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1. 출국 전 준비사항
다른 수기들을 보셔도 이미 다 충분히 나와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 같구요. 국제실에서 학교 배정 서류를 받은 다음에 최대한 빨리 쓰여진 대로 따라가시는 게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조금 여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굉장히 빨리 처리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기숙사 신청에서 5순위에 밀리고 이런 식이더라구요. 그리고 빈의 공식적이든 비공적이든 어떤 오피스에 연락을 하거나 일을 처리할 때에는 한국처럼 빠른 반응을 기대하시면 안 되요.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도 한 학기 내내 답장을 못 받기도 하구요, OEAD 같은 경우도 메일을 선택적으로 읽는 거 같다고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가장 중요한 비자를 예로 들자면 빈에 와서 비자를 발급받으면 한국에서의 배 이상으로 오래 걸리고, 무비자 체류 가능 기간 3개월이 넘어가도록 안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비자 발급도 최대한 빨리! 기숙사 신청도 빨리! 그 외의 것들도 미리미리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2. 학교 및 학교생활
여느 유럽의 나라들이 그렇듯이, 오스트리아의 기숙사는 학교에 각각 소속되어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처음에 교환학생으로 배정받은 뒤 WU의 코디네이터에게 기숙사를 신청하라는 메일이 오면, 즉시 OEAD라는 중개 역할을 하는 사이트에서 신청을 해야하는데요. 650유로의 보증금을 내고, 신청을 마치면 몇 주 후에 배정 메일이 도착합니다. 기숙사는 무조건 Haus Erasmus나 Haus Panorama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지금까지 서울대나 연대에서 오는 학생들은 모두 Erasmus로 왔었고, 선배들도 그렇게 추천한다고 하더라구요. 이왕이면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으신 분들은 Erasmus를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거의 모든 교환학생들이 이 두 기숙사로 지원을 하기 때문에 물론 경쟁률이 아주 쎈 편이구요, 최대한 신청을 빨리 해야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네요. 그리고 여러가지로 출국준비를 하다보면 느끼시겠지만, 오스트리아의 행정과정은 정말 느리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됩니다. 그러니 뭐든 제때 제때 빨리 처리하시고, 같은 일로 다시 문의하거나 부탁하거나 할 일은 애초에 안 만드시는 게 좋아요.
WU는 빈 북쪽의 4호선과 6호선이 겹치는 Spittlau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두 방향의 출구 중 Wirschaftuniversitaet 이라고 쓰여진 오른쪽 출구로 나오시면 되구요, 나와서 알록달록 다소 요상한 무늬의 파란색인 훈데르트바서의 소각장이 보이면 그 방향이 맞다고 확신하시면 되요.
강의실의 구조는 한국과는 다소 다르고, 한번에 강의실을 찾기도 좀 힘든 편입니다. 물론 구조만 익히면 금방 찾을 수 있는데, 한 건물이 A,B,C,D 섹션으로 나눠져 있다는 설명을 OT 때 잘 안 들어서인지, 저는 여러 번 헤맸던 것 같아요. 섹션을 먼저 찾고 그 옆에 숫자를 찾으시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수업 시작하고 15분까지는 Academic time이라고 오스트리안 친구들이 농담처럼 자주 얘기하더라구요, 오스트리안 학생들이 지각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15분까지는 왔다 갔다 해도 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좀 늦어도 교수님도 당연하게 여기신다고 해요. 밑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것에 관해서는 학생들과 교수님 모두 굉장히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순서가 좀 뒤바뀌었지만 처음에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하는 두 가지 프로그램도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OK program과 Intensive German course가 있는데요, OK program은 문화 교류 프로그램 같은 거고, 그냥 교환학생들을 데리고 비엔나의 이곳 저곳을 같이 놀러다니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한 학기 동안 지내는 거고, 한달 동안 다 따라다니기 좀 벅찰 정도로 알차게 놀러 다녀서 나름 추천할만한 프로그램입니다. 독일어 코스는 말 그대로 수업인데요, 한국과 다른 창의적인 방법의 언어 학습 프로그램을 기대했는데, 별로 다를 것 없구요. 학기 중에 무료로 제공되는 Business German 코스와도 차이가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추천드리고 싶진 않아요.
