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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제대로 키우려면-정덕구 전 장관의 가이드

2007.02.02 Views 1336 정혜림

고대 경영대를 졸업한 이후 29년 3개월을 공무원으로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49세에 장관이 되면서 그 이후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컨베이어 벨트에 타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재무부에 근무하다가 차관까지 지낸 후 산자부 장관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여정 속에서 결국 저의 울타리는 고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막강파워를 자랑하는 재무부처에 근무하면서 남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와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신세를 지기보다는 신세를 지러 오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때는 제 울타리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니 고대가 제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30년 동안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다 달아나버렸을 때 찾아온 울타리는 고대였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 성적이 얼마나 나왔고 어디에 합격을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이시겠지만 그 다음 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고대는 계속해서 자기 변화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대학은 일종의 자기만족에 빠져 정체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 같이 배경 없는 사람이 장관 자리에까지 오르고 서울대, 북경대 교수까지 하게 된 데에는 그 변곡점마다 고대가 있었습니다. 제 곁에는 항상 고대선배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고대는 쥐약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남의 얘기는 안 듣고 곧이곧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친인척이 설득해도 상관이 설득해도 안 듣는데 고대 동문이 부탁하면 와르르 무너진다는 뜻에서 또 저 사람에게 ‘고대는 쥐약이다’라고 하는 재미있는 표현도 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때 별명이 목사였습니다. 안경도 쓰고 말도 없고 참한 학생이었기에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고대에 입학해서 고대 물을 좀 먹고 나니 천하의 야전군 사령관이 되었습니다.

고대에서 4년을 지내면 장렬 전사를 각오하는 담대한 기상이 길러집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곱게 키운 외동자녀나 많아도 둘만 낳으신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할 자녀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제분들을 고대 형제들로 둘러쌓아 놓고 가십시오. 고대는 제 2의 인생 뿐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해 드리겠습니다.                (기록 이수연)

정덕구 교우는 한강의 경제기적을 앞장서 끌어온 대표적인 경제관료 출신이다. 공인회계사(CPA)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국세청을 거쳐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외환위기 당시 재경원 차관보와 재경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부족한 달러를 들여오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산자부장관을 끝으로 관계에서 은퇴한 뒤 서울대와 중국 북경대에서 교수로 연구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금은 열린 우리당 소속의 국회의원. 선이 굵고 화끈하며 뒤끝이 없는 큰 인물이라는 게 중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