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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USA]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13-2 윤희경

2015.01.16 Views 5494 경영대학

교환 학생 후기
USA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13년 2학기
윤희경
 
 
부푼 가슴으로 교환 학생 후기를 읽던 때가 생각나네요.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교환 학생에 지원하게 된 데에는 일방적으로 수업을 받기 보다는 학생들이 참여를 많이 할 수 있는 수업을 듣고 싶었던 부분이 컸던 것 같습니다. 소규모 수업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학생들로부터도 많이 배우고 싶었습니다. 물론 와튼에 지원한 이유 중에는 과연 미국 명문대 학생들은 얼마나 다른지 알고 싶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결론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우는 환경은 달랐고 일하게 될 환경도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르고, 경제적 환경이 다르고, 학비도 다르기 때문에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펜실베니아 대학교는 정말 배우기 좋은 환경을 가진 학교였습니다.
 
<수업>
1. Social Impact and Responsibility (전공선택 인정)
이 수업은 와튼에서 들은 수업뿐만 아니라 대학 와서 들은 수업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좋았던 수업입니다. Philips Nichols 교수님의 수업이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무서운 교수님이셨습니다. 1분만 지각해도 엄청난 면박을 주셔서, 매 수업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이름을 불러서 말을 시키는 cold call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나중에 와서 보니 수업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을 학생들은 알아서 정정기간에 다른 수업으로 옮기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후에도 물론 아주 풀어주신 것은 아니지만 냉철하고 깊이 있으시면서도 재미있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나 따로 찾아 뵙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정말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고려대에 교환 교수님으로 오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 수업을 가장 좋은 수업으로 꼽은 이유는 강의 시간에 교재를 요약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시고 그에 대해 교수와 학생간, 학생과 학생간에 진지한 토론을 이어나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재를 수업 시간에 세세하기 다루지 않기 때문에 미리 읽어가야 할 양이 조금 부담이 될 정도로 많지만 의미 있는 수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수업을 들으면서 순간순간 감동을 받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케이스의 핵심을 짚어내시는 혜안에 놀라고, 학생들의 생각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 질문하시는 열정과 노력에 놀랐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바로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듯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깨달을 때까지 끊임없이 근본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던져주셔서 수업 시간마다, 또 수업 시간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수님으로부터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생각을 들으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금융, 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주요한 경영대에서 약간은 다른 생각을 지닌 학생들이 모였던 수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업 명은 사회적 영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너무나도 치열하게 경영학적 입장에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어떻게 사회적 기업 혹은 기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의 영향을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아주 치열한 고민이 이 수업의 큰 주제입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는 수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 답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기 때문에 훨씬 훌륭한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들으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듣게 되면, 따로 교수님 찾아가서 더 많은 고민과 이야기 나누시길 바랍니다.
 
2. Industrial Relations and Human Resource Management (전공선택 인정)
 무척 젊으신 교수님의 수업이었는데, 그냥 많이 들어왔던 수업 형태로, 교재 내용 요약이 주였습니다. 학생들도 너무 많아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수업이었습니다. 인적자원관리보다는 노동운동, 노사관계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진 수업이었습니다.
 팀 프로젝트로는 학교 내에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하는 것이었는데, 펜 학생들의 수면 부족 문제에 대한 각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운동을 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수면 부족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을 홍보하고 Du Bois에서 작은 명상 세미나를 열어 학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학교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서 주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의 요구에 굉장히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교 상담 센터의 명상 전문가 분이 흔쾌히 참여를 약속해주시고 기숙사 측에서도 공간 및 음식 등을 제공해 주셔서 명상 세미나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안 오면 어쩌지 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의외로 찾아와 준 학생들이 많아 무척 뿌듯했습니다. 수업 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팀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습니다.
 
3. Consulting to Growth Companies (전공선택 인정)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작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들과 실제 컨설팅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수업입니다. 원하는 기업을 써서 내면 그에 따라 조를 배정합니다. 기업에서 오신 분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은 굉장히 어려웠지만 흔히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컨설팅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학생들이 얼마나 자주, 효율적으로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현저히 달라집니다. 정말 자신이 쏟는 만큼 얻어갈 수 있는 수업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겨두고 나몰라라 하는 수업은 절대 아닙니다. 굉장히 독특한 형식의 수업이었지만 밀도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실제 컨설팅을 오래 하신 분이고 현재도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수업은 역할극의 형태로 진행될 때가 많았습니다. 일례로 클라이언트 측에서 기업 내부 사람들 간에 미묘한 긴장 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각 각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상황극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클라이언트 두 명을 맡고 무작위로 배정된 학생들이 컨설턴트 역할을 맡아 상황극이 진행되었습니다. 상황극 이후에는 그 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교수님께서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피피티 슬라이드로 하는 일반적인 수업과 매우 다른 형식이었지만 실제 상황에 맞닥뜨려 생각해볼 수 있어서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두 세번의 중간 점검 시간을 마련해, 조별로 교수님과 단독으로 진행상황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프로젝트를 모두 학생들에게 맡기고 지도를 해주는 경우가 없는데, 정말 좋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우 추천하는 수업입니다.
 
