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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UK] Aston University 24-2 정연찬

2025.03.05 Views 234 정연찬

안녕하십니까,
2024년 9월에 영국으로 출국해 버밍엄에 위치한 Aston University에서 한 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2025년 1월 말에 귀국한 정연찬입니다.
영국에서의 지난 시간이 이제야 정리되는 듯해 이렇게 후기를 작성합니다. 영국으로의 교환학생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교환교 수강신청 방식:

6월 10일, Module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메일을 받고 메일이 안내해 주는 대로 차근차근 절차를 밟았습니다. 듣고 싶은 수업을 구글폼으로 제출하면 학교에서 최대한 학생의 우선순위에 맞추어 배정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총 3가지 수업을 신청하였고 모두 다 승인되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Global Marketing, Events and Public Relations, Effective Consultancy Management 이렇게 3가지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의 수업이 매주 1시간의 온라인 강의, 1시간의 대면 Lecture, 1시간의 대면 Seminar로 진행되었습니다. 온라인 강의는 세 수업 모두 월요일에 진행되었고 Lecture 전에만 듣고 오면 돼 스케줄 관리가 용이했습니다. Lecture는 워낙 대형 강의들이라 큰 대강당에서 50~60명의 학생이 다같이 들었고 Seminar는 시간대별로 소수의 그룹으로 나누어 교수님이나 TA분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수업 내용을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 내용과 교수님의 지도만 잘 따라간다면 학기말에 제출하는 Final Report를 큰 어려움 없이 작성할 수 있습니다.

2) Birmingham과 ASTON UNIVERSITY:

버밍엄은 영국 제2의 도시가 맞습니다. 최근 악화된 시의 재정 상태 등 각종 뉴스를 많이 접하셨겠지만 영국 대부분의 주요 도시를 가본 저에게 버밍엄은 제 2의 도시가 맞습니다. 학교가 위치해 있는 동네에서 조금 벗어나 걷다 보면 시청과 버밍엄 도서관이 나오고 버스를 타고 버밍엄대학이나 백승호 선수가 뛰는 버밍엄FC의 홈구장이 위치한 동네를 구경하면 이 도시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Birmingham New Street역이나 Moor Street, Birmingham International Airport를 이용하면 영국 전역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교통 인프라가 정말 잘 되어 있는 도시로 저는 수업이 없을 때 York, Bristol, Manchester, Brighton, Edinburgh, Cambridge, Oxford, Stratford-upon-Avon, Dublin, Howth 등 영국 내에서 정말 다양한 도시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느라 막상 버밍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만 그만큼 영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탐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가 버밍엄이라고 생각합니다.

Aston University에서의 경험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도서관이 매우 잘 되어있고 각종 상점이 있는 중심가와 매우 가까우며 영국 전역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New Street역과 Bullring 쇼핑몰은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학생들에게 매우 우호적이며 캠퍼스를 누비는 거위떼의 행진은 제가 선정한 버밍엄7경 중 하나입니다. 학교에 체육관 시설도 매우 잘 되어있습니다. 특히 수영장은 버밍엄뿐만 아니라 영국 내에서도 유명한 유서 깊은 수영장으로 실내 인테리어가 고풍스럽습니다. 파견 기간 중 수영장은 꼭 한번 이용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헬스장과 수영장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의 가격이 나름 합리적이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실 계획이시라면 추천 드립니다. 학교 뒷문에 있는 Gosta Green은 스포츠펍으로 PL경기를 볼 수 있는 최고의 펍입니다. 굉장히 넓고 스크린도 많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학생 할인도 되고 요일별로 할인되는 메뉴가 있어 애용했습니다. 특히 Aston Villa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 시작전부터 자리가 만석이니 조금 일찍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Gosta Green에서 관람하는 Aston Villa 경기도 제가 선정한 버밍엄7경 중 하나입니다.

