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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가치 아는 진짜 리더 양성할 터”

2010.11.23 Views 1105 정혜림



= 인터뷰 - 이진규 고려대 경영대학장 =


기업의 인사 책임자가 꼽은 경영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고려대 경영대학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경영대학이다. 지난 11월 15일 새로이 경영대학장에 취임한 이진규 학장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인사조직’을 전공한 학자답게 평소 학내에서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어온 이 학장은 “연구 업적과 대학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높아진 국격’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 책임감이 클 것 같습니다. 

노동대학원장을 끝으로 보직에 대한 생각은 접었는데, 자리라는 게 뜻대로 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전임교수가 87명에 이르는 등 최근 양적으로 크게 팽창한 조직을 후배 교수들과 함께 잘 이끌어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경영대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는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려대 경영대학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를 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리더란 단순히 지식인이나 기능인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능력과 경험, 비전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인 책임감을 지닌 사람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지식과 스킬을 기본적으로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며 조직을 이끌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고려대는 공동체 의식을 늘 강조합니다. 팀워크가 뛰어나다는 뜻이죠. 고려대만의 끈끈한 가치가 기업에서도 은연중 살아나는 듯합니다. 조직에서 튀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함께 간다는 인식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겠죠. 

최근 고려대 경영대학의 도약이 눈에 띕니다. 대학 운영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우수한 교수진을 들고 싶습니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양적·질적으로 최고의 인재들입니다. 87명에 이르는 교수진 수도 국내 최대 규모이지만 하버드와 와튼 등 세계 유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명 대학에서 강의하다 임용된 분들입니다. 리서치(연구) 업적이 우수한 교수는 뽑자는 원칙 때문에 다른 대학 출신이 56%에 이르고 있죠. 

지난번에 신경영관 기공식을 가졌는데 추진 상황은 어떻습니까.

제가 운이 좋아 학장 취임 저에 모금이 완료됐습니다. 지난 7월 30일 기공식 이후 11월 1일부터 착공이 시작돼 2012년 2학기에 완공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모금을 시작해 11월 16일 현재까지 기부 참여 인원이 2600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단과대학 기금 모금 역사상 경이적인 수치죠. 목표 모금액인 420억 원을 초과 달성해 440억 원을 모금했습니다. 대기업 후원을 빼면 나머지는 대부분 경영대 교우들의 쌈짓돈입니다. 선후배 간의 공동체 문화가 이번 신경영관 건립으로 표출됐다고 봅니다. 

전임 학장들이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부담은 없으신지요. 

이제 막 학장에 취임했지만 평소 생각했던 교육철학이 있습니다. 연구 업적, 아시아 1등, 글로벌 같은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저는 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개최 등 높아진 국격에 걸맞은 ‘지구 시민정신(Global Citizenship)'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외국서 공부하고 일하는 게 다가 아니라 진정한 글로벌 시티즌십을 통해 상생·공영·평화를 이루는데 공헌해야 하는 거죠. 서열과 성적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지구 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학생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어느덧 입시철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 궁금합니다. 

고려대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각 단과대별로 입학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로스쿨 도입 후 법과대학이 폐지되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경영대학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미 고려대 경영대학 학생들의 자질은 국내 최고입니다. 이런 우수한 학생들을 글로벌 리더로 길러내기 위해 다각화된 국제화 프로그램 및 취업 지원 제도를 매년 강화하고 있습니다. 넓게 보며 수능 1~2점 차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학생들을 뽑은 후 교육을 잘 시키는 게 더 중요하죠. 인재 확보도 그런 의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미 없는 점수나 랭킹에 연연하지 않고 성숙한 인재를 키우는데 포커스를 맞출 계획입니다. 

향후 고려대 경영대학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2015년까지 세계 50대 경영대학으로 도약한다는 G50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연구·학생·시설·국제화 등 역량 강화를 위해 혁신을 주도해 왔습니다. 이미 많은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경영대학 인증의 양대 산맥인 미국의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와 유럽경영대학협의회의 유럽품질개선시스템(EQUIS) 5년 재인증을 받았고 공인회계사(CPA) 합격생 최다 배출, 교육과학기술부 MBA 평가 4년 연속 1위 등 국내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선 기업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민간단체 활동, 기업의 사회 환원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전인적 인간을 육성해야겠죠.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고려대 경영대학이 급격히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연구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을 꾸준히 유지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건물 신축, 교수진 확보 등 급격한 양적 팽창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없지 않은데, 이를 다지고 내실화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교수들에게도 “우리의 장점인 따뜻한 공동체로 제2의 도약을 이루자”고 이야기했어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젠 숨도 고르고 내실도 다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다고 1등을 놓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죠. 

한국의 경영대학이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제 경영대학은 ‘인풋’ 경쟁보다 ‘아웃풋’ 경쟁을 할 때입니다. 우수한 인재 선발도 중요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입학 성적의 높고 낮음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대학이 길러내는 인재들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가늠해 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고려대 경영대학이 매년 17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고 200명에 가까운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이유는 글로벌 체험을 통해 그만큼 ‘글로벌 뷰’를 향상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끝으로 수험생들에게 선배와 스승으로서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 없습니까. 

유행에 매달려 공부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열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취업이나 결혼 등 세속화된 기준에 맞춘 공부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와 함께 항상 베풀 줄 아는 삶을 살라고 말하겠습니다. 고려대 경영대학에 들어오겠다면 봉사 정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평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 “네가 받은 것을 반드시 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대담=김상헌 편집장

정리=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