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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크릿 코리아’를 진행하는 이희윤(사회07-‘사회학과, 경영학과 이중전공') 씨
“나의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 같지 않아 너무 두려워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는 사서함에 온 엽서다. 익명으로 비밀을 터놓는 이 공간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 코엑스몰 S-5 MBE #277’. 여기에 도착하는 엽서는 저마다 비밀을 담고 있다. 이성친구에 대한 고민,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생활,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등 커밍아웃할 수 없는 비밀을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KUSPA에서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는 ‘포스트 시크릿 코리아(Post Secret Korea).’ 경영학을 이중전공하는 이희윤(사회07) 씨가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알려졌다. 사서함으로 온 엽서는 포스트 시크릿 코리아 홈페이지(www.postsecret-korea.blogspot.com)에 소개된다.
이희윤 씨는 지난해 EBS 지식채널e를 통해 포스트 시크릿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흥미와 관심에 그쳤었다. 올해 초 이슈화 된 대학생 자살 문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였다. “누구나 말 못할 비밀은 있고, 그걸 털어놓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그 욕망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단지 비밀을 털어놓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엽서를 보며 공감과 이해의 소통이 계속된다. 같은 비밀을 가진 사람을 위로하고, 다른 고민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소통의 창이 된 것이다. “심장병을 앓던 아기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엽서를 보고 다른 엄마에게 메일이 왔어요. 아이를 잃고 약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는데, 그 약보다 같은 아픔을 겪는 엽서에서 위로를 받았다구요” 메일도 익명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처음 포스트 시크릿을 시작한 사람은 미국의 작가인 프랭크 웨렌. 이 씨는 동아리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프랭크 웨렌에게 연락을 취했다. “재미로 시작하기에는 큰 프로젝트인 것을 알아달라고 하셨어요. 또 수익성이 없어야 프로젝트가 더 의미있고, 오래 지속될 거란 말씀도 하셨구요” 지금도 웨렌은 이 씨와 연락을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 있다.
포스트 시크릿 코리아 프로젝트는 현재 문화이벤트 컨설팅동아리 KUSPA에서 추진중이라 이 씨가 졸업한 후에 지속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처음에 홍보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엽서를 관리하는 일만 하면 돼 손이 많이 가지는 않는다. 다만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 동아리에서 엽서와 우표 가격을 지원받았지만, 프로젝트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지방에서도 참여를 원해 규모가 커졌다. 사서함 운영은 이희윤 씨가 개인적으로 충당하지만, 엽서와 우표 가격은 큰 부담이 된다고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혼자 속에 품은 비밀로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남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고, 말할 상대가 없는 사람도 있구요. 이런 소통의 창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해요”
이희윤 씨가 프로젝트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소통의 공간’이다.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려는 거창한 목표는 아니다. 그저 익명으로 비밀을 이야기하며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 위로하고, 다른 고민을 가진 사람은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하며 이해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 “프로젝트가 자살을 막기 위한 창구로 알려졌는데, 무겁게만 보여지진 않았으면 해요. 소소한 비밀, 재미있는 사연도 많이 와요. 처음 미국에서 공동예술의 일환으로 시작했듯이 모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우리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