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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News

어윤대(경영대 교수) 전 총장 이임사

2006.12.20 Views 1603 정혜림

윤대 전 총장은 12월 20일 제15대 총장으로서의 4년 임기를 마쳤다. 어 총장은 이날 고려대학교 인터넷망 등을 통해 마지막 이임사를 남겼다. 어총장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교수로 복직한다.다만 2007학년도는 안식년으로 해외에서 재충전을 할 계획이다.다음은 이임사 전문  (이은경 기자)  


“세계 100대 대학으로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 주세요!”
“20년 후에는 세계인들이 고대생들을 보면 마치 하버드나 캠브리지 대학생들을 대하듯 하게 만들어 주세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항상 고려대학교를 성원해 주시는 국내외의 모든 관계자 여러분.

어느 덧 올해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무상한 시간의 흐름 속에 제 15대 고려대학교 총장으로서의 저의 임기도 12월 20일로 끝납니다. 퇴임을 앞두고 4년 전 취임 당시의 다짐을 회고해봅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한 개혁’을 기본방향으로, ‘글로벌 KU 프로젝트’를 실천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때부터 앞만 보고 질풍노도(疾風怒濤)와도 같은 나날들을 달려왔습니다. ‘명문을 버려라’, ‘조국을 등져라’라는 등의 실로 충격적인 방법으로 하루가 멀다하게 빠른 변화와 혁신을 단행해왔습니다. 기존의 것을 모두 부수고 새롭게 세워나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한 저명 언론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고려대는 혁명 중”이었습니다.

개혁이란 겉가죽을 벗겨내고 새 살을 입히는 것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가장 큰 죄를 범한 중죄인에게 피부를 모두 벗겨내는 징벌을 내린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살점을 뜯어내는 개혁이 얼마나 큰 아픔을 수반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번연이 알면서도 총장으로서 오로지 개혁에 매진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 아카데미아를 개설한 이래 대학은 인류 역사의 견인차였습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역사학자 에르네스트 르낭(Ernest Renan)은 “유럽이 세계역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우수한 대학 때문”이라고 갈파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번영이 하버드, 예일 등 에서 시작된 사실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20세기에 와서야 시작됐습니다. 일천한 역사 때문인지 아직도 부족한 대목이 많습니다. 한국경제가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대학의 랭킹은 이에 크게 못 미칩니다. 최근에 와서는 그 순위가 많이 올라갔지만 당시에는 세계 100위권은 고사하고 500대 대학에 제대로 진입한 대학이 없었습니다. 대학이 국가의 앞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라장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들은 별 의미도 없는 국내경쟁에 허우적거리면서 자칭 ‘명문’ 운운하여 왔습니다.

금융통화위원과 공적자금관리위원 등을 맡아 사회참여를 하고 국가발전을 향한 논문도 써보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결론은 대학의 경쟁력이었습니다. ‘대학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확고한 인식에 이르렀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대학들은 총장에게 통상 8년-15년의 임기를 주고 학교를 맡깁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을 다루면서 4년 만에 큰 성과를 낸다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더욱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대변혁을 이루어야하는 입장에서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취임식 당일부터 바로 개혁의 드라이버를 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지식정보혁명의 한 와중에 있습니다.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달로 더 이상 국경의 개념이 없어졌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예언대로 “전 세계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한경쟁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번영을 이루자면 아니 최소한의 생존이나마 유지하려면 국제경쟁력부터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영어는 필수입니다. 자기나라 말에 유난히 자긍심이 많은 프랑스의 대학들도 지금은 영어로 강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민족의 고대에서 영어를 제2의 공용어로 선언하고 영어강의 비율을 계속 높여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글로벌은 이 밖에도 학생과 교수의 해외교류 강화, 외국기업 취업, 인프라와 시스템의 선진화, 글로벌스탠더드 도입, 교수승진심사 강화 그리고 한국학의 해외수출 등 이루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종국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을 갖추어 세계의 명문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전략에 힘입은 탓인지 각종 기관의 대학평가에서 고려대학교의 서열이 치솟았습니다. 특히 영국의 더 타임스는 우리의 세계 서열을 2005년에 184위, 2006년에 150위로 올렸습니다. 학문 분야별로는 사회과학 분야가 66위까지 치솟아 당초 공약한 201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사실상 조기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결코 외형성장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캠퍼스가 확장되고 새 건물이 잇달아 들어서는 등 외형도 물론 크게 확대 개선되었지만 세계적 수준의 교수 연구논문 증가, 교육 커리큘럼의 혁신, 장학금의 획기적 증가, 취업률 및 평판도 1위 그리고 사상 최고의 입시 지원율 등 질적 성장이 더욱 큰 역할을 했음을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진리를 탐구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자유를 밝히는 고대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에도, 형이상학의 정신문명을 고양 발전시키는 데에도, 그리고 해외 학문의 수입 못지않게 한국학을 세계화시키는 데에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KU 프로젝트’는 단순한 국제화가 아니라 해외 의존이 가장 높은 우리가 정보사회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번영을 모색하는 체계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개혁에 앞장서 주신 모든 고대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몸과 마음을 바쳐 이 개혁을 직접 추진해주신 동료 교직원 여러분께는 필설로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고마움과 함께 귀한 시간과 건강을 빼앗은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지난 4년간 연구기금을 포함하여 현금이나 주식, 부동산, 서화 등 각양의 형태로 한국 대학역사상 가장 많은 4700억원이나 되는 발전기금을 보내주신 교우님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 여러분과 고려대학교와 제휴협정을 새로 맺은 170개가 넘는 전 세계 대학과 그 관계자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바로 이런 분들의 헌신적인 협조와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 고려대학교는 일취월장(日就月將) 아니 창해상전(滄海桑田)의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새 총장으로 선출되신 이필상 교수님과 두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필상 차기 총장께서도 “글로벌 KU 프로젝트 등 그동안의 학교 발전 전략에 대부분 동감하고 미진한 부분은 보완해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필상 교수는 학문적으로는 물론 행정면에서도 출중한 학자입니다. 이 총장님께도 뜨거운 성원을 계속 보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저 자신도 이 총장님이 고려대학교의 새 천년을 웅장하게 열어 갈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우리가 품어온 글로벌의 꿈은 이미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개교 100주년에 다 함께 결의한 ‘세계100대 명문으로의 꿈’을 이루어내고 「글로벌 프라이드」를 지켜나갑시다.

다시 한 번 총장 재임 기간 동안 고대가족과 온 국민이 베풀어주신 큰 사랑과 전폭적인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과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2월

고려대학교 15대 총장
어 윤 대

 

<사진 고대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