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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전국 경영대 평가 : 인터뷰] “국제화·인성교육 강화…질적 성장 추구”

2014.11.25 Views 4642 정혜림



한경비즈니스의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 고려대 경영대가 7년 연속 1위의 영예를 차지했다.한번챔피언 자리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같은 자리를 매년 지켜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200대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고려대 경영대의 경쟁력을 묻기 위해 1117일 안암동 캠퍼스를 찾았다. 취임 보름을 맞은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취재진을 반겨줬다. 마침 경영대의 새 슬로건이 발표된 날이었다. 김 학장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국제화’,‘분권화’,‘성과주의’,‘인성 교육등 네 가지 실행 전략 아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경영대가 인사 담당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선후배 간 융화이나 조직 적응력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재학 때부터 선후배간·사제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통이 있어요. 예의를 중시하고 서로를 챙겨 주는 좋은 품성이 기업 현장에 그대로 반영돼 이런 평가를 얻은 것 같습니다. 고려대 경영대 출신들이 조직 내에서 인정과 신망을 받아 최고경영자(CEO)가 신뢰하는 핵심 요직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100년 이상 된 좋은 전통인 만큼 잘 이어받아 계속 유지하도록 인성을 강조하고 인격을 함양하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교수진 연구 역량이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는다고 들었습니다. 연구 역량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전 세계 경영대의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가장 권위 있는 평가가 있습니다. 텍사스대에서 발표하는세계 경영대 연구 성과 순위에서 세계 8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
. 실제로 외국 대학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할 때 가장 놀라워하는 게 교수진의 수준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명문 대학에서 수학하고 강의한 경험을 가진 교수진이 포진돼 있습니다. 순혈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분들을 모시고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교수진 사이에 성과주의가 잘 정착돼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경쟁적으로 좋은 논문을 내고 톱 저널에 게재하는 문화가 지난 20년간 잘 유지돼 왔습니다. 순혈주의 타파와 성과주의 문화 두 가지가 우수한 교수 역량의 비결입니다.”

-연구와 강의의 균형을 맞추고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인 89명의 교수진이 있습니다. 교수별로한학기 필수 개설 과목이 6학점인데,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외국 톱 스쿨 대부분이 비슷하게 운영하고 국내에서는 고려대가 가장 적은 편이죠. 강의와 연구가 꼭 상충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강의를 잘하는 분들이 연구를 잘하는 경향이 있는것같습니다. 강의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대화를 하면서 현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강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대전제 아래 우수한 학생과 우수한 강의 그리고 우수한 논문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새롭게 학장에 취임하셨는데, 어떤 경영·교육 철학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때마침 네 시간 전에 교수 회의를 통해 새 슬로건을 결정했습니다.‘사회를 위한 비즈니스-고무적인 차세대 리더(Business For Society-Inspiring Next Leader)’, 사회 전체에 공헌하고 사람과 커뮤니티의 행복과 발전에 기여하는 경영, 다음 세대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른 네 가지 실행 전략이 있는데, 첫째는 국제화입니다. 89명의 전임 교수진 중 외국인 교수 비율이 10%입니다. 경쟁 대학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죠. 영어 강의 비중이 67%에 달하고 교수 회의도 영어로 진행합니다. 수치적으로는 거의 최대치에 근접해 있고 국제화 수준 또한 상당히 높지만 그것을 넘어 질적 국제화를 추진하려고 해요. 또한 경영대 각 구성원에게 자율권을 주는분권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플러스-(Plus-Sum) 성과주의’, 인본주의와 지속 가능 성장을 중시하는인성 교육을 기본 전략으로 삼아 시작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에서 이공계 쏠림 채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계의 위기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이공계가 강조되는 것은 일종의 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있었죠. 다만 10년 전부터 많은 대학이 경영대로 전환하면서 일종의 공급과잉이 됐다는 점에서 보면 이는 이미 예견된 현상입니다. 각 대학이 사회에 잘 적응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오랜 기간 교수를 하면서 학창 시절에 다양한 도전적 경험을 한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봤습니다. 취업을 위한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하지 말고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고려대 경영대는 모든 학생이 멘토를 선택하고 밀착 지도를 받게 돼 있습니다. 졸업생, 교수진, 각 분야별 전문가 등 이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멘토들이 포진돼 있어요. 호응이 매우 좋습니다.”

-정부가 창조 경제를 강조하면서 창업을 권하는 분위기입니다. 경영대 차원에서 창업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고 있습니까.
"창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기업만으로는 국내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창업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5~6년 사이 커리큘럼이 많이 생겨 창업 관련 교과목을 5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경영대 차원에서 창업 아이디어경진 대회를 열고 있어요. 수상자에게는 상금을 주고 실제 창업에 도움이 되도록 고려대 MBA를 졸업하고 실무에서 활약하고 있는 CEO급 선배들을 멘토로 연계해주고 있습니다. 경영대 내에 있는 여러 동아리 중 창업 동아리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현대차 경영관을 지을 때도 교우회의 힘이 많이 작용했습니다. 경영대 교우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타 대학과 달리 경영대는 새로 건물을 지을 때 본부의 돈을 받지 않습니다. 교우들이 힘을 모아 건물을 신축합니다. 고려대는 그 어느 대학보다 강한 게 교우회인데,
그중에서도 경영대는 특히 강한 것 같습니다. 교우 없는 학교는 존재 할 수 없고 학교 없는 교우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좋은 관계를 보다 강화해 돈독한 관계를 맺을 계획입니다. 학사와 MBA 출신뿐만 아니라 일반대학원 석·박사를 비롯해 고려대 경영대 학파를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계획입니다.”

-향후 목표나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2018년까지아시아 3, 세계 50위권이 단기 목표입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은 중·장기 플랜입니다. 20년 계획으로 2025년 내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는 중이에요. 무엇보다 내실 있는 목표를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치를 비롯해 외향에 치중하는 것은 보여 주기식 경쟁이 아닌가 싶어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애착을 가지고 가르치고 배우고 일하는 행복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국내 경영대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한국에 경영학이 도입된 것은 1960년대입니다. 그전에는 상학이라고 해서 기술적인 학문이었죠. 경영학이 본격 도입된 이후 2014년까지 40년간은 지식을 수입하는 시기였죠. 교수들이 외국의 최신 이론을 잘 흡수해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제는 한국형 경영학 모델을 수출 할 때입니다. 이미 국내 교수진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 올라와 있고 인적 인프라가 충분합니다. 경영학에서도 우리가 지식을 창조하고 역수출해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고려대 경영대가 필두로 나서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담 김상헌 편집장
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출처: 한경 비즈니스 | [2014 전국 경영대 평가 : 인터뷰] “국제화·인성교육 강화…질적 성장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