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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포럼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 이두희 회장
오늘날 한국 교육계에 불고 있는 개방의 바람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특히 한국 교육계의 최상위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대학들이 대외적 개방의 물결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한국 교육계의 미래 전망이 좌우되고 있어 이들의 국제 경쟁력 강화 노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아시아 대학들간의 협력과 교류를 확대해 나갈 국제적 조직이 설립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시아 지역 대학들의 집합체인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는 그 동안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 비해 교육에 관한 변변한 지역 조직이 없었던 아시아에 한국의 주도로 탄생된 기구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아시아 태평양국제교육협회 이두희 회장은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이자, 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광고학회 회장, 한국소비문화학회 회장,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고, 지난 7월 한국대학국제교류협의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제 21세기 대학의 화두는 국제화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대학들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과거 한국의 대학들간의 경쟁은 국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데 반해 시대적 변화에 다라 국제적 경쟁 양상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대학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외국 대학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국제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한국 학생들의 유학 경향이 과거 도피성 유학이나 특별한 경우로 한정돼 왔던데 반해, 최근에는 보다 더 나은 교육환경과 명문대학의 교육을 받고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유학이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생들의 유학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대학으로의 학생 유출도 증가되고 있어 한국의 대학들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외국대학들과의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국제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입니다. 앞으로 국제화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이러한 세계적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대학의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국제화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나서야 합니다.”
대학의 국제화 추세는 비단 한국의 대학들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학의 국제화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국제화를 위해 교류를 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나라의 대학들은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협력의 자세를 취하는 한편, 다른 대학들 보다 앞서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곧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이뤄지는,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국제화를 추진하는 대학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의 우수한 대학들과 협력을 하면서 동시에 경쟁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코피티션이라는 조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이 합쳐진 코피티션(Copetition)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코피티션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잘 해가느냐에 따라 대학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이미 북미지역, 유럽지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오래전부터 대두되어 왔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의 경우 60년 전에 미국교육자협회(NAFSA)가 설립되어 활동해 왔으며, 유럽지역의 경우 유럽국제교육협회(EAIE)가 활동해 왔다. 그에 비해 아시아 지역은 그보다 훨씬 늦은 2006년에야 비로소 아시아 지역의 고등교육의 협력을 위한 조직인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APAIE: Asia-Pacific Association for International Education)가 창설된 것이다.
실제 아시아 지역의 유학 현황을 살펴보면, 2004년 기준 전 세계 유학생의 수가 265만 명인데, 그중 가장 많이 유학생을 내보내는 국가는 중국으로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미국이 22%로 1위를 기록하고, 뒤를 이어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유학생공급처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의 유학생이 유럽이나 북미 등의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요인으로 이두희 회장은 아시아 지역 대학들간의 정보 부재, 그로 인한 교류 협력의 미비를 지적했다.
“그 동안 아시아 지역의 대학들간의 교류가 부진했던 이유는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시아 각 지역 대학들간의 교류가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하기에 시간적, 비용적 손실이 컸고, 이처럼 효율적이지 못한 교류 방법들로 인해 아시아 대학들은 외국의 대학들과의 교류에 더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이두희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으로 APAIE가 대단히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PAIE의 설립은 아시아에도, 한국에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APAIE의 시작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지정학적으로 이미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교육자협회(NAFSA)와 유럽의 유럽국제교류협회(EAIE)와 대등하게 어깨를 겨누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대학간 국제 교류에 있어서 아시아의 대표 단체로서 인정받고 있으며, 그동안 입지가 약했던 아시아 지역 고등교육기관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KAFSA, 일본의 JAFSA등 각국의 대학국제교류협회들이 전세계적으로 단일 기구로 통합하기 위해 가칭 CIEA(counsel of Inter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s)라고 명명된 기구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APAIE가 아시아 지역 대표이자 핵심 멤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시아의 위상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두희 회장은 지금까지 한국은 어떤 국제단체든 이미 설립된 단체의 일반 참여국, 또는 주변국으로 활동해 왔던데 비해, 이제는 당당한 주도국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말한다.
“이제 한국 대학들도 현대 시류에 발맞춰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국제적인 대학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은 실제 역량 활동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류와 협력을 위해 대학 인지도를 높여 나가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제적 활동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부분에 있어 APAIE가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들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과 대학경영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 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외국 체험의 기회를 확대시켜줌으로써 국제적 감각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외국 문화 체험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합니다.
