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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News

뉴욕 타이거펀드에서의 인턴-채종윤(경영 01)

2006.12.04 Views 3200 정혜림

 
   채종윤 군은  2006년 7월 경영대 해외 인턴학생 자격으로 세계적인 그룹  타이거 매니지먼트(Tiger Management) 에파견되었다. 헤지펀드(hedge fund)로 유명한 타이거펀드(Tiger Fund)는 타이거매니지먼트가 운영하는 6개 펀드중 하나이다. 채 군이 직접 쓴 뉴욕에서 인턴십 경험담을 게재한다. (편집자)
 
 
  Tiger Asia Management LLC는 뉴욕에 소재한 long-short equity hedge fund이다.
 
  언뜻 이름만 보고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의 돈을 맡아서 대신 투자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펀드 인데 헤지펀드가 뮤츄얼 펀드(mutual fund)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최소 투자액의 제한과 lock-in period 지정이다.
 
Tiger Asia는 long-short equity, 다시 말해 상장기업의 주식에 long position(매수)과 short position(공매)를 취함으로써 위험 분산 효과를 누리는 펀드이다. 이는 흔히들 알고 있는 파생상품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과는 성격이 다르며 특히 많이들 혼동하는 Lone Star나 Carlyle group등의 private equity fund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펀드이다. (사진 왼쪽은 New York Mets 경기 관람 중인 채종윤 군)
 
 
(사진 왼쪽은 채  군이 타이거 펀드 사무실에서 내려다 본 뉴욕 전경을 촬영한 것)
 
  1년 반 만에 다시 찾은 뉴욕은 따듯한 날씨로 날 반겨줬다. 회사에서 보내준 리무진 서비스를 이용, Upper East에 마련된 studio로 갔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방에 놀라고는 당장 급한 전화기 장만에 나섰다. 회사에 전화를 해서 미리 지하철 출구도 익숙해지고 시간도 재 볼 겸 해서 금요일에 회사에 잠깐 인사 드리러 들르는 게 어떻겠냐고 여쭤보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금요일 오전에 아이디어 미팅에 참석하고 앞으로 함께 일할 회사 동료 분들과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회사는 뉴욕 맨하탄의 중심인 Grand Central Station 바로 앞에 있는 101 Park Avenue에 위치하고 있었다. 건물의 위용에 놀란 뒤 보안 절차를 거치고 나는 최고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사장님 및 앞으로 함께 일할 애널리스트 및 인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각국의 경제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게 사 애널리스트들은 한국, 일본, 중국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 이외에도 총 인턴은 총 다섯 분 계셨는데 모두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Harvard, Stanford, NYU에서 MBA과정을 밟고 계신 분들이었다. 회사 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내가 얼마나 엄청난 곳에 와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Tiger에서 보낼 4주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첫 주에는 사실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감사하게도 사장님께서 회사 retreat가 있는 때에 인턴쉽 기간을 지정해 주셨기 때문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다른 인턴 분들에게 업무를 조금 배운 뒤, 수요일에는 Amtrak을 타고 Conneticut 에 있는 Old Saybrooks라는 조용한 휴양지에 가게 되었다. (왼쪽 사진은 당시 단체 사진)
 
  바닷가에 있는 boutique hotel에 묵으며 탁구, 하이킹 등 활동을 통해 팀웍도 다지고 dinner cruise도 가는 등 동료들의 가족들과 함께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좋은 자리였다. 운 좋게도 나는 retreat를 통해 업무에 앞서 동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둘째 주에는 주로 엑셀 파일을 붙잡고 씨름을 했다. 자료의 통합 및 정리를 하는 일을 했는데, 엑셀을 할 줄은 알았지만 그리 숙련되지 못했던 나는 업무처리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이때부터 내 자리에도 Bloomberg 단말기가 생겼다. 나는 블룸버그(Bloomberg) 및 각종 금융회사(I bank 및 증권회사) Sell-side analyst들의 리포트 등을 생전 처음 접하면서 전혀 다른 세계의 자료들을 접하게 되었다.
 