3) 기숙사:

저는 학교 밖에 있는 The Green이라는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 가격이 학교 안의 기숙사보다 절반 가량으로 저렴하다는 얘기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식을 미리 접해 3월부터 일찍이 문의 메일을 넣었습니다. 물론, 아직 배정 전이니 절차가 시작되면 연락 주겠다는 회신뿐이었습니다. 교환학생 전용 기숙사인 William Murdoch을 신청한 상태로 The Green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있었고 무사히 입주하여 4개월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계약기간은 8월부터 1월까지였지만 저는 8월말까지 한국에서 인턴을 하던 상황이라 8월치 월세를 그대로 내고 9월이 되어서야 입주를 했습니다. 살지 않은 8월 한달의 월세를 내야 되는게 아쉽긴 했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William Murdoch보다 저렴했으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위안을 삼습니다.

3개의 수업이 모두 진행되었던 학교의 Main Building까지는 도보로 대략 15분이 걸렸습니다.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걸어가기에 매우 적당한 코스와 거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가는 길에 초등학교와 각종 자동차 정비소들이 있어 저는 오히려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버밍엄의 치안에 대한 각종 우려가 있다고는 하지만 저녁 11시가 넘어서 기숙사로 걸어 돌아갈 때도 자동차 정비소가 열려 있으면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습니다. 하나의 Flat에 4명이 사는 구조로 각자의 방이 있고 화장실, 샤워실, 주방과 거실은 공용으로 사용합니다. 학교 내에 있는 WIlliam Murdoch이나 James Watt를 자주 방문 했었는데 오히려 저는 The Green이 진정한 영국의 Flat 형태라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을 보기 위해서는 학교에 붙어있는 TESCO까지 가야 되지만 수업 듣고 오는길에 들리면 됩니다. 또한 ALDI와 같은 대형 마트는 학교보다 The Green이 더 가깝습니다. 훨씬 더 다양한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2~3주에 한번씩 장바구니 들고 ALDI를 다녀오는게 저의 큰 행복이었습니다.

버밍엄은 영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공항도 있어 수업이 없을 때는 어디로든 여행가기 좋습니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을테니 그렇다면 더욱이 교내 기숙사 대비 거의 반값인 The Green을 선택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애정이 있었던 기숙사라 단점을 생각해보려 해도 저는 그곳을 매우 좋아합니다. 춥다면 전기장판을 사면 됩니다. 영국은 원래 춥습니다. 인덕션이 아니고 가스레인지이지만 요리는 불맛입니다. 전 그곳에서 요리사가 되어왔습니다. 가구와 인테리어가 최신식은 아니지만 그것이 또 영국의 멋입니다. 해리포터는 도어락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4) KUBS BUDDY 와 같은 교환학생 도우미 프로그램 존재여부:

직접적인 도우미 프로그램은 없지만 교환학생들을 위한 세션이나 파티는 학기 초에 많이 열립니다. 적극적으로 이용하신다면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5) 물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교환 원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1700원대에 근접하던 파운드가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1852원이 되었습니다. Birmingham New Street와 연결 되어있는 Bullring과 Grand Central에서 외식을 하면 기본적으로 1인당 15~20파운드 정도 나옵니다. 그렇게 외식을 한두 번 하다 보면 어느새 바닥난 파운드 잔고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다음 단계는 TESCO, Sainsbury, M&S의 Meal Deal입니다. 샌드위치+음료+스낵 조합을 5파운드 정도에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세트입니다. 하지만 이 Meal Deal도 먹다 보면 물리기 시작하고 요리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교환 초기에 외식을 많이 하시고 중반이 지나면 집에서 만들어 드시길 바랍니다. TESCO와 ALDI의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희망적입니다. 영국에서는 인기가 없는 Pork Belly 사셔서 고려대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도 하시고 잘 손질되어 있는 Chicken Thigh나 Drum stick 도 사셔서 후추간만 해도 맛있습니다. 버스 타고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버밍엄 대학교 근처 Seoul Plaza에는 다양한 한식 식재료가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학교 근처 China Town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Oriental Market이란 곳에 가면 필요한 건 다 있을 겁니다. 저도 피시앤칩스 먹으면서 버텨보려고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인은 다진 마늘과 고추장이 들어가줘야 됩니다. 영국에 있을 때 과일과 채소, 각종 육류들을 많이 사 드시면 돈도 아끼고, 요리실력도 늘고, 영양도 챙기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6) 출국 전 준비사항:

