 수 있었다. 첫째 주에는 업무보다는 수업 위주의 회사 활동을 했다. 일본 비즈니스 경어와 매너에 관련한 수업을 직원 분들이 차례대로 해 주셨는데, 상당히 유익했다. 예절과 매뉴얼을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일본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계약을 성사하려면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외에도 철강 산업이나 무역 업무 전반에 대한 수업도 해 주셔서 이론상으로만 알던 내용들을 실제 업무에 비추어 다시 배울 수 있었다. 둘째 주가 되면서 보다 본격적인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역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단순 업무가 주가 되지는 않았다. 한 달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에 얄팍하게 업무 지식을 배워가느니 보다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껴보라는 모두의 배려로 인하여 은행 업무, 우체국 업무, 원산지 증명서 발급 업무 등의 외근을 하면서 일본에 여행을 와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실제 업무’도 해 볼 수 있었고, 국회의사당이나 중앙도서관, 증권거래소 등의 견학코스도 다녀오는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그 이외에도 사흘 정도 회사에서 짧은 휴가를 받아 일본 대학 탐방을 비롯한 추가 관광까지 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의 장점이라면 회사의 모든 사람들과 교류하고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시간이 짧은지라 더 많은 대화를 못해 아쉬운 점도 있긴 하였으나, 전체 회식 때에는 물론이고 그 외 시간에도 직원 분들과 밥 먹으며 대화할 기회가 꽤나 있었다. 직원 분들과 점심 식사도 하고 부장님, 고문님, 상무님, 그리고 사장님과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일본 전통주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 덕분에 해외에 한 달 간 지내면서도 따뜻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일하는 시간 이외에는 다음 날 출근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이 곳 저 곳 다니면서 ‘알차게’ 보내려 노력했다. 주말이면 여유롭게 도쿄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도 가고, 주중엔 퇴근 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新宿나 六本木、渋谷、또는 恵比寿에서 선술집을 가서 焼き鳥、串かつ와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하고, 맛 집 탐방을 하기도 하면서 항상 사진 찍기 바쁘고 서둘러야 하는 단기 관광과는 다른 ‘진짜 일본에서의 생활’을 만끽했다. 3 4 주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직원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마지막 밤은 사장님께서 티켓을 주신 Canal Garden Party 에 참석하여 한 달을 마무리했다. 미래에 일본에서 또는 일본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시고 기꺼이 support 해주신 최상영 사장님과 허상무 상무님을 비롯한 영스틸의 모든 분들, 그리고 학교에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