학기 중에는 우리 학교의 KUBA과 같이 Buddy network라는 곳에서 교환학생들을 데리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합니다. 주변 국가들로의 여행을 조직해서 단체로 보내주거나 비엔나의 전통 호이리게, 바비큐 파티 등등 여러 다양한 파티들도 주최해요. 교환학생들에게 매주 월요일엔 라이드 클럽, 수요일엔 로코 가라오케에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도록 하구요.
3. 기후와 교통
2월 초부터 7월 초까지 빈에 있었는데, 빈의 겨울은 매우 추운 편입니다. 한국과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듣고 갔는데요, 상상 이상으로 정말 추웠고, 바람이 매우 매서웠습니다. 거의 4월까지도 사람들이 패딩을 입고 다닐 정도였고, 날씨가 시시각각으로 바뀌어서 아침에 정말 추웠다가 낮에는 반팔만 입고 다닐 날씨였다가 해서 맞추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비도 많이 오는 편이구요. 한국만큼 습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더울 때도 한국과는 느낌이 좀 다른데요, 정말 햇빛이 피부를 직접 파고드는 느낌이 듭니다. 바싹 말려지는 느낌이라고 하면 좀 비슷할 것 같아요.
교통수단은 크게 트램과 버스, u-bahn과 s-bahn으로 나뉘어집니다. U-bahn은 우리나라의 지하철 같은 개념이고, s-bahn은 기차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상대적으로 높은 비엔나의 물가에 비해서, 교통비를 학생할인을 받으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학생의 1학기 무제한 교통권이 129유로 정도였는데, 약 20만원으로 생각하고 1학기인 3월부터 6월까지 쓴다고 생각하면 한달에 5만원 정도로 무제한으로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거예요.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렇게 무제한 교통권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지하철이든 버스든 탈 때 그냥 타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데요, 가끔씩 갑작스럽게 검표를 하기 때문에 교통권은 무조건 끊어서 갖고 다니시는 게 나아요. 벌금이 70유로로 매우 센 편이기도 하고, 외국인이나 학생이라고 해서 절대 봐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개인적으론 검표를 자주 한다고 들었었는데, 실제로는 5개월 동안 검표를 딱 2번만 경험해서 좀 아쉽긴 했어요.
4. 수강 과목
수업들은 대체로 무난한 편이고 실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목들도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예요. 꼭 필요한 그런 발언들이 아니더라도, 친구에게 할법한 얘기들까지도 수업시간 틈틈이 계속 이야기합니다. 평가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출석을 우리나라만큼 중요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시험이나 프리젠테이션, 혹은 과제 한번으로 점수를 매기기도 하고, 절대평가라서 학생들도 그렇게 빡빡하게 공부하진 않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대학이 평준화되어있고, 등록금이 무료이기 때문에 정말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만 자기가 원하는 아무 곳이나 지원을 하는데요, WU는 경영대학 중에서 좋은 편에 속하는 곳이고 지원자가 매우 많기 때문에, 모두를 입학시킨 후에 1학년 때 과정을 매우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서 학생들을 걸러낸다고 하더라구요. 상대적으로 2,3학년의 과정은 널널한 편이라고 하고, 교환학생들에게는 특히 교수님들께서 더 관대하게 학점을 주시기 때문에 학점받기가 매우 어렵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누구나 A를 받는다는 말을 아니구요. 실제로 와서 있다 보면 교환학생 마인드로 해이해져서 그런지 F를 피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구나 하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수업의 체제는 한국과 매우 다릅니다. 한국처럼 규칙적인 시간표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과목마다 수강 기간도 제각각입니다. Block course라고 해서 3일만에 끝나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1학기 동안 하는 수업도 있고, 물론 다 똑같이 3학점입니다. 교환학생들이 주로 여행을 많이 다니기 위해서 블록 코스를 많이 듣구요. 개강도 물론 3월, 5월, 6월 전부 다르고, 3일, 일주일, 2주, 한달 등등 다 다르고 다만 종강은 6월 말에 모두 완료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블록 코스를 몇 개 듣고, 부활절 휴가로 4월에 3주간을 또 쉬었더니 한 학기동안 학교를 간 날보다 안 간 날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수업의 날짜, 1회당 시간 등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수강하는 과목 간에 수업 시간이 겹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들어오고 나가는 학생들이 많고 자유로운 편입니다. 교수님에 따라서 간혹 이런 것을 미리 말씀드리지 않으면 지적을 하시는 분도 계시다고 하는데, 제가 뵌 분들 중에서는 전혀 없었구요. 오히려 5월에 날씨가 어쩌다 좋은 날은 한 클래스에 6명 정도가 왔는데, 교수님께서도 학생들이 날씨가 좋아서 안 왔다 보구나 하고 허허 웃으며 넘어가시더라구요. 그 수업은 교양이라서 좀 자주 그러긴 했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평가에서도 대체로 출석 비율이 낮거나 아예 없고, 그냥 시험만 나와서 치르고 가는 학생들도 있고, 교수님들도 이런 것에 대해서 터치하진 않습니다.
