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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 바른 경영, 가치 경영' 강의 맡은 윤종용

2006.03.02 Views 1599 정혜림

윤종용-장하성, 애증의 리더 드디어 손잡다


 


 
장하성 "삼성 가치경영​ 학생들이 배워야"

윤종용 "현장 지식 전수하는 게 바로 인재육성"
 
 
'창과 방패' '10년 앙숙'
 
그동안 언론에 묘사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이다. 참여연대 위원장 시절 장 교수는 '삼성 저격수' 역할을 자청했다. 지난 1998년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13시간 30분을 끌며 삼성 계열사간 부당거래 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에 반해 윤 부회장은 참여연대의 '파상 공세'를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두 사람이 최근 전격적으로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윤 부회장이 장 교수가 학장으로 있는 고려대 경영학과의 초빙교수직을 승낙한 것. 윤 부회장은 오는 3월부터 이구택 포스코 회장,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등과 함께 '바른 경영 가치경영'이란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다.
 
언론에서는 두 사람의 회동을 '10년 묵은 앙숙 관계의 청산' 등으로 보도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은 단순한 과거사 청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두 사람이 모두 우리 사회의 특정 부분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6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대표되는 '근대화 세력'의 상징적 인물이 바로 윤 부회장인 셈이다.
 
이에 반해 장 교수는 '민주화와 개혁'으로 상징된다. 전후 세대로 외국에서 공부한 그는 소액주주 운동 정착과 재벌 개혁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경영환경에 새로운 조류가 형성됨을 반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삼성전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초일류 기업이다. 이런 삼성전자가 가지는 경쟁력의 노하우를 파헤쳐 학생들에게 전파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개인과의 관계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나 윤 부회장도 일부 언론의 시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장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이제 세계 경영의 화두가 됐다. 삼성의 경우 그 동안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면서 "제자들에게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윤 부회장을 초빙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측도 "학생들 강의이기 때문에 수락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고려대 강의는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현장의 지식을 던져줄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윤 부회장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장 교수는 최근 참여연대와의 선긋기에 나섰다. 참여연대도 최근 주총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면에는 소액주주 운동이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인은 "소액주주운동은 기업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역할과 대기업 경영간섭 운동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포커스가 지나치게 삼성에만 집중되면서 비난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장 교수가 참여연대와 일정 부분 선긋기에 나선 것이나, 참여연대가 주총장 불참을 선언한 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장하성은 누구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소액주주 운동의 대부'로 통한다. 재벌 기업에 소액주주의 파워를 각인시키는 데 일조 했다는 평가다. 실제 장 교수는 지난 1998년부터 삼성 계열사간 부실·부당 거래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기업구조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 1998년에는 제일은행의 부실 책임이 있는 전임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주주대표 소송을 벌여 승소하기도 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경영대학원 원장을 겸하고 있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이 누나이고, KDI 출신의 장하원 열린우리당 정책실장이 친동생이다.
 

▶윤종용은 누구
지난 1992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윤 부회장은 1996년 12월 삼성전자 총괄사장, 2000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로 CEO 역할만 15년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삼성전자의 고성장을 이끌어 냈다. 지난 1997년 20조원 정도이던 매출이 현재는 60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3000억원에서 10조7700억원으로 36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적인 경제지 <포천>은 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25명'을 발표하면서 1위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코노믹리뷰] 이석 기자(suki@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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