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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투자 열기
“인류의 문화 복리를 구현할 전인적 인격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최고의 경영대학을 지향해 문화 세계 창조를 선도하는 최고의 글로벌 경영대학을 만들자.”
지난 11월 1일 위정범 경희대 경영대 교수가 상기된 목소리로 ‘최고의 경영대학 건설’을 외쳤다. 2005년 착공해 3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완공된 경영대학관의 개관식에서였다. ‘오비스홀’이라 명명된 신축 경영대학관은 연면적이 2만3074㎡(약 7000평)에 이르는 초대형 건물로 연구실과 강의실, 강당 등을 갖추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는 경영대학관의 완공이 경영대 발전의 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엔 2005년 통합한 수원캠퍼스의 교수들도 본교에 합류해 학생 1인당 교수 수도 대폭 줄어든다.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첨단 교육시설 ‘대단해요’
새로운 경영대학관을 짓는 대학은 경희대 만이 아니다. 최근들어 경영대학관 신축은 하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엔 한양대가 경영대학관을 완공했고 올해엔 경희대가 새집을 마련했다. 고려대 연세대 서울대 서강대도 새 경영대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경영대학들이 새 건물 건설에 너도나도 달려드는 데는 물론 노림수가 있다. 깨끗한 첨단 건물은 우수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환경이 개선돼 경영대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효과가 크다. 이 정도의 사정이라면 아무렇게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고의 건물이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건립되고 있는 경영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지상 8층, 지하 2층 규모로 완공된 한양대 경영관만 해도 말굽형 강의실과 멀티미디어 강의실, 태양광발전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2009년 착공 예정인 고려대의 신축 경영관은 교수와 학생이 전자 스크린을 통해 쌍방향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강의실이 들어선다. 다른 강의실에 있는 사람과 토론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기존의 SK 경영관과 LG 경영관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한편 두 건물을 연결하는 또 다른 건물도 세울 계획이다. 새 경영관에는 계단식 말발굽형 강의실과 중형 강의실, 화상회의가 가능한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된다. 무선랜 환경을 조성해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지난 4월 착공한 서강대의 제2경영관(서강 금호아시아나 경영관)은 지하1층 지상 9층 규모다, 강의실 연구실 기숙사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1009년 말 무렵에 완공할 예정이다.
외관 디자인은 ‘예술’을 추구한다. 특히 연세대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에게 설계를 의뢰해 ‘아름다운 건물’을 쌓아올릴 계획이다. 지하 4층 지상 5층인 이 건물은 미니멀리즘을 구현하고 있으며 21개의 강의실과 7개의 세미나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총 건축비는 약 55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경영대들의 투자는 하드웨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수한 교수와 학생, 좋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장학금 규모를 증액하는 것은 기본이고 유능한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달. 영어 수업을 늘리고 외국인 교수를 불러들이며 학생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등 다각도의 ‘국제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영어 수업 비율이 가장 높은 경영대는 고려대다 이 학교는 10여년 전부터 영어강의를 진행해 왔다. 현재 강의의 55%가량이 영어 수업이다. 고려대는 2015년까지 영어 수업 비율을 75%까지 끌어 올리고 이를 위해 외국인 교수를 3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도 영어 수업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간다는 방침이다.
해외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려대는 최근 중국의 푸단대학에 제 2 경영대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2010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8264㎡ 규모의 강의동을 지어 매년 100명의 학생들을 이곳에서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푸단대와 고려대 양 학교 교수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푸단대와 고려대 양 학교 교수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푸단대 학생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문제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고 학교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투자하려면 돈이 든다. 특히 건물을 지으려면 수백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는 버거운 게 사실이다. 외부 후원금과 동문들이 ‘십시일반’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많은 경영대들의 홈페이지에는 동문들의 후원금 모금 안내를 볼 수 있다. ‘후배들을 위한 최상의 교육환경’을 위해 지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후원금을 낸 동문들의 이름과 액수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후원을 독려하는 곳도 있다.
경영대들의 계획을 살펴보면 투자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구동성으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모금 운동 붐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던 서울대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모금 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고려대 연세대 등 경쟁 대학의 부상으로 1위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있어 더 이상 변화를 미룰 처지가 아니다.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17일 ‘10년 안에 세계 10위권 경영대학에 진입’한다는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10가지의 실천과제도 내놓았다. 교육프로그램의 개선, 세계적 수준의 우수 교수 영입, 경영학 연구의 글로벌 허브 등이 그것이다. 비전 선포식에서 곽수근 경영대학장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학들 및 국내 타대학들의 급속한 성장과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 등으로 인해 지난 30년간 지켜 온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며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주문했다.
투자 붐 더욱 거세질 전망
서울대처럼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영대의 투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많은 경영대생들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경영교육인증(AACSB)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교수를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AACSB 취득은 경영대의 질적 수준이 국제 표준이상이라는 것을 인정 받는 것이어서 대외 인지도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 인증을 받은 해외 명문 대학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돼 대학의 국제화에 가속도가 붙는 효과도 있다. 현재 AACSB를 받은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세종대 등 4개 대학이 전부이지만 연세대 서강대 동국대 등 여러 대학이 AACSB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AACSB만이 아니다.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의 경영학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도 교육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다. 인증원은 지난 10월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충북대 한양대 등 5개 경영대에 처음으로 인증을 내줬다. 현재 26개의 경영대가 인증을 신청한 상태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