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체험수기

[Italy] Bocconi University 2013-2 김나현

2015.01.13 Views 8976 경영대학

안녕하세요 2013년도 2학기 밀라노 보코니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다녀온 김나현입니다. 저는 사실 밀라노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갔고, 이 때문에 파견 기간을 100프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실수 없이 이 짧은 한 학기로부터 가장 많은 경험을 하고 오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씁니다.
 
밀라노에 대해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밀라노는 이태리의 중심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이태리의 북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매우 덥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비가 내리거나 두꺼운 안개가 끼는 날이 많습니다.
제가 느낀 밀라노의 큰 특징은 밀라노가 이태리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라는 것입니다. 집값을 포함한 모든 물가가 매우 비싼 편인 것은 물론이고, 패션 중심지이다 보니 피부에 와 닿는 빈부 격차도 매우 커 사실 학생 신분으로 지내기에 적합한 도시는 아니라는 생각이 적지 않게 드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자부심도 강하며, 그 특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도시입니다.
 
보코니 대학에 대해
보코니는 이태리의 가장 유명한 상경대학으로, 보코니 대학의 현 총장이 이태리의 전 총리였을 정도로 높은 수준과 영향력의 대학교입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태리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영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편입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태리 정규학생의 학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집안이 넉넉하고 공부도 잘 하는 학생들이 진학한다고 합니다. 종합 대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캠퍼스 자체는 별로 크지 않지만, 밀라노 시내 중심지로부터 경보로 20분 정도에 있어 위치상으로는 완벽합니다.
 
비자 발급
이태리 비자 발급에 관한 정보는 대사관 홈페이지와 블로그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구비해야 하는 서류들을 모두 챙겨 내기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대사관에서 비자 관련 업무를 보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한번에 모여들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이른 시간에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태리의 비자 발급에는 따로 인터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요구되는 서류들만 잘 구비해가면 짧은 시간 내에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이태리 입국 날짜보다 출국 날짜가 많이 이를 경우에는 따로 대사관에 말을 해둬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이태리 입국 두 달 전 출국 날짜를 잡아놔 비자를 빨리 받아야 했는데 대사관 측에서 이태리 입국 날짜 별로 비자 발급 순서를 정해놓는 바람에 하마터면 출국을 못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전화 문의를 하니 수일 내 해결해주셨습니다.
 
