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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Singpore]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2012-2 이성빈

2013.01.10 Views 2501 경영대학

싱가포르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제 대학생활에 있어, 또 인생에 있어서도 절대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주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인 싱가포르는 치안상태도 세계 어느 곳보다 안정적인 편이라 더운 날씨를 제외하고는 어디를 가더라도 특별한 불편함이 없습니다. 다만 도심에 위치한 SMU에 비해 NUS는 다소 외곽에 자리잡아 있어 시내의 번화가를 가는데 시간이 조금 소요되고 늦게 돌아온다면 국내보다 조금 더 비싼 삯의 택시를 타야 된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고려대의 교환학생뿐 아니라 타교의 교환학생도 많고, 유학생, 교민, 관광객 등 한국인이 많아서 밖에 나가보면 심심치 않게 한국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기본적인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아 마음만 먹으면 외국에서 한 학기 수업 외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어로만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을 낯설어하지 않고 우리 문화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많이 알고 친근해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도심의 어떤 큰 클럽에는 일주일 중 하루는 한국노래만 틀어주는 날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존의 관심들 덕분에 조금 더 싱가포르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고 더욱 많은 것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탁월한 위치성으로 무역에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싱가포르는 그에 걸맞게 주변에 쉽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도 많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보트로 40, 말레이시아는 육로를 통한 버스로도 갈 수 있습니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의 동남아국가도 한국에서보다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의 높은 물가에 신물이 났다면 주변의 물가가 싼 국가들로 여행을 갈 때마다 천국을 보러 가듯 기분이 좋습니다.

저에게 있어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3시간짜리 연강이 많고 6시에도 수업이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6개 강의를 듣고도 월요일, 화요일에만 시간표를 몰아서 구성해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주말처럼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분명 이틀간에는 평균 10시간에 달하는 수업을 해야만 했지만 3시간 연강의 경우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고 교수님들이 수업도 조금 일찍 마쳐주시는 편이라 생각처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혹시 중간에 여행을 계획하거나 중간에 행사가 있는 경우 기간 내 혹은 다음날 수업이 있다면 마음이 걸렸기 때문에 이런 시간표는 수업 외 교외활동을 하기에 더없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학년이상의 과목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3학년과 조별과제를 하다 보면 교환학생을 이미 갔다 온 학생들이 많아 교환학생에 대한 배려를 잘 해줍니다. 분명 학업을 소홀히 하면 안되겠지만, 이런저런 정보를 가르쳐주는 경우도 많고 교환학생들 간의 행사가 있거나 여행을 간다고 해도 잘 이해해줍니다. 반면 주변에 2학년생과 함께 팀플을 하는 경우 부득이하게 충분히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교환학생생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어 현지학생과 마찰을 빚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또 재무과목을 네 개를 함께 들으면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조금 더 쉽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재무과목들은 아무래도 조별과제가 조금 더 작지 않을까 하는 맘에, 또 아시아 금융 허브 중 하나인 싱가포르에서 재무관련 과목들을 들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신청한 이 과목들은 예상과 달리 많은 조별과제와 난이도 높은 시험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수업내용이 과목간에 겹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더 수월하게 공부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Strategic Management – Lawrence Loh

NUS-KU 학점 인정표를 참고한 결과 고려대학교에서 전공필수인 국제경영 또는 경영전략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과목입니다. 제가 들었던 강의의 Lawrence Loh 교수님은 NUS Business School 학장을 거치고 Singapore Business Review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유명한 교수님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례와 경험중심으로 재미있는 강의를 풀어나가기에 수업이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지루하지 않게 수업에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이 많다고 한국의 삼성이나 강남스타일 등 한국 예를 특히 많이 준비해 들어주셔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중간기말고사는 없지만 발표 두 번, 개인과제 한 번이 있습니다.

