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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한국형 MBA 국제화 전략

2013.04.15 Views 2495


주목받는 한국형 MBA 국제화 전략

이젠 해외에서‘MBA 따러 한국행’

 

직장인 하태훈(31) 씨는 2010년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주간(Full-time) MBA인 글로벌(Global) MBA를 졸업했다. 학부 과정을 미국(아이오와주립대)에서 마쳤던 터라 국내의 MBA에 입학한다는 것이 그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수업이 100% 영어 강의로 진행되고 총 33명의 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거나 외국 국적이어서 국제적 감각을 익히는 데 무척 도움이 됐다. 또한 교수진도 워낙 탄탄하고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유명 석학들의 강의도 자주 있어 남다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와 아시아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었기 때문에 국내 MBA에서 공부하는게 경영 환경을 익히거나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해외 유학을 가는 것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의 해외 영업 및 마케팅 담당 자회사인 셀트리온 헬스케어에서 근무한다.

 

이처럼 한국형 MBA의 국제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한국형 MBA’로 인가를 받아 운영하는 대학은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전남대 등 총 13 곳이다. 한국형 MBA의 설립 취지는 국내의 기업 특성에 밝은 국제 수준의 경영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학들은 영어 강의, 외국 대학과의 복수 학위, 글로벌 인턴십, 해외 유명 대학 석학 초빙, 국제 인증 획득 등을 종합적으로시행하면서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한국형 MBA 2012년 하반기 신입생 모집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13개 대학의 총 44개 과정 중 40개 과정(91%)에 영어 강의 교과목이 개설됐고 그중 10개 풀타임(주간) 과정 및 2개 파트타임(야간·주말) 과정은 100% 영어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2012학년도 하반기 강의를 기준으로 고려대 글로벌 MBA, 동국대 제너럴(General) MBA, 서울대 글로벌 MBA, 성균관대 SKK GSB(Executive MBA), 인하대 글로벌 물류 MBA 등이 이에 해당된다.

 

9개 대학에서 해외 대학과 복수학위 운영


한국형 MBA는 해외 대학과의 학점 교류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2012년 하반기 기준으로 고려대·동국대·서강대·이화여대·한양대 등 총 9개 대학에서 전 세계 7개국의 24개의 대학과 복수 학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MBA 과정을 마치고 나면 해외 유명 대학의 MBA 학위가 하나 더 나오는 셈이라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려는 재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다.

 

지난 1월 말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세계 MBA 평가에서 51위를 기록하며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성균관대 SKK GSB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로언, 인디애나대 켈리스쿨 경영학 석사 복수 학위 과정을, 미국 인디애나대 마우러 로스쿨과 법학전문석사 겸 경영학석사(JD/MBA) 복수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년은 성균관대 SKK GSB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1년은 미국에 건너가 공부하는 시스템이다. 로스쿨은 성균관대 SKK GSB에서 1년, 마우러 로스쿨에서 3년 등 총 4년을 이수해야 한다. 성균관대 SKK GSB 이상수 실장은 “최근 3년간 글로벌 MBA 졸업생 23~30%가 MIT 슬로언 및 인디애나대 켈리스쿨 복수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지난해에 4명의 마우러 로스쿨 재학생이 복수 학위 과정으로 SKK GSB에 입학했다. 복수 학위 프로그램은 직접 해외 학교에 진학해 2년을 보내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크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해외 MBA 취득에 통상 2억~3억 원이 들지만 복수 학위 과정을 통하면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형 MBA 관계자들은 “세계 톱클래스의 비즈니스 스쿨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학교의 명성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졸업생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앙대 글로벌 MBA(주간) 가운데 CAU-FUDAN 파이낸스(Finance) MBA는 중국 금융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과정으로 1년은 중앙대에서 나머지 1년은 중국 상하이의 푸단(Fudan)대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수학, 두 개의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 중앙대 CAU-FUDAN MBA를 졸업한 후 권도훈(32) 씨는 현재 일본의 글로벌 손해보험 회사인 손포 재팬보험(Sompo-Japan Insurance)의 중국 상하이 지사에서 재보험 언더라이터로 재직 중이다. MBA를 통해 중국 푸단대 EMA(English-instructed Master in Chinese Economy) 과정에서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MBA 진학 당시부터 중국 유학과 복수 학위 취득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상하이에서 1년간 있으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향후 중국 전문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대도 2008년부터 미국 듀크대, 중국 베이징대, 프랑스 ESSEC 비즈니스스쿨과 복수 학위제를 운영해 왔으며 작년에는 미국 MIT와 예일대를 추가했다.
 

삼성·현대 배우러 온 외국인‘ 줄 이어’


이와 함께 해외 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글로벌 기업에서의 인턴십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서강대 MBA 학생들은 해마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세계적 석학들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이화여대는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을 비롯해 독일의 최고 경영대학인 만하임 비즈니스스쿨, 동유럽의 헝가리 중앙유럽대학 비즈니스스쿨 등 유럽권 대학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2012년 여름 스페인 IESE에서 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석한 연세대 익스큐티브 MBA 과정의 홍범석 씨는 “스페인에 가서 스포츠 마케팅의 대명사인 FC 바르셀로나의 마케팅 책임자로부터 차별화된 스포츠 마케팅 전략과 비전에 대해 직접 들었는데, 말 그대로‘살아 있는 강의’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턴십을 토대로 해외 취업에 성공한 MBA 출신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국제 경영학 교육 인증을 획득하고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대학원의 노력도 치열하다. 각 대학원별로 AACSB(미국에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교수진과 연구 실적 등으로 경영대학 교육의 질을평가)나 EQUIS(유럽경영발전재단에서 경영대학 평가) 등을 획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국제적 인증을 받으면 국내형 MBA가 해외에서도 더 인정받을 수 있고 유수 대학과의 교류 및 해외 학생 유치도 쉬워지는 효과가 있다. 국내 경영대학원 중에선 서울대를 시작으로 카이스트(테크노경영대학원)·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 등 총 10개 대학이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에 동국대·전남대가 추가로 인증 행렬에 합류했다.

 

이와 함께 한국형 MBA에 입학하기 위해 국내의 캠퍼스를 찾는 외국인 학생들의 수도 갈수록 증가 추세다. 루마니아 출신의 미하엘라 크리스티나 스토이카(29) 씨는 얼마 전 성균관대 SKK GSB에 입학했다. “처음 일본에 장학생으로 왔다가 다시 한국 정부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됐다. 세계시장에서 아시아의 저력에 주목했다. 목표는 아시아 관련 금융 전문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 해외에서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한국형 경영 전략을 배우기 위해 국내 MBA로 몰려드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한경비즈니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