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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Canada] McGill University 24-1 전원모

2024.05.16 Views 380 전원모

캐나다 국민에게 명문대를 묻는다면, 그는 아마 UBC, 토론토 대학, 맥길 대학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중 어디가 최고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의견은 주로 맥길 대학이 최고라는 축과 UBC가 최고라는 축으로 갈리는 듯하다. 맥길 대학이 ‘캐나다의 하버드’라 불리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는 것이다. 내가 교환학기를 수료한 맥길 대학교는 ‘캐나다의 하버드’라는 별칭에 걸맞게 훌륭한 시설과 교수진 및 뛰어난 동문들을 갖고 있는 연구 중심 대학이다. 현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의 출신 학부로도 유명한 맥길 대학은, 특히 경영학부가 유명하다고 한다. 여담으로, 나는 교환학기가 시작하고 나서야 맥길대학교 경영학부의 명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해도 나의 교환학기 만족도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맥길대학교를 염두에 두고 교환학기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가기로 정하고 나니 맥길대학교가 눈에 띄었다고 하면 정확할까. 그렇다면, 캐나다는 어떤 장점이 있는가? 내가 캐나다를 고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캐나다는 영어권 국가이므로 소통에 어려움이 적다. 캐나다의 퀘벡 주는 프랑스어 문화권이긴 하지만, 영어 사용자라면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물론, 영어만 사용하는 다른 지역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둘째, 캐나다는 좋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자연 경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인구 밀도가 낮아 공기도 맑은 캐나다는 굳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국가이다. 특히, 여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공기 좋은 캐나다에서 쾌적한 생활을 하는 것이 복잡한 유럽이나 미국에서의 생활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캐나다는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경우 지역별로 치안의 편차가 심하며, 특히 미국의 경우 총기와 약물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에게는 어느 정도 위험한 환경일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는 타 영어권 국가에 비해 치안이 우수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총기와 약물 문제도 없다. 더욱이, 인종차별이 거의 없는 국가인 만큼 신체적인 안전뿐 아니라 정서적인 안전도 보장하는 국가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고려하여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가기로 정한 후, 고대 경영대학과 협정이 되어 있는 캐나다 소재 대학교들의 리스트에서 맥길대학교의 이름을 발견하였다. 전에 들어본 적 없었던 대학이라 인터넷을 통해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았는데, 유수의 명문대학이라는 사실에 더해 특이한 문화환경을 가진 몬트리올 시에 위치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선발 과정을 통과하고 교환학기를 준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하였다.
교환학기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같이 맥길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학우들을 찾는 것이었다. 경영대에서는 해당 학기에 교환학기를 맥길대학교로 가는 학생이 나밖에 없었기에, 본교 국제처에 요청하여 경영대 외부에서 학우분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함께 교환학기를 떠난 학우분들에게 여러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는 내가 머물 숙소를 찾는 일이었다. 맥길대로부터 받은 기숙사 정보를 보니, 가격이 비싸고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외부에서 숙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맥길대학교에서 제공한 외부 숙소 리스트를 참고하여 학교와 가까우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숙소를 찾느라 고심하던 중, 함께 교환학기를 떠나게 된 학우분으로부터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맥길대학교와 가까운 동시에, 독서실, 체육관,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는 국제 학생 기숙사(사설)가 있다는 것이었다. 더 고민한다고 해서 달리 뾰족한 수가 나올 것 같지 않아 학우분이 소개해 주신 숙소로 정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국제 학생 기숙사의 룸메이트로부터 소개받은 여러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룸메이트가 프랑스인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문화 차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친해지고 나니 매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친구임을 알게 되었고, 룸메이트가 소개해준 프랑스인 친구들도 나에게 너무 잘해주어 교환학기를 하며 큰 위안을 얻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타러 간 기억은 교환학기 최고의 추억이 되었다. 이 수기를 읽는 학우분들께서도 룸메이트가 있는 숙소에 머물며 문화의 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수강신청도 캐나다로 떠나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맥길대학교 경영대의 경우, 특이한 방식의 시스템으로 수강신청이 이루어진다. 한국에서처럼 선착순으로 클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내에 듣고 싶은 과목의 우선순위를 정해 구글폼으로 제출하면 행정실에서 판단하여 시간표를 짜주는 방식이다. 나는 해외에서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 만큼 인터넷 속도에 대한 불안이 있었는데, 맥길 경영대의 특이한 방식 덕분에 듣고 싶었던 수업들을 들을 수 있어 안도했었다.
마지막으로, 보험과 비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맥길대의 경우, 보험과 비자의 준비는 상대적으로 편리했다. 학교에서 건강보험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한 학기간의 건강보험을 해결하였다. 총 1200 캐나다 달러 정도의 보험비 중, 학교에서 900달러 정도를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300달러 정도만 납부하면 되었다. 비자의 경우에도 신청 과정이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나와 같은 6개월 미만 체류자는 인터넷으로 ETA라는 단기비자를 간편하게 신청하기만 하면 되었다. 여담으로, 맥길대학교는 여러 장학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교환학생 대상의 장학금은 거의 없었다.
