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KUBS News

여러분들도 제발 유학을 가라 (특별기고)

2007.10.18 Views 4758 정혜림

경영신문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신호정 교수에게  유학의 필요성에 관한 글을 청탁했다 .다음은 경영신문에 기고한  신 교수의 글. (편집자) 

 1994년 늦은 봄, 이미 졸업생이었던 내가 캠퍼스를 오가며 청강생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조교수셨던 장하성 학장님의 재무 관리도 청강하던 과목 중의 하나였는데, 어느 날 학장님께서는 교실 맨 뒤에서 필기를 하고 있는 늙은 학생의 존재를 이상히 여기신 것이다. 


“자네 누군가? 앞으로 나와보게!”하시는 학장님의 출두명령에, 나는 머쓱하게 교단 쪽으로 나서며 두 달 안에 유학길에 오르는 졸업생임을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학장님이 교실 안의 재학생들에게 던지신 말씀이 “너희들도 제발 유학을 가라!”였다. 
 
 유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이글에서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단과 대학이라고 자부한다. 혹자는 고려대의 끈끈한 교우의식이 조직생활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되고 그 때문에 많은 리더들을 배출할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일리있는 설명이지만 객관적인 요소를 즐겨 찾는 학자로서의 나는 또 다른 이유로서, 기업에 진출하는 졸업생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가난했던 시절 유난히도 지방출신이 많았던 여러분의 선배님들이 졸업 후 학교를 다시 택하기보다 가계에 당장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향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게다. 그 결과가 CEO는 많고 학자는 부족한 고경학파의 지금이다. 
 미국 경영대학(원)들은 심각한 교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경영대학원 인증기관 AACSB가 올해 현재 미국에서 박사 천 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2012년에는 이 숫자가 2천4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각 학교로서도 경쟁 학교로부터 교수를 스카우트해야 하기 때문에, 교수들의 급여를 올리고 연구 지원 등의 각종 혜택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현상은 비단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경영학 박사의 숫자가 부족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지난 수십년간 정규학부와 MBA 및 부전공, 이중전공 등의 과정을 통해 경영학을 수강하려는 학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반면, 경영학자를 배출하는 연구중심 대학들의 박사과정 규모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축소되었다. 
 또한 박사과정을 마친 이들이 비교적 급여가 높은 컨설팅 회사 등으로 많이 진출하는 것도 경영학 박사 부족 현상에 일조한다. 대학의 강단에 서는 꿈을 조금이라도 가진 자라면 경영대학의 교수가 절실히 부족한 지금이 박사과정을 문두드릴 적기임은 자명한 것이다. 기회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학부생들에게 외국유학을 통한 박사 학위 취득이란 “남의 떡”이나 “고생문”처럼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몇 가지 예를 들어 강조하고 싶다. 
 첫째, 박사과정은 공짜라는 사실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유수한 대학원들은 거의 모든 박사 학생들의 등록금을 면제함과 동시에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장학금(Stipend)을 제공한다. 따라서 돈보다는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실력이 우선이다. 
 둘째, 평균 5년의 박사과정을 통한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는 10년의 정년을 연장시킨다. 교수의 정년은 55세가 아닌 65세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경영학 교수직은 늘어만 가고 있다. 
 셋째, 박사과정은 유연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게 되는 시발점이다. 연구 잘하고 교육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학자에게 매일 8시 출근을 강요하는 대학은 없다. 위의 연유들로 나는 고한다. 공부에 이끌리는 당신이라면, “떠나라. 제발!” 

신호정 교수: △고려대 경영학사 △美 오하이오주립大석사·박사 △美 노틀담대학 교수 △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