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체험수기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권성준
금융 및 무역 중심지, 다민족 국가, 다문화 국가, 강력한 법치국가, 서양과 동양의 융합 등등. 싱가포르를 설명하는 다양한 말들이다. 어쩌면 이러한 수식어구들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를 찾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그래서 해마다 전세계의 많은 대학생들이 이 말들에 이끌려 싱가포르 행을 결정하고, NUS에서 교환학생 기간을 보내게 된다. 나 역시 그러한 이유로 싱가포르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때론 경쟁하며, 때론 어울려 놀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첫 느낌
저녁 늦은 시간, 싱가포르 창이 국제 공항에 내려 예약해 둔 호스텔로 향하였다. 어딜 가든지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 그리고 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한 신기함을 느끼게 마련이듯, 나 또한 처음 와본 이 곳이 마냥 신기했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지 긴장되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시내로 들어와 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평소 생각했던 싱가포르에 대한 이미지와 전혀 맞지 않은 모습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강력한 법치국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단횡단 하는 사람, 여기저기 보이는 쓰레기들, 한국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정경들 등, 약간의 아쉬움을 나에게 처음 안겨주었다.
Round 1: 날씨와 음식
적도에 위치한 국가답게 싱가포르의 날씨는 정말 화끈하다. 후덥지근한 날씨의 연속, 뜨거운 태양빛, 하지만 이 날씨가 사람을 정말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살았던 곳도 학교에 있는 PGPR의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살았던 터라 나는 싱가포르 날씨에 적응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평소 더위를 잘 견디는 체질이라 괜찮겠다 생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1주일 즈음 지났을 때, 난 만성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얼굴에 나지도 않던 여드름도 하나 둘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입술이 부르트기까지 했다. 나의 처방은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거의 9시간이었던 듯하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만큼의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생활이 조금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면 말고 싱가포르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한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물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금방 지치지 않게 하고,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수분도 보충해 줄뿐 아니라, 수면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또한 식사 후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한데, 나의 경우에는 처음에 수분 섭취를 제대로 하지 않아, 어느 날 식사 후 제대로 체해 버렸고, 그 뒤로 위가 상해서 1달 동안 고생을 해서, 친구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경험했다.
다음으로 음식이야기를 해보자. 다민족, 다문화 국가답게 싱가포르에선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 중국음식, 말레이음식, 인도네시아음식, 태국음식 등 음식의 천국이란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학교 내에서도 우리나라의 푸드코트와 비슷한 Canteen이란 곳이 곳곳에 있는데 그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각종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거의 모든 음식들이 입에 맞질 않아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PGP에 도착하고 첫 식사를 해보고 난 뒤, 필요한 조리기구를 구매하여 직접 요리를 해 먹으려고 했다가 포기한 것이 조금 아쉽다.
Round 2: 학교생활
교환학생의 가장 큰 매력은 외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경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른 국가의 학생들과 공부를 했을 때 나는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나는 나 자신을 테스트 해 보고 싶었다. 내가 들었던 수업들은 경영대의 Corporate Finance와 수학과의 Multivariable Calculus, Probability, 이렇게 3과목이었다.
Corporate Finance는 우리학교 경영대 수업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모든 과제는 팀 과제로 주어졌고, 팀 레포트와 프레젠테이션, 중간, 기말 시험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 이 과목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경영대 과목은 팀 과제가 꼭 있는데, 이런 팀 활동은 NUS 학생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온 교환학생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Corporate Finance 수업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팀 과제를 같이 해결해 가며 친해 질 수 있었고, 학기가 끝난 이후에도 같이 밥도 먹고 놀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후회할 만한 것 한가지가 있다면, 다른 경영대 과목 하나를 더 들었다면 또 다른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른 두 수학과 수업들은 강의와 튜토리얼 형식으로 진행된 수업으로 그리 능동적인 수업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두 수업에선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었고 그저 혼자 수업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탁월한 수업 매너와 교환학생들을 향한 배려로 정말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어쩌면 딱딱해 지기 쉬운 수업을 흥미로운 이야기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풀어주셔서, 단순 수업 이상의 것들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Break Time
교환학생 기간 중 특별히 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삶의 여유가 아닐까? 사실 한국에 있으면 진로 및 취업 걱정, 학기 중 학업 등으로 인해 삶의 여유를 즐기기가 참으로 힘이 든다. 하지만 교환학생 기간 동안에는, 학교 수업을 적게 듣는 이유도 있기 때문에 개인 시간이 많다. 그래서 이런 시간들을 이용해서 많은 친구들은 여행이나 개인 취미 생활을 즐긴다. 나도 역시 싱가포르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싱가포르 내에 있는 관광지, 맛집 등으로 놀러 가기도 하고, 싱가포르를 떠나 동남아 다른 국가로 여행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이 단순히 노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나에게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좋은 추억들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의 생일 파티를 말하고 싶다. 학기 중이었음에도 거의 25명에 육박하는 친구들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내 생애에 이런 대형 생일 파티를 또 한번 할 수 있게 될지 솔직히 의문이다. 교환학생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친구들이 아닐까 한다. 서로 다른 외모, 생각들을 가졌지만, 만남을 통해 친구가 되고 우정을 쌓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그 날, 모두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해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본다.
* 첨부파일에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