교환학생에게 필요한 필수적인 준비를 마무리한 후, 나는 본격적으로 짐싸기에 돌입했다. 짐을 최소한으로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한 결과, 큰 캐리어 하나, 보스턴 백 하나, 배낭 하나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챙겼다. 다만, 노트북, 태블릿 등의 고가 전자기기나 중요한 서류들은 배낭 안에 모두 넣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캐나다는 예상보다 덜 추웠다. 교환학기를 하며 현지인들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2024년 겨울은 유독 춥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영하 30, 40도까지 내려가는 곳이므로 내복, 패딩 등의 방한용품은 부족함 없이 준비해야 한다. 처음 캐나다에 도착한 후 개강 전까지 2주 정도의 기간은 짐을 풀고 필요한 물건들을 갖추며 보냈다. 짐을 최소한으로 가져간 만큼 제법 많은 물건들을 사야 했는데, Dollorama 라는 체인이 매우 유용했다. Dollarama는 한국의 다*소와 같은 곳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캐나다의 물가가 한국보다 다소 높은 만큼, 다른 곳보다는 이곳에서 생활용품을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캐나다의 물가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자. 평균적으로, 캐나다의 물가는 한국의 1.5배 정도이다. 하지만, 품목별로 나누어 보면 그 안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우선, 의류, 생활용품, 도서 등의 잡화는 한국의 1.5배 정도 가격이며, 식료품은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특히, 과일과 고기가 저렴하기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다만, 인건비가 비싼 나라인 만큼 ‘서비스 이용료’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즉, 사람의 손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는 식당, 이발소 등은 한국의 두배 가까이 되는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특히, 식당이나 이발소 등에서는 15%정도의 팁을 내야 하는데, 미국처럼 팁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되도록 내는 것이 권장된다. 따라서, 웬만해서는 직접 요리하고, 이발도 가능하다면 직접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Dollorama는 비싼 캐나다의 물가를 고려하면 한줄기 빛 같은 곳이다. 다만, 캐나다가 제조업 중심의 국가는 아닌 만큼 제품의 질이 좋지 못한 점은 감수해야 한다. 생활용품을 갖추고 난 후에는 숙소 근처를 돌아다니며 주변을 파악하였다. 이 과정에서, IGA라는 식료품 마트를 알게 되었는데, 이후 대부분의 장을 이곳에서 보았다. IGA에는 과일이나 고기 뿐 아니라 참기름, 쌀, 간장 같이 아시아인에게 필요한 재료들도 팔기 때문에 더욱 유용하였다. 다만, 김치나 고추장 등은 없었기 때문에 학교 인근의 한인마트도 종종 이용하였다.
생활에 필요한 준비를 끝내니, 어느덧 개강 시기가 되었다. 첫 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은 친구 사귀기가 걱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맥길대학교에는 교환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KUBS BUDDY와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고, 동아리들도 교환학생들에게 개방되어 있어 마음먹으면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나는 해당 프로그램들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한 학기보다 길게 맥길대학교에 머물 계획이었으면 반드시 활용했을 것 같다. 대신, 나는 맥길대학교 한인 교우회를 통해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다. 맥길대학교 교환학기를 가서 알게 된 연세대 소속의 형의 소개로 한인 교우회의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함께 한국식당에 가거나 모여 놀면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맥길대학교는 캐나다 대학 중 학업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경영학과 과목들의 경우 대부분 조별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시험기간이나 조별과제 기간에는 밤을 새가며 준비해야 했었다. 발표의 경우 대본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고, 보고서 분량도 길었기 때문에 평소에도 계속 공부하지 않는다면 며칠 밤을 새우게 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교환학생이라고 편의를 봐주는 등의 배려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특별 대우’가 없었던 만큼 진정한 맥길대학교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배운 것이 많고 영어 실력도 크게 늘었기 때문에, 맥길대학교를 선택한 데에 후회가 전혀 없다. 학업량에 겁먹지 말고 맥길대학교를 선택하여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가를 즐길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맥길대 안팎에서 만든 다양한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기에 많은 학업량에도 불구하고 즐거울 수 있었다. 특히, 스키를 타러 갔던 것이 최고의 추억이다. 3월 중순쯤, 맥길대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의 소개로 대학 내 스키클럽으로부터 티켓을 구매하여 대절한 버스를 타고 교외의 스키장에 갔다. 한 시간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스키장은 깊은 숲속에 있는 산 위에 지어져 있었다. 한국 스키장보다 매우 난도 높은 코스들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애를 먹었지만, 조금 타다 보니 오히려 더 재밌었다. 특히, 눈이 자연설이었기 때문에 스키가 부드럽게 내려갔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절경 속에서 정신없이 스키를 타다 보니 시간이 금방 되었고, 숙소로 돌아온 후에도 잊을 수 없었다. 경치와 눈, 코스가 모두 훌륭한 스키장을 한번만 가기 아까워서 프랑스 친구들과 다시 간 스키장은 처음 갔을 때보다 훨씬 즐거웠다. 코스가 익숙해졌고, 스키 감각이 돌아온 상태였기 때문에 훨씬 능숙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스키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번의 스키를 떠올리면, 오로지 스키를 위해 캐나다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해외 체류 경험이 없었던 학생으로서, 교환학생의 경험은 힘들지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지내야 했고,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 힘들기도 하고, 공부가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소중한 경험, 추억을 떠올리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짧은 한 학기간의 경험이었지만,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지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내가 그 기간 동안 많은 추억을 만들고 크게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