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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경영학과 02학번인 양홍준 씨가 방학중이던 지난 1월 모로코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입학직후 새터에서부터 돈독한 우정을 나누어온 동기생 서이준 씨에게 친구를 그리는 추모의 글을 청탁했다. (이은경)
홍준씨는 평소 모범생으로 주위의 신망이 두텁고 교우관계가 좋았으면 성적도 뛰어났다. 홍준씨는 대신증권을 창업한 양재봉 회장의 둘째 손자로 형인 홍석씨와 함께 대신증권 그룹을 끌고갈 후계자의 길을 밟아왔다. 동급생 친구 서이준씨가 기고한 추모사를 전재한다.
<추모사>
나다. 이준이, 홍준아 잘 지내고 있냐. 설날에 떡국은 많이 먹었는지.. 물론 넌 지금 좋은 곳에서 언제나처럼 미소짓고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너처럼 행복하게 웃기가 힘드네. 널 처음 만났던 게 2002년 새터 때였는데, 그 날 이후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네가 이렇게 갑자기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으니 말이다.
올해도 그때와 변함없이 신입생들은 입학하고, 새 학기는 시작되고, 또 하루하루 지나가겠지. 그래도 나와 우리 친구들에겐 참 다른 학기, 다른 하루하루가 될 것 같다. 너와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던 그때가 엊그제 같고, 또 당장이라도 전화하면 언제나처럼 웃으며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는 그럴 수 없게 되었잖아.
항상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잘 해내고, 우리 마음 아프게 한 적 없는 네가 이렇게 인사도 없이 먼저 떠나갔다는 것이 아직도 나는 믿기지가 않는다. 언제나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한 미소만 주었던 너잖아. 그랬던 너여서 너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나보다.
기억나냐. 너랑 나랑 학교의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기 싫어해서 수업만 끝나면 거의 매일 둘이 술 마시곤 했었지. 어린 혈기에 매일 취하도록 마셨었는데.. 또 서로 친구들 소개시켜주기 좋아해서 나중엔 네 친구, 내 친구 구분이 안 될 정도였지. 얼마 전에는 그렇게 알게 된 우리 친구들끼리 모였었다. 지금도 네 얘기를 하다보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다음엔 모두 다같이 모여서 예전처럼 취하도록 즐겁게 마시자.
여기서 우리가 눈물지면 네가 하늘에서 얼마나 슬플까 걱정돼서 나도 참고 싶지만 문득 네 생각이 날 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네가 좋아하던 오마르 워싱턴의 글 중에 이런 부분이 있지.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이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는 않는다’고. 정말 그렇더라. 너를 보내고 돌아온 후에도 똑같이 하루는 지나고 나는 또 나의 할 일을 해야만 하더라. 널 보내고서도 여전히 먹고, 자고 똑같이 살아가는 나를 보면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어.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다시 고쳐먹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너, 누구보다 욕심이 많던 네가 못 다한 목표들을, 꿈들을 우리가 더 열심히 살면서 이루는 것이 네가 진짜 기뻐할 일이라고. 널 잃은 슬픔 속에 묻혀 지내는 우리를 보면 네가 더 가슴 아플 거라고.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확신한다. 이제 약속할게. 여기 남은 우리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게.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될 그 날에 너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너에게도 부탁이 있어. 넌 그 곳에서 항상 너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살펴주고, 약해지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줘. 또 우리가 여기서 네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 때 나태하지 않도록 격려해줘. 그리고 우리가 너로 인해 눈물질 때, 옆에서 위로해줘. 넌 편히 쉬면서 가족들과 여기 있는 우리들을 지켜줘. 우린 여기서, 또 넌 그곳에서 서로 열심히 살아가자.
그러다가 언제가 될지 모를 다시 만나는 그날에 슬픔도 눈물도 없는 그곳에서 웃으며 다시 만나자. 화살처럼 빠른 시간이 곧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줄 거라 믿어. 그럼 다시 보게 될 그 날까지 잘 지내. 많이 보고 싶다.
영원한 친구 서이준 (경영02)
<사진은 서이준씨와 양홍준군이 생전에 함께 포즈를 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