제가 들었던 수업 중에 좀 특이하고 추천한 만한 수업을 꼽자면, Life in US and UK라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교양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교수님이 영국인 교수님, 미국인 교수님 두 분 들어오셔서 수업 내내 각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 생활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풍자적인 단편 만화로 설명하십니다. 두 분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농담하시면서 함께 수업하시는 것부터가 매우 신기했고, 가장 직접적이고 주관적이면서 동시에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 나라를 배운다는 것은 아주 유익하고 흥미로웠습니다.
5. 주변 관광지
오스트리아 빈의 교환학생이 되는 것의 큰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습니다. 비엔나는 동유럽, 서유럽 어디로든 유기적으로 연결이 잘 되어있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체코나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은 오스트리아 주변의 동유럽 국가들은 모두 기차나 버스로 5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었구요. 뮌헨, 슈트트가르트 등 가까운 독일의 도시들은 물론이고, 멀리 베를린이나 스위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야간 열차까지 고려한다면 충분히 단기 여행도 갔다올 수 있을 정도로 교통이 좋았습니다. 물론 프랑스나 영국 등은 비행기로 2시간이면 충분했구요.
빈에는 빈 공항이 딱 1개 있고, 저가항공은 많이 취항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 중에서 이지젯과 라이언에어를 꼽을 수 있는데, 빈 공항에 이지젯이 취항하긴 하지만 도착지는 런던의 게트윅 공항 단 하나뿐입니다. 대신 빈 사람들은 바로 옆나라인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공항을 많이 이용하는데요, 브라티슬라바 공항은 라이언에어가 취항하며,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을 다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빈과 브라티슬라바 공항을 연결하는 공항버스가 따로 있고, 7.7~10유로로 1시간 내외면 빈의 erdberg역에서 브라티슬라바 공항까지 도착합니다.
그리고 학기가 끝나고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분들이 계실텐데,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는 수업일자에 정확하게 맞춰서 5개월 간 비자를 주고, 그 이상 머무르면 불법체류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요, 오스트리아에 와서 직접 시청과 대사관에 알아본 바로는 비자 5개월이 만료된 후에 쇙겐 조약에 따라 무비자 체류 3개월이 시작된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다 문제 없이 돌아왔구요. 그러니 비자 서류를 준비할 때 빈에서 아웃하는 비행기의 목적지가 꼭 쉥겐 국가를 제외한 곳일 필요도 없다고 해요. 다만, 이게 중요한 문제고 기관마다 말이 다르기도 해서, 불안하시면 그냥 비자 만료에 맞춰서 돌아오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6. 소감
5개월 동안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다 지나고 나니 비로소 빈과 그 곳에서 지낸 저의 시간들을 아낄 수 있게 되었고, 저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라는 말에 혹해서 신청했었는데, 직접 사는 것은 여행과는 또 다른 여러 힘든 점이 있었지만, 결국은 가장 좋다고 하는 이유를 저도 알 것 같았구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한 학기를 보냈다고 생각되어 정말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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