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작년 7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싱가포르 행 비행기에 올라탄 것이 얼마 전인 듯 느껴지는데 벌써 해가 바뀌어 한국에 돌아와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으니 쓸데없이 감상적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출발했던 그때의 설렘이 지금은 추억이라는 색으로 바뀌었지만, 이제 나와 같은 설렘을 가지고 싱가포르를 향해 떠날 후배들, 친구들을 위해 싱가포르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려고 한다.
기후에 관해서
싱가포르는 동남이사아에 위치한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국가이다. 연중 기온은 30도 정도로 열대성 기후를 가지고 있다. 항상 더운 날씨이지만 열대성 스콜이 종종 내리므로 우산의 휴대는 필수적이다…라고 들었지만 열대성 스콜의 위력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잘 실감할 수 없다. 물론 우산이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싱가포르의 거의 모든 건물은 이러한 스콜에 대한 방비가 매우 잘 되어있다. 어느 건물이나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지붕과 처마를 길게 늘어트려 놓았고, 일반 보도블럭도 지붕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스콜을 만났을 경우 우산을 쓰고 무리해서 밖을 다니기 보다 건물 안으로 잠시 대피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콜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정도 기다리면 그치고 스콜 속에서는 우산을 쓰나 안쓰나 옷이 젖는 것은 별 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싱가포르는 항상 한여름이다. 따라서 선크림과 슬리퍼, 반팔과 반바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장소의 경우, 예를 들면 사원이나 고급 호텔, 카지노, VIP관람석 같은 경우 바지와 굽이 있는 신발을 신지 않으면 입장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장시간 실내에 있을 계획이라면 긴 팔 윗옷 정도 하나를 챙기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냉방을 매우 심하게. 정말 심하게 트는데 땀이 식으면서 엄청 춥다. 기온차가 급격하게 변하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타향에서 아파서 고생하지 말고 후드나 긴 팔 자켓 한 두개 정도는 챙겨가도록 하자.
교통수단에 관해서
싱가폴은 서울과 비슷한 크기의 도시국가이다. MRT라고 불리는 지하철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고 시내버스 시스템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Ezlink라고 불리는 교통카드로 버스와 지하철, 학교 안의 복사실과 프린터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으니 Ezlink카드는 어찌보면 싱가포르에서 가장 중요한 item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너무나도 잘 정비되어있는 대중교통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택시는 별로 추천하고 싶은 교통수단이 아니다. 택시 요금도 상당히 비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손님이 손 든다고 아무 곳에서나 멈추지 않고 정해진 곳에서만 멈추기 때문에 NUS와 같은 변두리 지역에서는 택시를 잡기가 매우 힘들다. 정 택시를 타고 싶으면 콜택시를 부르는 편이 좋은데 거리에 관계없이 고정된 CallCharge가 붙긴 하지만 학교 기숙사 바로 밑까지 택시가 들어오기 때문에 급한 상황이거나 여러 명이 같이 이동할 경우에는 콜택시를 부르는 편이 낫다. 덧붙여서, 싱가포르의 모든 대중교통 내에서는 아무것도 먹어선 안 된다. Singapore is a “FINE” country 라는 말도 있듯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는 항상 벌금 규정이 구체적으로 붙어있는데 실제로 벌금을 낸 사람은 못 봤지만 MRT내를 순찰하는 경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통신에 관해서
싱가폴에서는 쉽게 자기 전화번호를 가질 수 있다. 여권을 들고 편의점에 가서 prepayed Simcard라는 것을 사서 핸드폰에 꼽기만 하면 된다. 나는 삼x의 갤x시s를 들고 갔는데 심카드를 사서 끼우자마자 로컬 전화뿐만 아니라 해외전화 3g통신까지(3g통신은 핸드폰의 설정을 약간 바꿔줘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통신사 대리점에 가면 바꾸어 준다)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아이x의 경우에는 컨트리락을 풀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기존에 쓰던 핸드폰이 유심칩을 사용하는 기종이라면 싱가포르에 와서 핸드폰을 새로 사지 않고 기존 자기 핸드폰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NUS학교 내에서는 건물 안이라면 어디서든 WIFI가 가능하지만, 기숙사에는 유선랜 밖에 없기 때문에 기숙사에서도 WIFI를 하고 싶다면 공유기를 하나 들고 오자. 공유기 하나로 항상 손님이 붐비는 인기기숙사가 될 수 있다.
사람에 관해서
싱가포르 국민의 70%는 중국계 혈통이다. 따라서 어딜 가나 중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면 많은 도움이 된다. 최근 한류 열풍이 싱가포르에도 불고 있어 한국어와 한국인에 대한 싱가포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짧게나마 중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쌍방의 언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 중국계 혈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인도 등 주변 국가에서 싱가포르로 온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다.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어딜 가나 여러 국가의 언어로 쓰인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각 나라마다 풍습과 관습이 다르므로 모르고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 좋다.