그와는 반대로 외국의 학생들도 한국에 많이 유학을 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외국인을 교육하는데 있어 적합한 커리큘럼과 외국어 강의를 마련해야 합니다. 강의의 질적 향상은 물론 원어로 진행함으로써 외국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또한 한국 대학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학자들의 연구도 국제 수준으로 높여 나가야 합니다.”
한국이 고등교육 국제화의 주도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해서는 한국 대학들의 국제화를 위한 변화가 시급하다고 이야기 한다.
한편,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고 이 회장은 강조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고,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많아 점차적으로 대학 학생 수가 줄고 있어 등록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은 이중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대학 운영자들의 1순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의 대학들은 70%이상 등록금에 의존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생 수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게다가 한국 대학의 70~80%가 사립대학들이고, 정부 보조금은 3~4%에 불과하다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의 와세다 대학 같은 경우 사립임에도 불구하고 12%이상의 정부 보조를 받고 있고, 미국의 경우 사립대학들도 15%이상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무한경쟁시대에 한국의 대학들이 국제화를 위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위해서는 산학협동이든, 정부보조든, 대학 자체의 수익사업, 동문회 기부든 어떤 형태로든 대학의 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대학의 역할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순수학문을 연구해 나갈 수 있는 장으로서 인류발전에 고헌을 하고 있다. 이두희 회장은 대학의 이러한 역할을 보다 더 충실히 실행하면서 한편, 대학의 변화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늘날 사회는 국제 사회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모든 대학들이 국내만을 타깃으로 한 인재를 육성해 왔지만,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국내로 한정돼 있던 목표를 국제 사회로 넓혀 나가고, 그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커리큘럼, 학교 문화 등 교육환경을 바꿔 나가야 합니다. 물론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생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하게지요. 전통적인 순수학문연구 및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변화된 사회에 맞춤 인재를 육성해 내는 역할을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를 귀 담아 듣고, 이를 학교 교육에 적절히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두희 회장은 오늘날 세계 각 국가들간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APAIE의 탄생으로 그 동안 교류가 부진했던 아시아 지역 고등교육 기관들간의 관계에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등교육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국제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 대학들 서로가 서로의 역량을 존중하고, 교류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바로 이러한 부분에 있어 APAIE의 활용 가능성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국제화라는 것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전세계 어느 누구도 잘 알고 잇거나 장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APAIE의 각 대학들이 모여 국제화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다 보면 비전과 방향을 설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큰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APAIE가 그러한 장으로 활용돼서 국제화의 새로운 모델이나 비전을 설정하고 아시아의 각 대학들이 효율적으로 국제화 돼 나가는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아시아 지역이 단순한 고등교육의 수요자 공급처가 아니고, 오히려 전세계 고등교육계의 허브로서 흐름을 리드해 나갈 수 있도록 수준 높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
(APAIE: Asia-Pacific Association for International Education)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학 및 교육단체, 교육자들의 모임인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가 지난 2006년 3월 고려대학교에서 제 1회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였다.
“2003년도부터 고려대학교 대외협력처장으로 여러 컨퍼런스를 다니면서 이러한 아시아 지역 고등교육기관의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조언을 듣고, 뜻을 모아 지난 2004년 12월 아시아 지역 13개 국가 각 대학교 국제담당 대표들이 고려대에서 2박 3일간의 회의를 한 끝에 아시아 지역의 고등교육 기관의 화합을 도모할 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2004년 12월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어 2006년 3월 말 첫 컨퍼런스를 고려대에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두희 회장의 설명처럼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4일간 개최된 이번 APAIE행사에는 한국의 유명대학들은 물론 일본의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중국의 베이징대, 인민대, 상하이교통대, 태국의 쭐랄롱꼰대, 호주의 그리피스대 등 26개국 156개 대학 및 국제교류 기관의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거시적으로는 교육계에 있어 아시아 시대를 여는 역할을 하고, 미시적으로는 대학간 국제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APAIE는 아시아 지역 각 대학들이 모여 세계화 프로그램의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교육정보 DB와 교류의 장이자 서구대학의 카운터파트기구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적 이유로 창설되면서 이미 고등교육분야 세계 3대 기구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의 주도로 창설된 단체이기에 한국 교육계 및 아시아 교육의 위상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미 치열한 경쟁 속에 2007년 2008년 행사를 주관할 호스트 대학이 선정된 상태이다. 2007년에는 싱가포르 국립대학, 2008년에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지은영기자 (동북아포럼 2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