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체험수기

[Japan] Waseda University 24-2 박찬영

2025.02.12 Views 318 박찬영

안녕하세요 24-2학기 와세다대학교에 파견 다녀온 경영학과 19학번 박찬영입니다. 아래의 체험 수기에서는 파견 관련 정보를 주로 다루었고, 이외의 생활적 측면이나 개인적인 감상은 블로그(https://blog.naver.com/pcyxd/223585450919)에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두었으므로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수강신청 및 수업:
i) 수강신청:
와세다대학교의 수강신청은 추첨제입니다. 총 3차까지 있는 추첨 및 조정 기간 동안 수강 희망 강의를 신청해 놓으면 자동으로 등록되는 시스템이므로 마음 졸이며 수강신청 기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신청 방법 또한 상학부 오리엔테이션날 전부 알려주기 때문에, 미리 듣고 싶은 강의와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한 후보 2-3개만 추려 두신다면 큰 어려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ii) 수강 가능한 강의에 대해:
상학부 교환 프로그램은 영어를 기본으로 하기에 학교에서 안내해주는 수업의 리스트에는 일본어 수업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일본어로 된 강의를 듣고 싶으시다면 추첨 및 조정 기간 동안 수강신청 웹사이트를 통해 리스트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본어 수업의 경우 JLPT N1 자격을 필요로 하지만, 교환학생 중에는 N2만 가지고도 수강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약간 어려웠던 점이라면 강의 평가를 확인하는 것인데, 별도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존재하지 않고 대신 [Milestone]이라는 잡지를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 공용공간에 이미 구비되어 있거나, 학교 근처 책방에서 구매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iii) 추천 강의:
저는 상학부 전공강의 3개([Digital Marketing], [The Japanese Economy 2], [Business in the Natural Environment])와 정치경제학부 교양 2개([Japanese Political History], [International Relations of Japan]), 그리고 사회학부 교양 2개([Contemporary Japanese Foreign Policy], [Trans-Pacific Perspectives on Work, Culture and Society])까지 총 7개 강의, 14학점을 수강하였습니다.
[Digital Marketing]은 시험 대체 팀 프로젝트가 있는 유연학기제 수업으로, 초점이 SNS와 동영상, 홈페이지 등 온라인 매체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하고 기초적인 마케팅 수업이었습니다. 전반부에는 이론과 예시를 설명 받고, 후반부에는 팀을 꾸려 간단히 실습해보는 형식인데, 수강생이 거의 전부 교환학생 뿐인 데다가 나이대도 어려서 학습 분위기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학습량 또한 수업시간에 비해 많지 않아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The Japanese Economy 2]는 일본 경제와 비즈니스의 다양한 측면을 역사적, 문화적 예시와 함께 살펴보는 강의입니다. 와세다 학생들도 있지만 워낙 대형 강의인지라 학습 분위기는 역시 좋지 못합니다. 내용도 깊숙하게 살펴보기보다는 여러모로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일본의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기본적 교양을 기르기에 적합합니다.
[Business in the Natural Environment]의 경우 환경을 위한 비즈니스 혁신을 다루는 수업으로 Patagonia 같은 회사의 케이스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케이스 위주인 것은 좋았으나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대놓고 욕을 하시거나 눈에 띈 몇 명을 지속적으로 비꼬시는 등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많았습니다.
정치경제학부 교양 2개는 모두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일본의 근현대사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정치사와 국제관계를 살펴보며 비즈니스적 트렌드에의 함의점도 얻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용하고 즐거운 강의들이었습니다.

