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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크리에이티브, 인간의 독창성을 다시 묻다…서민정 아트디렉터 특강 성료

2025.11.26 Views 117 홍보팀

AI 시대의 크리에이티브, 인간의 독창성을 다시 묻다…서민정 아트디렉터 특강 성료

 

 

지난 11월 4일(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스타트업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앙트프러너십 아카데미 렉처 온 디맨드’에서 서민정 아트디렉터의 특강이 진행됐다. 이번 강연은 ‘광고 크리에이티브와 유튜브·SNS 콘텐츠’를 주제로, 인공지능이 커머셜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 시대의 창의성이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서민정 아트디렉터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하고, 이노션 공채로 입사해 아트디렉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HS Ad와 SM C&C를 거쳐 외국계 OTT 서비스 기업에서 어소시에이트 매니저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인공지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프리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이 있다.

 

 

광고의 본질과 변화

첫 번째 챕터의 주제는 ‘광고란 무엇인가’였다. 서 디렉터는 광고의 한자 의미가 ‘넓을 광(廣), 알릴 고(告)’로, 세상에 널리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고는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설득의 예술이며,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자 상업예술의 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특히 애플은 기술적 설명 대신 “이 기기로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가”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감성적 설득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한다고 예시를 들었다. 그는 이어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광고업계는 이미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전통적인 광고대행사는 광고 제작비 마진과 매체 수수료로 수익을 얻었으나, 디지털 전환 이후 유튜브와 SNS 중심의 생태계가 자리 잡으면서 기존 수익 구조가 무너졌다. 데이터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부상하면서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중심이 되었고, 브랜드 스토리텔링보다 단기 성과가 중요시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산업의 변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의 등장은 광고 산업에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AI의 확산으로 누구나 손쉽게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크리에이티브는 더 이상 대행사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서 디렉터는 AI로 제작된 비슷한 최근 광고/콘텐츠 들을 보여주며 “복사·붙여넣기 수준의 자기복제형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합성 딥페이크 광고의 확산으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목받는 동시에, 어그로를 활용한 사기성 광고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광고의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며 “비용 효율성과 제작 속도 측면에서 광고주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AI 기반 광고가 아직 많지 않은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일관성과 사실적인 퀄리티 구현이 어렵고 해상도가 낮아 브랜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둘째, 수정이 불가능하여 다시 생성해야만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셋째, 소비자 신뢰 하락의 위험이 크다. 여기에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불명확해 기존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논란에 쉽게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서 디렉터는 AI 모델을 사용한 의류 브랜드 망고와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사례를 언급하며, “인간과 유사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가 불명확해 저작권 논란이 잦으며, 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아직은 실험적 수준에서만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 현장에서의 AI 활용

서 디렉터는 “코카콜라가 선보인 AI 기반 글로벌 캠페인은 17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광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AI를 활용한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기존 광고를 그대로 모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AI 기본법에 따라 모든 AI 광고 영상에는 제작 표기가 의무화될 예정이며, 광고업계에서도 법적·윤리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AI가 미치는 구체적 변화를 공유하며 “현재 실무자들은 브리프(brief) 작성 단계에서 AI를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광고의 목적, 타깃, 메시지, 일정, 예산 등을 정리하는 문서 작성에 AI가 효율적인 도구로 작용하고 있으며, 아이디어 기획 과정에서도 다양한 시각 자료나 참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시장조사와 리서치를 통한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비자와 시장을 이해해야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왜’ 이 광고를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활용 시 유의점과 조언

서 디렉터는 광고 제작 시 유의해야 할 여섯 가지 조언을 전했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기획 방향을 명확히 정할 것 △SNS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단순히 모방하지 말 것 △브랜드 정체성과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할 것 △영상 표현에만 집중하지 말 것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까지 충분한 시간과 반복이 필요함을 인지할 것 △숙련도가 낮은 시기에는 되도록이면 전문가와 협업할 것. 그는 “AI 광고는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많은 시도와 수정이 필요하다.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는 존중과 합의의 과정을 전제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AI는 신이 아닌 지니

서민정 아트디렉터는 “AI는 신(God)이 아니라 지니(Genie)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AI는 스스로 창조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말해야만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상상력과 기획력을 표현하도록 돕는 도구이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결국 좋은 광고는 사람의 기획력과 안목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고흐는 빛을 다르게 보았고, 피카소는 형태를 다르게 보았다. 아이폰 역시 단순한 전화기를 넘어 새로운 생활방식을 제시했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독창성이 더 중요하다. 결국 AI 시대의 크리에이티브란, 인간이 얼마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고 전했다.

 

이번 강연은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광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다시 성찰하는 자리였다. 서민정 아트디렉터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상상력과 문제의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술이 아닌 사람의 생각이 결국 크리에이티브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는 앞으로도 산업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학생들이 디지털 시대의 실무 감각과 창의적 사고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배움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