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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Netherland] Erasmus University 22-2 정지우

2024.07.26 Views 370 정지우

안녕하세요, 2022년 2학기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대학교(Erasmus University of Rotterdam, Rotterdam School of Management)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했던 정지우입니다. 최대한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작성하겠지만, 제가 파견되었던 학기는 2022년도 2학기이므로 현재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음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수강신청 및 수업: 교환교 수강신청 방식
수강신청과 관련해서는 교환교 파견이 확정된 후 교환교 담당자로부터 안내 메일이 오는 대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우리 학교처럼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것이 아닌 듣고 싶은 과목을 1순위, 2순위, 3순위 등으로 적어 제출하면 자동으로 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1) Learning by doing: Consulting to social entrepreneur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로테르담 내의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조직에게 직접 컨설팅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4명이 한 조를 구성하여 조에 배정된 사회적기업/비영리조직의 대표와 만나 기업 탐방도 하고, 주기적으로 화상회의로 교류하며 경영진들이 생각하는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해결방안을 컨설팅하는 수업입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각 조가 담당한 기업의 경영진들을 소극장으로 초청하여 앞에서 직접 한 학기 동안 고안한 컨설팅전략을 발표합니다. 정말 재밌었던 점은 소극장 내부에 미니 바가 있어 다른 조의 발표를 들으면서 맥주나 칵테일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이 수업은 15EC로, 현지 정규학생들은 막학년에 오직 이 수업 하나만을 들을 정도로 워크로드가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수강한 수업들 중 유일하게 '내가 정말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은 수업이어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추천하는 수업입니다.

2) Innovation management
초대형강의로 출석체크를 하지 않고 강의를 녹화해서 바로 올려주기 때문에 수업에 지장받지 않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수업입니다. 또한 오픈북시험이라서 시험에 대한 큰 부담도 없습니다.

3) Going Viral: Ideas that spread around the world
WoM 마케팅에 대한 수업이며 시험이 없는 대신 매주마다 팀프로젝트와 개인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팀프로젝트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며, 개인프로젝트의 경우 틱톡 계정을 만들어서 틱톡 영상을 올려야 하는 난해한 과제가 있었지만 나름 재밌었습니다.

2. 기숙사
기숙사 또한 교환교 담당자로부터 오는 메일에 따르면 됩니다. 다만, 수강신청과는 달리 선착순 신청으로 이루어지고, 특정 기숙사의 경우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여 휴대폰보다는 피시방 컴퓨터 등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신청 방법은 메일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고, 다른 분들이 이미 모든 정보를 적어주신 것 같아 제가 생활했던 Hatta Building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Hatta Building의 경우 3인 1플랫, 2인 1플랫 중 선택 가능합니다. 3인실의 경우 하나의 플랫 안에 3개의 룸이 있고, 플랫메이트와 주방, 화장실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룸은 1인 1실이며 침대, 책상, 스탠드, 옷장 등 필요한 모든 가구가 있습니다. 2인실은 3인실과 달리 각 룸에 주방이 있어 화장실만 플랫메이트와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 장점
1) 교환학생이 선택 가능한 기숙사 건물 중 유일하게 캠퍼스 내부에 위치하여 어느 건물에서 수업을 듣든 5분 내로 도착할 수 있으며, 캠퍼스 내부에 위치해 다른 기숙사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가장 신축이어서 시설이 깔끔하고 지하층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빨래가 간편합니다.
3) 제가 파견되었을 때 대부분의 한국인 교환학생은 Hatta에서 생활하였기 때문에 한국인 친구들과 같이 놀고 밥해먹기 좋았습니다.
4) 타 기숙사보다 기숙사 내 교환학생 간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Hatta에 사는 학생들끼리 단체 Whatsapp 채팅방이 있기 때문에 중고 물품 거래, 번개 포트락파티, 배달 음식 공유 등 소소한 일들로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저 또한 입주 첫날에 세탁실 옆 파티테이블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교환학생 기간 동안 가장 친하게 지냈습니다.