2. 기숙사:
상학부 교환 프로그램은 국제처 교환과는 다르게 학교가 기숙사를 배정해주지도 않고, 학교를 통해 기숙사를 신청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1) 자취를 하거나 2) Kyoritsu Maintenance 같은 제휴 회사를 통해 기숙사를 구하는 방법, 또는 3) 검색을 통해 외부 기숙사를 구하는 방법 등이 유효합니다. 일본 부동산에서는 6개월 미만 매물을 다루는 일이 없어서 자취를 원하신다면 한국인 부동산을 통해야 합니다. 저는 Kyoritsu Maintenance의 프로그램을 통해 신축인 [WID Waseda]에 우선적으로 신청을 하였고, 별도 리서치를 통해 와세다 출신인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거주했었다는 [와케이쥬쿠 和敬塾]에도 신청을 넣었습니다 (와케이쥬쿠는 서류 심사가 있어서 에세이를 작성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두 곳 모두 붙었으나 기숙사비가 비슷한 상황에서 학교에도 가깝고 시설도 새것인 [WID Waseda]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기숙사비가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침/저녁 식사는 신청하지 않았을 때, 관리비와 와이파이, 침구류 렌트비 등을 전부 포함해서 한 달 기준 약 140만원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가격에 비해 방이 넓거나 시설이 편리한 것도 아니어서, 만약 다시 와세다에 가게 된다면 학교에서 좀 떨어지더라도 더 낮은 가격대의 시설을 찾아볼 것 같습니다. 통학할 것을 생각한다면 도덴아라카와선이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조금 저렴하고 종착역인 와세다까지 직행 가능하므로 도덴역 주변으로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한 가지 교통수단으로만 통학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 정기권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생활 및 기타
i) 교환학생 도우미 프로그램:
없습니다. 와세다의 국제처인 ICC가 주최하는 언어교환 등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의 학생과 교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워낙 단발성인 행사가 잦아 활발한 교류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와세다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싶으시다면 서클/부활동에 가입하시거나 기숙사 단위 행사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다만 서클/부활동은 주로 4월에 모집하고, (일본어를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곳이 많아서 저와 함께 가을학기로 파견된 대다수의 교환학생들은 서클을 찾아 정착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서클을 찾을 때에는 X의 [早稲田サークル紹介]라는 계정과 와세다대학교 서클 소개 공식 홈페이지(https://www.waseda.jp/inst/weekly/circleguide/)를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저는 양궁부와 볼링부에 견학을 다녀왔고 결국에는 국제학부 밴드 동아리인 SMC와 중앙 밴드 동아리 Yes We Are, 그리고 도예부에 가입해 활동하였습니다만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다른 외국인 멤버, 교환학생 멤버의 유무에 따라서 참여 가능한 활동의 범위가 달라진다고 느꼈습니다.
ii) 물가:
저는 교환파견 초중반까지 엔저의 덕을 많이 보았지만, 환율 효과를 제외하고 평가하자면 한국과 큰 차이는 없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일에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도서관 근처의 [코다와리야]라는 도시락집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400-500엔 선에서 가성비 좋은 도시락을 판매하기에 점심마다 긴 줄이 생기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카페들, 특히 킷사텐들은 커피가 매우 비싼 편이라 차라리 [스타벅스](~550엔) 내지는 [doutor](~300엔)와 편의점 커피(~250엔)가 좋은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생활용품의 경우 큰 것은 [니토리]와 [스탠다드 프로덕츠], 작은 것은 [다이소] 같은 100엔샵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iii) 파견교 장학금 혜택:
안타깝지만 상학부 교환 프로그램으로는 장학금에 신청할 수 없습니다. 교우회에서 운영하는 장학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나 국제처 프로그램과 다르게 따로 안내 받는 것은 없었으므로 원하신다면 직접 찾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4. 지출액 및 예산 사용 (첫 번째 사진 참고)
저는 141일의 체류기간 동안 하루 12,222엔(초당 0.14엔)을 소모하였습니다. 기숙사비 등 사전 지출 항목을 제외한다면 현금 지출은 같은 기간 하루 6,770엔(초당 0.08엔)이었습니다. 총 지출액 중 가장 큰 분류는 주거비(48%)였고, 그 뒤를 식음(25%), 컨텐츠(16%), 교통(4%), 생활용품(3%), 의류(3%), 생활서비스(1%)가 뒤따랐습니다. 기숙사 식사 플랜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별 평균 지출액 중 식음 분류가 99,628엔으로 높게 책정되었고, 매달 여행에 다니거나 서클 활동으로 지출이 발생하여 콘텐츠 분류에서는 월 평균 56,987엔을 지출하였습니다. 최다 지출 항목의 경우 편의점이 60회로 회당 평균 408엔, 카페가 49회로 회당 평균 502엔의 지출이 있었으며, 이외 마트(32회, 회당 평균 1,930엔), 영화관(19회, 회당 평균 1,427엔), 그리고 도시락집인 [코다와리야](18회, 회당 평균 560엔)까지가 주목할만한 소비 항목이었습니다.

