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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MBA 또는 Evening MBA에 대한 유감

2007.03.11 Views 2840 정혜림

왜 하필이면 Korea MBA 일까요? 하고 많은 단어 중에 K-MBA라고 이름지은 이유가 궁금한 이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87기 신입생들의 궁금증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려대학교, 즉 Korea University가 만들고 운영하니 K-MBA 인가요?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그러면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MBA라는 뜻인가요?  한국 경제와 기업 문제에 가장 정통하다는 의미일까요? 세계와 한국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창구입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 방금 제시한 4개의 시안이 모두 맞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MBA는 1963년에 공식출범했습니다. 서울대나 연세대 등 주변 학교들보다 훨씬 먼저 시작한 것이지요. 우리의 선배들은 미래를 뚫어보는 혜안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찍이 MBA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먼저 인식하고 학위 과정을 개설한 곳이 바로 고려대학교입니다. 한국대학 사상 가장 먼저 이재학-경제학-상학-경영학 등을  순차적으로 도입한 우리의 존경하는 선배들은 MBA 또한 시대를 앞서 개설했던 것입니다.

 

  우리 고려대학교 경영은 비단 역사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교육 및 연구수준과 국내외 네트워크 그리고 현장경험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과감한 투자와 우수교수진의 확보 그리고 국제화 등으로 그 위상이 날로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영대학 학장협의회가 부여하는 AACSB와 유럽국가들이 공동으로 만든 유럽학회(EFMD)가 제정한 EQUIS 등 세계 최고권위의 인증을 동시에 받고 있는 MBA는 한국에서 고려대학교가 유일합니다.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살펴보아도 이 두 인증을 함께 받고 있는 곳은 고려대학교를 제외하면 41개교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국제 인증으로 보아도 K-MBA는 세계 42위 안에 든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때 경영대학원하면 유한계급들이 서로 모여 패거리를 만들고 사교나 하는 곳 쯤으로 아는 분위기가 있었던 적이 있는 줄 압니다. 세상은 넓고 인종은 다양하니 어딘가에 그런 곳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MBA는 처음 설립될 때부터 경영학 연구와 교육을 통한 기업융창과 국가 발전 그리고 인류문명에의 기여라는 확고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선배들은 그 사명감이 뚜렸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노벨상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주경야독의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형설의 공들을 쌓아왔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MBA는 이미 오래 전에 커리큘럼을 개혁하여 세계명문으로의 틀을 갖추었으며 지금은 글로벌 리더의 산실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저는 5년 전부터 MBA 강의를 맡으면서 적지 않은 학생들에게 아주 열악한 학점을 준 사실이 있습니다. 그 학생이 크게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상대 평가를 하다보니 나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때도 있었습니다. 고대 MBA에서 학점 따기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수업의 난이도를 올리고 졸업요건을 강화하면 입학지원자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기우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다행히도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공부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그 진가를 아는 진짜 인재들의 지원이 쏟아졌습니다. 세상의 평가도 더욱 좋아졌습니다.

 

  고대 MBA 경쟁률은 최근 수년간 평균 7대1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8대1을 넘어서는 때도 많습니다. 87기 경쟁률도 당초의 모집계획 기준으로는 이에 못지 않습니다. 이번 지원자 중에 인재가 워낙 많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인원을 뽑다보니 겉으로 드러난 경쟁률이 조금 내려가기는 했지만 실질 경쟁률은 여전히 강세입니다. 절대 지원자수로는 지난해보다 늘었습니다. 모든 것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증표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 찬란한 전통과 빛나는 역사의 MBA를 한 때  "야간"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저녁에 주로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우리말 야간이란 표현 속에는 정규 과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묘한 조소의 뉘앙스가 흐르고 있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야간이란 단어를 피해가려고 Evening MBA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적지않은 학교들이 이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지요. 이 또한 야간이라는 표현의 영문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들어볼 수 없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표현이 바로 Evening MBA 라는 것입니다. 낮에 하는 공부와 밤에 하는 공부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학은 야간에 하는 수업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학교가 수도 워싱턴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점을 활용하여 백악관을 비롯한 주요기관에서 근무하는 실력있는 엘리트들을 퇴근 후에 모셔다 강의를 의뢰하다 보니 야간 강의의 인기가 폭등한 것입니다. 워싱턴과 뉴욕 일대 대학의 야간 강의 중에는 지금도 여전히 인기 만점인 사례가 허다합니다.

 

  야간MBA냐, 주간MBA를 구분하는 것은 애당초 무지한 발상입니다. 학교나 수강 학생의 사정에 따라 야간 또는 주간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이것으로 가치 구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주간이건 야간이건 열심히 공부하는 쪽이 정통입니다. 저는 이른바 '야간 MBA'를 지도하면서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훌륭한 분들을 허다하게 보아왔습니다.   

 

  지난해, 그러니까 정확하게 2006년 8월22일 경영전문대학원이 출범하면서 주간 과정의 MBA가 새로 생겼습니다. 글로벌MBA와 금융MBA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 유럽 등과 바로 경쟁하기위해 만든 이 두 과정의 MBA도 물론 중요합니다. 저 자신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44년을 이어온 기존의 MBA가 평가절하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직장 선택의 유연성이 부족한 한국적 현실에서 회사 근무를 하면서 신학문을 연마하는 기존 MBA의 역할은 절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경영전문대학원의 출범과 함께 오히려 그 가치가 높아졌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경영전문대학원 출범 직후 야간 MBA를 둘러싼 논쟁이 야기되었을 때 장하성 원장께서  Korea MBA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하여 여러 교수님들의 동의를 구한 다음 이를 공식으로 채택한 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서두에 언급한 대로 Korea MBA는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왔던 숭고한 정신과 뜻을 잘 반영해 주는 매우 절묘한 명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법 상으로도 야간 또는 Evening MBA라는 명칭은 공식 용어가 아닐 뿐아니라 본질을 흐리게 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이 꾸려가는 Korea MBA는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최고, 한국최대, 그리고  한국최우량의 3최 대학원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에 관한 한 세계최고의 연구와 학습을 하는 '한국경영학의 메카'라는 의미도 동시에 내포하고 습니다.  특히 이 명칭은 지난 44년간 이어 온 한국 대표의 MBA 전통을 계승한다는 뜻도 안고 있다고 봅니다.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은 더이상 모든 공문과 자료에서 야간 또는 Evening MBA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랑스런 Korea MBA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형식이 실질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Korea MBA 의 그 깊은 뜻을 우리 모두 잘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형식인 용어 선택에서부터 우리 모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K-MBA는 올해로 87기 신입생을 뽑았습니다. 87기는 지난 86개의 기수들이 쌓아온 업적의 수혜를 받아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리더의 반열에 이미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랑스런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에게는 Korea MBA라는 숭고한 이름이 명과 실에 상부하도록 만들어야하는 사명감 또한 동시에 주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참으로 큽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연구교수 김대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