과목검토를 미리 받으시길 바랍니다. 특히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학우님들께서는 더욱 이 점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영국은 한학기 파견의 경우 비자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것이 매우 간편합니다. 한국 번호는 인증 번호를 받아야 할 것을 대비해 1,000원대 요금제로 바꿔 두시고 영국 E-SIM 구입하시면 삶이 윤택해집니다. 다이소에 있을법한 물건들은 영국의 Poundland나 Savers에 다 있으니 짐도 가볍게 꾸리시길 바랍니다. 패션이 중요하지 않으시다면 Primark에서 파견 기간 동안 부담없이 입을 옷들을 살 수 있습니다. 12파운드에 산 기모 스웨터로 4개월을 따뜻하게 잘 버텼습니다. Railcard 꼭 발급받으시고 Trainline이라는 앱도 다운받아 오시면 좋습니다. 택시를 탈 일이 많지 않겠지만 비상시 이용할 수 있게 Bolt를 추천 드립니다. (Uber보다 저렴했습니다). 영국번호가 생기시면 TESCO 멤버십 꼭 가입하셔서 결제할 때마다 포인트 쌓으시길 바랍니다. 가령, 영국 번호가 없는 고대 친구들에게 멤버십 QR 공유하면 친구는 할인 받고 나는 포인트 쌓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나중에 현금 바우처로 바꿀 수 있는데 나름 유용합니다. 가벼운 접이식 우산 하나는 한국에서 챙겨 오시길 바랍니다. 이상하게 우산은 또 비싸게 팝니다.

7) 보험과 주의사항:

적당한 유학생 비자 하나 들으시고 대신 현지에서 소고기 많이 사 드시면서 건강관리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다행히 파견 기간 중 아프거나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상비약은 챙기시되 일반적인 건 모두 시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버밍엄과 영국의 치안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고 학생들이 많은 대학 주변은 위험해 보이는 골목을 일부러 들어가지 않는 한 안전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대략 10월 중순부터 낮이 굉장히 짧아집니다. 3시 반부터 어두워지더니 4시가 넘어가면 완전한 어둠입니다. 이 또한 나름 신기한 경험입니다. 하루가 너무나도 짧아 손해보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 또한 추억입니다.

8) 파견교 장학금 혜택: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기와 상황에 맞게 외부 장학금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자격이 됨에도 기간을 놓쳐 장학금 신청을 하지 못한 친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미루지 마시고 다른 것보다 장학금을 최우선적으로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도 있고 그 외에 다양한 장학금 기회가 있을테니 늦지 않게 신청하셔야 합니다. 파운드가 계속 오를테니 어떻게든 돈을 아껴야 합니다.

9) 마치며:

작년 여름, 당시 너무나도 즐겁게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근무 연장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연말에 대형 프로젝트가 연달아 있으니 교환학생을 포기하고 조금 더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였습니다. 오래도록 꿈꿔왔던 회사였고 팀이었으며 워낙 행복하게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대학생활에서 가장 힘든 장고 끝에 저는 회사를 뒤로하고 교환을 선택했습니다. 현실적이지만은 않은 그래서 조금은 이상적이고 어쩌면 무모한 그때의 선택이 제가 대학생활 중 내린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많은 것을 버밍엄에서 보고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버밍엄은 가기 전보다 갔을 때, 갔을 때보다 그곳을 떠났을 때 더 좋아지는 신비로운 도시입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도시에서 여러분들이 해리포터와 셜록을 보시며 꿈꿔오신 리얼 브리티시 라이프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전 가끔씩 버밍엄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