- 단점
1) 월세가 당시 환율로 약 80만원 이상으로 기숙사 건물 중 가장 비싸 가성비가 좋지 않습니다.
2) Rotterdam Centraal이라는 시내이자 기차역까지의 거리가 기숙사 건물 중 가장 멀어 자전거나 트램을 15분 정도 타야 하며, 한인들의 생명인 아시안마트까지 자전거로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4. 생활 및 기타
a) KUBS BUDDY와 같은 교환학생 도우미 프로그램 존재여부
ESN이라는 교환학생 관련 이벤트를 총괄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캠퍼스 중앙 지하건물에 ESN 사무실이 있어 도움이 필요할 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LEBARA라는 유심을 무료로 나눠주며, 20유로를 주고 ESN카드를 구입하면 다양한 혜택(라이언에어 위탁수하물 업그레이드, 항공편 할인 등)이 있으므로 발급 받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b) 물가 및 생활
스위스, 아이슬란드, 핀란드만큼은 아니지만 그 다음으로 비싼 편입니다. 외식물가는 쌀국수 한 그릇에 15유로 정도여서 저는 외식은 거의 하지 않고 직접 해먹었습니다. 식료품은 저렴한 편이고 전기밥솥도 20유로면 살 수 있기 때문에 해먹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 요리를 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5개월 간 생활하고 나니 웬만한 한식은 통달했을 정도로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니 요리해먹는 것에 부담을 느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캠퍼스 내에 Spar라는 작은 마트가 있어 급한 물품은 바로 구입할 수 있으며, 식료품의 경우 주로 우리나라의 이마트, 롯데마트 포지션인 Albert Heijn을 이용하였습니다. 가격은 타 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대형마트이다 보니 회전율이 빨라 계란, 채소, 고기가 신선한 제품이 많습니다. 회원 카드가 있으면 할인도 많이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마트와 가격 면에서 큰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회원카드는 마트 입구에 위치한 서비스센터에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Lidl, Aldi의 경우 비교적 저렴하긴 하지만 신선식품보다는 샴푸, 휴지 등의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시안 마트로는 Blaak, 혹은 Rotterdam Centraal에 위치한 Amazing Oriental이나 Wah Nam Hong이 있으며 김치부터 라면, 고추장, 한국 과자까지 웬만한 식료품은 다 팔고 있습니다. 한 가지 꿀팁을 드리자면, 한국에서 짐을 싸실 때 신라면, 짜파게티처럼 흔한 것보다는 까르보불닭, 참깨라면, 비빔면 같은 것을 챙겨오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영국 여행을 갔다가 들어간 한인마트에서 팔도비빔면과 홈런볼을 발견해 사왔는데 너무 소중해서 아껴두다가 생일날 먹었던 슬픈 기억이 납니다...

개강 전에 학생들을 버스에 태워서 근처 Ikea에 데려다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꼭 신청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구입해야 하는 물품이 많기 때문에 시내에서 혼자 산다면 짐을 들고 기숙사까지 오는 것이 매우 번거롭습니다. 저는 Ikea에서 냄비, 프라이팬, 주방도구, 그릇, 수납함 등을 구매하였고, 기타 자잘한 생활용품은 Action, Hema에서 구입하였습니다. 침구류는 SSH에서 기숙사 신청을 할 때 따로 금액을 지불하고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엄청 부드럽고 편해서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신청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또한 네덜란드는 자전거왕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훨씬 많이 이용하는데요, 한국과는 달리 자전거 도로가 굉장히 잘 닦여 있어 저는 폭우가 오지 않는 이상 어딜 가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트램은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고 단거리를 가도 요금이 비싸므로 꼭 자전거를 대여하셔서 제약 없이 이동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교환학생들은 보통 Rotterdam Blaak에 위치한 Swapfiets에서 자전거를 한 달 단위로 렌트하여 사용하며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5. 출국 전 준비사항, 보험 및 비자
카드 해외 원화 결제 차단, 네이버 해외 로그인 허용, 각종 서류 사본 여러 장(여권 사본, 보험 가입 서류 등)은 필수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특히 거주허가증을 발급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거나, 여권을 잃어버린 경우 빠른 재발급을 위해서는 여권사본이 꼭 필요하므로 넉넉히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가을학기 네덜란드는 바람을 동반한 비가 자주 오고 또 금방 그치는 것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우산을 잘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방수가 되는 모자 있는 바람막이(고어텍스 추천)를 한국에서 가져오는 것이 좋습니다. 저 또한 네덜란드에 사는 동안 비가 와도 우산을 한 번도 쓴 적이 없고 바람막이와 모자만 쓰고 자전거로 이동하곤 했습니다.
보험의 경우 학교에서 추천하는 AON 보험을 매뉴얼대로 가입하였습니다. 보험이 꼭 필요한가 싶으실 수도 있지만, 타지에서 아픈 것은 정말 서러운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가입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네덜란드에서 의사를 만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벼운 감기 등을 대비하여 한국에서 여러 종류의 상비약을 가져오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들은 따로 비자를 발급할 필요 없이 시청에서 거주허가증을 발급받으면 됩니다. 개강 전 학교에서 메일로 거주허가증을 발급받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안내가 오니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안내 메일을 받고 나서 최대한 빨리 시청 사이트에서 방문 예약을 잡는 것입니다. 초반에 수많은 교환학생들이 거주허가증 발급을 위해 시청을 방문하기 때문에 늦게 예약한다면 기차를 타고 빈 자리가 있는 다른 시청까지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6. 교환교 소개
Erasmus University of Rotterdam, 그 중에서도 Rotterdam School of Management는 네덜란드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굉장히 명성있는 경영대학입니다. 제가 교환학생 지원을 할 때 이곳을 고른 이유 중 하나는 우리학교와 네덜란드 협정교 중 RSM의 ranking이 가장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모여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이 학교가 로테르담에 있다는 것만으로 올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온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로테르담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행복한 기억만 잔뜩 선물해준 고마운 도시입니다. 로테르담 센트럴에 있는 즐겨 가던 카페 창가에서 공부를 할 때마다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는 것이 신기해 공부는 하지 않고 한참을 구경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교환학생은 정말 대학생 신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유럽 여행을 하면서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국제학생증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무료 혹은 할인을 받고 입장하는 것 등 장점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물론 인종차별을 심하게 당하고 펑펑 울었던 적도 있고, 한국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안 좋았던 기억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그저 행복했던 기억만 떠오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교환학생을 통해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 만드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