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KUBS News

두 세대, 하나의 경영대- 박상진·박준혁 부자, 대를 이어 경영대학에 전하는 뜻

2026.09.16 Views 124 홍보팀

두 세대, 하나의 경영대
박상진·박준혁 부자, 대를 이어 경영대학에 전하는 뜻

 

 

13년 전, 현대자동차관이 세워질 때 그 곁을 지킨 이름이 있다. 박상진 교우다. 당시 1억 원을 기부하여 그의 이름을 딴 스터디룸은 지금도 경영관 건물 한편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2026년 8월 25일, 박 교우는 다시 학교를 찾았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경영대학 Korea MBA 과정에 재학 중인 아들 박준혁 원우와 함께였다. 이번에는 박준혁 원우의 이름으로 2천만 원을 경영대학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아버지가 걸어온 자리에, 아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부 증서와 감사패가 전달됐다. 학장님을 비롯해 자리를 지킨 이들은 부자(父子)가 함께 기부에 나서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짚었다. 두 사람 사이엔 기부보다 먼저, 같은 학교에서 시절을 달리해 각자의 이유로 다시 책상 앞에 앉았던 시간이 있었다.

 

박상진 원우는 Korea MBA와 Executive MBA를 모두 거쳤다. 처음 MBA에 발을 들인 건 1988년이다. 입사 2년 차에 회사 실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경영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경영 현장에서는 재무나 전략, 마케팅, 인사조직 같은 문제들이 따로 존재하기보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걸 느꼈다. 이러한 경영학 전반의 주제들을 경험과 상사로부터의 간접적인 지식 전수만으로 익히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본질을 이해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 원우는 시간이 흘러 다시 Executive MBA에 진학했다. 25년 전에는 직원으로서 실무를 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최고경영자가 되어 회사와 직원을 잘 이끄는 데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얻기 위함이었다. "회사의 복잡한 사안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큰 시각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라고 그는 회고했다.

 

아들 박준혁 원우는 공대를 졸업하고, 현재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에서 근무하며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과 시장 잠재력을 평가하고 투자 여부를 심사하는 일을 한다. 실무에서 기업을 판단하다 보니 재무적 판단은 물론이고, 재무제표에는 나오지 않는, 이를테면 산업과 기술의 흐름이나 조직, 경영진의 추진력과 비전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택했다.

 

그런데 그가 굳이 아버지와 같은 학교, 같은 과정을 선택한 데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 같은 과정을 밟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제가 중학생 때 가족 초청 행사로 학교를 찾았다가 경영대학에서 들은 교수님의 설명이 뇌리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와 주말까지 시간을 내어 MBA 공부하시던 모습을 오랫동안 보아온 것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때는 그 모습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본인이 직장인이 되어 MBA를 병행해보니 바쁜 와중에도 보람을 느끼고, 회사생활에 대한 애착심도 더 강해진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지식을 계속 배우고 치열하게 실무에 적용해보는 태도 자체가 하나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웠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부는 두 사람 사이에서 특별히 누가 먼저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소에도 사업이나 투자, 사회에 남길 가치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던 부자였다. "개인의 성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얻은 기회와 경험의 일부를 다시 사회와 다음 세대에 돌려주는 것", 그것이 두 사람이 공유해온 생각이었다. 부자가 함께 인연을 맺은 학교에 기여하자는 데 뜻이 모인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박상진 교우는 "회사에 입사하여 업무의 방향을 아직 제대로 잡지 못하던 시기에 고대 MBA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더 큰 시각으로 매사에 자신 있게 임했기에 성과를 올릴 수 있었고, 그러한 작은 성공이 창업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또한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지고 있던 지식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E-MBA 과정에서 새로운 경영 지식과 다양한 업계의 리더들과 소통하며 통찰을 얻고, 회사를 도약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라며 학교에 나름 신세를 졌다고 강조했다.

박준혁 원우는 이번 기부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아버지와 제가 세대를 달리해 같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부가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세대가 받은 기회와 경험을 다음 세대에 연결하고, 그것이 다시 후배들에게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지 묻자, 그는 투자자다운 답을 내놓았다. "저는 투자자로서 기업의 현재 모습보다 앞으로 만들어낼 가능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기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완성된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누군가의 가능성에 먼저 투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그 기회를 받은 후배가 또 다른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과 기회를 나눠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증서 전달이 끝난 뒤, 자리를 함께한 이들은 캠퍼스 곳곳을 둘러봤다. 13년 전 세워진 건물도, 그 사이 새로 생긴 공간들도 있었다. 아버지가 38년 전, 처음 이 학교를 찾았을 때와 아들이 지금 걷고 있는 캠퍼스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배움을 대하는 태도가 세대를 건너 그대로 전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아빠보다 사회와 학교를 위해 더 큰 기부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