4. Negotiations (전공선택 인정)
 정정기간에 어렵게 들어간 수업이었는데, Negotiation으로 유명한 교수님의 수업은 아니었고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시는 교수님의 수업이었습니다. 수업 내용은 기대에 비해서는 특별한 점이 없었고 무난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협상이 수업의 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배울 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영어 실력이 모자라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전략을 짜서 밀고 나가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수업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다른 교수님의 협상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경영대에서 듣고 싶은 수업이 많아서 안타깝게도 인문대 수업은 듣지 못했는데, 정정기간 전에 몇 개 수업을 들어보았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인문대 수업을 들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마도 Chinese Literature 수업이었던 것 같은데,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꼭대기에 해리포터에 나올 것 같은 서재에서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의 수업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들과 교수님이 모두 오래된 탁자에 둘러 앉아서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는데, 수업 같다기 보다는 고학자의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좀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들어 봤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생활>
먹는 것
 40번 가에 Fresh Grocer가 유명한데요, 저는 기숙사 Sansom Place에서 시내 쪽으로 3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Trader Joe’s를 추천합니다. 채소나 과일의 질이 훨씬 좋구요, 전반적으로 상품의 품질이 좋습니다. 가격도 Fresh Grocer보다 저렴하구요. 조금 먼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주말에 운동 겸 걸어갔다 오면 좋습니다. 지하철, 버스를 타거나 친구들과 택시를 타고 다녀올 수도 있으니 원하시는 방법으로! 아참, 입구를 찾기가 조금 어려운데 건물 뒤쪽에 입구가 숨어있습니다.
 맛집 찾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데요 Yelp!어플 완전 추천입니다. 평점 별로, 가격대별로 검색 가능하고 직접 가보니까 후기도 믿을 만 하네요! Open Table에서 레스토랑 예약도 가능하니 적극 이용하시길 추천합니다. 40번가쯤에 북쪽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이름이 사이공 이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 쌀국수 매우 추천하구요, 그 근방에 하늘색으로 된 브런치 카페가 있는데 괜찮습니다. Quiche가 아주 맛있어요.
 저는 안타깝게도 요리를 많이 하지 않고 주로 사먹었는데 조금 후회가 됩니다. 또 가게 되면 좀 더 건강하게 먹고 오고 싶습니다.
 
즐길 거리
 메가버스 타고 만 원 정도면 2시간 만에 뉴욕 갑니다. 사실 대도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별 기대는 없었는데 오히려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좋았습니다. Bryant Park, Central Park가 참 좋더라구요. 날씨 좋을 때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책 읽고 그러면 최고일 듯 합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한 편 정도는 꼭 챙겨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Wicked를 봤었는데, 역시 지금까지 본 뮤지컬 중에 (별로 많은 뮤지컬을 본 것은 아니지만) 가장 멋진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Sansom Place West에 2인실에서 묵었습니다. 1 bedroom에 침대 두 개 같이 있고, 거실에 책상 두 개 및 주방, 화장실 있는 구조였습니다. 가기 전에 Du Bois는 안 좋다, Gregory도 별로다 라는 얘기를 들어 기숙사 선택에 굉장히 민감했는데 막상 가보니 위 기숙사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기숙사에 가도 상관없으니 너무 가슴 졸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단, 룸메이트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룸메이트는 괜찮았는데, 룸메이트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운에 맡겨야겠지요.
 
<하고 싶은 말>
1. 석박사 지원하는 학생들은 미리 준비하세요
 저는 석박사에 큰 생각을 두지 않고 있어서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미리 알고 갔으면 좋았을 뻔 했던 부분이에요. 특히나 이미 석박사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꼭 명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 해외 석박사 지원시 추천인이 굉장히 중요한데 교환 학교에서 추천서를 써주실 수 있는 분을 알게 된다면 정말 좋다고 해요. 그래서 수업 선택할 때도 교수님 약력을 살펴보시고 선택하고, 수업도 무조건 A를 목표로, 가능하다면 A+(우리나라 A+과 달리 정말 정말 받기 어려운 학점이라고 합니다.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고 하네요.)를 받을 수 있도록 학업에 매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수업 외에도 교수님께 자주 상담 받고 이야기 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물론 많이 찾아간다고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냉정하게 써주신다고 하네요. 석박사 생각 있으신 분들은 미리 준비해서 후회하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학교가 굉장히 열려 있으니,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구하시길 바랍니다.
 수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인데, 두드리면 열린다는 점입니다. 명상 세미나를 열면서 학교 이 곳 저 곳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대부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려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진로 등에 관한 상담을 위해 교수님을 찾아가거나 학교 교직원 분들을 찾아갈 때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처음에 오리엔테이션에서 지나가는 말로, 원하는 게 있으면 학교가 물심양면 도와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다고 느껴졌습니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구해보시기 바랍니다.
 
3. 정말 소중한 시간이고 기회이니, 두려움 없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궁금한 것은 이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yhk003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