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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News

아쉬운 정기전 무승부 어윤대 총장 담화문

2006.09.25 Views 1714 정혜림



친애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지난 9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치러진 2006년도 정기 고연전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학교의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해준 자랑스러운 우리 고려대학교 5개 운동부의 선수와 코치 감독 여러분, 지난 1년간 정기전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오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 또한 목청이 터지도록 ‘입실렌티’와 ‘영원하리, 나의 고대’등을 외치면서 고려대학교의 위풍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연출해주신 응원단 여러분의 노고를 24만 전 고대인과 함께 높이 치하하고자 합니다. 

참으로 원망스런 초침(秒針)이었습니다. 마지막 축구경기에서 인저리 타임이 조금만 짧았더라도 우리는 당당하게 종합 우승을 차지했을 것입니다. 아니 심판의 호각소리가 몇 십초만 더 빨랐더라도 승리는 당연히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 사실상 이미 이긴 경기를 놓치고 다시 무승부로 돌아설 때 여러분들이 느꼈을 그 안타까운 심정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러나 처음부터 스코어 상의 승리에 그리 연연해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연전을 계기로 우리 고대 가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면서 고대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더 한층 높이고 앞으로의 대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올해 정기 고연전은 그 취지의 구현이나 실제 내용면에서 연세대학교를 완벽하게 압도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초 의도했던 “필승 전승 압승”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존경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우리는 이번 정기전을 통해 자유 정의 진리의 자랑스러운 고대 정신을 온 국민과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인상 깊게 심었습니다. 

첫 날 첫 경기로 열린 야구에서는 이미 패색이 짙어졌는데도 우리 응원단들은 일체의 흔들림 없이 끝까지 현장에 남아 깔끔하고 차원 높은 관전 매너로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부정선수 문제로 농구경기가 무려 1시간 30분씩이나 지연되어도 한 마디의 불평도 없이 합리적 타결을 기다리며 인내한 대목 그리고 사실상 이긴 경기가 아깝게 무승부로 돌아가도 그 아픔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연세대학교의 천신만고 기사회생을 진심으로 축하해 준 것 등도 아마추어리즘의 진수이자 세계 최고의 지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매너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랩송 ‘새 타령’과 ‘하늘이여’ 등 새로 선보인 수준 높은 응원가도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교우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물심양면에 걸친 교우들의 지원과 성원이 없었더라면 이처럼 성대하고 화려한 정기전은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올해는 특히 학교 주변으로 직접 찾아와 음식점과 주점을 예약해 놓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해주었습니다. ‘나비처럼 돌아와 범처럼 쏜다’라는 여러분의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후배 사랑은 앞으로도 릴레이식으로 계속 이어져 또 하나의 멋진 고대 문화를 창출해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저 자신도 총장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63학번 선배로 돌아가 후배들에게 ‘FM신고식’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선배와 후배가 이처럼 세대 간의 간극(間隙)을 뛰어넘어 정겹고 아름답게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것은 지구상의 어느 대학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는 고연전을 통해 또 다시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랑스러운 고대 가족 여러분. 

80여년의 역사동안 이어져온 이 정기 고연전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두 학교가 만나 스포츠의 승부를 가리는 차원을 훨씬 넘어 역사의 고비마다 이 나라 이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창출해 온 범국민적인 행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주기 바랍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조정 정기전을 보면서 영국인들이 앵글로-색슨의 자긍심을 재현발양하고 하버드와 예일 등의 아이비리그 미식축구에서 미국 사람들이 아메리카의 영광을 구현하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지성의 축제인 고연전을 통해 민족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마침 지금 우리 고려대학교는 학운(學運)의 대상승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한 세기동안 쌓아온 찬란한 전통과 역사가 개교 100주년을 전후하여 응집폭발하면서 커다란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가다말면 아니 간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해 새 1000년의 역사를 새로 열면서 우리 모두 함께 다짐했던 ‘세계 명문으로의 대도약’을 반드시 이루어 냅시다. 


친애하는 고대가족 여러분. 

고연전 기간 내내 잠실벌과 목동 운동장 그리고 서울의 곳곳을 뜨겁게 달구며 온 누리를 밝힌 진홍빛 크림슨의 열정과 천하를 움직이는 그 웅장한 기개세(氣蓋世)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축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때입니다. 그 뜨거웠던 정열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캠퍼스로 수렴하여 수업과 학문 연구에 정진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올 정기전을 거울삼아 내년에는 더욱 알찬 축제의 장을 만들 것을 약속드립니다. 내년 정기전에서 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9월 24일

고려대학교 총장

어 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