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체험수기

[Singapore] NUS 윤애선 2009-2

2010.08.10 Views 1031 경영대학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환학생 경험보고

 

싱가포르 국립대학(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는 이국적인 문화와 환경이 존재하는 동남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싱가포르에서 개교 105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적으로도 특히 태평양 아시아지역에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라 명성이 자자하다. 도심 근교에 있는 각각의 세 개의 캠퍼스, 14개의 단과대학, 2천명의 다국적 교수진, 2만 5천명에 달하는 학부생, 그리고 30여 개의 연구소들. 이런 규모에 걸맞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매 학기 세계 곳곳의 대학생 몇 백 명씩 파견하고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전공과 무관하여 모든 교환학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날에 봤던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강의실 내의 모든 좌석들을 가득 메운 것도 모자라 뒤늦게 들어온 학생들은 계단에 앉기도 하고 벽을 따라 빼곡히 서있기도 하였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던 관계자 분께 들어보니 이번 학기에는 약 천 여명의 교환학생들이 파견되었고, 미국, 유럽국가들,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아직은 생소하여 이름도 기억조차 못하는 몇몇 유럽국가들, 아프리카, 남미, 중동국가 등에서도 여러 학생들이 왔다고 하였다. 경영학과만 보더라도, 백 여명 정도의 학생들이 파견되었다고 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스위스에서 온 학생들이 약 60명 정도로 제일 많았다.

한때 영국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학사제도나 수업방식도 영국시스템을 따른다. 그래서 수업은 한국 대학교들에 비해 약 한 달 정도 더 빨리 8월초에 개강하고 대부분의 수업이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한 번에 3시간 연속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1/3 정도가 늘 팀원들과의 토론 혹은 발표로 이루어졌었고 특히 마케팅 관련 수업들에서는 수업 시간 내의 mini-projects와 activities도 주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리포트나 과제 혹은 group assignment의 양과 비중도 현저히 많아 현지 학생들은 학기가 시작되면 사생활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생활한다. 교환학생이 나만 하더라도 일반 현지 학생들에 비해 적게 수강했던 4개의 과목- Leaderships in Organizations, Corporate Finance, Product and Brand Management, Asian Markets and Marketing Management-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개인•조 과제가 많아 수업은 수요일과 목요일 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기의 막바지였던 10월 한 달 동안은 거의 매일 학교에 갔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 수강했던 Leaderships in Organizations이라는 수업 같은 경우에는 학점이 개인과제 60% 그리고 조 과제 40%로 이루어져 학기 말에는 50장에 달하는 개인 리포트와 100장이 훨씬 넘는 조별 리포트를 제출하게 되는 경우도 벌어졌었다. 같이 파견된 친구의 경우는 조 과제로 200장을 넘는 리포트를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내용으로 1시간 동안 발표를 하게 되었다고 해서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이렇게 학기가 진행되면서 과제 제출이 임박했을 때는 노트북을 들고 매일 학교에 오는 것은 물론이고 잠도 거의 못 자서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학생들, 또 그에 따라 점점 비어가는 강의실을 통해 바쁜 일상과 치열한 현지학생들의 학구열을 늘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만큼 현지학생들과 또 다른 교환학생들과 더욱더 가까워 질 수 있어서 육체적으로는 매우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NUS에서의 한 학기 동안 생활하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보다 많은 여자 교수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들었던 전공수업들 중 1개의 수업 빼고 모두 교수님들이 남자분이셨는데, 싱가포르에서 들었던 4개의 전공수업 중 3개나 여자 교수님들이 강의를 하셨다. 또 그 중에서도 한 분은 홍콩, 또 한 분은 일본인으로 그야말로 한국에서는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굉장히 꼼꼼하시고 기억력도 너무 좋으셔서 거의 백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웠던 Corporate Finance의 Ms. Tan, 항상 웃는 얼굴로 칭찬과 동시에 바로 그 다음의 과제를 통해서 우리의 발전된 모습을 위해 쓴 소리와 피드백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Product and Brand Management의 Ms. Tanaka, 또 본인의 사업운영으로 매우 바쁜데도 매 시간마다 강의와 학생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종강 때에는 눈물까지 흘리신 Asian Markets and Marketing Management의 Ms. Ruth.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이신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며 내 나름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다.
   
