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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Denmark]Copenhagen Business School 2011-2 박수림

2013.08.16 Views 2675 황선영

Copenhagen Business School

 2011 Fall Semester

경영학과 박수림 Sumluxmund@gmail.com

2011, 8. 덴마크 코펜하겐에 처음 도착해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버스정류장에 섰습니다. 그 순간 불어오던 서늘한 바람과 시원한 공기의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덴마크라는 낯선 나라에서의 첫 출발이라는 설렘과 한국과는 다른 시원한 여름 공기가 어우러지면서, 그렇게 제 인생의 황금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2011 2학기와 2012 1학기, 두 학기 동안 교환 학생 생활을 했었고, 이번 지면에는 첫 번째 학기를 보낸 코펜하겐 경영대학과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1.     Why Denmark?

교환학생을 지원하실 때 첫번째 드는 고민이 어디로 갈 것인가일 것입니다. 한 학기 또는 두 학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자 하는 가에 따라 지역이 정해지고, 학교가 정해집니다. 저는 교환학생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얻고자 했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두 번째는 영어 능력 향상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의 교환학생 목적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덴마크를 선택한 이유는 첫 번째 목적인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경쟁, 돈이나 제한된 사회적 직위로 성공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을 떠나 다른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덴마크를 선택했습니다.

 저에게 덴마크는 행복이었습니다. 직업이 수리공이든, 국회의원이든 그들은 행복하게 삽니다. 저는 덴마크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자기 생활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사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트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왠만한 대기업 연봉과 비슷합니다. 높은 임금과 높은 세율,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 보장망은 덴마크 사람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며, 월 백만원 정도로 대학생들에게 수당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실업 시에는 실업 수당과 함께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개개인의 적성을 고려한 직업 교육이 제공됩니다. 은퇴 후에는 연금도 나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사회 안전망과 복지가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맛있는 떡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는 말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덴마크인들은 50%, 혹은 그 이상의 높은 세금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세금이 너무 과도하다, 적당히 노력하면 사는 데 지장이 없기에 열심히 할 유인이 떨어진다와 같은 생각을 가진 덴마크인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래서 현재의 사회 복지를 세율을 더 낮추고 복지 혜택을 줄이는 쪽을 원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합니다. 현 체제에 대한 투정은 있지만 현 체제의 순기능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고 느꼈습니다. 탄탄한 사회 복지를 기반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 이 것이 제가 느낀 덴마크입니다.

또한, 덴마크는 신뢰였습니다. 신뢰와 사회적 합의가 탄탄한 곳이 덴마크입니다. 총 인구가 400만이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덴마크의 사회 구성원들은 한 다리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기에 기본적으로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득의 50%이상이 세금으로 거두어지면, 납세자들은 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정보 공개가 투명한 편이고 부정부패도도 매우 낮은 편이라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도가 매우 높은 사회입니다. 정부 정책, 국회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직위의 상하명령보다는 팀을 기본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의사 결정 과정의 주를 이룹니다. 한국도 팀 기반의 업무나 평등한 의사결정과정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 도출의 사회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2.     Why CBS?

코펜하겐 경영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첫 번째는 한국에서 들을 수 없는 수업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매우 활발한 나라이고, CBS CSR연구소가 따로 있는 등 CSR관련 수업이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학교입니다. 한국은 CSR이나 사회적 기업이 태동하는 단계이기에 CSR활동의 질보다는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CSR 3.0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CSR의 역사가 깊기 때문에 보다 깊은 수준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CSR수업은 아니지만 Green Innovation이라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관한 논쟁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업 경영 사례나 지역 사회(eco city) 사례 등을 위주로 공부하는 수업입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고 마케팅하지만 실제 value chain상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는다던가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상황을 뜻하는 Green Washing 등의 개념 등을 배우는 등 평소 CSR과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는 얻을 것이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영어 활용성입니다. 덴마크 갔다 오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이, 덴마크인들은 영어를 정말 잘합니다. 편의점 알바생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버스 기사 아저씨도 영어를 하십니다.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의 중심가에 있는 CBS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영어를 사용함에 어려움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영어로 개설된 강의가 많습니다. 그만큼 교환학생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입니다. CBS는 아니지만 KU(코펜하겐 대학교)라고 한국어학과가 있는 대학이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덴마크인과 language exchange 활동 등을 하시면 영어 능력 향상에 더욱 더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여행입니다. 계획만 일찍 세우시면 저가 항공을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주변 나라들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수도를 중심으로 항공 루트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코펜하겐은 북유럽과 서유럽, 동유럽을 여행하기에 지리적으로 많은 이점이 있었습니다. Norwegian(북유럽을 거점으로 하는 저가항공)이나 easyjet(영국 런던이나 각종 휴양지 루트가 많은 저가항공)을 활용하여 2주에서 한 달 전에 항공권을 끊으시면 북유럽 도시 여행의 경우에는 편도 4만원 정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습니다. 특히, CBS는 주 1 3시간 수업이 기본이고 한 학기에 4과목을 듣기에, 시간표를 주3으로 짜시면 일주일에 4일은 여행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학기 중에 노르웨이(오슬로, 피요르드), 스웨덴, 핀란드, 크로아티아,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여행했고 방학을 활용해 영국 런던, 노르웨이 트롬쇠(오로라) 등을 여행했습니다. 참고로 북유럽은 겨울보다는 여름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에, 2학기에 가시는 분들은 학기 초반에, 1학기에 가시는 분들은 5월 이후에 북유럽 국가를 여행하시길 추천합니다. 보통의 북유럽 국가의 교육 시스템이 그렇듯이, CBS도 출결 사항이나 팀프로젝트가 학점에 반영이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이 과목의 어떤 주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리서치나 리딩을 통해 공부했는지, 그래서 나의 생각이 무엇이고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인지가 기말 시험에서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따라서 시간 관리를 잘하시어 학기 중에 여행도 틈틈이 하시고 자기 주도적인 공부도 하신 다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3.     글을 마치며

사람들의 가치관은 다양합니다. 서로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가 다르고, 기준도 다릅니다. 한국은 단기간에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해왔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에 앞서 가난을 벗어나자, 내 자식에게 더 좋은 경제적 풍요를 물려주자라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측면이 있습니다. 개발 위주, 경제의 양적 성장 위주의 부작용이 지금 세대에서 나타나고 있고, 이는 우리 세대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져줍니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어떤 삶이 행복한가에 있어서 덴마크가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사고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북유럽 사람들의 사고와 사회 시스템을 경험해보는 것은 저의 사고와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해주었습니다. 한국보다 2배는 비싼 물가여서 쇼핑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즐거움은 누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인생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신뢰와 행복이 있는 덴마크에서 생활하고, CBS에서 공부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과 국제실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