  매일 몇몇 기업에 대해 news run을 하고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screening 하고는 그 중 어떤 자료가 투자 의견 제안 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면서 기업 분석의 중요 요소들을 배웠다.
 
 셋째 주에는 기업 조사를 좀 더 많이 하고 애널리스트분들이 요구하는 자료의 검색 및 정리 등의 일을 했다. 하루는 각종 파생상품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Hedge fund'라는 단어가 생기게 만든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Julian Robertson씨와의 점심 미팅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각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그에게 최근 동향 및 중요 사항 등을 보고하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넷째 주에는 기업 가치평가 모델을 직접 만들게 되었다. 나는 샘플 모델을 보면서 구성 원리를 파악하고, 내가 맡은 기업의 재무 제표를 적절히 필요한 양식으로 바꿔 입력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학 지식의 부족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재무 공부를 하려면 회계가 기본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드디어 올게 왔다는 느낌이었다. 항상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뒤에 숨어있던 현금흐름표가 얼만큼 중요한지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인턴쉽 종료 후 주말에 까지 일을 해서 나는 모델작업을 마칠 수 있었고 이는 상당한 성취감을 주었다.
 
  다른 인턴들은 offer를 받기 위해 8주~10주간의 인터뷰를 거치는 중이었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견학 온 어린애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기 전의 우려와는 달리 타이거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넌 어리고 잘 모르니 복사나 하고 잡일이나 도우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뭐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바쁘신 와중에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고 실제로도 시간을 내어 성의껏 가르쳐 주곤 하셨다.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매주 investment idea meeting에 참석함으로써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어떤 요소를 눈 여겨 봐야 하는지, market participant로서 또 누군가의 대리 투자자로서 어떤 책임감을 지니고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업계 최고의 분들께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황성국 사장님의 투자 철학과 책임감을 접할 수 있었던 점은 다른 어떤 technical한 지식을 배운 것 보다 훨씬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타이거에서 일하면서 내가 재무 분야에서 일을 하기에는 회계학 지식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배웠고,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한 감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인턴쉽 종료 후 LA에 와서 수강신청 변경 등의 과정을 통해 현재 Financial valuation, Financial reporting and analysis 등 상당히 업무 연관성이 높은 과목들을 수강하고 있다. 만약 올 여름에 인턴쉽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배우고 있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난 인턴쉽을 통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배웠다고 생각한다.
 
  인턴쉽을 통해 아쉬운 점은 나 자신이 부족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백분 활용하지 못한 점이다.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이란, 기업과 산업에 대한 배경지식의 부족, 회계 및 재무 관련 지식의 부족, 회사 업무 경험의 부족, 엑셀 숙련도 부족 등이었다. 간단한 예로, 엑셀에 좀 더 능숙했다면 단순작업을 더 빨리 처리하고 조금 더 애널리스트들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자신이 나를 research assistant에 머물게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번에 타이거에 가는 기회를 거머쥐는 행운아에게는 내가 배운 것, 나를 제한했던 것 등을 다 전수해줘서 더 성공적인 인턴쉽을 수행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서 나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더 많이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 일만 한 것 마냥 쓰게 된 것 같다. 사실 주중에는 상당히 늦은 시각까지 일을 하곤 했지만 4주란 너무 짧았기에 몸이 버텨준다면 더 일하고 싶었다. 주말에는 브로드웨이에서 작년에 못 봐서 아쉬웠던 Lion King을 보는 행운을 누리고 Central park에 드러누워 책을 보기도 하고 농구도 했다.
 
  친구들을 만나서 미술관도 가고, 뉴욕에서 빼먹어선 안될 clubbing도 즐기고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나의 경우에는 뉴욕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었기에 관광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뉴욕은 젊을 때 살기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신 장하성 학장님과 국제교류실 김이권 실장님과 김신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