Options and Futures –Kang Wenjin

고려대학교에서 전공선택인 선물옵션에 해당하는 과목입니다. 짧은 퀴즈를 풀어와 학우들에게 답을 설명하는 작은 발표와 케이스 하나를 탐구하는 큰 발표가 하나 있습니다. 중간고사는 없지만 수업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기말에는 다뤄야 할 범위가 매우 많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보기엔 강의의 짜임새도 부족한 듯 하고 지각과 조기종강, 휴강을 일삼지만 덕분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억양이 조금 특이하고 말도 빨라 교수님이 하는 농담이나 수업내용을 놓칠 때도 많았으나 슬라이드가 상당히 상세하게 수업내용을 나타내고 있어 그걸 바탕으로 공부한다면 짧은 기간 내 시험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Financial Markets – Meijun Qian

경영대학의 금융론에 해당하는 과목입니다. 중간기말고사와 한번의 케이스 발표가 있었습니다. 케이스발표는 두 조가 똑 같은 케이스를 분석하고, 교수님이 그 두 조를 비교하여 경쟁하는 식의 발표입니다. Meijin Qian 교수님께서 중국사람이었는데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주변국과의 정세를 다룬 케이스를 내주신 후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중국억양이 섞인 독특한 말투가 있어 알아듣기는 조금 힘들지만 또 특유의 목소리덕분에 수업을 들으면서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재무수업이지만 계산보다는 설명위주의 수업이라 암기할 내용이 많고, 슬라이드에는 나오지 않지만 시험에 다루는 부분이 있어 항상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nvestments Analysis and Portfolio Management – Wenlan Qian

경영학과의 전공선택과목인 투자론에 해당하는 과목입니다. Wenlan Qian 교수님께서는 싱가포르 억양 없이 영어를 쓰셔서 다른 수업에 비해 조금 더 알아듣기 수월했습니다. 중간기말고사와 케이스분석발표 조별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케이스분석발표 시간에는 발표 조와 질문 조가 짝을 이뤄 서로 경쟁합니다. 결과적으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려면 수업 내용뿐 아니라 거의 매 수업 발표하는 케이스에 대한 예습이 충분히 이루어져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업 초반부에는 Corporate Finance, 후반부에는 Options and Futures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내용을 따라가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Corporate Finance – Chen Renbao

Corporate Finance는 경영대학의 기업재무에 해당하는 과목입니다. 세 번의 작은 그룹과제와 한번의 발표, 중간기말고사 등 많은 량의 과제와 빠른 수업으로 제일 많이 애를 먹었던 과목입니다. 특히나 책임감 떨어지고 유흥에 빠져있는 교환학생들이 조원의 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조별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많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비록 고려대학생도 외국에서는 교환학생이지만, 되도록이면 현지 학생과 조를 이루어 활동하시기를 추천합니다. 현지학교의 학사과정이나 분위기, 요령 등을 파악하기 더욱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이 수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기 때문에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발표 역시 교수님의 기대치가 높아 사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Chinese1 – Cathy Chu

전공 수업은 아니고 고대의 수업에 굳이 비교하자면 교양중국어초급 정도가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도 널리 쓰리고 주민구성도 중국계가 많아 중국어를 배우거나 또 그것을 써먹기에도 유용합니다. 언어를 배움에 있어, 우리가 교환학생을 가서 대부분 영어실력이 많이 늘어 오듯 해당 언어를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면 실력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혹시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싱가포르에서 시작하거나 배운 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수업은 저처럼 중국어를 호기심에 한번 배워보려는 서양 교환학생들이 많아 더욱 수월했습니다. 여덟 팔자와 들 입자, 사람 인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차이를 친절히 가르쳐주며 얕은 한자지식을 뽐낼 수도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을 계획한다면 아마도 타국가의 대학보다는 조금 더 공부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과목에 정규분포를 적용해 일정 비율에만 높은 학점을 주고 일정 비율만큼 또 낙제를 주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NUS는 교수님, 학생이 둘 다 상당히 공부에 열정적이라 수업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것 같았습니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출석에 조금 신경을 써야 할 듯 합니다. 하지만 같은 조의 학생들, 교수님들도 교환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배려하기 때문에 적절한 정도의 성의만 보인다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급하게 한국에 돌아오느라 거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충분한 마무리 시간을 가지지 못한 점입니다. 언젠가 업무상으로나 여행으로 다시 한번 갈 수 있길, 아니면 한국으로 오게 하여 좋은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미련을 눌러두어야 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친구가 했던 말 중에 교환학생은 단순히 인생에서의 일년이 아니라, 일년간의 한 인생이다.’라고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누군가가 어디를 언제 갔던 간에 모두들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왔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역시 싱가포르가 앞으로 항상 잊지 못할 알차고 아름다운 한 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사진은 첨부파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