5. 출국 전 준비사항
i) 비자:
일본은 학기가 늦게 시작하는 편이므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유롭게 준비가 가능합니다. 제가 신청할 시기에 학생 비자는 여행사를 통한 대행 발급(50,000원)만 가능하게 되어있었습니다.
ii) 일본어:
되도록 N1, 못해도 N2는 합격하고 오시는 편이 생활하기에도 더 편하고 즐거우실 것 같습니다. 저는 교환 신청 직전에 N1을 따고 한 학기 동안 KUBA에서 일본인 버디들과 회화를 연습하다가 파견에 나갔는데,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에 방문하는 것에 대해 고맙다고 생각하는 등 호의적인 반응이 많기 때문에 외국인 차별을 경험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iii) 환전수단:
전 환전해서 가지고 간 현금으로 생활을 했지만 저를 제외한 모두는 [트OO월렛]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의외의 곳에서 돈이 필요한 때가 많아서 추가로 환전이 언제든 가능하도록 미리 준비해가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은행의 경우 도착 후 [유초은행] 계좌를 많이 만드는데, 반년만 생활하는 한 학기 교환 파견으로는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습니다.
iv) 건강보험:
일본은 장기체류자들이 한 달에 2,000엔 수준인 국가 건강보험에 필수로 가입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외에 학교 측에서 별도로 요구하는 보험은 없어서 따로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6. 파견교 소개
와세다대학교는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사립 대학교로,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첫 정당기반 내각을 이끌었던 오오쿠마 시게노부가 1882년 설립하였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경쟁자 포지션인 게이오기주쿠대학과 함께 최고의 사립으로 평가받으며, 서클 등 학생자치활동 문화가 특히 발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와세다와 게이오의 상징색이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 계열인 점, 둘이 소케이전과 같은 이벤트를 통해 경쟁한다는 점에서 고려대와 연세대의 관계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와세다 대학교의 캠퍼스는 와세다, 토야마, 니시와세다까지 총 세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상학부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파견가신다면 주로 와세다 캠퍼스의 11호관에서 생활하시게 될 것입니다.
와세다대학교를 파견처로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위치였습니다. 이전에 중국의 베이징에서 몇 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 동아시아 삼국의 수도를 모두 거쳐보고 싶어 도쿄의 중심지에서도 생활해보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요소였습니다. 학교가 위치한 지점을 기준으로 북쪽에는 이케부쿠로, 남쪽에는 신주쿠 중심가, 하라주쿠, 시부야가 길게 자리하고 있는 형태인데, 도쿄 3대 부도심이 모두 가깝게 자리하다 보니 도쿄에서의 바쁜 도시 생활을 만끽하기에는 최고의 위치였습니다. 물론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그렇듯 항상 즐거운 경험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많이 가져갈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도쿄에서 살면서 소소하게 의외였던 점들
i) 적게 먹는다는 착각:
어딘가 일본인들이 소식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듯한데, 이건 사실과 180도 달랐습니다. 거의 모든 식당이 오오모리(大盛り 곱빼기) 옵션을 제공하고, 심지어 가격도 나미모리(並盛り 보통사이즈)와 같은 경우가 많아 그냥 오오모리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산처럼 쌓인 밥이나 면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위장의 구조부터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ii) 탄수화물 사랑:
도시락을 사면 항상 정체모를 파스타가 반찬으로 들어있었습니다. 아부라소멘집에 가면 면을 먹고남은 기름에 밥을 주문해 비벼먹는 사람들도 그렇고, 괴담처럼 오코노미야끼나 타코야끼를 반찬 삼아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iii) 치열하지 않은 자리 경쟁:
대중교통에서도 공연장에서도, 꽤 좋은 자리가 그냥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이었으면 파고들어 누군가가 차지했을 만한 곳들도 텅텅 비어있는 모습에, 교환 생활 내내, 특히 대중교통에서 꽤 편했던 것 같습니다.
iv) 모든것이 종료되는 오후 5시: 대도시를 벗어나면 체감상 90%의 가게들이 오후 4-5시쯤 문을 닫습니다. 편의점 마저도 저녁이면 닫는 지역들이 있어서 여행까지 갔음에도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가 꽤 있었습니다.
v) 서클 중심 사회:
대학에서는 인간 관계가 서클을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1학년 때 가입해서 3학년 중 후반부에 은퇴할 때까지 매년 여름 합숙, 겨울 합숙, 학교 축제를 함께하는 만큼 돈독하고 때론 평생토록 가는 관계가 형성되는 시기인 듯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서클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과 방학 때도 서클 선후배, 친구 위주로 지속적인 모임을 형성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학년 때 서클에 정착하지 못한 이들에게서는 관계의 확장성이 제한된 느낌을 많이 받았고, 교환학생들은 서클 참여가 아니면 일본인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추가적은 감상은 블로그에 적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