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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준 교수 특별기고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와 기업 전략”

2006.10.17 Views 2763 정혜림

고려대학교 경영대 유병준 교수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와 기업 전략”이라는 본인의 논문을 직접 요약하여 경영신문 623호에 기고 했다. 다음은 유 교수의 논문요약이 실린 경영신문 623호 기사이다. (편집자 주)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컨버전스 출현
범산업간 연계 통한 경쟁 치열할 것"

 

디지털 컨버전스란 무엇인가? 이 정의를 우선 ‘디지털’과 ‘컨버전스’의 두 단어로 분리하여 분석해 볼 수 있다.

 

  ‘디지털’ 방식이라 함은 정보를 0 또는 1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복잡한 정보, 동영상 데이터도 ‘디지털’ 방식에서는 결국은 0와 1의 조합에 의해서 표현되고 저장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디지털 방식은 정보의 유통에 있어서 기기와 커뮤니케이션 광범위한 통합을 가능하게 하였다.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저장된 정보는 다른 기계들로 상이한 기계적 특성과 저장방식 때문에 쉽게 전환이 불가능했었지만, 디지털 정보는 어느 기기에나 전환 및 사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컨버전스’ (Convergence)란 사전의 정의대로 융합 및 수렴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 두 개념이 결합될 때, 우리는 디지털 컨버전스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가능하게 된 정보, 장치, 네트워크, 그리고 산업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크게 디지털 컨버전스는 정보 컨버전스, 디바이스 컨버전스, 네트워크 컨버전스, 산업 컨버전스 등 네 가지의 컨버전스로 구분된다. 정보 컨버전스란 디지털 기술에 의한 문자, 이미지, 동영상 등 모든 정보의 융합 가능화를 의미하며, 디바이스 컨버전스란 정보 컨버전스를 바탕으로 한 상이한 기계들의 결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카메라 (이미지 정보)와 핸드폰 (음성 정보) 정보의 결합인 카메라폰이 그 예이다. 네트워크 컨버전스는 DMB(방송망+통신망)나 Wibro (유선망+무선망)의 결합 등 네트워크의 결합을 의미한다. 그리고, 산업 컨버전스는 은행업과 보험업의 결합인 방카슈랑스 같은 다른 산업들의 결합을 의미한다. 산업 컨버전스는 협의로 볼 때는 정보기술의 컨버전스라고 할 수 없겠지만, 정보기술에 의한 문화와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포함하는 광의의 디지털 컨버전스의 연장선상에서 디지털 컨버전스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디지털 컨버전스는 앞으로 어떻게 기업의 경영전략을 바꿀 것인가? 통신기기 산업에 있어서는 더욱더 다양한 형태의 디바이스 컨버전스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송, 통신, 전자기기 산업 등 기존의 산업들간의 사업 확장 및 영역 충돌에 따른 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특히 기존에 가능하지 않았던 범산업간 연계를 통한 경쟁을 포함하고 있다. 그 한 예가 현재 미국에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는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인 iPod와 음악 컨텐츠 공급 사이트인 iTunes의 결합이다.

 

  최근 애플사는 다른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싼 가격에 그들의 제품인 iPod Nano를 출시하였다. 삼성의 싼 플래쉬 메모리 공급 때문이라는 업계의 반론이 있기는 하지만, 애플사의 CEO인 Steve Jobs는 이런 싼 가격이 그들의 컨텐츠 공급 사이트인 iTunes의 매출 증대로부터 가능하며, 이것이 iPod Nano를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싼 가격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iPod Nano의 저가 판매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만일 이것이 iTunes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저가 판매가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iTunes는 1$의 가격에 8억 5천만 곡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 부분이 컨텐츠 공급 사이트를 소유하지 않거나, 소유하였더라도 규모가 iTunes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애플사가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주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컨버전스와 연계된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과 그 경쟁 구도의 변화는 방송, 통신 및 정보기기 등 이종 산업간의 통합에서도 최근 자주 관찰될 수 있는 현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기업간 각축의 승부의 분기점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예견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승부는 결정된다.’라는 예측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시대는 이미 다가와 있으며, 그 시대의 승자는 전자 상거래의 승자라고 할 수 있는 Yahoo, Amazon 이상 가는 승리와 보상을 가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의 형태로 우리 앞에 다가올지는 모른다. 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 경쟁에서 우리는 세계기업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여야 하며, 이 문제의 해결은 창의적인 현재와 미래 경영자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병준 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