음식에 관해서
상기 전술했다시피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이다. 여러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만큼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인 음식은 치킨라이스라고 불리는 닭고기 덮밥인데, 아마 소고기를 못 먹는 힌디와 돼지고기를 못 먹는 무슬림을 동시에 만족 시킬 수 있는 음식은 역시 닭고기뿐이기 때문인 것 같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모든 공산품과 소비재가 수입되는 싱가포르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것이 닭고기뿐이라고 할 정도이니 왠지 그럴 듯 하게 느껴진다. 닭고기와 더불어 싱가포르는 각종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 말레이시아 최남단에 위치한, 바다를 끼고 번창한 나라답게 많은 종류의 해산물 요리가 있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한 칠리크랩을 비롯해, 스팅레이라고 불리는 가오리, 손바닥만한 타이거프라운, 각종 조개와 굴 까지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한층 더 행복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팅레이가 가장 맛있었는데 가격도 적절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니 꼭 한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싱가폴의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호커센터라고 불리는 장소를 빼 놓을 수 없다. 호커센터는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푸드코트인데 여러 작은 음식점들이 한 곳에 모여 식당과 테이블을 공유하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사와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장소이다. 싱가포르의 거의 모든 상점가에는 이 호커센터가 있는데 호커센터별로 가격과 맛, 파는 음식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이스트코스트의 SeaFood 호커센터와 뉴턴MRT의 호커센터가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MarinaBay의 esplanade옆의 호커센터가 가장 좋았다. 싱가폴의 명물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과 멀라이언 파크를 바라보며 강변에서 즐기는 해산물과 맥주 한 캔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 관광에 관해서
싱가폴은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관광을 중요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나라답게 볼 거리가 많다. 좋은 곳이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곳을 뽑아보자면, 일단 앞서 언급했던 마리나베이를 빼 놓을 수 없다. 마리나베이를 끼고 바다쪽으로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그 특이한 외모를 뽐내며 서 있고 도심쪽으로는 수많은 skyscraper들이 금융가를 이루며 늘어서 있다. 마리나베이를 끼고 있는 플라톤 호텔과 에스플라네이드를 비롯해서 바로 옆에 있는 젏은이들의 거리 클라키와 보트키까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라는 Singapore Flyer. 이곳에 와 보지 않고는 싱가포르에 와 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밤에 보는 마리나베이는 낮에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리나베이센즈에서 매일 하는 레이져 쇼를 비롯해서 도심의 네온사인과 형형색색의 조명들. 그리고 밤에 불어오는 강바람, 바다바람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무언의 감동이 있다. 또한 전술했다시피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각 민족의 특색이 잘 묻어나는 구역들이 있다. ChinaTown, Little India, Arab Street 등 마리나베이가 현대화된 선신국 싱가포르를 상징한다면 저 동네들은 자신들의 뿌리와 전통을 잊지 않으려는 싱가포리언들의 근본이 담겨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NUS학교 생활에 관해서
간략하게 소개만 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놀고 먹는 이야기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해 버려서 짧게 학교생활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NUS는 싱가포르 서남쪽 끝에 위치한 국립대학이다. 학교에는 크게 두 종류의 기숙사가 있는데 하나는 PGPR이고 다른 하나는 U-Town이다 유타운은 작년에 새로 지어진 기숙사로 깨끗하고 시설도 좋지만 경영대에서 매우 멀다. 또 직접 요리를 해 먹을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서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직접 밥을 해 먹고 싶은 사람은 PGPR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PGPR은 경영대에서는 가깝지만… 솔직히 안쪽에 안 들어가 봐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PGPR은 로컬학생들이 많이 살고 U-town은 교환학생들 위주로 배정되는 것 같으니 기숙사 지원 시 참고하자. 학교 수업은 (당연히) 영어로 진행된다. 싱가포르에 가기 전부터 싱글리시에 대한 악평을 너무 많이 들어서 걱정했지만 그렇게 걱정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어서 정말 못 알아들을정도일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문 케이스고, 이상하게 발음하는 특정 단어들에만 익숙해지면 된다. NUS의 수업은 보통 한 과목에 교수님이 수업하시는 lecture와 토론식 수업을 하는 tutorial두 종류가 같이 있다. 물론 렉쳐만 3시간 연달아서 하는 수업도 있고 렉쳐 한시간에 튜토리얼을 4시간동안 하는 수업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렉처2시간에 튜토리얼 1시간으로 이루어 진다. NUS의 수업은 꽤 레벨이 높은 편이므로 3과목에서 4과목정도 수강하는 것이 적절하다. 과욕을 부렸다가 중간고사 기간에 나처럼 과목 드랍의 욕구를 물리쳐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 NUS에는 KCIG, Korea Culture Interesting Group이라는 동아리가 있는데 말 그대로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인 동이리다. 물론 경영대에서도 버디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지만 학기 초반에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KCIG친구들이 하는 행사에 참여하면 현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처음에 경험보고서를 쓰기 전에는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하나 걱정했는데 쓰다 보니 어떻게 4달동안의 생활을 겨우 글 몇 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쓸 말은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디서 끊어야 할 지 모르게 될 것 같아서 내 이야기는 이만 줄여야겠다.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에서 보낸 지난 4 달은 내 평생 절대로 잊지 못할 4 달이었다는 것과 앞으로 싱가포르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란 걸 보장한다.
*첨부파일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