 또 수업을 들으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실제 사회에서와 그 수업의 연관성이다. 한국에서의 일반 재무 관련 전공 수업에서는 교수님들께서 그 때에 일어나는 이슈에 대해서 언급하시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시간을 학기 중에 한 두 번 가졌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의 기업재무 수업 같은 경우에는 2008년 경기침체와 관련된 시사토론 프로그램, 기사 등을 강의 시간 내에 제공해주시고 연습문제로 이루어진 Tutorial도 일반 교과서적인 문제와 더불어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세법 또는 화제가 되고 있는 특정기업 등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시키셨다. 한국에서의 그런 노력들에 비해 요구사항이나 깊이가 더 있다고 느껴져 명확히 그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접목할 수 있었고 그만큼 어렵게 느껴졌던 이론들도 이해도 쉽게 할 수 있었다. 또 제품과 브랜드 관리 수업에서는 거의 매시간마다 수업 시간에 mini-projects와 activities를 팀원들과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예컨대, Reason-To-Believe (RTB)에 대해 공부했던 수업시간에는 새로운 제품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그 제품의 브랜드와 이미지에 맞고 목표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들을 뽑는 다소 생각보다는 복잡했던 과제가 주어졌었고, 소비자분석과 그 중요성에 대해 배운 시간에는 mini-case도 풀었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도 존슨앤존슨 또 P&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에서 근무하시는 외부 강사들도 직접 오셔서 본인들이 맡고 있는 직무에 대한 지루한 발표대신 현장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직접 풀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그 결과물을 보고 놓쳤던 포인트와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요구사항 등에서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시아 마케팅 수업으로 알게 된 현지 친구 Sarah의 경우도 Organizational Behavior이라는 수업을 듣는다고 하였는데 주어진 팀 과제로는 실제 조직내의 특정 팀을 한 학기에 걸쳐 관찰하고 그에 대한 리포트와 발표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이론과 실제 비즈니스 현장을 접목 시킬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강의실 밖에서의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다양한 먹거리와 멋진 야경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제일 좋아하는 것은 먹는 것으로 24시간 운영되는 Hawker Center는 시내 곳곳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이외에도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싱가포르에서는 그만큼이나 풍족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 오후 한 나절에 배를 두둑하게 채워주는 딤섬, 코코넛 밥의 고소한 향과 매콤한 쌈발 소스가 적절히 어우러진 나시르막, 각종 야채들과 어우러져 단숨에 먹어버리게 되는 부드러운 락사, 새우와 숙주나물이 양껏 들어가있는 짭짤한 호키엔미, 우리나라에 김치와 불고기가 있다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칠르크랩 등등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먹어볼 수 없는 요리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때때로 엄마가 해주는 밥이 간절했지만 하루하루 너무나도 다양한 음식들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먹는 재미가 싱가포르의 생활에 활력을 더해주었다. 또, 머물렀던 학교 호스텔 근처에 매우 큰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곳에서는 살아있어서 펄쩍펄쩍 뛰는 갖가지 종류의 새우, 생선, 해물과 심지어 개구리와 자라도 팔았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싱싱한 새우를 직접 구워먹고 삶아먹기도 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불과 반 년도 채 안 있었던 그곳의 음식들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야경은 가히 아름다웠다. 제각각 높고 낮은 건물들이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연관성 없어 보이지만 밤이 되어 불이 켜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서로 조화를 이루어 굉장히 아름다운 광경을 이룬다. 특히,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머라이온이 있는 부근이나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럽풍의 클라키 지역은 단숨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된다. 물론 낮에도 건물을 하나하나씩 관심 있게 보면 대체로 독특한 구조나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기 초에는 다른 교환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종종 시내구경이라는 명목 하에 싱가포르의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기도 했다. 그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야경이 정말 멋진 곳이라 생각되었고 특히 깨끗한 거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있어 그 야경을 더욱 더 즐길 수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교환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있었던 싱가포르는 기대 이상으로 다채롭고 지내기 편한 곳이었다. 물론 그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우고, 원하던 대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친분을 쌓고 말 그대로 많은 것을 겪기도 하였지만, 새삼 또 한국에서 꾸려나갔던 생활과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느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또한, 이 6개월이 나에게 있어서는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이루며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와 내 결정에 대한 확신을 주었기 때문에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해봐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 첨부파일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