숙소
기숙사에 사실 생각이라면 기숙사 신청 이메일을 받자마자 신청과 입금을 마치시길 바랍니다. 저는 입금을 늦게 해서 모든 기숙사를 떨어졌습니다.
교환학생의 대부분은 Arcobaleno를 간다고 합니다만, 가격과 위치, 건물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별로 추천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별도의 노력 없이 교환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데에 있어서는 이곳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아 Dubini에서 산 한국 교환 학생이 있었는데, 학교와도 가깝고 학교 주변에서 가장 큰 마트 Esselunga와도 가까워 좋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숙사는 거의 모든 학생이 이태리 정규 학생이기 때문에 본인의 성격에 따라 이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Dubini는 2인이 투룸 아파트를 쓰는 형식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타 다른 기숙사에 대해서는 모두 학교와 근접하다는 점밖에 아는 바가 없어 보코니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시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작년 2학기에 새로운 기숙사가 열렸다고 하니 이 또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살면서 자취를 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어 기숙사를 떨어지고 매우 막막했습니다. 학교에서 도움이 되는 사이트들을 몇 보내줬지만 도통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시세도 감이 안 잡혀 애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팁을 좀 드리자면 일단 학교에서 보내준 사이트 외에도 에어비앤비 장기 숙박 (그냥 주인과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장기 투숙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됩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보코니 교환학생 그룹을 잘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를 구해서는 교환학생 페이지에서 사람을 모아 7명이 flat sharing을 했는데,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 무조건 추천해드리지는 않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만약 flat sharing을 하실 예정이라면 입주 시 꼭 flat 규칙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밀라노는 집값이 매우 비쌉니다. 보증금은 보통 1달 월세 정도라 한국에 비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밀라노의 원룸 아파트 월세 평균은 1000 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저는 아파트 내에서 개인 방을 썼는데, 650유로 가량 지불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찔한 가격이지만, 개인 방을 쓰기 위해서는 기숙사든 어디든 마찬가지, 혹은 그 이상의 돈이 들기 때문에 당시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냈습니다. 학교 주변보다 아주 조금 더 싼 곳으로는 Porta Ticinese/San Lorenzo 근처가 있습니다. 학교도 가까운 편이고 집 주변에 먹고 마시고 쇼핑할 곳이 많아 장점이 많습니다. 가격이 정 부담되시면 밀라노 1존의 극남쪽 혹은 1존 바깥 남쪽에서도 살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고 안전한 보코니 주변과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추천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외 다른 지역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거주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이태리어 수업
이태리어 수업은 웬만하면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언어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꼼꼼하게 가르쳐주는 편은 아니지만, 빠르게 언어를 습득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태리어 수업은 학기 전에 하는 1코스와 학기 중에 하는 2코스가 있습니다. 2코스는 대부분 1코스의 반들이 그대로 유지되어 올라갑니다.
이태리어 수업을 신청하면 반 배정을 위해 인터넷으로 시험을 봅니다.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아예 건너뛸 수 있는데, 그러면 대개 모국어 별로 반 배정을 합니다. 아시아/영어/불어/스페인어/독어/스칸디나비아/ 등 이런 식입니다. 물론 반 이름이 국가별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아시아 학생들이 가장 낮은 반, 스페인어권이나 프랑스어권 학생들이 기초반 중에는 가장 높은 반, 이런 식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반 배정 시험을 건너뛰지 않고 한 두 문제 풀고 제출하고,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아 이 사항을 적어 냈습니다. 이 두 점 중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스페인어 반에 배정되었습니다. 스페인과 남미 학생들 사이에 앉아있자니 어리둥절했지만,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진도가 빨라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있었던 반은 코스2가 끝날 때까지 복합과거, 반과거, 단순미래를 끝내고 조건법을 약간 배웠는데, 제가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한테 들은 바로는 아시아 학생들로 꾸려진 반은 복합과거를 배우다가 끝나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지루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라틴계열 언어를 할 줄 아신다면 꼭 이 사항을 강조해서 다른 반으로 배정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실제 이태리에서 생활에서 이태리어를 쓸 일은 극히 적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관공서든 길거리든 이태리어로 말을 걸면 영어로 대답해주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열정을 가지고 연습하실 분들은 이태리 정규 학생을 사귀거나, 이웃들이나 상점 주인들과 친분을 쌓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다른 수기들에서도 알 수 있듯 보코니는 attending과 non-attending으로 수업을 나눌 수 있습니다. 실제 출석 체크를 하는 수업은 본 적이 없고, 수업마다 다르지만 과제 제출 여부와 시험을 무엇으로 (attending/non-attending)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덧붙여 고려대학교와 달리 보코니는 교환 학생들만을 위한 수업을 따로 개설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수강신청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수강 신청 시간인 (이태리 기준) 자정에 서버가 폭주하고 새벽 4시쯤 복구되는 바람에 원하는 수업을 다 넣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많은 인기 강의가 비슷한 시간에 몰려있는 데다가, 애초에 듣고 싶었던 강의의 대부분이 알고 보니 대학원생 수업이거나 이태리어로 된 강의여서 낭패를 봤습니다.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Attending으로는 아래 세 강의를 들었습니다.
Business Strategy: 주 2회, 한 번은 원론, 한 번은 케이스 분석 수업입니다. 원론 강의는 평이하며, 케이스 분석 수업이 재미있었습니다. 과제로는 2인 1조로 두 차례 케이스 분석 레포트를 써서 제출하는 간단한 팀프로젝트가 있습니다.
Management of Fashion Companies: 패션 산업에 대한 전반적이고 얕은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교수님의 발음이 매우 알아듣기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패션 산업 현직에 있는 초청 강사들의 수업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과제로는 브랜드를 정하여 조사하는 팀프로젝트가 있습니다.
Industrial Economics: 강사 분이 꼼꼼히 잘 가르쳐주셔 좋았던 수업입니다. 다만 흐름을 잡지 못하면 약간 헤맬 수 있습니다. 선택 과제가 있었습니다.
 
생활 및 여행
           보코니는 학교 크기에 비해 교환 학생을 매우 많이 받습니다. 제가 파견 갔던 학기에는 800-900 명 가량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때문에 ESN (Erasmus Student Network)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쿠바나 컵스버디처럼 교환학생을 챙겨주지는 않고, 몇몇의 행사를 진행해주는 수준입니다. 들은 바로는 직접 이메일로 신청하면 버디를 배정해준다고는 합니다.
학교와 가장 가까운 한인 마트로는 Viale Monte Nero에 위치한 한국식품점이 있습니다. 걸어서도 갈만한 거리이고, 트램9번을 타면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작은 식품점이라 가격이 약간 비싼 편이지만 웬만한 건 다 갖추고 있어 매우 편합니다. 더 싼 가격의 아시아 마켓은 밀라노 차이나타운에 가시면 됩니다.
교환학생으로서 보코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대부분의 수업, 특히 교환 학생용 수업들은 중간고사를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중간고사 준비 기간으로 3주 가량의 방학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행을 다닐 시간이 매우 많습니다. 또한 이태리는 비자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교환 학기 전후로도 다양한 국가들을 체험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수기가 조금이나마 파견 학교를 정하는 데에, 혹은 밀라노에서의 알찬 교환 학기를 보내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사진은 순서대로 밀라노 두오모, 제노바, 밀라노 Vogue Fashion Week, 그리고 두오모 광장의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